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17)
‘블랙번 로버스 개막전 첼시를 상대로 2대1 역전승······ 크······ 진짜 매서워졌다니까 팀이?’
런던에 있는 브런치 카페.
그곳에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코끝에 살짝 걸쳐 내린 뒤 핸드폰으로 스포츠 기사를 챙겨보고 있는 남성이 있었다.
그는 접시 위에 남은 샌드위치를 한입에 털어놓곤 손가락에 묻은 빵가루를 쪽쪽 거리며 빨았다.
악성 곱슬머리를 보유한 이 남성의 이름은 ‘칼 뮐러’.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그룹(SEG)에 소속된 에이전트이자, 페네르바체의 신성 ‘아르다 귈러’의 담당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런던까지 직접 온 이유는 딱 하나.
역 오퍼를 넣은 구단에서 긍정적인 답을 보낸 곳이 프리미어 리그 소속 팀들이었기 때문.
물론 다른 팀들의 대답도 기다리고 있는 처지긴 하지만, 가장 빨리 답이 왔다는 건 귈러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는 것이기 때문에 칼은 직접 프리미어 리그 구단과 대화를 해보기 위해 런던까지 단숨에 날아왔다.
‘그런데 다른 곳은 흥미가 있다 정도긴 한데······ 로버스는 확실히 다르네. 역시 수장이 바뀌어서 그런지 감각적으로 치고 들어오네.’
칼은 블랙번 로버스에서 온 제안을 봤을 때, 그들이 귈러 영입을 위해 강수를 두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그들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것으로 ‘아르다 귈러’라는 특급 신성을 손에 넣으려 했으니까.
그리고 이런 판단을 과감하게 내리는 백 단장의 안목도 꽤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귈러가 받는 연봉이 적으니까 8년이라는 장기계약을 제시해서 FFP에 반영되는 장부상 지출을 유예하려는 건 참 신박하단 말이지······.’
그 생각과 함께 샌드위치값 계산을 마친 칼은 가게 밖으로 나와 우중충한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블랙번 로버스부터 가볼까······? 한번 만나보고는 싶은데. 이렇게 바쁘게 머리를 굴리시는 분이 누구인지.”
편법과 묘수는 깻잎 한 장 차이(2)
“뷰가 좋네요.”
단장실 창문을 통해 탁 트여 보이는 ‘이우드 파크’의 그라운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그 경치를 보고 있는 남성은 ‘아르다 귈러’의 에이전트 ‘칼 뮐러’였다.
나는 홍차가 담긴 머그잔을 소파 쪽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현장 소리가 잘 안 들릴 뿐이지, 경기 관람하는 데 이만한 명당도 없죠.”
그러자 천천히 소파 쪽으로 다가오며 싱긋 웃어 보이는 칼.
“이곳에서 경기를 자주 보시나 보군요.”
칼의 물음에 잠시 뜸을 들인 나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 대부분은 직관하는 편이긴 했지만, 여기서 보나 직접 가서 보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았으니까.
칼은 소파에 앉아 홍차를 한 모금 음미하더니 은은한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어갔다.
“제가 잉글랜드로 들어온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알고 있다마다.
다만 귈러 측의 행동이 너무나도 빨랐다.
‘어차피 평생 페네르바체에 뼈 묻을 일은 없으니까. 미리미리 간을 보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이적을 추진하고 있는 건지 애매해······’
말없이 홍차를 음미하며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칼은 들고 있던 머그잔을 내려놓으며 자세를 바로 앉았다.
“그렇다면 우리 선수에 대한 블랙번 로버스의 구체적인 제안을 들어보고 싶은데요.”
나는 가볍게 숨을 한 번 고른 뒤, 다리를 꼬며 말했다.
“그전에 한 가지 확실하게 해둬야 할 게 있을 것 같은데요.”
“확실하게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아랫입술을 삐죽 내미는 칼.
“귈러 측이 구상하고 있는 이번 시즌 구상 말입니다.”
“······”
“여름에 움직이고 싶은 겁니까, 겨울에 움직이고 싶은 겁니까?”
“하하, 이런 원초적인 질문은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저희에겐 꽤나 중요한 사안이어서요.”
“움직이는 시기에 따라 전략을 다르게 세우셨다는 걸로 들리는걸요······?”
칼의 물음에 말없이 씩 웃어 보이자, 그는 가볍게 손뼉을 한 번 치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좋습니다. 어떤 플랜을 세워두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걸 들으려면 우리도 패 하나를 까야겠죠?”
“······”
그러자 순식간에 여유 넘치던 표정에서 날카로운 협상가의 표정으로 뒤바뀌는 칼.
“목표로 하는 건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페네르바체를 빠져나가는 겁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목표가 여름 이적 시장에서의 탈출이 아니라면 굳이 에이전트 쪽에서 이렇게 빨리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귈러 같은 핫한 유망주는 꾸준히 뛸 수 있는 클럽에서 경험을 쌓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으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움직인다는 건 페네르바체 측과 상당히 틀어졌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름이라······ 페네르바체에 남아 꾸준하게 선발 출장하며 경험을 쌓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하하, 백 단장님은 귈러가 구단에 잔류하기를 바라시는 것 같이 말씀하시는군요.”
칼이 은근슬쩍 나를 떠보는 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여기선 굳이 의도를 숨길 필요가 없었다.
원하는 걸 얻으려면 상대가 혹할만한 패는 보여주는 것만큼 효과적인게 없으니까.
“귈러 선수의 이적이 늦을수록 블랙번 로버스에게 기회가 더 생기는 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귈러 선수를 데려올 만한 자금이 없어요.”
“······”
“정확히는 귈러의 바이아웃인 2,800만 파운드(한화 약 430억 원)를 맞출 수가 없는 거죠.”
“‘당장’이란 말씀은······”
칼의 물음에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겨울에는 움직일 수 있다는 거죠.”
그러자 신중한 표정으로 고민에 들어간 칼.
아마 그의 머릿속에선 겨울 이적을 통해 자신들이 어떤 이득을 얻어낼 수 있을지를 열심히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어차피 페네르바체는 바이아웃의 미만인 금액에 귈러를 넘길 생각이 없을 겁니다. 그건 칼이 더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
“17세의 어린 유망주에게 선뜻 2,800만 파운드를 지불하는 곳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프리미어 리그 소속 클럽들은 지출을 꽤 크게 했으니까요.”
1억 파운드(한화 약 1,550억 원)를 지출한 블랙번 로버스가 여름 이적 시장 지출 랭킹 TOP 7에 겨우 걸쳐 있을 정도로 치열했던 여름 이적 시장.
이미 귈러의 행선지로 찍어둔 곳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자, 칼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그러나 다시금 태연하게 일관된 표정을 유지하는 칼.
“마치 귈러의 차기 행선지를 미리 알고 하시는 말씀같이 들리는군요.”
“하하하! 그럴 리가요. 저는 단순히 귈러 정도의 재능이면 갈만한 곳들을 추려서 말했을 뿐입니다. 그 정도 바이아웃을 부담 없이 지불할 만한 사이즈는 프리미어 리그나 라리가 상위 팀들 정도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거든요.”
“참······ 묘한 사람이네요. 백 단장님은······. 좋습니다. 귈러가 겨울 이적 시장까지 페네르바체에 잔류하면 블랙번 로버스는 우리에게 어떤 걸 제시할 수 있죠?”
더 이상 떠봐야 돌아오는 건 없다고 판단했는지 칼은 본격적인 주제를 꺼내며 화제를 돌렸다.
칼이 미끼를 물자, 나는 싱긋 웃으며 단장실 책상에 올려놨었던 서류 몇 개를 들고 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말로 하는 것보단 보면서 설명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준비해봤습니다. 가장 위에 있는 것이 블랙번 로버스에서 귈러 선수가 맡게 될 롤과 관련된 서류입니다.”
롤. 쉽게 말해서 선수가 경기중에 소화하는 전술적 포인트.
이미 귈러의 영입을 고려해보기로 한 시점에서 루이 감독과 그를 어떤 식으로 쓸지 얘기는 해두었기 때문에, 지금 칼에게 내민 서류는 블랙번 로버스가 공식적으로 귈러 측에게 약속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른쪽 윙 포워드에 측면 미드필더······ 여차하면 좌측 윙 포워드까지······”
서류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칼이 자신의 턱수염을 매만지며 중얼거리자, 나는 홍차를 한 모금을 음미하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단순히 선수가 원하는 포지션에서 뛸 수 있게 해주는 것만 약조해 드리는 게 아닙니다. 귈러 선수에게 정말 중요한 건 이적 후에도 출전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냐겠죠.”
“······”
“현재 블랙번 로버스는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주전급 자원들을 대거 영입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전급 자원. 백업 선수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귈러 선수가 온다면 백업으로 차근차근 경기에 출전하며 리그에 적응을 도울 것이고, 선수의 성장세에 따라 주전 자리도 보장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자 칼은 코웃음 치더니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뻔한 얘기군요. 리그 적응까진 백업으로 적응에 성공하면 차근차근 출전 시간을 늘려주겠다. 반대로 말하면 적응에 실패할 경우는 임대 이적을 전전할 것이 뻔하지 않습니까.”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유망주인 귈러의 대우가 너무 박하다고 생각했는지, 언성이 다소 높아진 칼.
‘의외로 자기 수당만 챙기는 사람은 아니군······’
칼이 이번 이적에 대해 생각하는 가치관을 알아보기 위해 슬쩍 떠봤는데, 예상외로 쉽게 그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적 협상은 선수, 에이전트, 양측 구단이 모두가 참여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세밀한 분석은 필수니까.
나는 들고 있던 찻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칼을 진정시켰다.
“진정해요. 칼. 드리고 싶은 얘기는 그런 게 아닙니다.”
“······”
“현재 귈러에게 관심을 가지는 클럽만 해도 적게는 여섯 곳. 많게는 열 곳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과연 이 구단 중에서 귈러 선수에게 자신 있게 주전 자리를 보장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
“있다고 하면 전 과감하게 그 구단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곤 해도 이제 막 프로 무대에서 뛰기 시작한 17세의 어린 선수에게 그런 조건을 내거는 건 단순한 사탕발림에 불과하죠.”
이제는 덤덤한 표정으로 얘기를 듣는 칼.
다른 구단과의 차별화된 점을 더 늘어놓을 순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그가 내려놓았던 서류의 가장 밑부분을 가리켰다.
“현재 구단에서 키우고 있는 유망주들의 현주소입니다. 임대를 간다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최우선으로 찾아드릴 수 있고, 구단의 1군 훈련에 참여한다면 루이 감독이 충분한 교체 시간을 부여해 줄 겁니다.”
그러자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고민에 들어간 칼.
그는 단순히 빅클럽에 귈러를 이적시키고 수수료만 챙기는 속물이 아니었다. 진정으로 선수의 발전을 바라는 에이전트.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칼 뮐러’라는 에이전트에게 내린 내 평가였다.
“······ 계약 기간은 몇 년으로 생각하고 계시죠?”
시선은 여전히 서류에 고정된 칼이었지만, 그의 귀는 조건을 듣기 위해 활짝 열려 있을 것이 분명했다.
“계약 기간은 8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8년이라······ FFP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네요.”
“나쁘게 말하면 편법. 좋게 말하면 묘수죠.”
“현재 귈러가 페네르바체 측에서 수령하고 있는 주급은 2,400파운드(한화 약 380만 원)입니다. 로버스에선 주급 인상을 어디까지 해주실 수 있습니까.”
칼의 물음에 나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노란색 메모지를 뜯어 그곳에 귈러에게 맞춰 줄 수 있는 주급을 적었다.
【7,800£】
메모지를 건넨 나는 늦지 않게 말을 덧붙였다.
“7,800파운드의 주급은 첫 계약을 맺을 당시의 주급입니다. 대신 1년 단위로 주급 인상 20%를 걸어두겠습니다.”
유망주에게 걸어두는 옵션치곤 꽤 과한 퍼센티지.
하지만 귈러가 다른 클럽으로 가서 기량을 만개해 향후 블랙번 로버스의 심장부에 칼을 꽂는 것보단 우리가 그를 데려오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었다.
내 제안에 잠시 침묵하던 칼은 옅은 탄식이 섞인 한숨을 내쉬더니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주급 인상은 25%에 바이아웃 조항도 걸었으면 좋겠는데요.”
“생각해둔 바이아웃 액수가 있으십니까?”
그러자 망설임 없이 얘기하는 칼.
“6,500만 파운드(한화 약 854억 원)입니다.”
자신이 담당하는 선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자신 있게 지르기 힘든 바이아웃 금액대.
‘아무리 대규모 자본이 쏟아져 들어온다곤 해도 어지간한 확신 없이는 이렇게 못 지를 텐데······ 그만큼 귈러를 차세대 월드 클래스라고 확신한다는 거겠지.’
그러나 칼의 이런 모습을 보자, 귈러의 재능에 대한 내 평가가 점점 더 확고해지기 시작했다.
* * *
세부적인 조건까지 칼과 조율했지만, 그는 노련한 협상가답게 다른 구단과의 협상도 듣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과의 경쟁에 나름대로 자신 있었던 나는 흔쾌히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적 시장 마감 1주일 전에 추가적인 대화를 하는 것으로 1차 협상을 마무리했다.
똑똑-!
칼이 돌아간 뒤 나 홀로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들린 노크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