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06)
강팀의 벽(1)
블랙번 로버스의 훈련장인 ‘Brockhall Training Ground’.
센터 안에선 건장한 체격의 두 남성이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빌 입니다. 빌 브라이슨. 블랙번 로버스의 U-23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아······ 백 단장님이 얘기하셨던 분이군요. 저는 오스틴 에드워즈라고 합니다. 입단 테스트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오스틴이 그 말과 함께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빌은 씩 웃으며 자신의 뒤쪽을 가리켰다.
“단장님한테 미리 얘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골키퍼 자원 한 명이 입단 테스트를 보러 올 거라고요. 숙소나 그런 부분들은 단장님이 미리 해결해 두셨으니까 일단 가볍게 몸부터 풀고 시작해볼까요?”
오스틴은 블랙번과 바르셀로나의 프리 시즌 경기를 본 뒤 고민 끝에 입단 테스트를 받아보는 걸로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결심을 굳힌 그가 명함에 있는 백 단장의 번호로 연락을 했을 때 돌아온 건 백 단장의 따듯한 말 한마디였다.
‘좋은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입단 테스트 잘 받을 수 있게 구단 측엔 제가 말해두겠습니다. 일단 가면 빌 브라이슨이라는 U-23 감독을 찾으세요.’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단장님······ 정말 제가 영국에서 버틸 수 있을까요……?’
‘······’
‘저는 프리미어 리그 경험도 없고, 하물며 다른 유럽 리그 경험조차 없는 선수잖아요.’
오스틴은 블랙번 로버스의 입단 테스트를 받기로 결심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었다.
남들보다 상당히 늦은 출발.
유럽 무대에 유소년 시절부터 뛰어들어도 성공할까 말까 한 치열한 곳에 서른을 앞둔 나이로 들어가는 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마음과도 같았기 때문.
그러나 백 단장은 덤덤하게 오스틴을 격려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항상 기회가 찾아옵니다. 저는 지금이 오스틴 씨에게 온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
‘제가······ 선수 하나는 잘 보거든요. 저는 오스틴이 입단 테스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 확신합니다.’
자신을 믿어보라는 백 단장의 마지막 말을 곱씹어보고 있을 때, 여분의 라커룸 키를 들고 온 빌이 그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테스트받는 동안 사용하실 라커룸 키입니다. 오늘은 피곤하실 테니 간단한 테스트만 진행하고, 내일부터 총 2주간 입단 테스트를 진행하려고 하는 데 괜찮죠?”
“물론입니다. 그런데…… 2주요?”
“네. 보통 입단 테스트는 한 달 정도 진행하긴 하는데······ 단장님이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달라고 하셔서요. 마침 주전 선수들은 프리 시즌에 참가하고 있으니 유소년팀과 같이 훈련하면서 테스트를 진행하면 2주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장님이 보증 서신 분이니 뭐……”
빌은 백 단장의 안목을 철저하게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성적으로 증명해내기도 했고, 이적 시장에선 좋은 선수를 저렴한 금액에 확실하게 데려오는 모습은 그의 안목을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오스틴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빌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준비되면 그라운드로 나오세요.”
빌이 그 말과 함께 싱긋 웃어 보이곤 그라운드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오스틴은 자신의 다리 사이에 있는 스포츠백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2주······”
그러곤 가방 깊숙한 곳에서 또 하나의 작은 가방을 꺼내더니 그 안에 있던 검은색 골키퍼 장갑을 꺼냈다.
근래 나오는 골키퍼 장갑과는 사뭇 다른 디자인.
다소 촌스럽다고 표현할 정도인 그 골키퍼 장갑의 손목 보호대 쪽에는 ‘필립 브라이슨’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오스틴의 아버지 이름인 ‘필립 브라이슨’.
오스틴은 아버지의 유품을 손에 꼭 쥐며 생각했다.
‘아버지······ 아버지가 못다 한 꿈…… 저라도 이뤄내 볼게요……!’
* * *
팡-!
“더 빨리!”
팡-!
“좋아! 호흡 유지하면서!”
가볍게 몸을 푼 뒤 시작된 간단한 입단 테스트. 훈련장 안에선 오스틴이 안정적인 폼으로 슈팅을 막아내고 있었다.
빌은 처음엔 가벼운 테스트만 해볼 심산이었지만, 꽤나 안정적으로 볼을 걷어내는 그의 모습에 자극받아 몇 가지 테스트를 추가로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이 훈련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두 명의 남녀.
스카우트 팀 소속의 상빈과 운영팀 소속 샬럿이었다.
“누구예요. 저 선수?”
상빈의 물음에 샬럿은 긴 금발 머리를 어깨 너머로 넘기며 대답했다.
“이번에 단장님이 미국에서 스카웃한 선수래요.”
“‘슬로니나’ 아니었어요? 데려오기로 한 골키퍼?”
“‘슬로니나’는 이제 개인 협상이 아직 남았고, 두 시즌 정도는 임대 보내면서 성장시키실 계획이라 하시더라구요. 저 선수는 그 임대 기간을 책임져줄 선수래요.”
“그래요?”
전직 선수 출신이라 그런 건지는 몰라도 처음 스카우트 팀에 백 단장이 들어왔을 때부터 상빈은 그가 선수 보는 안목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그는 한국인 최초로 잉글랜드 클럽의 단장 자리까지 올라서 있었고, 그가 픽하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었다.
마치 선수가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던 사람처럼······.
지금 말도 안 되는 다이빙 동작으로 공을 막아내고 있는 골키퍼의 모습이 딱 그랬다.
‘어디서 저런 선수를······’
아무리 MLS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곤 해도 이 정도 실력이면 꽁꽁 싸매도 정보가 흘러나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준석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도 없는 무명의 선수가 구석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슈팅을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는 진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름이 뭐예요 저 선수?”
“오스틴이요. 오스틴 에드워즈.”
“전 소속팀은요?”
상빈의 물음에 샬럿은 들고 왔던 선수 프로필의 하단 부분을 보며 대답했다.
“음······ 작년까진 인터 마이애미 소속이었고 올해에는 팀이 없었네요.”
‘허······ 인터 마이애미면 나름 MLS 동부 컨퍼런스 상위권 팀이라 저 정도 수준의 선수를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상빈은 오스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백 단장이 어디서 저런 보물을 데리고 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골문 앞에서 자세를 낮춘 채 먹잇감을 노려보듯 날카로운 눈매로 그라운드에 서 있는 오스틴의 모습은 프리 시즌이 끝나고 리그가 개막했을 때 블랙번 로버스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도 듬직하긴 하다. 이러다 진짜 리그 10위권이 아니라 더 높은 곳까지 가는 거 아니야?’
당장 프리 시즌 첫 번째 경기인 바르셀로나를 3:2 역전승으로 잡아내며 ‘명가 재건’을 전 세계에 선포했는데, 심지어 승격 첫 시즌 성적조차 좋다면······?
상빈이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샬럿이 핸드폰을 슥 보더니, 상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슬로니나 선수 개인 협상도 완료했답니다. 일주일 뒤에 잉글랜드로 올 거라고 하네요.”
“첼시랑 경쟁 중인 거 아니었어요······?”
그러자 샬럿은 싱긋 웃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단장님이 미국에 계시잖아요.”
* * *
[포포투] 환상일까? 그저 초반 기세일 뿐인가? 블랙번 로버스 프리시즌 첫경기 바르셀로나를 잡아내다!↳살다 살다 블랙번이 바르셀로나를 잡는걸 다 보네 ㅋㅋㅋㅋㅋㅋ
↳바르셀로나가 이적생이 많아서 아직 합이 안 맞아서 그래. 그리고 프리 시즌 결과 가지고 누가 설레발치냐?
↳네 다음 3:2 추가 시간 막판에 그렇게 무시하시던 아센시오 왼발에 무너지신 분
↳블랙번은 선수 이적 없이 했냐 ㅋㅋㅋㅋㅋ 졌으면 인정 좀 해라
↳전술도 지난 시즌이랑 아예 다르던데 근데 역시 파레호가 클래스가 있긴 하더라. 패스길 기가 막힘 진짜
↳아센시오는 골 넣긴 했는데, 움직임은 아직 폼 좋을 때 수준으로 나오진 않은 듯. 오히려 오른쪽에서 제그로바가 측면 다 부수던데
↳이러면 호주 투어 가도 모르지 않나. 맨유, 리버풀 둘 다 중원 뎁스 얇아서 충분히 비벼볼 만한 거 같은데
[BBC] 오피셜. 블랙번 로버스 미국의 신성 골키퍼 ‘가브리엘 슬로니나’ 영입. 이적료 1,500만 파운드.↳첼시 간다더니?
↳인마 언제까지 당하고 있어야 하냐. 하이잭 스무스하게 하는 거지
↳MLS 보면 어린데 진짜 든든하게 골문 지켜주는 타입임. 잘만 크면 10년은 블랙번 로버스 골문 책임져줄 만한 자원. 비싸게 팔아도 그만이고
↳1,500만 파운드면 거의 공짜임 진짜
[스카이스포츠] 블랙번 로버스의 ‘플랫 4-3-3’은 어떻게 바르셀로나를 잡아냈는가. [엘문도]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마크론’ 블랙번 로버스의 상승세에 계약 연장 긍정적인 검토 하고 있어··· [빌트] 블랙번 로버스 단장 준석 백 “이번 시즌도 기대할 만한 축구를 할 것”‘반응 좋고. 경기도 좋았고. 이만한 스타트 라인이 없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노트북을 덮자, 그 앞에는 머그잔을 들고 있는 잭이 씩 웃고 있었다.
“가만 보면 단장님도 은근히 여론 신경 많이 쓰신다니까? 커피 단 거로 드실래요. 덜 단 거로 드실래요.”
“제가요? 저는 덜 단 거로 주세요.”
어지간하면 블랙커피를 선호하지만, 후보에 없다면 최대한 덜 단 걸 마시는 편.
잭에게 커피를 받아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시며 묻자, 잭은 숙소 구석에 있는 간이 소파에 걸터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 끝나면 항상 기사들부터 확인하시잖아요. 경기력이 좋던, 안 좋던 상관없이요.”
“그냥 가볍게 참고하는 정도죠. 그리고 여론 신경 안 쓰는 단장은 아마 없을걸요?”
“하긴······ 이전 단장님도 단장님 정돈 아니지만, 꽤 보시긴 했었죠.”
“그것 봐요. 이게 어쩔 수 없이 확인할 수밖에 없다니까요. 혹시 놓치는 구단 관련 소식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피식 웃으며 잭이 타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자, 그는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는지 소파 옆에 있던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 그건 그렇고 이거 보셨어요?”
잭이 꺼낸 건 태블릿 PC.
그리고 화면에는 ‘피에르’에게서 도착한 메일이 한가득이었다.
“이건······?”
“지금 ‘마크론 이탈리아 투어’ 일정 진행 중이잖아요. 피에르 씨가 좋은 선수들 위주로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낸 것들이에요.”
“전부 다요······?”
메일 개수만 해도 20개가 넘어가는 엄청난 분량.
이게 다 선수들에 대한 피에르의 분석이라고 생각하니, 헛웃음이 절로 지어질 정도였다.
“제 메일로 다 보내주세요. 호주로 가는 비행기에서 찬찬히 살펴보면 딱 맞겠네요.”
“그런데 한 선수는 빨리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던데요. 이건 지금 한 번 보시는 게······”
들고 있던 머그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고개를 끄덕이자, 잭이 그 중요하다는 메일을 켜서 내가 볼 수 있게 태블릿 PC를 건네줬다.
그리고 태블릿 PC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한 선수의 프로필 사진.
그 사진을 보자마자 눈앞에는 선수의 세부적인 능력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21세(2002.01.24)
주발: 오른발
유벤투스 FC 소속. 공격수(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왼쪽), 공격형 미드필더(오른쪽)
골 결정력: 13-16 중거리 슛: 10-12
주력: 13-17 패스: 11-13
가속도: 12-16 타고난 체력: 11-13
헤딩: 10-14 시야: 11-14
위치선정: 12-16 팀워크: 12-15
몸싸움: 12-15 민첩성: 14-18
공 없을 때 움직임: 13-17
특이사항: 이탈리아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음.
‘카이우? 이 선수는 꽤 유명한 유망준데······ 이게 왜 중요하다는 거지?’
브라질 태생의 공격수인 ‘카이우 조르지’.
184cm 71kg이라는 나쁘지 않은 피지컬에 지능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로 알고 있었다.
물론 경기 영상을 몇 번 찾아봤을 땐, 출전 기회도 적고 본 포지션인 전방 공격수가 아닌 측면에서 뛰어서 진가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몇몇 아쉬운 점을 제외하곤 확실히 키워볼 만한 유망주긴 했다.
문제는 이 선수가 이제 유벤투스 소속이라 적당한 금액에 데려오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것 정도.
아무리 선수 특이사항에 이적을 암시하는 문구가 있다고 해도, 구단에서 적당한 가격에 놔주지 않는 이상은 데려갈 수가 없다.
유벤투스가 그렇게 쉽게 아직 성장 중인 유망주를 보낼 클럽도 아니고.
아마 피에르도 그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가 이 선수를 중요 선수로 꼽았다는 건 필시 피에르만이 아는 ‘이적 소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간단한 프로필을 쭉 내리자 본격적인 스카우팅 리포트가 시작하기 전, 적혀있는 피에르의 추신.
P.S 23년 겨울 이적 시장에서 헐값에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