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27)
“아···! 릴에서 답신이 왔습니다.”
“벌써요?”
겨울 이적 시장이 시작하고 나서야 답이 올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빨라 놀란 반응을 보이자, 그녀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쉽게도 현재로선 ‘티모시’를 매각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1,000만 파운드(한화 약 156억 원)도 거절했어요.”
“흠······ 정확히 이적 자체를 거절한 건가요. 아니면 이적료에 ‘대해서’ 거절한 건가요?”
그러자 잠시 고민하는 샬럿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적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한 것 같습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
우리가 적정 이적료를 통해서 릴의 의중을 떠보는 것처럼 릴도 ‘티모시’를 어느 가격에 매각해야 할지 간을 보는 게 분명했다.
‘여기선 우리가 한 걸음 더 다가가야 진행이 되겠어.’
릴에서 거절했으니 다른 선수를 찾아보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아마 현재 월드컵에서 뛰는 선수 중에서 ‘티모시’만한 저렴한 이적료와 멀티성을 지닌 선수는 흔치 않을 것이었다.
“1,250만 파운드(한화 약 196억 원) 정도까지 인상해보도록 하죠. 그래도 받지 않는다면 다른 선수를 찾겠습니다. 그 이상은 ‘패닉 바이’나 마찬가지예요.”
사실 1,000만 파운드가 내가 그에게 매긴 상한선이긴 하지만 당장 이번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선 ‘티모시’같은 선수가 필수였다.
내 말을 작은 메모지에 받아 적은 샬럿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
“이건 오늘 아침에 우연히 들은 정보긴 한데요······”
말끝을 흐리는 샬럿.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뭔가 말하기 상당히 애매한 것 같았다
옅은 미소를 띠며 그녀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자 샬럿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에서 FFP(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 관련으로 저희를 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이상 여기까지가 블랙번 로버스의 클럽 수익과 지출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수익이 너무 부풀려져 있는 거 아니야?”
“내가 알기로 이 정도 규모의 구단이 아니었었는데······?”
스크린 옆에 마련된 단상에서 레이저 포인터를 쏘던 금발 머리의 남성이 말을 줄이자 곧바로 회의실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흠흠······!”
그리고 그 술렁거리는 분위기를 단번에 잡은 건 가장 앞줄에 앉아 있던 중년 남성.
그의 앞에는 ‘사무국장 리처드 에런슨’이란 갈색 명패가 놓여 있었다.
리처드가 목을 가다듬자 순식간에 고요해지는 회의실 내부.
그는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무테안경을 쓰더니 자신의 앞에 놓인 보고서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해리. 여기에 적혀있는 것 말고도 추가적인 요소가 있었나?”
그러자 단상 앞에 있던 짧은 금발 머리의 남성인 해리가 곧바로 대답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수익으로 잡아야 하는 부분도 몇 개 보이긴 하지만, 미미한 오차 정도입니다.”
“그래……?”
해리의 답변에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고민하기 시작하는 리처드.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사무국장인 리처드의 결정을 숨죽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
“조사 진행은 해야 할 것 같네. 어떻게 단 두 시즌 만에 이런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거기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리처드의 말에 해리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FUCK······! 야근 확정이군······’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서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는 그였지만, 퇴근하고 집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리그 경기를 시청하는 게 낙인 그로선 사실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보고드린 클럽 수익 위주로 조사 착수하겠습니다.”
“그래. 선례가 남으면 안 되니까 최대한 면밀하게 조사해줘. 아 그리고 올리버?”
“네, 넵······!”
리처드의 부름에 해리가 서 있는 단상 옆 자그마한 책상에 몸을 최대한 숨기고 있던 올리버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대답했다.
“시티 건은 어떻게 됐어?”
그러자 작은 탄식과 함께 부랴부랴 단상으로 걸어 올라오는 육중한 체형의 올리버.
그는 해리에게서 소형 리모컨을 전달받은 뒤 버튼을 몇 번 눌러 ‘맨체스터 시티 FFP 규정 위반’이란 타이틀의 PPT를 화면에 띄웠다.
“조사해본 결과 FFP 위반 혐의가 100건 이상이 넘습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요.”
“후······”
리처드가 깊은 한숨을 토해내자, 올리버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대강 닦아내며 리모컨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시티의 FFP 규정 위반 방식은 자매 회사를 통해 우회한 스폰서십 수익을 외부 스폰서의 수익인 것처럼 책정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보고 계신 게 그 정황들이구요.”
“······”
“그리고 대략 6년 동안의 감독과 선수들의 보수에 대한 세부 자료도 상당히 부족합니다.”
“시티 측에서 제공한 자료는?”
“제출하긴 했지만 거의 빈 깡통입니다. 특히 스폰서 수입, 운영 비용 등에 대한 정확한 재무 정보는 거의 제출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올리버의 보고가 끝나자 상상 이상의 스케일에 여기저기서 신음이 들려왔다.
“조사 기간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가.”
리처드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묻자, 올리버는 관자놀이 쪽을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확실하게 잡아내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면 블랙번 로버스 쪽은?”
그러자 올리버와 바톤터치를 했던 해리가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키며 답했다.
“한 달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급부상한 클럽이다 보니 표본이 적은 편입니다.”
“오케이. 블랙번 로버스 조사부터 착수하는 걸로 오늘 회의를 마치겠네. 맨체스터 시티 건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니 전담팀을 꾸려주도록 하지. 담당 조사관은······”
리처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뒤쪽에 있는 사무국 직원들을 바라봤지만 누구도 리처드와 눈을 마주치는 이가 없었다.
‘한심한 놈들······’
리처드는 속으로 혀를 차고는 스크린 쪽 단상을 바라봤다.
그러자 황급히 리처드의 시선을 회피하는 해리. 그러나 딱 한 명만이 멀뚱멀뚱 리처드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 올리버.”
“네?”
“자네가 맡아.”
“제, 제가요?”
올리버가 자신을 가리키며 되묻자 리처드는 씩 웃어 보였다.
“그래. 대신······”
“······”
“확실하게 조져. 지원은 얼마든지 해줄 테니까.”
* * *
“일만 늘었어요. 일만······ 이래서 내가 보고하는 걸 혐오한다니까? 보고만 했다 하면 일이 무더기로 쌓여 아주……!”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위치한 빌딩 옥상. 해리가 답답했는지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투덜거렸다.
“너는 한 달짜리지만······ 나는 최소 3년짜리라고······.”
해리 옆에 있던 올리버가 볼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리자, 해리는 피식 웃어 보였다.
“그러게, 누가 국장님이랑 눈 마주치래?”
“구질구질하잖아. 시선 피하는 건······”
“하여튼 이상한 신념 같은 게 있다니까? 다른 조사관들 싹 다 눈 피하는 거 보고도 그렇게 말한다고?”
“됐고.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올리버가 더 이상 듣기 싫은지 허공에 거칠게 손사래를 치며 화두를 돌리자, 해리는 자기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글쎄······ 지금 생각해둔 건 블랙번 로버스의 스폰서십들부터 파봐야 할 것 같다 정도?”
“일리 있네. 어차피 국장님도 블랙번 로버스의 이상하리만큼 불어난 스폰서십 수익을 주시하고 계신 거니까.”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생각. 솔직히 말해서 블랙번을 파본다고 해서 뭐가 나올지도 의문이고······”
해리는 블랙번 로버스를 굳이 조사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근 2년 동안 스폰서십 수익이 200%가량 뛰어오르는 등의 이상 현상이 감지되고 있긴 했지만, 사무국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범주 내의 수익들이었다.
“하긴······ 거기는 솔직히 ‘단장 놀음’이라는 게 맞긴 하지.”
올리버 역시 해리의 말에 동의하는지 벽 쪽에 등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이번에 ‘아르다 귈러’도 데려올 것 같던데.”
“귈러? 그 페네르바체 신성?”
프리미어리그 말고도 해외 리그에 관심이 상당히 많은 올리버였기 때문에 ‘아르다 귈러’의 이름이 들리자마자 올리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렇게 유망한 선수야?”
“아니 뭐······ 월드 클래스로 성장할 선수라고 장담은 못 하지만······ 거기에 근접할만한 잠재력은 있지. 일단 어린데 벌써 리그에서 선발 출장 중일 정도니까. 그런데 의외네······”
“뭐가?”
“아르다 귈러는 빅클럽 이적을 선호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 심지어 도르트문트랑 링크도 꽤 진하게 날 정도였고······”
“그래? 그러기엔 블랙번 로버스로 이적이 거의 확실해 보이던데.”
해리의 말에 올리버는 그를 빤히 바라보며 되물었다.
“아직 오피셜은 아닌 거지?”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해리.
“그럼 몰라. 내가 보기엔 도르트문트로 갈 거 같아. 그쪽이 성장하기엔 더 좋은 환경일 테니까.”
아직 도르트문트로의 이적 확률도 있는 편이라는 올리버의 의견. 그러나 해리의 생각은 달랐다.
백 단장이 블랙번 로버스의 단장으로 취임한 직후 성공시켰던 말도 안 되는 이적 딜을 생각해본다면 뭔가 귈러도 그런 케이스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이아웃이 달린 거면 블랙번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거 아니야?”
해리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지만, 올리버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이아웃이 달려있으니까 도르트문트 쪽 가능성이 더 큰 거지. 귈러 바이아웃이 얼마 안 된다곤 해도 블랙번보단 도르트문트가 재정적으로 더 풍족하잖아.”
“······”
“그런데도 만약 귈러가 블랙번 로버스를 간다면······”
“······”
“그건 진짜 백 단장이 기가 막히게 선수를 감아오는 특출난 능력이라도 있는 걸 증명하는 거지 뭐······”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듯 말끝을 흐리는 올리버.
그러나 해리는 왠지 향후 유럽 축구의 흐름에 블랙번 로버스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뭔가 백 단장이 일 한번 낼 것 같단 말이지······’
* * *
“달라는 대로 싹 다 보내주세요.”
“단장님!”
‘이우드 파크’내에 있는 구내식당.
잭의 목소리 톤이 높아지자 나는 베이크드 빈을 떠먹으며 그를 진정시켰다.
“진정해요. 잭. 그러다 선수들도 다 듣겠어요.”
선수단도 함께 이용하는 구내식당이다 보니 조금 전 잭의 행동으로 식당 내 모든 인원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쏠렸다.
“죄송합니다······.”
잭은 황급히 주변을 향해 연거푸 고개를 숙인 뒤 자리에 앉아 나에게만 겨우 들릴 정도로 속삭였다.
“이건 솔직히 상당히 무례한 거잖아요······!”
“무례할 게 뭐 있습니까. 그냥 저쪽도 하던 일 하는 거지.”
잭이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며칠 전 샬럿에게 전해 들었던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결국 2주일 뒤인 오늘.
그들은 우리에게 최근 3년간의 클럽 수익에 대한 재무 정보 제출을 요구했고, 그 요청을 직접 들은 잭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투덜거리는 중이었다.
“이건 우리가 FFP(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를 어겼다고 이미 판단 내리고 요구하는 수준이잖아요······!”
잭은 선수들에게 혹여나 들릴까 싶어서 아까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나는 사무국에서 조사가 들어온다는 거에 불쾌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회로 여길 뿐이었다.
“오히려 잘됐습니다.”
“네······?”
자신이 생각했던 답이 아니어서인지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잭. 나는 그런 잭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