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35)
“네. 자비처 선수에 대한 임대 이적에 동의했습니다.”
“저쪽에서 내건 옵션은요?”
“임대 후 이적 조항과 주급 보조는 30%만 해주겠다고 하네요.”
샬럿의 보고를 들은 나는 속으로 쾌재를 내질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양아치처럼 꾸겨 넣었던 주급 보조 제안.
기존 제안은 70%를 보조해달라는 파렴치한 제안을 했는데, 의외로 바이에른 뮌헨 쪽에선 자비처의 무너진 폼을 되살리기 위해 어떤식으로든 임대를 보낼 생각인 것 같았다.
‘30%만 받아도 우리한텐 어마어마한 이득이지. 자비처가 주급을 한두 푼 받는 선수도 아니고······’
자비처가 현재 뮌헨에서 받는 주급은 17만 파운드.
한화로 약 2억 6천만 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임대 후 이적 조항에 달린 이적료는요?”
“그건 옵션 발동 시 협상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역시 쉽게 놔줄 생각은 없군요.”
어떻게든 선수의 폼을 끌어 올리겠다는 뮌헨의 강력한 의지.
그러나 이것 덕분에 그나마 남아있던 불안감을 완전히 털어버릴 수 있었다.
만약 자비처가 정말 답도 없을 정도로 폼이 망가진 선수였다면 뮌헨이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신경 쓸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상빈의 지인이자 뮌헨의 스카우터로 활동하고 있는 ‘프레데릭’조차 자비처는 좋은 선수고 블랙번에서 충분히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할 정도였다.
물론 그가 영국에 온 이유가 단순히 상빈과의 만남을 위해 온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그날 그와 대화를 조금 해보면서 알 수 있었지만 말이다.
‘뮌헨 쪽에서 스카우트까지 보내면서 이렇게 열을 올리는 덴 다 이유가 있지. 그리고 폼이 무너진 것 치곤 능력치는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었잖아?’
자비처에 대한 고민을 끝낸 나는 턱을 매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일단은 뮌헨 측 제안받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옵션 발동 시 이적료 2,300만 파운드(한화 약 360억 원)라는 조건도 같이요.”
분명 추가된 조항에 대해선 거절할 것이 분명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자비처의 완전 영입에 관심이 있다는 걸 뮌헨 측에 최대한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야 자비처도 블랙번으로의 이적을 염두에 두며 최선을 다해서 뛸 것이고, 뮌헨도 판매했을 때의 이득을 따져보다 보면 없던 생각이 새롭게 생겨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알겠습니다. 뮌헨쪽에 바로 제안을 보내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샬럿이 바쁘게 타자를 치는 걸 본 내가 단장실로 가려고 할 때였다.
등 뒤쪽에서 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단장님······.”
목소리의 주인공은 잭.
홀쭉해진 볼살과 눈 밑에 진하게 펼쳐진 다크서클.
그리고 입가 주변에 핀 버짐은 그가 오늘도 야근에 시달렸다는 걸 여실히 알 수 있게 해줬다.
“오늘이죠? 시공사 미팅.”
“네······. 덕분에 일주일 동안 집도 못 가고 상당히 이색적인 한 주를 보냈네요.”
잭은 이번 경기장 증축을 위해 ‘Balfour Beatty’란 건설사와 미팅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내가 시훈에게 잭을 적극적으로 추천해서 시공사 미팅 건을 따온 것이나 마찬가지긴 했다.
“한 번 보시겠어요? 나름 준비한다고 하긴 했는데······”
잭이 품에 꼭 안고 있던 참고 서류를 내게 건네주자, 나는 빠르게 서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훑어보면서 느낀 건 역시 잭에게 이번 시공사 미팅 건을 맡긴 게 잘한 일이라는 확신이었다.
‘경기장 증축 때 벌어질 수 있는 변수 하나하나를 전부 준비했어······. 거기다 시공 비용에 대한 논의와 일정 단축 같은 세심한 포인트까지 전부 다. 이 정도면 정말 충분할 것 같은데?’
나는 잭의 노고가 가득 들어간 서류를 그에게 돌려주며 싱긋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좋네요. 이 정도면 다음 시공사 미팅 건도 잭에게 믿고 맡길 수 있겠는걸요?”
그러자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끌어 올려 기쁨을 표출하는 잭. 그러나 이내 뭔가 잘못됐다는 걸 인지했는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다음’이라뇨······?”
“아······. 제가 얘기를 안 드렸었나요? 이번에 하는 증축은 맛보기에요.”
“네?”
공포에 질린 잭의 물음에 나는 손바닥을 쫙 펴 보이며 대답했다.
“5년.”
“······”
“5년 안에 경기장 규모를 5만석 이상으로 키울 생각입니다.”
그러자 잭을 제외한 나머지 프런트 직원들조차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 * *
[BBC] 오피셜. 뮌헨 MF 마르셀 자비처. 블랙번 로버스로 임대 이적···!“으음······. 여전하시구나. 이적 시장에 바쁘신 건.”
런던의 히스로 공항에 도착한 앳된 얼굴의 청년은 핸드폰으로 블랙번 로버스의 이적 시장 기사를 보며 흡족한 듯 미소를 띠고 있었다.
청년이 공항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그의 뒤쪽에서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준비됐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군청색 패딩을 입은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성이었는데, 그는 캐리어 하나를 청년에게 밀어주며 말을 이어갔다.
“네 것 맞지?”
남성의 물음에 청년은 캐리어 손잡이에 달린 네임택을 확인해 ‘Hyun-seok Kang’이라는 이름을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즌 재개(3)
‘증축 일정 문제는 해결했고······ 남은 건······’
탁상 달력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업무 일정들을 보자 절로 나오는 한숨.
그나마 다행인 건 굵직한 일들은 제때 처리해놔서 나머지는 조금씩 시간을 투자하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업무들이라는 정도였다.
삐빅-!
머릿속으로 어떤 업무를 우선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찰나였다.
책상 위에 있던 내선 전화에서 비프음과 함께 빨간색 불빛이 번쩍였다. 불이 들어오고 있는 곳은 프런트 사무실.
나는 네모난 통화 버튼을 꾹 누르며 말했다.
“네. 단장실입니다.”
-단장님. 운영팀 샬럿입니다. 다음 시즌 선수들 임금 지불 총액 계산 끝났는데 정리한 건 메
일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그렇게 해주세요. 아 참 그리고······ 저번에 따로 부탁드렸던 건 어떻게 됐나요?”
-······.
잠깐의 침묵 뒤에 수화기 너머에선 별안간 손뼉 소리가 한 차례 들렸다.
-아! 그것도 정리는 해뒀습니다. 그런데 잭이 보충해서 보고 올리겠다고 해서요.
“그래요? 일단 알겠습니다. 다음 시즌 임금 지불 표만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녀의 대답과 동시에 모니터 하단 주소창 부근에서 ‘신규 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아이콘이 번쩍였다.
파일을 열어보자 안에는 현재 팀에 소속된 선수들, 감독, 코치진들이 다음 시즌에 수령하는 금액들이 깔끔하게 정리돼있었다.
“파일 잘 받았습니다. 그나저나 잭의 상태는 어때요?”
-잭이요······? 여전한데요······?
“가능하면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라고 전해주세요. 사소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꼭 전해주시구.”
-알겠습니다. 혹시 또 필요하신 거 있으면 바로 연락주세요.
샬럿과의 통화를 마친 나는 피식 웃으며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야심 차게 경기장 증축 시공사와의 미팅을 가졌던 잭.
그리고 생각보다 잭의 탄탄한 준비 덕분인지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한 금액대에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문제는······.
거기에 심취해서인지 잭이 시공사 측에서 일정을 3개월 뒤로 잡은 부분에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는 것.
원래 증축 일정은 가급적 최대한 당겨서 잡기로 했었는데, 잭이 이걸 놓친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잭이 프런트로 돌아오고 계약서 내용을 살펴보던 내가 곧바로 발견해서 시공사 측과 일정을 재조율해서 계획했던 일정에 맞춰서 증축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것 때문인지 잭은 어제부터 쭉 저기압인 상태였다.
아무래도 실수를 한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는 모양. 나는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주의기 때문에 그런 잭의 모습을 볼 때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일수록 실수했을 때 한 단계 성장할 가능성이 더 큰 법이니까.
그래서 나는 차기 블랙번 로버스의 단장으로 점찍어둔 잭이 이렇게 사소한 실수를 더 많이 경험하기를 바랬다.
삐비빅-!
그 순간 또다시 울려 퍼지는 비프음.
그러나 이번엔 내선 전화 쪽이 아니었다. 소리의 원흉은 책상 위에 올려뒀던 핸드폰이었다.
별생각 없이 핸드폰을 확인한 나는 오랜만에 보는 그리운 이름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발신인 이름은 ‘강현석’.
서울 유나이티드에서 일하던 시절 꾸준하게 스카우팅 했었던 측면 공격수.
그리고 서울이 리그 우승컵을 따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선수기도 했다.
“여보세요?”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선 오랜만에 듣는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장님! 저 현석인데 기억하시죠?
“물론이지. 잘 지냈어?”
-그럼요. 그런데 혹시 지금도 영국에 계신 거죠?
“그럼. 내가 갈 데가 어디 있겠어······”
-그러면 저 지금 영국에 막 도착했는데 잠깐 시간 내주실 수 있어요?
다짜고짜 영국에 도착했다는 현석이의 말에 나는 적잖이 당황하며 되물었다.
“지금 와있다고 영국에?”
-네.
현석의 대답에 나는 잠깐 고민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걸치며 말했다.
“지금은 어디야? 아직 공항이야?”
-네. 런던 히스로 공항이에요.
히스로 공항이면 지금 출발해도 3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
운전의 스페셜리스트인 샬럿의 힘을 빌린다 해도 2시간은 걸릴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가 운전하는 차에 타는 건 극구 사양이기도 했다.
나는 손목시계를 흘깃 보곤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저녁은 안 먹었지?”
-네. 이제 막 도착했거든요.
“그러면 숙소에서 짐부터 풀고 오후 7시쯤에 만나는 거로 하자. 숙소 주소는 이 번호로 바로 보내줘.”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때 뵐게요.
* * *
‘이 시간에 일하고 있지 않은 게 조금 어색하긴 한데?’
오후 7시.
원래라면 아직도 밀린 업무들을 처리하고 있을 시간.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오랜만에 그리운 얼굴을 보는 자리기도 해서 나는 쿨하게 그동안 한차례도 쓰지 않았던 반차를 냈다.
물론 반차를 쓴다 했을 때 프런트 직원들의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은 쉽게 잊기는 힘들 것 같았지만······.
뭐······ 가끔은 이렇게 리프레쉬할 때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생각과 함께 약속 장소인 ‘Bibendum’에서 현석이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딸랑-!
입구 쪽에서 은은한 종소리와 함께 그리웠던 현석이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