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28)
“그렇게 아득바득 우리를 조사해주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니까요. 켕길 게 전혀 없는 우리로선 덕분에 규정을 준수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인 구단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 깊게 각인될 겁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우리를 주시하는 이유는 알만했다.
‘아마 근 2년 동안 클럽 수익이 높은 폭으로 뛰어서겠지······’
심지어 스폰서십 갱신도 상당해서 자칫하면 모기업이 자매 회사를 통해 우회하고 있는 걸로 보일 만했다.
“하지만 단장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달이 될지 몇 년이 될지 아무도 몰라요. 그동안 우리는 FFP 규정을 어긴 팀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써야 하잖아요. 분명 기사도 나올 텐데······”
그 말과 함께 잭이 자신의 엄지손톱을 물어뜯자, 나는 쥐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것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아마 조사 결과는 금방 나올 거니까요.”
“금방 나오다뇨······?”
“말한 대로입니다. 아마 사무국에서 원하는 건 근 2년간의 재무 정보일 겁니다. 이 기간이 블랙번 로버스의 클럽 수익이 2배가량 훌쩍 뛴 기간이니까요.”
프런트의 전반적인 업무에 손을 뻗어두는 운영팀이라 그런지 잭은 여기까진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샬럿에게는 최근 2년간의 재무 정보를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해달라고 부탁해놨어요.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로 투명하게요.”
“왜 이런 중요한 일을 저한테 말 안 해주셨어요······?”
예상외의 부분에서 섭섭해하는 잭.
나는 그런 잭의 반응을 보며 피식 웃어 보이곤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샬럿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잭은 저랑 같이 따로 할 일이 있기도 하구요.”
“그게 무슨······?”
잭이 조심스럽게 되묻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오너를 만나러 갈 겁니다.”
로테이션 자원
“괜찮겠어요? 나가서 식사라도 하면서 얘기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았는데.”
블랙번 로버스의 구단주인 시훈이 소파에 앉으며 묻자 나는 싱긋 웃어 보였다.
“저희도 그러고는 싶지만, 아시다시피 겨울 이적 시장도 대비해야 해서요.”
“아쉽네요······ 오랜만에 식사라도 같이하나 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시훈은 종종 프런트로 찾아와서 내게 식사 권유를 하곤 했다.
물론 그럴 때마다 구내식당에서 간단하게 같이 먹기는 정도로 해결하긴 했지만······.
“겨울 이적 시장이 끝나면 식사라도 같이하시죠. 하지만 오늘은 말씀드릴 것도 있고 해서······”
“쩝······. 어쩔 수 없죠. 지금 겨울 이적 시장이 가장 중요한 건 맞으니까요.”
그러자 시훈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면서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시훈이 타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전에 말씀드렸던 건 확인해 보셨습니까?”
“물론이죠.”
그러더니 시훈은 소파 옆 작은 수납장에서 ‘DHL’이라 이름 붙은 노란 봉투를 하나 꺼내 내 앞에 내려놨다.
봉투를 열고 안에 있는 서류를 꺼내자 그곳엔 경기장 증축 시공사가 적힌 명단이 들어 있었다.
“후보가 꽤 많네요?”
“이미 몇 곳과는 얘기가 진행 중이에요. 물론 김 이사님이 하고 계시지만······.”
“만약 시공사까지 결정 난다면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릴까요?”
보고 있던 시공사 명단을 내려놓으며 묻자 시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음······ 얼추 1년은 잡아야 하겠죠?”
“흠······”
조금 걸릴 거라곤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기간이 길었다.
그러나 시훈이 최대한 빨리 완공할 수 있는 시공사 위주로 선정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굳이 재촉하진 않기로 했다.
시훈 역시 블랙번 로버스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구단 자체적인 수입이 늘어난 지금이 아마 증축하기 위한 적기라고 판단했을 테니까.
그래서 내가 처음 경기장 증축을 제안했을 때,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었다.
적어도 시훈은 남들보다 더 열정적이면 열정적이지 일부 구단주들처럼 축구에 문외한인 자는 아니니까.
나는 책상에 놓인 나머지 시공사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톡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나머지 시공사와의 미팅은 잡히셨나요?”
그러자 고개를 가로젓는 시훈.
“아직요. 증축 비용부터 고려해야 할 게 꽤 많아서 김 이사님이 순차적으로 미팅 일정을 잡고 있어요.”
“그렇군요. 그럼 혹시 다음 후보군은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다음은 아마······ ‘Balfour Beatty’ 정도겠죠?”
Balfour Beatty.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영국의 건설회사.
프리미어 리그 클럽이 경기장을 증축하거나 새로운 경기장을 지을 때 시공사로 종종 언급되던 건설회사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곳이었다.
나는 ‘Balfour Beatty’의 이름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럼 이쪽 미팅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백 단장이 직접요?”
놀란 시훈의 물음에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시공사 미팅을 맡을 건 내가 아니기 때문.
“저 말고 잭이 맡을 겁니다.”
그 말과 함께 내 옆자리를 바라보자, 잭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할 뿐이었다.
* * *
“이런 건 좀 미리 말씀해주시지, 그랬어요······”
VH 그룹 영국 지사가 위치한 빌딩을 나오자마자 투덜거리는 잭.
나는 그런 잭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싱긋 웃어보였다.
“미안해요. 일종의 서프라이즈였는데. 마음에는 들어요?”
그러자 잭은 어렵사리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잭에게 시공사 미팅을 맡긴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가 예전부터 경기장 증축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던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
나와 함께 경기를 직관할 때마다 항상 이쪽 좌석은 어떤식으로 증축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세밀한 분석을 할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이번 증축 기회에서 잭에게 어떤 식으로든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런데 제가 시공사 미팅을 하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모기업 내엔 저보다 더 뛰어난 분들이 분명히 계실 텐데······”
잭의 말처럼 그룹 내에 더 전문적인 자원들이 있을 건 분명했다.
그러나.
이건 구단 프런트와도 관련 있는 일.
매 경기를 다양한 좌석에서 직관하며 꾸준하게 데이터를 쌓아온 잭이라면 그들에게도 꿇리지 않는 전문가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본인을 믿어요. 저는 잭 당신이 그 전문가들에 비해 꿇린다고 생각해본 적은 추호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었던 거구요.”
“단장님······”
나는 손목시계를 슬쩍 보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시간이 좀 늦었네요. 먼저 들어갈래요?”
“네? 같이 안 들어가세요?”
잭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만나야 할 사람이 또 있거든요.”
* * *
“여깁니다. 백 단장님.”
잭을 ‘이우드 파크’로 먼저 돌려보낸 뒤 내가 향한 곳은 맨체스터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
식당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두툼한 나무 뒤쪽 자리 쪽에서 파란색 체크무늬 재킷을 입은 검은 머리의 남성이 가볍게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손을 흔들고 있는 남성의 이름은 ‘티에리 올렉시악’.
‘LOSC 릴’의 단장을 맡고 있는 자였다.
그러자 티에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내가 내민 손을 잡으며 능청스럽게 답했다.
“제 인생의 모토는 클라이언트를 기다리게 하지 말자거든요.”
“클라이언트라······ 이적 협상을 하면서 그렇게 불려보긴 또 처음이군요.”
“하하하. 보통 그런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자, 일단 앉아서 마저 얘기할까요?”
티에리와 함께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다가와 메뉴판을 건넸다.
“여기는 등심 스테이크가 괜찮은데 어떠세요?”
이미 여러 번 와봤는지 능숙하게 메뉴를 추천하는 티에리.
나는 무난한 메뉴 추천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등심 스테이크 둘에 에그 베네딕트 한 개 부탁해요.”
“와인은 괜찮으십니까?”
“와인은······”
그 말과 함께 티에리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쇼비뇽으로 부탁해요.”
그러자 씩 웃으며 와인까지 주문을 마친 그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오늘의 본 주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나저나 예상외였습니다. 저희 쪽 선수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셔서.”
“팀에 어울릴만한 선수를 찾다 보니 릴에 소속된 선수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더군요.”
“하하! 저희 쪽 선수 중 괜찮은 자원이 꽤 많죠.”
본래 릴과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뻔했다.
‘티모시 웨아’에 대한 오퍼를 릴에서 거절했기 때문.
그러나 1,250만 파운드(한화 약 196억 원)로 이적료를 인상해 오퍼하자, 릴의 단장인 티에리는 거절 대신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역제안을 했다.
마침 영국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으니 간 김에 이번 이적 협상 건도 처리하겠다는 그의 제안에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문서를 주고받는 것으로도 충분히 협상은 진행할 수 있지만, 이적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선 직접 보고 말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으니까.
그러나 약속된 날이 다가오는 도중 카타르에 파견 나가 있는 스카우트 팀에서 현재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진 않지만, 릴 소속의 새로운 공격수를 추천했고 결국 티에리와 그 두 명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그러면 이적료가 높은 쪽부터 얘기해볼까요?”
“편하실 대로.”
너무나 능글맞은 티에리의 태도. 정말로 단칼에 이적 제안을 거절하던 사람이 맞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나는 가방에서 릴에서 뛰고 있는 ‘조나탕 밤바’의 시즌별 성적이 상세하게 기록된 프로필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두며 말을 이어갔다.
“먼저 ‘조나탕 밤바’에게는 1,550만 파운드(한화 약 247억 원)를 제시하겠습니다.”
역시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프로필에 있는 ‘조나탕 밤바’의 사진 옆에 나타나는 능력치.
26세(1996.03.26.)
주발: 오른발
LOSC 릴 소속. 측면 미드필더(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왼쪽), 공격형 미드필더(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왼쪽), 공격수(중앙)
개인기: 15 드리블: 15
크로스: 14 패스: 13
퍼스트터치: 16 오프더볼: 15
시야: 12 타고난 체력: 13
주력: 17 가속도: 17
팀워크: 10 민첩성: 17
중거리 슛: 12 골 결정력: 11
특이 사항: 공격적인 훈련이 더 강화됐으면 좋겠음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은 측면 윙어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좌우를 모두 뛸 수 있다는 장점과 유사시에는 원톱 공격수까지 소화 가능한 멀티자원.
나이도 충분히 젊은 편이고 무엇보다 빠른 발이 주 무기인 클래식한 윙어의 정석적인 능력치 분배여서 로테이션 자원으로 상당히 탐나는 자원이긴 했다.
그러나 제안을 듣고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티에리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1,550만 파운드라······ 썩 매력적인 제안은 아니군요.”
그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