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07)
나는 추신 문구를 보자마자 씩 웃으며 핸드폰에 저장된 피에르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 *
10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있는 작은 회의실.
스크린에는 블랙번 로버스와 바르셀로나의 프리 시즌 경기 화면이 떠 있었다.
“여기까지가 바르셀로나 전에서 블랙번 로버스 중점적으로 가져가던 전술 포인트였습니다.”
스크린 옆 단상 쪽에 서 있던 짧은 머리의 남성이 그 말과 함께 불을 켜자, 가장 앞쪽 자리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던 덥수룩한 수염의 남성이 중얼거렸다.
덥수룩한 수염을 보유한 남성의 이름은 ‘위르겐 클롭’.
암흑기에 빠진 리버풀을 수렁에서 꺼내 챔피언스 리그와 프리미어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명장이었다.
“까다롭네······”
“중원에서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팀이다 보니 그 점을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티아고의 부상 상태는?”
“풀타임은 무리지만 후반전 정도는 충분히 뛸 수 있습니다.”
“오케이. 후반전에 티아고 출전시키는 걸로 하고 나머지 선수들 부상 정도 체크해서 나한테 바로 보고 줘요. 가용 자원에 따라 전술을 좀 다르게 가져가야 할 것 같으니까. 이상 회의 끝.”
클롭의 말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분주하게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스크린에 떠 있는 블랙번 로버스의 바르셀로나 선발 출전 명단을 지켜보던 클롭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디렉터 준석 백이라······ 같이 한번 일해보고 싶단 말이지······”
강팀의 벽(2)
“얼굴 뵙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블랙번 로버스의 단장을 맡고 있는 준석 백이라고 합니다.”
“라자르 사마르지치입니다.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는 잘 봤어요. 상당히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하시는 것 같던걸요?”
수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툴라마린 공항’ 로비.
2,200만 파운드(한화 약 332억 원)의 이적료로 우디네세에서 떠난 라자르는 우리가 호주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이탈리아에서 들어왔다.
물론 ‘이탈리아 마크론 투어’ 때 합류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라자르는 빠르게 팀에 녹아들고 싶다며 내 제안을 거절했다.
“좋게 봤다니 기쁘군요. 남은 건 당신이 로버스에서 얼마나 기량을 만개할 수 있을 지겠군요.”
“실망하시지 않을 겁니다. 전 자신 있거든요.”
02년생 독일 태생의 젊은 유망주인 라자르에게 받은 첫인상은 넘치는 자신감이었다.
‘패기 좋네. 잘 크겠어.’
그러나 나는 그 자신감이 싫지 않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블랙번 로버스의 돌풍 같은 이미지를 상징하는 것 같았으니까.
“단장님. 시간이······”
라자르와 인사를 주고받고 있을 때 잭이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이며 자신의 손목시계를 두드렸다.
“저희는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게 있어서 가보겠습니다. 라자르 선수는 선수단 전용 버스를 타고 팀에 합류하면 될 거예요.”
“아······! 네. 시간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경기장에서 뵐게요.”
“물론입니다. 데뷔전 기대하고 있을게요.”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라자르와 짧은 인사를 나눈 뒤, 곧장 캐리어를 끌고 출구 쪽으로 걸으며 말했다.
“잭. 일단 숙소부터 갈까요? 훈련장은 코치진들이 먼저 출발했으니 상관없을 거예요. 차량은 택시라도······”
숙소까지 가는 교통편을 고민하려던 찰나에 출구 쪽에선 잭이 미리 준비해놨었는지, 이미 ‘Uber Taxi’라 적힌 검은색 중형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언제 준비해둔 거예요?”
“미국에서 출국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놨죠. 호주는 또 우버가 아닌 일반 택시는 비싸거든요.”
잭은 그 말을 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택시 기사분과 악수를 한 번 나눈 뒤, 트렁크에 우리의 캐리어들을 싣기 시작했다.
나는 마지막 남은 가방 하나까지 트렁크에 마저 싣고는 뒷좌석에 올라탔다.
“단장님 근데 안 더워요?”
아주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벌써 그의 황갈색 머리카락은 땀 때문에 이마에 달라붙을 정도였다.
“괜찮습니다. 전 더위를 그다지 타지 않거든요. 그리고 이거 여름용 정장이라서.”
얇은 소재의 재킷 소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잭이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4계절 내내 똑같은 디자인의 정장만 입으시길래······ 인제 보니 여름용, 겨울용이 따로 있으셨네요······”
“하하, 잭은 이럴 때 보면 날은 좀 우중충해도 서늘한 영국 날씨가 딱 체질에 맞는 것 같단 말이죠.”
잭의 말에 피식 웃어 보인 나는 서류 가방에서 파란색 클리어 파일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이건······?”
“잭이 맡아줘야 이적 건이에요. 숙소 도착하면 이것부터 처리해주세요. 외부 일정 체크는 제가 할 테니······.”
그러자 파일 안에 있는 서류를 꺼낸 잭이 뒷장을 넘겨 보더니, 마간을 살짝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카이우······ 어디서 들어본······”
“브라질 출신의 어린 공격수입니다. 산투스에서 뛰던 선수요.”
“아······! 기억나요. 어 근데 유벤투스 간 지 얼마 안 된 거로 아는데? 작년에 가지 않았어요?”
“네. 겨울 이적 시장에서 데려올 후보 중 하나입니다.”
“겨울 이적 시장이라······ 그······ 상대가 유벤투스인 건 알고 계시죠?”
세리에 A의 절대 강자.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배출하고 아직까지도 세리에를 호령하는 강팀인 ‘유벤투스’.
이상하리만큼 선수들을 헐값 또는 자유계약으로 사들이고 판매할 때는 엄청난 이적료 수익을 내버리는 세리에의 ‘거상’ 클럽.
잭의 물음에 나는 손가락으로 좌석의 팔걸이 부분을 톡톡 두드리며 대답했다.
“잘 알죠.”
“심지어 카이우는 브라질에서도 나름 알려진 유망주라 더 쉽게 내주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피에르가 영입할만한 기회가 있을 거라 해서요.”
“기회요?”
“네. 피에르의 정보에 따르면 아마 겨울 이적 시장 기간쯤에 큰 거 한 방이 터진다고 그때가 기회일 거라 하더군요.”
내 능력으로 볼 수 있는 건 선수들의 능력치와 특이 사항 정도다.
그리고 특이 사항에는 선수의 감정적인 부분만 나타날 뿐, 복잡하게 얽혀 있는 리그 내 사정까지는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내부적인 소스들은 가급적이면 현장에 파견된 팀원을 통해 정보를 취합하거나 수많은 찌라시성 기사들 속에서 골라내기도 했다.
“하지만······ 뭔 일이 터지던 유벤투스가 당장 스쿼드를 정리해야 할 정도로 급한 클럽이 아닌데 선수들을 헐값에 내놓을 일은 없지 않을까요?”
잭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미국에서 피에르와 통화하기 전 내 생각과 똑같았다.
아쉬운 거 없는 유벤투스가 아직 성장하고 있는 유망주를 보내버릴 이유가 없다는 것.
그러나 피에르와 통화를 한 뒤 내 생각은 바뀌었다.
정말로 카이우를 헐값에 데려올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으로······
“프로필 뒤쪽을 봐봐요.”
“······”
미심쩍은 표정으로 서류 뒷장을 확인한 잭은 황급히 서류를 덮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단장님 이거······!”
“확정은 아니에요. 피에르가 어렵사리 손에 넣은 정보라곤 하는데······ 저도 아직은 긴가민가해요.”
잭은 혹여나 택시 운전기사가 들을까 싶어 목소리를 최대한으로 낮춘 뒤 말을 이어갔다.
“이거 괜히 잘못 엮였다간 우리도 곤란해지는 거 아니에요?”
“우리는 단순히 선수를 영입하는 것뿐이라 피해올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겨울 이적 시장 기간이 와봐야 알 수 있는 거니까요.”
잭이 이렇게까지 경계하는 이유.
저 파란색 클리어 파일 안에 있던 서류는 ‘카이우 조르지’의 커리어별 기록과 간단한 스카우팅 리포트.
그리고······
조만간 세리에 A의 몇 팀들을 대상으로 한 ‘분식회계’ 의혹이 조만간 터질 예정이라는 피에르의 정보가 들어있었다.
“만약 피에르가 물어온 정보가 진짜라면······ 구단 자체에 내려지는 징계는 물론이고, 아마 소속 선수들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할 겁니다.”
“······”
“그렇게 되면 유벤투스는 더 이상의 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구단에 마음이 뜬 선수들을 매각하려 할 것이고······ 그러면······”
“······ 유벤투스가 카이우의 몸값으로 비싼 이적료를 부르지 않을 거란 말씀이시죠?”
잭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나는 창밖으로 스쳐 가는 멜버른의 풍경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뭐······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그래도 최전방 공격수 백업 자원이 부족한 우리 팀에겐 카이우 정도면 아마 꽤 괜찮은 옵션이 될 거 같으니 숙소에서 피에르와 연락하면서 사전 작업부터 해주세요.”
선수 영입을 하는 과정에는 몇 가지 과정이 있는데, 그중 좀 요긴하게 써먹을 만한 부분이 바로 구단 차원에서 관심을 표하는 방법이었다.
자신을 원한다는 클럽이 나타나게 되는 순간,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선수일수록 쉽게 흔들리기 마련이니까.
‘특이 사항에 있던 문구가 괜히 뜬 건 아닐 거란 말이지······’
나는 분주하게 서류를 살펴보고 있는 잭을 보며 카이우에게 나타났었던 ‘이탈리아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음’이란 특이 사항을 떠올렸다.
* * *
“Glory Glory Man United!”
“Glory Glory Man United!”
“Glory Glory Man United!”
“As the Reds go marching on! on! on!”
‘멜버른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두 번째 프리 시즌 경기.
이미 경기장 내엔 붉은 유니폼을 입은 유나이티드의 서포터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응원가에 맞춰 엄청난 환호가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건 뭐······ 거의 유나이티드 홈구장 급인데요?”
무려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멜버른 크리켓 그라운드’의 웅장한 외관을 보며 잭이 혀를 내두르자, 나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 티켓을 건네줬다.
“우리 쪽 좌석 예매는 잘 진행됐나요?”
그러자 잭은 가방 안에서 태블릿 PC를 꺼내 화면을 켜더니 수치화된 자료를 내게 보여줬다.
“이번 경기에서 할당받은 로버스의 서포터 석은 총 2만 석이고요. 시즌권 구매자들이 우선으로 경기 예매를 할 수 있도록 해서 현재는 18,270석 정도 채워진 상태입니다.”
“18,000석······ 나쁘지 않네요. 어차피 메인은 유나이티드니까요.”
같은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곤 해도 급이 다르다.
엄연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세계적으로 수많은 글로벌 팬을 보유한 ‘메가 클럽’이니까.
어찌 보면 우리가 유나이티드의 위상을 이용해서 기존 투어보다 더 높은 관심도를 끌어내는 거기도 했다.
“잭은 오늘 경기만 지켜보고 곧바로 숙소로 들어가서 쉬세요. 요새 피에르랑 카이우 영입 건으로 꽤 바쁜 거 같던데.”
겨울 이적 시장 전까지 가볍게 물밑작업만 해두고 천천히 구슬려볼 생각이었는데, 잭과 피에르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루이 감독의 카이우 선수 관련 인터뷰.
구단에서 이탈리아에 스카우트를 파견해서 카이우를 지켜보고 있다는 기사 소스 흘리기까지.
할 수 있는 물밑작업은 모두 다 시도해보는 것 같았다.
물론······
나 역시도 막을 생각이 추호도 없으니 오히려 좋긴 했다.
“기사 몇 개만 더 띄워보고 피에르가 현지 반응 브리핑해 주기로 했어요. 그런데 정말 피에르 일 쉬었던 사람 맞아요? 거의 무슨 컴퓨터랑 대화하는 거 같다니까요? 물어보면 바로바로 다 튀어나와요.”
“스카우트 계의 전설적인 분입니다. 아마 안 쉬었으면 지금보다 더했을걸요? 아무튼 경기는 재밌게 관람하세요.”
싱긋 웃어 보인 내가 숙소로 돌아가려고 하자, 잭이 다급하게 내 팔목을 붙잡았다.
“또 어디 가시게요······?”
“네?”
“아니 그렇잖아요. 거의 모든 경기 직관 가시는 분이 경기 안 본다는 건 분명히 다른 일 하러 가신다는 건데. 저라도 돕는 게 빨리 끝나지 않을까 해서요······”
나는 그런 잭의 손목에 가볍게 내 손을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일이 있는 건 맞지만, 잭이 있다고 해서 빨리 끝날 일은 아닙니다.”
“무슨 일인데요?”
“음······ 그냥 못 먹는 감 한번 찔러나 보려구요.”
잭이 한국 속담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씩 웃으며 숙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여깁니다. 백 단장님.”
멜버른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
선수들도 숙소로 쓰고 있는 이 호텔의 1층 로비에는 아담한 규모의 레스토랑이 있었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안으로 들어가자 창가 쪽 자리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고 있는 한 남성.
검은색 재킷 안쪽엔 하얀 반팔 티.
하얗게 센 수염과 머리카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