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24)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씩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더 고생합시다. 오늘 회의 끝입니다.”
* * *
“저 선수는 아무래도 부상을 달고 뛰는 모양이네요. 라인 브레이킹이 장점이었던 선수인데 지금은 문제가 있는지 속도가 전혀 살지 않고 있어요.”
“확실히 그렇네요······ 체크해 둘까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아마 월드컵 기간이 끝나면 저 부상이 충분히 발목 잡을 가능성이 커요.”
B조 미국과 웨일스의 경기를 보고 있는 상빈과 로만.
상빈이 볼펜 끝부분을 문 채 날카로운 눈으로 선수를 분석하자, 로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분주하게 손바닥만 한 노트에 바쁘게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들이 주시하고 있는 선수는 웨일스 국가대표팀과 풀럼에서 윙어로 뛰고 있는 ‘해리 윌슨’.
제그로바와 아센시오라는 준수한 폼을 보여주는 윙 포워드를 보유한 블랙번이지만, 전술 특성상 좌우 측면자원들의 체력 부담이 심해 백 단장은 측면자원을 보강 우선순위로 올려놨었다.
“그런데 보러 온 선수는 아니긴 한데 의외의 발견을 하나 했네요.”
메모를 마친 로만이 혀를 내두르자, 옆에 앉아있던 상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이런 선수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좀 의외에요. 월드컵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평소보다 폼이 더 바짝 올려있는 거 같기도 하고······”
신중한 표정으로 우측면에서 빠른 발로 상대 수비를 따돌리는 흑인 선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상빈.
로만은 다시 한번 볼펜을 쥐며 그에게 되물었다.
“단장님한테 보고드리는 게 좋겠죠?”
그러자 잠깐의 고민을 한 상빈이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월드컵 특수성으로 치부하기에는 꽤 보여주는 폼이 우리에게 딱 필요한 스타일이에요.”
상빈의 말이 끝나자 로만은 자신의 노트에 미국 국가대표팀에서 등번호 21번을 달고 뛰고 있는 ‘티모시 웨아’의 이름을 깔끔하게 적어넣었다.
월드컵은 기회의 장입니다(2)
25세(1997.03.22)
주발: 왼발
풀럼 FC 소속. 인버티드 윙어(오른쪽), 윙어(왼쪽), 공격형 미드필더(오른쪽), 중앙 미드필더(메짤라)
개인기: 16 드리블: 16
크로스: 15 패스: 15
퍼스트터치: 15 일대일 마크: 6
시야: 16 타고난 체력: 14
주력: 16 가속도: 16
팀워크: 12 민첩성: 16
중거리 슛: 15
특이 사항: 웨일스가 월드컵 무대에 진출했다는 것이 너무 기쁨. 오른쪽 발목 부상이 신경 쓰임.
나는 카타르에서 방금 막 도착한 해리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읽으며 그의 능력치를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해리는 부상이 확실하군······’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고 확인해보긴 했지만, 역시나 특이 사항에 부상 관련 언급이 적혀있었다.
아무래도 웨일스 국가대표팀이 6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터라 아마 해리 본인도 부상을 감내하고서라도 본선 무대에서 더 뛸 생각인 것 같았다.
‘게다가 부상 여파로 장기이던 라인 브레이킹 능력이 저하된 수준이라 하니······ 아쉽긴 하지만 해리에 대한 관심은 접어야겠군······’
현재 블랙번 로버스의 주전으로 활약 중인 ‘에돈 제그로바’가 우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 와 슈팅으로 이어가는 인사이드 ‘포워드’의 성향이라면.
해리는 똑같이 중앙으로 파고들어 오긴 하지만 반대 발을 사용하는 ‘인버티드 윙어’의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었다.
혹사당하는 측면 자원도 보강할 겸 새로운 스타일의 선수를 수혈해 상대가 블랙번 로버스를 쉽게 분석하지 않게 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그 첫 번째 후보였던 해리를 제외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나마 다행인 건 웨일스와 미국의 경기에서 상빈과 로만이 꽤 좋게 본 선수가 우측면에서도 뛸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이었다.
23세(2000.02.22)
주발: 오른발
LOSC 릴 소속. 공격수(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오른쪽), 윙어(오른쪽)
개인기: 16 드리블: 17
크로스: 12 패스: 12
퍼스트터치: 15 일대일 마크: 6
시야: 12 타고난 체력: 13
주력: 17 가속도: 17
팀워크: 10 민첩성: 17
중거리 슛: 12
특이 사항: 월드컵 무대에서 득점에 성공해 기쁨.
‘또 릴이군······’
릴에서 키우던 유망주였던 ‘에돈 제그로바’를 데려온 것도 모자라 이번엔 그나마 남아있던 측면 자원까지······
이쯤 되니 릴이 노골적인 거절 의사를 비칠 것 같아 살짝 불안하긴 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제외하고 냉정하게 판단해보자면 ‘해리 윌슨’보다는 멀티성이 떨어지긴 해도 우리에게 필요한 측면 자원의 스타일을 띠고 있었다.
무려 주력과 가속도가 17에 육박하는 빠른 발을 통한 거침없는 침투를 가져가는 공격 자원.
에돈 제그로바를 영입하기 전 릴의 경기를 볼 때도 수비 라인을 자신의 스피드로 농락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긴 했었다.
물론 그때에는 티모시보단 제그로바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게 맞다 생각해 오퍼는 하지 않긴 했지만······
똑똑-!
티모시의 능력치를 확인하며 상빈이 보내준 짤막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곁들여 보고 있을 때 들려오는 노크 소리.
“네.”
들고 있던 스카우팅 리포트를 내려놓으며 답하자 단장실 문을 열고 샬럿이 걸어 들어왔다.
“단장님. 스카우팅 리포트 또 도착했습니다.”
“그게 전부 다 리포트에요?”
그녀가 들고 있는 얇은 클리어 파일 안에 가득 차 있는 서류 뭉치들.
그러자 샬럿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단장님이 직접 스카우트 팀을 전부 파견하셨는데 당연히 하루 단위로 스카우팅 리포트가 쏟아지죠.”
그걸 기대하고 파견 보낸 거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의욕에 불탈 거라곤 생각을 못 했었다.
“그런데 스카우팅 리포트 정리는 잭과 에이미 담당 아니었어요?”
두툼한 서류 뭉치를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묻자 그녀는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단장실로 올라오다가 마주쳐서 제가 대신 전해준다고 했어요. 보고까지 하기에는 잭 얼굴이 맛이 가려고 해서······”
그녀가 그 말과 함께 잭이 안쓰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자, 내 머릿속엔 리포트 정리에 죽상일 잭의 얼굴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괜히 미안하네······’
잭에게 스카우팅 리포트 정리를 맡겼었던 이유는 내가 이적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데이터의 최신화였기 때문.
그랬기 때문에 가장 믿을만한 자원을 배치할 수밖에 없었는데, 샬럿은 그런 쪽보단 협상에 특화된 타입이라 남은 인원 중에선 잭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최선이었다.
물론 이렇게까지 수많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날아올 거라곤 당연히 예상 못 했지만……
바로 그때.
샬럿이 빈 의자를 끌고 와 앉더니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제가 지원 갈까요. 솔직히 이거 양이 좀······”
몸서리를 치며 두꺼운 클리어 파일을 책상에 내려놓는 샬럿. 그녀가 내려놓을 때 들린 묵직한 소리에 나 역시도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야겠네요. 지금이야 믿고 맡긴 보람 있게 깔끔하게 정리해 주지만, 조별 리그 막판에 들어서면 감당 못 할 것 같네요.”
“그러면 제가 오늘부터라도 잭을 돕겠습니다. 물론 단장님이 부탁하신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면서요.”
분명 나와 같은 해에 블랙번 프런트에 합류했던 샬럿이었지만, 지금은 운영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팀원으로 성장해버린 그녀.
‘볼수록 참 팀장감이란 말이지······’
지금이야 잭이 굳건하게 운영팀장 자리를 맡아 능숙하게 팀을 이끌고 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
잭이 부득이하게 운영팀장 자리를 내려놓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샬럿을 그 자리에 앉힐 계획이었다.
샬럿의 말이 끝나자 나는 클리어 파일에서 스카우팅 리포트들을 하나씩 꺼내 보기 쉽게 책상에 펼쳐 놓으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무리는 하지 마세요. 몸 버려가면서 일하는 것만큼 안 좋은 습관이 따로 없으니까요.”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샬럿.
마치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하던 걸 멈추며 물었다.
“······왜 그러시죠?”
“아뇨······ 그런 얘기를 단장님이 하시니까 의외라서요.”
“무슨 얘기요? 설마 무리하는 건 안 좋은 습관이라 했던 거요?”
“네. 단장님은 무리만 하시잖아요. 전 단장님이 퇴근하는 걸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종종 합니다. 퇴근······”
사실 아니다.
정확히는 퇴근 자체는 안 한 지가 꽤 됐다.
저번에 상빈과 함께 구단주에게 받은 거처에 들어갔던 것 말곤 또다시 구단에 마련된 숙직실에서 거의 모든걸 해결하고 있었다.
종종 퇴근한다는 소리에 샬럿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의심의 눈길을 보내자, 나는 그녀에게 아까까지 보고 있던 ‘티모시 웨아’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건네주며 말을 이어갔다.
“뭐 그런 건 굳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일단 이거 받으세요.”
“이건······?”
“이번 이적 시장 타겟 중 한 명입니다. 기존 명단과 다르게 방금 추가된 선수예요.”
“티모시 웨아······ 알고 있어요. 웨일스랑 경기할 때 득점한 선수죠?”
“맞습니다. 원래 알고 있던 선수긴 했는데, 상빈과 로만이 꽤 좋은 선수라고 평가해서 이적료가 합리적이라면 영입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릴 쪽에 문의를 한 번 해봐야겠네요.”
역시나 굳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아도 이제는 알아서 플랜을 세우는 샬럿.
어찌 보면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그걸 스스로 판단하는 것과 누군가의 지시로 진행하는 건 업무 이해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간만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아직 월드컵 기간도 많이 남았고, 후반부로 갈수록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계속해서 리스트업 될 거니까요.”
“알겠습니다. 릴 쪽에는 제가 곧바로 연락을 취해볼게요. 아······! 혹시 이 선수에게 책정해둔 이적료를 여쭤봐도 될까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볼펜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답했다.
“800만 파운드(한화 약 137억 원) 정도로 보고 있어요. 그 이상을 지불하기엔 단점도 명확한 선수라서요. 그런데 만약 릴 쪽에서 티모시를 매각할 의사가 있어 보이면, 1,000만 파운드(한화 약 156억 원)까지 제시해보셔도 괜찮습니다.”
빠른 발을 이용한 측면에서 침투하는 움직임이 좋은 선수지만, 주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심해 공격 시 제한적인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꽤 컸다.
그래서 티모시에게 적정 이적료로 책정해둔 금액이 최대 156억 정도.
만약 내가 생각한 최대 금액인 156억을 지불하고 데려온다 해도 블랙번 입장에선 최전방 공격수와 우측면 윙 자원을 모두 소화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를 데려오는 거라 충분히 이득이었다.
“그러면 선수 판매 의사가 있는지부터 알아보고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그 말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단장실을 빠져나갔다.
* * *
붉은 벽돌로 쌓아 올려 분위기 있는 벽면이 인상적인 작은 회의실.
벽면에는 ‘레알 마드리드’를 상징하는 왕관이 새겨진 로고가 박혀 있었고, 안에는 두 명의 중년 남성이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확실히 폼이 올라오긴 했네.”
한 손으론 자신의 턱을 받친 채 심드렁한 어투로 말하는 백발의 노인.
그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를 이끄는 ‘카를로스 안첼로티’ 감독이었다.
그러나 안첼로티의 옆에 앉아 있던 트레이닝복 차림의 중년 남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조심스럽게 자기 생각을 피력했다.
“올라온 정도가 아닌데요······? 이 정도면 충분히 팀에서 다시 기용해볼 만하지 않나요?”
“그래? 난 아무리 봐도 일시적인 것 같은데······”
중년 남성은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테크니컬 디렉터를 맡고 있는 ‘루이스 가르시아’.
그러나 안첼로티가 여전히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자, 가르시아는 조곤조곤 영상을 돌려보며 말을 덧붙였다.
“여기 보시면 부상 복귀 이후엔 안쪽으로 좁혀들어오는 드리블 기술이 잘 나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부상 전 좋은 폼을 유지할때로 돌아간 것처럼 드리블 성공률이 높아요.”
“대표팀에서의 전술적 차이일 수도 있지 않나?”
안첼로티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가로젓는 가르시아.
그는 또 하나의 자료를 스크린에 띄우며 말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