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14)
아래쪽으로 스크롤을 내리자 가운데쯤에 보이는 조던 화이트의 프로필.
프로필을 클릭하자 환하게 웃고 있는 조던 화이트의 얼굴.
그 옆에는 서서히 나타나는 그의 능력치 창을 본 나는 웃음이 절로 지어질 뿐이었다.
* * *
‘단장님처럼 해야 해.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치밀하게 선수를 설득해야 해······’
메모지를 잃어버렸다는 걸 알아차린 빌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서 일단 되는대로 조던 화이트를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드디어 빌과 마주하게 된 조던 화이트.
전술 브리핑 시간이 끝나고 트레이닝센터 1층 로비에 있는 작은 테라스에서 만난 조던 화이트는 이미 에이전트에게 소식을 들어 빌이 어떤 말을 하려는지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백 단장이 아닌 운영팀의 빌이 왔다는 건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라 조던은 지금의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할 얘기가 뭐죠?”
싸늘한 조던의 목소리.
그러나 빌은 백 단장이 자신에게 맡긴 이 일을 무조건 완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조던 화이트 선수에게 뉴캐슬 측에서 공식적으로 오퍼가 들어왔습니다. 이적료는 1,500만 파운드에요.”
“······ 방금 연락받았습니다. 구단과의 합의가 끝나면 아마 지금 받는 주급의 2.5배 정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요.”
빌은 여기까진 예상하고 있었다.
조던 화이트가 이미 에이전트에게 연락받았을 것도.
그리고 이적할 때부터 꽤나 문제였었던 그의 주급 관련으로 얘기를 풀어나갈 것도.
‘침착하자······ 단장님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늘 협상테이블에서 항상 최적의 답안만을 내놓았던 블랙번 로버스의 백 단장.
영입 회의 때도 반대 의견이 쏟아지는 선수들도 어째서 그 선수를 데려와야 하는지, 장기적인 이유와 단기적인 이유를 논리적으로 펼치며 설득했었던 자신의 롤모델.
빌은 백 단장의 그런 모습들을 곁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쭉 지켜봐왔고, 그의 머릿속엔 그 모습들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단장님이었으면······ 아마······’
크게 숨을 고른 빌은 옅은 미소와 함께 조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조던 화이트 선수가 블랙번 로버스에 계속 남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
빌이 생각했던 백 단장이라면 내놓았을 답.
그건 지금 스쿼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조던 화이트가 블랙번 로버스에서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
그리고 블랙번 로버스가 이번 시즌 어떤 비전성을 선보일 예정인지를 각인시켜주는 것이었다.
“저쪽에서 제시할 주급이 지금 받는 주급의 2.5배가 넘는데도요?”
조던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따지듯 되묻자, 빌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때로는 돈이 전부가 아닐 때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지금의 블랙번 로버스의 가치라고 전 확신해요.”
그러자 조던은 마치 셰필드에서 이적하기 직전 만났던 백 단장과 같은 모습에 신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들어보겠습니다. 블랙번 로버스의 그 가치를.”
정규 시즌 개막(1)
“그 가치를 설명하기에 앞서······ 뉴캐슬에는 조던 선수의 자리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자리가 없다는 건······?”
“말 그대로입니다. 지금 뉴캐슬의 중원은 포화상태에요. 심지어 같은 롤을 소화하는 붙박이 주전선수도 아직까지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구요.”
“······”
빌의 분석에 조던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기마랑이스, 조엘링톤, 션 롱스태프, 조 윌록. 당장 조던 선수가 뉴캐슬로 가면 경쟁해야할 선수들입니다. 그 중 조엘링톤은 세컨톱이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할 수 있다곤 해도 나머지 3명의 주전 자원들은 에디 하우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선수들입니다.”
21-22시즌을 기점으로 완벽한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으로 거듭난 ‘조엘링톤’.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온 차기 브라질 국가대표 미드필더 라인을 책임질 ‘브루누 기마랑이스’.
그리고 뉴캐슬에서 키워낸 성골 유스 ‘션 롱스태프’와 임대로 왔을 때 좋은 폼을 보여 완전 이적으로 데려온 ‘조 윌록’까지.
얼핏 봐도 잘 짜여진 중원 조합에 조던 화이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빌은 이런 부분들까지 조던 화이트가 이미 알고 있을거라 추측했다.
뉴캐슬의 중원 선수들의 이름을 쭉 나열하자 미간이 살짝 찡그려지는 조던. 그 표정은 그가 뉴캐슬로 향하면 주전 경쟁에 시달릴 거라는 걸 알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하지만 블랙번 로버스는 달라요.”
“······”
“조던 화이트 선수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자리는 블랙번 로버스에 있습니다. 앞선 프리 시즌 경기들도 모두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거구요.”
빌의 말에 조던은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알고는 있었다.
이번 시즌까지는 큰 부상만 아니라면 붙박이 주전으로 1군 스쿼드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꽤나 만족스러운 경기력으로 구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그러나 조던이 진짜 이적을 감행하려던 이유는 출전 시간 때문이 아니었다.
조던은 숨을 깊게 내쉬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 누른 채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
“이번 시즌이 아닌 향후 시즌들을 고려해 본다면 제가 블랙번 로버스에서 남아있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섭니다.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는 건 딱 질색인지라······”
조던은 자신이 지난 시즌 자신과 함께 블랙번 로버스를 압도적인 성적으로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시켰던 ‘알렉스 페드로’, ‘케빈 호프만’ 같은 젊은 자원이 아니라 생각했다.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길어봐야 3년. 어쩌면 당장 다음 주부터 생각한 데로 플레이할 수 없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하루하루 훈련할 때마다 느껴집니다. 제가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기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요.”
“······”
“그런 고민에 빠질 바에는 서브 자원으로 교체 출전하면서 인상된 주급을 받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그 말과 함께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조던 화이트.
빌은 그 표정을 보자마자, 머릿속에서 조던을 설득하기 위해 차근차근 구축하고 있던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변수다. 선수의 의지가 꺾였어······’
구단에 불만이 있어서 떠나는 게 아닌, 자신의 기량에 대한 불확실성을 ‘주급 인상’이라는 안정적인 보험으로 메꾸려 하는 그의 모습은 어떤 설득도 먹힐 것 같지 않았다.
‘단장님······ 도대체 어떻게 해야······’
빌이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크게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문득 떠오르는 조던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블랙번 로버스의 그 가치를.’
자신의 기량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안정적인 보험을 택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굳이 자신과 대화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빌.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조던은 붙잡아주길 바라는 거야. 자신이 쓸모있는 선수라는걸. 단장님의 플랜에 들어있는 선수라는걸 알고 싶어 하는 거였어······!’
결론에 도달한 빌은 간단하게 목을 가다듬으며 짧은 침묵을 깼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엔 조던 화이트 선수의 현재 몸 상태는 매우 좋다고 생각해요. 그건 매 경기 지켜보는 제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
빌은 시간이 날 때마다 블랙번 로버스의 경기를 항상 챙겨봤었다.
그가 경기를 꾸준히 챙겨봤었던 이유는 선수들의 세일즈 포인트를 잡기 위해서.
홍보 마케팅 쪽에서 일하는 그에게는 구단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구단의 수익적인 측면을 끌어 올리는 것이 더 중요했었다.
그랬던 빌이 가장 좋아했던 선수가 바로 ‘조던 화이트’.
구단에 온 지는 이제 두 시즌 차인 선수긴 해도 투지 넘치는 플레이, 주장 단으로써의 리더십, 그리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플레이가 젊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전문 3선 미드필더는 아니지만, 항상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누구보다 수비 가담에 적극적인 조던 화이트 선수는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서포터들이 좋아하는 선수예요. 그런 선수를 기량이 조금 떨어질 것 같다고 구단 차원에서 내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깊은 고민에 빠진 듯 아랫입술을 잘근 깨무는 조던. 그러자 빌은 자신의 눈앞에 손가락 두 개를 피며 말을 이어갔다.
“2년. 백 단장님이 판단하신 조던 화이트 선수가 현재 기량을 유지할 거라 보는 최대 기간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 말과 함께 손가락 하나를 더 펴 보이는 빌.
“3년. 지금으로부터 3년입니다. 적어도 전 조던 화이트 선수가 3년 안에 프리미어 리그 베스트 미드필더 자리에 들어갈 거라 확신합니다.”
단순히 그를 붙잡기 위한 사탕발림이 아니었다.
빌은 정말로 ‘조던 화이트’가 현재의 기량이 끝이 아닌 더 발전된 기량으로 리그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거란 확신이 있었다.
“말은 고맙지만······ 현재 실력으론······”
“아뇨. 지난 시즌보다 올해 프리 시즌에서 보여주는 폼이 더 좋아졌습니다. 물론 팀이 기세가 좋기도 하고 좋은 선수들의 보강이 주된 이유기도 하겠죠. 그러나.”
“······”
“매일 정규 훈련이 끝나고도 훈련장에 남아 개인 트레이닝을 소화하며, 누구보다 늦게 훈련장을 나가는 조던 화이트 선수의 그 의지가 해낸 거라고도 생각해요.”
팀에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매일 가장 늦게 훈련장을 빠져나갔던 조던 화이트.
루이 감독과 일부 코치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프런트 직원 ‘빌’이 그 모습을 쭉 지켜보고 있었다고 하니 조던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의 노력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누군가가 알아주고 있었다는 거니까.
빌은 백 단장이 출국하기 전 줬었던 ‘조던 화이트’의 재계약 파일을 가방에서 꺼내 그에게 건네주며 마지막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지금 블랙번 로버스에겐 ‘조던 화이트’ 선수가 꼭 필요합니다.”
재계약 기간은 2년.
그리고 주급도 15% 인상된 제안이었다.
짧은 침묵이 트레이닝 센터 내에 있는 테라스를 감쌌고, 결심을 굳힌 조던은 파일 안쪽에 끼워져있던 볼펜을 집으며 말했다.
“빌. 전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도록 더 노력해야겠군요.”
재계약 서명란에 자신의 서명을 휘갈긴 조던이 씩 웃어 보이자, 그걸 지켜보던 빌 역시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제 공항.
피우미치노 국제 공항으로 부르기도 하는 이곳에 도착한 나는 입국 수속을 마친 뒤 로비에서 나를 마중 나온 잭과 합류했다.
“장시간 비행 피곤하시죠? 숙소와 트레이닝 센터 점검은 이미 마쳤습니다. 트레이닝 센터 야간 대여 기간은 협의가 안 돼 있다고 체크되 있어서 그 부분은 바로 잡아놨고요.”
“대신 처리해줘서 고맙습니다. 유벤투스 측이랑은 대화해 봤나요?”
그러자 잭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대화는 해봤지만, 아직 미적지근한 반응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저쪽도 아직 다 긁지 않은 복권을 우리에게 넘겨주고 싶은 마음은 없을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지금은 이렇게 주시하고 있다는 액션만 취해주면 됩니다. 어차피 시간은 우리 편이니까요.”
이탈리아 검찰이 유벤투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확정적으로 공표하는 건 시간문제였고, 아마 기다리고 있으면 유벤투스 측에서 알아서 우리에게 다시 연락을 줄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카이우 선수 측에서도 이적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어서 아마 그때가 되면 잡을 생각도 없겠지.’
공항 앞에서 대기 중인 택시 트렁크에 캐리어를 싣고, 뒷좌석에 올라타자 잭 역시 내 옆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샬럿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브리즈번 로어와의 구단 협상이 완료됐다고 합니다.”
“꽤 빨리 답이 왔네요. 적어도 프리시즌은 끝나고 나서 답이 올줄 알았는데.”
호주에서 발견한 쏠쏠한 재능의 센터백 자원.
제이슨 듀크.
‘브리즈번 로어’에서 제이슨의 이적을 허가하긴 했더라도 아직 그의 대체자원을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의외였다.
“아마 공격진 보강을 서두르고 있어서 거래를 조금 앞당기는 모양이에요.”
“그렇군요.”
“이적료는 280만 파운드(한화 약 42억 원)에 2년 분할 지급입니다.”
예상했던 이적료보다 20만 파운드가 더 저렴했다.
‘아마 샬럿이 또 흥정에 성공한 모양이군······’
샬럿의 귀신같은 흥정 재능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고 있자, 잭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며 말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