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44)
“네. 블랙번 로버스가 이 정도로 성장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신호탄이요. 챔피언십에서 승격할 때는 블랙번이라는 팀이 있다는 걸. 이번 시즌엔 경계해야 할 팀이라는 걸. 그리고 다음 시즌이야말로······ 트로피에 도전할만한 팀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죠. 저는 그 첫 단추가 벨링엄 이적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다른 사람이 단장 자리에 앉아 이런 말을 했다면 아무도 신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을 하는 주체가 백 단장이어서일까.
회의실에 모인 모든 인원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들 역시도 지난 두 시즌 동안 백 단장이 보여줬던 마법 같은 기적을 봐왔으니까······
“물론 결과는 해봐야 알겠죠. 아시다시피 경쟁 클럽이 상당히 많이 달라붙을 겁니다. 그러나······”
“······”
“저는 지금의 블랙번 로버스라면 그 어려운 걸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거구요.”
그렇게 말하는 백 단장의 눈빛에서 강렬한 무언가를 느낀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바로 그때.
앞쪽 열에 앉아있던 이시훈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좋네요. 벨링엄 이적. 한번 추진해 봅시다. 이적료는 충분히 지원해드릴 테니.”
* * *
3시간 남짓한 주간 회의가 끝난 뒤. 회의실에 남아있는 건 나와 이시훈뿐이었다.
“수고했어요. ‘주간’ 회의치고는 상당히 하드한데요?”
나는 회의때 사용했던 자료들을 정리하며 싱긋 웃어 보였다.
“하하, 오늘은 꽤 중요한 안건들이 많다 보니까 조금 길어지긴 했네요.”
그러자 이시훈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와 책상 모서리에 걸터앉으며 말을 이어갔다.
“오늘 회의 때문에 오전 스케줄들 죄다 다른 날로 조정해놨는데······ 확실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구단주님의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하지 않게 했다니 저는 그걸로도 만족합니다.”
오늘 주간 회의에 이시훈에게 참석하는 건 어떻겠냐 제안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회의 이후부터 추진할 내용들이 모두 이시훈의 결재가 떨어져야 좀 더 수월하게 밀어붙일 만한 일들이었기 때문.
특히 주간 회의의 가장 첫 번째 안건이었던 ‘주드 벨링엄’ 이적은 그의 확실한 지원이 약속되어야만 추진할 수 있는 안건이었다.
“그런데 진짜 감당할 순 있겠어요?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하긴 했지만······ 벨링엄은 데려오기 여간 빡센 게 아닐 텐데······”
“해내야죠. 어떻게 깔아둔 판인데. 여기서 이 판을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겁니다.”
그 말과 함께 주먹을 꽉 쥐어 보이자, 이시훈은 옅은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어갔다.
“이적료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백 단장이라면 이미 세부 조건들까지 포함해서 다 짜뒀을 거 같긴 한데.”
“일단 기본 이적료로만 9,000만 파운드(한화 약 1,432억 원) 잡은 상태입니다.”
거의 1억 파운드에 육박하는 거액에 이시훈은 눈썹을 한 차례 치켜올렸다.
“흐······ 아까도 들었지만······ 상당히 공격적인 금액이네요. 물론 옵션까지 포함하면 그거보다 더 뛰겠죠?”
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옵션으로 이적료가 뻥튀기되는 건 거의 확실시 된 상황.
여태까지 이적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거액이 조건으로 따라붙을 것이었다.
“무조건 뛸 겁니다. 이번 이적에 뛰어든 경쟁 팀들이 너무 많아요.”
“내가 아는 걸로는 리버풀,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정도인데······ 추가로 더 있어요?”
“대외적으로 알려진 건 그 세 개의 팀이긴 하지만······ 아마 눈독 들이고 있는 팀들은 꽤 많을 겁니다.”
이미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준수한 기량을 선보인 벨링엄이었기 때문에 그의 이적료를 감당할 수 있는 빅클럽들이라면 호시탐탐 그의 이적을 노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자 이시훈은 자신의 턱 밑을 손으로 만지작대더니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러면 1억 1,000만 파운드(한화 약 1,750억 원) 정도는 각오해야겠네요.”
듣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거액.
이번 시즌에 블랙번 로버스로 합류한 선수들의 이적료를 다 합쳐야 벨링엄의 예상 이적료에 겨우 닿을까 말까인 수준.
그러나 벨링엄은 그 정도 금액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였다.
‘벨링엄을 데려오기만 한다면 추후 팀내에 있는 유망주 자원들 기량이 만개할 때 엄청난 시너지가 날 거야······ 그리고 그때가 블랙번 로버스의 새로운 전성기가 될 거야.’
과거의 영광에 도달하는 것에 만족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왕 시작한 거 과거가 아닌 새로운 블랙번 로버스로써 프리미어 리그 내의 영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었다.
“FFP(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에 저촉되진 않겠죠? 일전에도 조사 한 번 들어왔다고 하던데.”
어디서 듣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시훈은 구단 내의 사정에 대해선 상당히 빠삭하게 알고 있는 편이었다.
뭐······ 구단주가 구단에 관심을 가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태클 걸고 싶은 마음은 죽어도 없긴 했지만.
나는 정리를 끝마친 자료들을 파일철 안에 조심스럽게 넣으며 대답했다.
“아······ 그건 아마 얼마 안 남았을 겁니다. 조사에는 최대한 협조하고 있구요. 구단주님이 생각하는 그런 엔딩과는 털끝만큼도 관계없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번에 ‘이네오스’와의 스폰서십 계약도 액수가 꽤 커서 이적 자금 쪽에는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네오스’가 정말로 ‘경기장 명명권’을 살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일이 또 이렇게 됐네요?”
“덕분에 벨링엄 이적에 차질 없이 집중할 수 있게 됐으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하긴······. 아무튼 필요한 거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연락해요. 나도 개인적으로 벨링엄 선수가 블랙번에서 뛰는 거 궁금하기는 하니까······”
시훈은 그 말과 함께 책상 모서리에 걸터앉아 있던 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피식 웃으며 회의실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곤 문을 열고 나가려는 바로 그때.
그는 아직 못다 한 말이 떠올랐는지 옅은 탄식을 내뱉으며 내 쪽을 다시 바라봤다.
“아······ 맞다. 그리고 조만간 하비랑 같이 내 집무실로 와줘요.”
“······”
“경기장 신축 관련해서 플랜을 세워봐야 하니까요.”
위르겐 클롭
“다시 한번 만나서 반가워요. 구단 오너인 이시훈입니다. 편하게 ‘리’라고 불러요.”
하비와 함께 도착한 이시훈의 집무실.
그는 자주색 넥타이를 풀어 헤치곤 하비에게 손을 내밀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이번 시즌부터 블랙번 로버스의 운영 이사를 맡게 된 ‘하비 조던’입니다.”
하비가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자, 이시훈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백 단장에게 말은 많이 들었어요. 상당히 모시기 힘든 분이라고······”
“하하, 그러지 않습니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을 쫓아다닐 뿐이에요.”
“우리 블랙번 로버스가 ‘하고 싶은 일’에 해당된다는 게 상당히 기쁘군요. 일단 자리에 앉아서 마저 얘기할까요?”
짧은 인사를 마친 이시훈이 접대용 소파 쪽으로 가서 앉자, 하비와 나는 맞은편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백 단장과 하비······ 아니 이제는 운영 이사죠? 백 단장과 운영이사를 부른 이유는 이번에 추진하는 경기장 신축 관련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단주님. 괜찮으시겠습니까?”
“어떤 점이요?”
“아직 회장님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서요.”
이시훈이 구단주긴 하지만, 결국엔 ‘VH 그룹’의 최종 결재권자는 ‘이범준’ 회장이다.
그러자 이시훈은 나를 향해 씩 웃어 보이더니 소파에 머리를 기대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안 그래도 모레 있을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려둔 상태거든요. 백 단장과 신축 관련해서 몇 가지 얘기만 나누고 바로 미국으로 출국할 겁니다.”
아직 최종 승인은 나지 않았지만, 일을 추진한다는 건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예전과 다르게 흔들리지 않는 그의 눈동자는 이번 경기장 신축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밀어붙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는 그렇게 말한 뒤 테이블 위에 있던 리모컨을 집어 버튼을 꾹 눌렀다.
위이잉-!
그러자 뭔가가 가동되는 듯한 기계 소리와 함께 천천히 벽 쪽 천장에서 스크린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려온 스크린 쪽으로 걸음을 옮기더니 집무실의 불을 끄고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그러자 화면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경기장 조감도.
은색의 아치형 구조가 눈에 띄는 깔끔한 외관 디자인의 경기장이었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경기장 규모입니다. 들어올 수 있는 관중 수는 6만 명 정도로 잡고 있어요.”
6만 명. 지금 블랙번 로버스의 홈구장인 ‘이우드 파크’에서 수용할 수 있는 관중 수는 3만석 정도인데 그 두 배나 되는 웅장한 규모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나 토트넘의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정도를 제외하면 6만 석이면 상위권에 등재될 정도였다.
“그리고 천연 잔디 밑에 인조 잔디를 깔아서 NFL 경기나, 콘서트 스타디움 대관 같은 다용도 목적도 겸할 생각입니다.”
하나하나 짚어주며 거기에 맞는 장면들을 간단한 예시로 보여주자, 내 옆에 있던 하비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감탄사를 내뱉는 것이 들렸다.
“뭐······ 스탠딩 좌석을 도입한다면 최대 수용 관중 수는 7만 명까지 늘어나겠죠.”
경기장 신축 관련해서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이 아닌데도 이시훈은 이미 조감도까지 설계해놨을 정도로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 시키고 있었다.
‘이사회에서 무조건 설득할 자신이 있다는 건가······’
프로젝트가 중간에 엎어질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파격적으로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나는 화면에 송출되고 있는 경기장 조감도를 보며 이시훈에게 물었다.
“이사회 설득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설득이라······”
그는 쥐고 있던 리모컨으로 자신의 입가를 툭툭 두드리더니 이내 씩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백 단장이 이 악물고 만들어 둔 블랙번 로버스의 현 상황을 좀 써먹어야겠죠?”
현재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경기 리그 수는 7경기.
31경기 16승 10무 5패. 승점 58점으로 우리는 승격팀인데도 불구하고 프리미어 리그 3위에 올라있는 기염을 토하고 있긴 했다.
‘그래······ 지금 구단 성적도 좋고, 무엇보다 브랜드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가서 향후가 더 기대되게 그려놓긴 했어.’
VH 그룹의 이범준 회장은 미래 가치가 없는 것엔 투자하지 않는 확고한 경영 철학이 있는 자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승격 후 첫 시즌을 리그 10위 이상으로 성적을 거둬오라 했지만, 이미 그 기준치는 진작에 넘긴 상태.
이시훈은 뒷짐을 진 채 천천히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크게 숨을 고르며 말을 이어갔다.
“뭐······ 이사회 일이야. 제가 설득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렇다 치고······ 문제는 투자 자금인데······”
“대출은 알아보셨어요?”
대출이란 얘기에 이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알아보고는 있습니다만······ 전액 대출은 불가능하니까요.”
화면에 보이고 있는 조감도만 본다면 경기장 신축에 들어갈 금액은 어림잡아 4억 파운드(한화 약 6,400억 원).
이번 시즌 이적 시장에 우리가 투자한 금액이 1억 2천만 파운드(한화 약 1,920억 원) 정도다. 단순 비교만 해도 4시즌 어치의 투자 비용이 필요한 상황.
‘은행에서 잘 땡겨온다 해도 아마 80% 정도가 한계일거야. 그러면 나머지 20%를 해결해야 하는 건데······’
그런 생각과 함께 드는 ‘VH 그룹’에서 나머지 20%를 지원 받을까? 란 생각.
그러나 그 생각은 곧장 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범준 회장이 경기장 신축에 투자할 확률은 낮아. 아마 그건 이시훈 구단주도 알고 있겠지.’
만약 시훈이 이사회를 설득한다고 해도, 아마 그 과정에서 ‘VH 그룹’의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할 게 뻔했다.
왜냐면 이미 ‘VH 그룹’은 구단 운영에 충분한 투자를 감행했다고 생각할 것이니까.
게다가 우리가 다음 시즌에도 지금 이 성적을 이어갈지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면 남은 답은 딱 하나밖에 없다.
투자를 직접 받는 것.
아스날이 그들의 스폰서인 ‘Emirates’로부터 1억 파운드(한화 약 1,600억 원)의 투자를 받아 새로운 경기장을 건축한 것처럼 우리도 그런 과정을 따라가야만 했다.
“구단주님. 저번에 말씀드렸던 건 생각해 보셨습니까?”
이럴 일이 있을 줄 알고 예전부터 꾸준하게 상의해 왔었던 것.
그건 바로······
“아······! ‘구단 명명권’ 말씀이시죠? 물론 생각해 봤습니다.”
‘구단 명명권’ 판매였다.
“그런데 ‘이네오스’ 쪽에서 우리의 조건을 받을까요? 당장 기존 경기장의 이름을 바꾸는 게 아니잖아요.”
이번에 새롭게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 ‘이네오스’는 ‘구단 명명권’과 관련해서 우선 협상권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