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08)
그러나 재킷을 입고 있음에도 탄탄한 몸이라는 걸 곧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근육질의 팔을 지닌 그는······
바로 현 리버풀의 감독인 ‘위르겐 클롭’의 에이전트 ‘마크 코시케’였다.
“이러고 있는 거 다른 사람 눈에 띠면 ‘템퍼링’이다 뭐다 해서 곤란하지 않나요?”
능청스럽게 재킷을 벗어 옆자리에 걸어둔 내가 슬그머니 자리에 앉자, 마크는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간단하게 식사하는 자리인데 뭐 어떻습니까. 단장님이 저한테 계약 관련 얘기를 꺼낸 것도 아닌데 말이죠.”
전형적인 돌려 말하기.
‘템퍼링’ 문제가 불거지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다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외치는 마크의 태도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안 그래도 이곳에 묵고 계시단 얘기 듣고 한 번 식사라도 할까 했는데 잘됐네요.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블랙번 로버스의 단장 준석 백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에이전트 마크 코시에입니다.”
사실 오늘 이 자리는 마크가 먼저 주선한 자리긴 했다.
혹시나를 대비해서 리버풀과 블랙번 로버스가 모두 경기하는 시간대에 만나기로 약속했고, 만나자고 한 이유는 대충 짐작은 갔다.
왜냐면······
처음 마크에게 연락이 왔을 때 ‘클롭’의 능력치를 살펴봤었으니까.
리버풀 FC 감독.
데이터 분석: 7
기강유지: 17
선수관리: 20
승부욕: 20
의욕을 불어넣는 능력: 13
적응력: 18
선수의 성장 가능성 판단: 20
선수의 현재 능력 판단: 20
스탭 능력 판단: 20
전술 이해도: 19
협상 능력: 20
특이 사항: 구단과의 재계약을 망설이고 있음.
특이 사항에 있는 재계약을 망설인다는 문구.
그리고 미국에서 출국하기 전 루이 감독과 나눴던 대화.
‘재계약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단장님. 남은 2년만 소화하고 쉴 생각이에요.’
‘네? 이제 블랙번 로버스가 궤도에 오르는데 어째서요?’
‘궤도에 올렸으니까 제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는 더 능력 있는 감독이 맡는 게 나을 거에요.’
‘감독님도 충분히 잘해주고 계십니다. 지난 시즌부터 수많은 선수를 영입했는데 선수들을 잘 조직해서 성적 내셨잖아요.’
‘제 능력은 제가 잘 압니다. 단장님······ 그리고 단장님이라면······ 분명히 더 좋은 감독을 찾아낼 거라 믿으니까요.’
너무나도 완강한 그의 태도에 나는 더 이상 루이 감독을 붙잡을 수가 없었고, 그제서야 왜 루이 감독이 이번 시즌에 그렇게 매달리는지도 납득이 갔다.
그에게 남은 계약 기간은 2년.
개인적으론 루이 감독이 계약을 연장해서 구단을 끌어가 줬으면 하지만, 본인의 뜻이 완고하고 가족들이 있는 프랑스를 그리워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결국 새로운 감독을 찾아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때문에 나는 클롭 감독의 특이 사항을 적극적으로 이용해볼 생각이었고, 그 첫 번째 스탭이 바로 클롭의 에이전트 ‘마크 코시케’와 대화하는 것이었다.
“자 그러면······ 못다 한 얘기들을 마저 해볼까요?”
손을 비비며 입맛을 다신 마크가 웃어 보이자, 나 역시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강팀의 벽(3)
“클롭 감독 계약 기간이 2년 정도 남았죠?”
적당한 굽기로 잘 익은 스테이크를 썰며 마크에게 묻자, 그는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
“······뭐 그렇죠. 당장은 클롭 감독이 리그에 집중하고 싶다는 입장이라서요. 블랙번은 좀 어떻습니까? 루이 감독 계약도 얼마 안 남은 걸로 알고 있는데.”
슬쩍 떠보는 마크.
아마 그도 내가 어떤 생각으로 이 자리에 나왔는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승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최대한 나중에 얘기하려고 생각 중이거든요.”
“하하! 하긴 지금 리그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는 팀이니까 그럴 만도 합니다!”
마크가 호탕하게 웃으며 와인잔을 앞으로 내밀자, 나는 싱긋 웃으며 그의 잔에 내 와인잔을 부딪쳤다.
“주목이라니······ 과찬이십니다. 그저 운이 좋았던 것뿐이죠. 그래도 덕분에 긍정적인 신호도 몇 개 오가고 있습니다.”
이 대화의 핵심은 의도의 90%는 보여주되 10%인 마지막 패는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상대가 더 급한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동등한 위치에서의 대화는 불가능해지니까.
“작년부터 지켜보고는 있었지만, 블랙번 로버스는 숨을 고를 생각이 없는 모양이네요.”
“아닙니다. 그저 좋은 기회를 잡았기 때문에 놓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것뿐입니다. 숨을 고르고 말고는 저희가 정할 부분이 아니니까요.”
“하하하! 역시 생각했던 대로 독특하십니다.”
만약 클롭 감독이 리버풀과의 계약 만료 이후 블랙번으로 온다면 그것만 한 시나리오가 없겠지만, 아쉽게도 그는 전 세계적인 명문 구단들에서 원하는 탑티어 감독.
그리고 감독 본인도 종종 인터뷰를 통해 리버풀 감독 이후엔 쉬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해서 가능성이 크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못 먹는 감이라 표현한 거긴 하지만······ 에이전트가 굳이 이런 스탠스로 나온다는 건······’
와인잔을 흔들며 물결치는 와인 표면을 보고 있던 마크는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목소리를 한 단계 낮췄다.
“백 단장님은 블랙번 로버스에 어울릴 만한 스타일을 가진 감독이 누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아···! 오해하진 마십시오. 그저 단순한 호기심일 뿐입니다. 아시아인 최초로 프리미어 리그 단장까지 올라선 백 단장님이 보는 견해를 여쭤보고 싶은 거죠.”
원하던 질문이 나왔으니, 굳이 내 쪽에서 받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나는 쥐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톡톡 닦아내며 답했다.
“견해라······ 제 좁은 견해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더 큰 물에서 놀기 위해선 트렌드에 맞는 압박형 전술을 추구하는 감독이면 블랙번 로버스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압박.
이 단어만큼 클롭 감독을 잘 표현하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다.
현재 전 세계 어떤 팀이든 선택하는 전술.
아니, 이제는 기본이 되어버린 전술적 포인트. 압박.
경기의 주도권을 쉽게 가져올 수도 있고 상대의 역습을 조기에 차단하며 운영을 방해하는 압박은 클롭 감독이 감독 생활을 하면서 항상 강조했던 부분이었다.
“압박····· 좋죠. 요즘 또 전방 압박을 통해 경기를 풀어내는 게 기본이 된 시대기도 하니까요.”
“어느 시대에나 압박은 중요한 전술적 포인트긴 했지만, 저 역시도 지금 시대가 그 압박이 체계화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날카롭네요. 그런데 그런 포인트까지 하나하나 생각하시며 구단을 운영하시는 거면 역시 블랙번 로버스는······”
마크가 눈을 살짝 치켜뜨며 은은한 웃음을 머금자, 나는 깍지 낀 양손을 턱 쪽에 받치며 대답했다.
“네. 로버스가 노리는 건 과거의 영광을 뛰어넘는 것. 그리고······ 손에 넣지 못했던 트로피를 따오는 것입니다. 제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거구요.”
* * *
-A lot of tension! I think I can hear the kicker’s heart beat all the way here!
-Fernandes······!
-Fantastic shot to the right corner of the goal! Fernandes leads United to victory!
클롭의 에이전트 마크 코시케와의 식사가 끝난 뒤 숙소로 돌아온 내가 TV를 켜자 유나이티드의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페널티 킥을 성공시키고 포효하는 모습이 잡히고 있었다.
스코어는 3 대 1.
직전 시즌 아약스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에릭 텐 하흐’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르셀로나보다 쉬울 것 같았던 그들이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프리 시즌 첫 경기를 환상적인 역전 골로 승리를 장식하며 기세를 탔다지만, 여전히 강팀이란 벽은 높았던 모양.
카메라에서 수만 명의 유나이티드 팬들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유나이티드 선수들.
거기에 비견되게 고개를 푹 떨군 채 그라운드 중앙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로버스의 선수들.
나는 다소 올라온 취기 때문에 소파에 걸터앉으며 옅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 유나이티드까지는 이겨볼 만했던 것 같았는데……’
남은 시간은 고작 5분.
축구에선 단 몇 초만 있어도 골을 넣을 확률이 존재하긴 하지만, 킥오프가 재개되고 볼을 돌리며 굳히기에 들어가는 유나이티드의 모습을 보니 이번 경기는 패배가 확실해 보였다.
‘그래도 괜찮아. 전승으로 프리 시즌을 마무리할 거라곤 생각 안 했으니까.’
오히려 지금 텐 하흐 감독의 유나이티드에 패배했기 때문에 리그에서 만났을 땐 더 달라진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어차피 이번 프리 시즌 블랙번 로버스의 컨셉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였으니까.
이런 쓰린 패배를 경험해봐야 본경기인 리그에서 만났을 때 기가 막힌 카운터 펀치를 꽂아 넣을 수 있지 않겠는가?
-Edon!!!
-Fantastic Defense!
-삑! 삑! 삑!
경기 종료 막판 우측 윙포워드로 선발 출전한 에돈 제그로바의 환상적인 돌파에 이어지는 슈팅.
그러나 아쉽게도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데 헤아’의 선방에 막히며 그대로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불었다.
기뻐하는 유나이티드의 선수들.
반면에 아쉬워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로버스의 선수들.
그러나 후반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로버스 선수단의 모습을 보며 나는 옅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챔피언십에서 허덕이며 암흑기에 빠진 그런 팀이 아니라는 걸 전 세계의 축구 팬들의 눈에 각인시켰으니까.
경기 종료 직후 TV 화면에 나오는 각 팀의 세부 데이터를 보며 어떤 식의 흐름이었는지 유추해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경기장으로 돌아가는 화면.
그리고 돌아간 화면에서 보이는 유나이티드의 팬들이 씁쓸한 표정으로 터널로 향하는 로버스의 선수단에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소파 옆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놨었던 태블릿 PC를 통해 선수단의 히트맵이나 교체 선수들까지 확인해 보려고 했던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보통 다른 팀 팬들이 박수를 쳐 줄 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경기력이었다는 거니까.
그리고 또······
블랙번 로버스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무시할만한 팀이 아니라는 걸 인정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화면을 보며 숨을 한 번 크게 고른 나는 싱긋 웃어 보이며 태블릿 PC를 침대 옆 책상 위에 조심스레 올려뒀다.
‘수확이 적은 경기는 아니었네······ 이 정도면 만족한다······ 오늘은 좀 쉬자······’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얘기가 벌써 끝난 거야?”
그랜드 하얏트 호텔 뒤쪽에 있는 분위기 좋은 정원.
백 단장과 가벼운 탐색전을 마친 마크가 와인 때문에 살짝 붉어진 얼굴을 한 채 선선한 바람을 맞고 있자, 그의 뒤쪽에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리버풀의 감독인 ‘위르겐 클롭’.
리버풀을 상징하는 로고가 새겨진 반팔 셔츠에 붉은색 모자를 푹 눌러쓴 그는 마크의 옆에 앉아 다리를 꼬며 말을 이어갔다.
“정말 밥만 먹고 온 건 아니지?”
그러자 마크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지. 음식 맛은 기억도 안 나. 로버스의 붉은 장미 향에 취해서.”
“장미 향?”
“꿀벌들이 계속 꼬이는 이유를 알겠더라고. 백 단장. 그 사람 반은 미친 게 분명해.”
그 말을 들은 클롭이 자신의 덥수룩한 수염을 만지작대며 그 의미를 곱씹어보고 있자, 마크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때 그랬지? 백 단장이랑 같이 일하면 재밌을 거 같다고.”
“그랬었지?”
“어떤 재미를 원하는 거야? 익숙한 재미? 아니면 새로운 재미?”
마크의 의미심장한 물음에 클롭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