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34)
“뭐였지······”
역시 첫 번째 시도는 실패.
그러나 다시 기억을 더듬거리며 두 번째 시도를 하자······
띠리링-!
문이 열렸다.
‘어우······ 먼지 봐.’
문을 열자마자 나를 반기는 건 또다시 소복하게 쌓인 먼지들.
입구에서부터 풀풀 날리는 먼지에 인상이 절로 써졌다.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집 안으로 들어간 나는 가방을 책상 위에 놓으며 집 안을 한 번 둘러봤다.
요새 영국 내 빈집털이 강도가 부쩍 늘어나긴 했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집은 역시 빈집털이들도 건드릴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청소는 해야겠······’
그러나 내 마음을 꺾어 버리는 너무나 방대한 청소량.
‘다음에 하자. 언젠가 또 오겠지······’
그때였다.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상빈이 도착한 것 같았다.
“옷을 벌써 갈아입었어요? 생각보다 너무 빠른······”
그러나 형식적인 말과 함께 문을 열었을 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상빈이 아니었다.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 헐렁한 검은색 재킷을 입고 있는 금발 머리의 남성.
그는 미간을 찡그리며 나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블랙번 로버스의 백 단장님······ 맞으시죠······?”
눈앞에 있는 남성은 누구고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려던 찰나.
“프레데릭?”
남성 뒤쪽에서 상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 * *
“미안해요. 프레데릭이 이렇게 일찍 도착할 줄 몰랐네요······.”
집안에 조촐하게 꾸며진 마당으로 들어오자 상빈은 뭔가가 가득 든 검은색 비닐봉지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내게 사과의 뜻을 비쳤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괜찮아요. 그런데 어떤 분이신지······”
그러자 상빈의 옆에 있던 프레데릭이 옅은 미소를 띤 채 손을 내밀었다.
“프레데릭 메르시에입니다. 현재 분데스리가 팀에서 스카우트로 일하고 있어요.”
“처음 뵙겠습니다. 블랙번 로버스 단장 준석 백입니다.”
짧은 인사를 마치자 상빈은 조금 전 내려놨던 검은색 비닐봉지에서 캔맥주 세 개를 꺼내며 말을 이어갔다.
“이래 봬도 뮌헨 쪽 스카우트예요.”
“뮌헨이요?”
프레데릭은 뭘 그런 걸 말하냐는 듯 상빈의 팔뚝을 툭 건드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어때. 어차피 조만간 그만둘 거면서······”
“그러면 뮌헨 스카우트 팀에서 나오시는 건가요?”
내 물음에 프레데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거든요. 계약기간도 만료되기도 했고······”
이런 얘기에 익숙하지 않은지 그는 얘기하는 내내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는 와중 상빈은 캔맥주를 따서 벌컥벌컥 마시더니 감탄사를 내뱉었다.
“크······! 역시 집에서 먹는 맥주가 진국이라니까······!”
“수고했어요. 카타르에서 힘들었을 텐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우리 스카우트 팀은 정말 방대한 양의 리포트를 보내줬다.
애초 목적은 괜찮은 백업 선수를 찾기 위해서였지만, 추후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써먹을 수 있을거라 판단한 나는 노선을 변경해서 유망한 선수들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전부 부탁했었다.
그 결과 향후 세 시즌 동안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다.
상빈은 피식 웃더니 맥주를 한 모금 더 들이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해야 했던 일이잖아요. 그리고 대부분의 선수 지정은 준석 씨가 주도했잖아요.”
“······”
상당히 힘든 파견이었을 텐데도 볼멘소리 하나 하지 않는 상빈을 보며 은은한 미소를 머금어 보이자, 그는 손가락을 튕기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뮌헨 측에 임대 문의하셨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맞아요. 중앙 미드필더 백업 자원을 찾고 있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조용히 맥주를 마시던 프레데릭에게 물었다.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그러자 프레데릭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미간을 살짝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즌 재개(2)
“티모시 웨아, 조나탕 밤바, 아르다 귈러, 마르쿠스 튀랑까지······ 쉬지를 않는구만 이 팀은······”
검은색 수트가 잘 어울리는 중후한 멋을 가지고 있는 남성이 헤드폰을 벗으며 중얼거렸다.
그의 이름은 ‘제이미 캐러거’.
프리미어 리그 ‘리버풀’의 레전드 출신이자 현재는 ‘스카이스포츠’의 해설로 활동하고 있는 자였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번 겨울 이적 시장도 영입 없이 지나갈 ‘어떤 클럽’이랑 참 비교된단 말이지······.”
그리고 캐러거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는 남성.
그 역시도 ‘스카이스포츠’에서 해설을 맡은 자였고, 캐러거가 뛰었던 ‘리버풀’과 상당한 악연이 있는 자였다.
“내 앞에서 그런 식으로 팀을 비꼬지 마. 네빌.”
캐러거 옆에 있는 남성은 ‘게리 네빌’.
‘리버풀’의 영원한 앙숙이자 프리미어 리그 최다 우승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인 자였다.
캐러거가 싸늘한 표정으로 경고성 발언을 했지만, 네빌은 아랑곳하지 피식 웃으며 하던 말을 이어나갔다.
“웁스······. 버튼을 눌러 버렸네?”
“마지막이야. 거기서 한 마디만 더하면 그 얼빵한 턱에 한 방 날려주겠어.”
그러자 네빌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했다. 그것도 방금 전 캐러거가 말했던 주제로.
“하하! 그냥 블랙번 로버스를 부러워하는 것 같아 장난 좀 쳐본 건데 왜 그래.”
네빌의 말에 캐러거는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대꾸하지 못했다. 네빌이 말한 것처럼 블랙번 로버스가 최근 이적 시장에서 보이는 행보를 캐러거는 정말 좋게 보고 있었기 때문.
“그나저나 튀랑은 첼시로 갈 것 같았는데 블랙번에서 용케도 하이재킹을 해갔네?”
네빌은 책상 위에 어지럽혀진 블랙번 로버스 자료를 훑어보며 혀를 내둘렀다.
“저번 시즌부터 느끼고 있던 건데, 유럽 대항전에 진출하지 못하는데도 이 정도로 선수를 끌어오는 특별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닐까?”
“무슨 소리야?”
“아센시오도 그렇고 파레호도 그렇고 전부 그 당시 블랙번 로버스를 택할 이유가 전혀 없던 선수들이었잖아.”
캐러거의 분석에 네빌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에는 단순히 발생할 수 있는 이적 시장 상황 중 하나라고 치부하긴 했지만, 그런 케이스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다 보니 네빌조차 슬금슬금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캐러거의 말처럼 특별한 ‘무언가’가 없다면 그렇게 쉽게 선수들을 영입해내지 못 했을 거기 때문.
“그냥······”“돈을 많이 써서 그런 거 아니냐고 말하지 마. 블랙번 재정 상태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렇게 풍족한 편은 아니라는 거.”
그러자 네빌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그 한국인 단장이 오고 나서부터 블랙번의 위상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으니까 그가 ‘특별한 무언가’를 담당하는 자가 아닐까 싶은 거지.”
캐러거는 네빌의 말을 듣자 몇몇 인터뷰 영상들에서 자신감있는 포부를 밝히던 백 단장의 모습을 떠올렸다.
해외 구단을 맡아본 경험이 전무한 자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능숙하게 구단 운영을 해내는 천부적인 모습.
그리고 매 이적 시장마다 양질의 선수를 영입해 선수단의 퀄리티를 한 층 더 끌어올리게 만드는 안목까지.
캐러거는 내심 백 단장이 ‘리버풀’에서 단장직을 맡았다면 이번 시즌 ‘리버풀’이 이렇게 무너져가는 모습을 안 보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인터뷰 보면 지금 목표로 삼는 곳이 유로파 컨퍼런스 진출권인거 같던데······”
캐러거가 자신의 턱수염을 매만지며 중얼대자, 네빌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지하게 컨퍼런스가 목표라고 생각해?”
“무슨 소리야?”
엉뚱한 물음에 캐러거가 네빌을 향해 되묻자, 네빌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무슨 소리긴······ 블랙번 로버스가 정말로 유로파 컨퍼런스 티켓 따내는 게 목표일 거 같냐는 거지.”
“아니 뭐 그러지 않겠어? 보통 그렇게 계단식으로 구단 몸집을 키워가는 편이잖아. UEFA에서 컨퍼런스 리그를 만든 이유도 그런 쪽이기도 하고······ 물론 늙은이들의 탐욕이 여럿 섞이긴 했다만······”
그러나 네빌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블랙번 로버스의 스쿼드는 컨퍼런스에서 만족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해지고 있었다.
네빌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며 말했다.
“최소 유로파. 더 높게 본다면······ 챔피언스 리그 티켓도 따낼 생각일걸?”
현재 블랙번 로버스가 리그 4위권에 안착해 있다곤 하나 2년 전까지만 해도 챔피언십에서 긴 암흑기를 보내고 있던 팀이었다.
그런 팀을 맡아서 몇 시즌 안에 유럽 대항전에 진출시키겠다는 구상을 누가 하겠는가.
“농담이지······? 아무리 기세가 좋다곤 해도······”
그리고 그건 캐러거도 같은 생각이었다.
“농담은 9위에서 허덕이는 리버풀 성적이 농담이고.”
순식간에 싸늘해지는 캐러거의 표정.
네빌은 애써 그의 시선을 회피하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기세만 가득한 팀이었다면 아마 월드컵 브레이크 이후로 성적이 떨어져야 하는데 지금 봐봐. 오히려 올랐잖아 순위가.”
리그가 재개되고 치른 세 경기.
블랙번 로버스는 수많은 전문가의 평가를 비웃듯 2승 1무라는 안정적인 성적으로 승점 7점을 추가로 쌓아 올려 이제는 3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었다.
물론 이런 부분은 캐러거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괜한 설레발은 치고 싶지 않았다.
이러다 한순간에 순위가 곤두박질치는 게 리그 경기기도 하니까.
그러나······.
아무리 그러지 않으려 해도 현재의 블랙번 로버스를 이런 매력적인 팀으로 변모시킨 건 누가 뭐라 해도 백 단장의 힘이 크다고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캐러거는 9위에서 허덕이는 친정팀 ‘리버풀’을 슬쩍 보곤 정말 많은 의미가 내포된 한숨을 푹 내쉬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정말로 단순한 돌풍에 불과한 건지······ 아니면 완벽한 부활에 성공한 건지······”
그러자 해설 부스 밖으로 나가려던 네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도 썩 인정하긴 싫지만······. 왠지 저 단장이 있는 한 돌풍이 안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 *
“샬럿. 뮌헨 쪽에서 답이 왔나요?”
아침 일찍 프런트 사무실에 간 내가 샬럿에게 묻자,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