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40)
“아니지. 지금 시기에도 재계약을 안 한다는 건 분명히 클롭이나 구단 둘 중 하나는 마음이 떠났다는 거지.”
“너무 확신하는 거 아니야?”
“그러기에는 너도 클롭 재계약 관련 소스 들은 거 없지 않아?”
로마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괴상하리만큼 높은 적중률로 공신력 부분에선 탑으로 인정받는 ‘파브리지오 로마노’. 그에게도 들리는 소식이 없을 정도로 클롭과 리버풀의 재계약 관련 소식은 진전이 없었다.
마치 알론소의 말처럼 정말로 둘 중 하나는 아름다운 이별을 계획하고 있는 것처럼······.
알론소는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를 내려놓곤 다리를 꼬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작년부터 조금 싸하긴 했잖아? 재계약 협상이 지지부진 한 건 리버풀의 고질적인 특징이긴 하다만······”
“······”
“그래도 클롭 감독과 재계약할 마음이 있었다면 지난 시즌부터 스멀스멀 소스가 피어올라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내가 보기엔 확실해. 재계약 안 할 거 같아 이거.”
“만약에 재계약을 안 한다 쳐도 당장 갈 팀이 없잖아. 휴식기를 가지려나?”
로마노가 쥐고 있던 볼펜으로 자기 손바닥을 톡톡 두드리며 말하자, 알론소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러지 않겠어? 그동안 빡세게 달려온 것도 맞고 리그, 챔피언스 리그 우승해 볼 건 다 해봤잖아. 이제 좀 쉬다가 대표팀 감독 좀 하다가 은퇴하겠지. 예전부터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었고.”
평생 감독을 한다 해도 달성할까 말까 한 굉장한 기록.
그러나 로마노는 뭔가 클롭이 여기서 감독 생활을 마무리할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수염을 만지작대며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나는 조금 다른데······. 왠지 프리미어 리그에서 한 번 더 도전할 것 같아.”
“도전할 팀이 있어야 하지. 지금 당장 감독 경질 목전에 둔 클럽에서 부른다고 클롭이 가겠어?”
“물론 리스크가 너무 큰 팀은 맡지 않겠지. 그런데 최근 기세가 좋고 구단의 미래도 창창한 곳이라면······?”
그러자 알론소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런 팀이 있다고?”
알론소의 물음에 로마노는 신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있지. 그것도 아주 기세가 상당한 팀이······.”
그는 그 말과 함께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블랙번 로버스의 선수들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 * *
“BLOODY HELL!”“FUCKING IDIOT”
군데군데서 터져나오는 거친 욕설.
블랙번의 서포터들은 터치 라인으로 다가온 리버풀 선수를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어보였다.
물론 그럴때마다 인접한 리버풀 서포터석 쪽에서 손가락 두 개를 피는 영국식 욕으로 맞받아칠 정도였다.
‘피 말리네 이거······’
현재 후반 40분을 향해 달려가는 경기.
후반 40분까지의 경기 흐름은 정말 피 터지게 주고받는다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였다.
“제발 한 골만 넣고 어떻게 잠그면 되지 않을까요······?”
잭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모르겠네요. 지금 양 팀 공격이 너무 날이 서 있어요. 한 골 먹히면 한 골 넣고의 반복이니······”
스코어는 3:3.
‘이우드 파크’로 불러들이기도 했고,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도 완벽했던 블랙번 로버스는 득점왕 경쟁 중인 ‘아센시오’를 필두로 예리한 공격을 리버풀의 골문을 향해 퍼붓고 있었다.
물론 그건 리버풀도 마찬가지.
월드클래스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를 필두로 한 리버풀의 강력한 공격은 최근 원정 5경기 승률 100%인 이유를 여실히 보여줬다.
가슴 졸이며 경기 양상을 지켜보고 있는 그때.
리버풀 소속 ‘아놀드’의 코너킥을 끊어낸 ‘사마르지치’가 재빠르게 볼을 전방으로 패스하며 역습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어어······!”
빠르게 진행되는 역습에 주변에 앉아있는 모든 서포터들이 벌떡 일어난 상황.
시야가 가려져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마르지치의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역습이 리버풀의 골문으로 성큼성큼 전진하고 있었다.
“Break Him Down!”
최전방에서 볼을 이어받아 팀 동료들이 전진할 때까지 안전하게 버텨주는 ‘카를로스 토레스’.
그런 그를 향해 블랙번의 서포터들은 상대 수비수를 부숴버리라는 말을 서슴없이 날리고 있었다.
발 빠른 ‘제그로바’와 교체 투입된 ‘조나탕 밤바’까지 미친 듯이 달려와 만든 수적 우위.
카를로스는 망설이지 않고 우측면으로 파고드는 조나탕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패스받은 조나탕이 박스 안으로 치고 들어간 바로 그때였다.
“아!!!”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비명.
비명이 들린 직후 조나탕은 박스 안에서 정강이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고, 그건 리버풀의 수비수 코나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심판의 판정.
삑삑삑삑삑-!
조나탕이 거친 태클을 당해 넘어지자마자 선수들이 과열되기 시작했고, 주심은 일단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듯 호각을 불며 선수들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Don’t make a stupid decision, blow PK!”
“an idiotic referee!”
찰나의 시간도 기다려주지 않고 쏟아지는 서포터들의 화려한 입담.
전광판에는 이미 승부의 키포인트를 주심이 쥐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주심의 얼굴이 떠 있었다.
그는 인이어쪽에 손을 올리며 뭔가 얘기를 주고받더니 이내 휘슬 한번을 불며 양손으로 네모를 큼직한 네모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인의 의미는······
‘VAR······!’
VAR(Video Assistant Referees).
비디오 판독이었다.
육성 디렉터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숨막히는 시간.
전광판에는 주심이 비디오 판독 장치를 통해 조금 전 조나탕과 코나테의 충돌 과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돌려보고 있는 것이 송출되고 있었다.
“PK 맞겠죠······?”
긴장되는 순간이라 그런지 목소리를 부르르 떨며 묻는 잭.
나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확실하진 않아요. 보통 저런 충돌 상황에선 별의별 상황이 다 나와서······”
만약 리버풀의 코나테가 공을 먼저 터치했다 해도 스터드가 들려있거나, 고의성이 다분한 태클이라면 PK를 주는 게 맞다.
그러나.
만약 그와 반대로 코나테가 깔끔하게 공만 건드리고 귀책 사유가 없다면 PK는 물 건너가는 상황.
심지어 예매한 자리와 리버풀 진영 간의 거리가 꽤 상당해서 육안으로는 쉽게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가슴 졸이며 주심의 판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바로 그때.
온필드 리뷰를 마친 주심이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삑-!
그러고는 양손으로 네모를 큼직하게 그리더니 그대로 단호하게 리버풀의 골문을 향해 손을 내리찍었다.
‘찍었다!’
주심의 판정이 내려지자마자 원정팀 서포터석에서 터져 나오는 거친 욕설과 야유.
반면 홈팀 서포터들은 엄청난 환호를 내질러서 그런지 흡사 천당과 지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한껏 들뜬 블랙번 로버스의 서포터들과 다르게 여전히 불안한지 엄지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잭.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괜찮으려나······ 부담감이 상당할 것 같은데······’
불안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블랙번 로버스의 유일한 흠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PK였다.
이미 앞선 경기들에서 얻은 PK가 꽤 있는 편이지만 성공률은 6할에 멈출 정도로 상당히 좋지 않은 성공률.
심지어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송’은 PK 선방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최정상급 골키퍼 중 하나였다.
‘넣으면 2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번만큼은 제발······’
간절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자 아센시오, 카를로스 토레스, 파레호가 한데 모여 열띤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고 있는 그들이야말로 지금의 PK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여실히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파레호 선수가 차겠죠······? 아무래도 아센시오 선수는 저번 경기때······”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잭.
나 역시도 잭과 같은 생각. 아니 같은 마음이었다.
저번 경기 PK 실축한 아센시오보단 파레호가 찼으면 하는 그런 마음 말이다.
그리고 그 간절한 마음이 선수들에게 전달이라도 됐는지 아센시오와 카를로스는 파레호의 등을 툭툭 치며 페널티 박스 밖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키커는 ‘다니엘 파레호’.
삑-!
주심의 우렁찬 휘슬 소리와 함께 상대방 골키퍼를 노려보던 그는 크게 숨을 고르곤 그대로 천천히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그러곤 순식간에 골문을 향해 강력한 슈팅을 때려버리는 파레호.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파레호가 찬 공과 방향을 예측해 다이빙을 뛴 알리송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와아아아-!!
* * *
“진짜 이런 경기가 계속 나오면 직관 못 다니겠어요. 심장 마비로 죽을 뻔했다니까요······?”
나는 경기장 내에서 산 핫도그를 우물거리며 하소연하는 잭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일 뿐이었다.
마지막 PK는 결국 리버풀의 골문을 뚫었고, 최종 스코어는 4:3으로 블랙번 로버스의 승리였다.
오늘 경기의 승리로 3위 자리는 여유로운 승점 차로 고수할 수 있었고 1, 2위 팀들이 미끄러져 준다면 희박하지만, 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확률도 있었다.
물론 그러기에는 2위와의 승점 차는 3점 차. 1위와의 승점 차는 무려 9점 차라 상당히 힘들긴 했지만······.
‘기적처럼 2위 맨시티를 잡고, 1위 아스널을 모두 잡아야 리그 우승이라는 말도 안 되는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겠어······’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지는 난이도.
그러나 나는 가볍게 숨을 고르며 굳이 그런 높은 허들을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어차피 이대로 시즌을 마감한다 해도 블랙번 로버스에겐 뜻깊은 시즌이고, 승격하자마자 챔피언스 리그라는 굵직한 무대에 명함을 들이밀 수 있는 아주 좋은 시즌 마무리기도 했으니까.
게다가 ‘VH 그룹’의 회장과의 약조도 오히려 더 상향된 성적으로 지킬 수 있게 됐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단장님은 안드세요? 맛있는데.”
잭은 아직 뜯지 않은 핫도그를 내게 권유했지만, 나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괜찮습니다. 가봐야 할 곳이 있거든요.”
“가봐야 할 곳이요?”
“네. 그때 말씀드렸던 미팅 일정이요.”
그러자 잭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그것이 떠오른 듯 외마디 탄성을 내질렀다.
“아! 맞네요. 그게 오늘이었죠? 죄송합니다. 지금이라도 준비를······”
다 먹지도 못한 핫도그를 봉투 안에 넣으려는 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