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45)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우선 ‘협상’권.
저쪽에서 우리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거절할 수 있는 게 ‘협상’이다.
그러나.
이시훈이 이사진들을 설득하는 게 그가 할 일이라면, ‘이네오스’ 측을 설득하는 건 내가 할 일.
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훈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제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요.”
확신할 순 없지만, 일단 부딪혀라도 봐야 한다는 게 현재의 내 판단.
만약 ‘이네오스’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추가적인 투자까지 받아낸다면······
블랙번 로버스는 진정한 의미의 ‘강팀’으로써 유의미한 첫발을 내딛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드는 것이 내가 블랙번 로버스에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기도 했다.
* * *
[BBC] 흔들리는 리버풀···! 블랙번 로버스에 덜미 잡힌 뒤로 내리 충격의 4연패···! 클롭 감독의 거취는? [포포투] 중원에 투자하지 않는 리버풀. 여름 이적 시장 첫 번째 타겟으로 ‘주드 벨링엄’ 지목. [커트오프사이드] 재계약도 묵묵부답···!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의 마음은 안필드를 떠난 것인가? [키커] 독일 축구 협회.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위르겐 클롭’ 감독 고려 중.‘클롭 감독의 거취가 상당히 불투명해졌군······’
프리미어 리그 27R에서 우리에게 발목을 잡힌 클롭의 리버풀은 31R가 끝난 지금 충격의 4연패 수렁에 빠지며 리그 5위도 간당간당할 정도였다.
물론 팀의 주축이 될 선수들의 부상 정도가 너무 심해서 베스트 포메이션을 가동하고 있진 못했지만, 그와 별개로 현재 팀의 경기력에 팬들은 가장 큰 의문을 품고 있었다.
‘루이 감독도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고 완벽히 못을 박았으니 이제 슬슬 결정해야 해······’
클롭 감독과 관련된 기사를 보자 문득 떠오르는 루이 감독과의 대화.
그는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프리미어 리그 31R가 끝난 뒤 정식으로 상호 합의 해지를 요청했다.
물론 적어도 남은 계약 기간인 다음 시즌까지는 같이 가고 싶었지만, 루이 감독의 뜻은 너무나도 완강했다.
그렇게 됐으니 그동안 추려왔던 후보 중에서 이제 차기 감독을 뽑아야 하는 상황인데······
알다시피 내가 가장 선호하는 감독은 현재 두 명.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그리고 현재 무직의 ‘마르셀로 비엘사’ 이렇게 둘이었다.
‘둘 다 장단은 확실하단 말이지······’
그러자 머릿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하는 두 감독의 경기 운영 스타일.
그리고 그 스타일이 입혀진 블랙번 로버스의 경기력.
그렇게 각 감독에 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을 때였다.
띠링-!
갑작스럽게 울리는 핸드폰 알림 소리.
책상에 내려놨던 핸드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자, 상단 바에 메시지 도착 알림이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나는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그 이유는 발신자 때문이었는데, 하필 지금 상황에 연락이 딱 오니까 정말 신기할 노릇이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발신인의 이름은 ‘마크 코시케’.
현재 리버풀의 감독인 ‘위르겐 클롭’의 에이전트였다.
* * *
“마크.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한 주택가.
푸른 잔디밭이 파릇파릇한 정원 마당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남자는 바로 ‘위르겐 클롭’이었다.
클롭은 덥수룩한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심각한 표정으로 커피만 마실 뿐이었다.
“뭐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너무 상심하지 마. 리버풀에선 이미 충분히 이룰 만큼 이뤘잖아?”
클롭의 앞에 있는 근육질 남성은 클롭의 에이전트인 ‘마크 코시케’였다.
그는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클롭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구단과는 상호 합의 해지할 생각이야?”
마크의 물음에 클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어차피 계약 기간도 이번 시즌까진데, 시즌은 내 손으로 마무리하고 싶어. 물론······”
“······”
“그동안 내 목이 붙어있어야겠지만······”
피식 웃으며 농담을 치는 클롭의 모습에 마크 역시 따라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쉴 생각은 없는 거지?”
“그럼. 적어도 마지막 팀에서 최후의 불꽃은 태워봐야지······”
아직까지 미련이 진하게 남아있는 클롭의 표정에 마크는 잠시 고심하더니 조심스럽게 그에게 제안했다.
“그러면······ 저번에 말했던 ‘블랙번 로버스’의 감독 자리는 어떻게 생각해?”
마크의 제안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소 피폐해 보였던 클롭의 눈동자에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매듭
블랙번 로버스의 훈련장인 Brockhall Training Ground.
오전 훈련을 위해 선수들이 속속들이 그라운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평소와 다른 점은 훈련장에 둘러쳐진 펜스 쪽에 기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는 점이었다.
“예상보다 많이 모였는데요?”
잭이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신 지 손으로 눈가를 가리며 말하자, 나는 태블릿 PC를 통해 선수들의 훈련 리포트를 꼼꼼하게 읽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이번 주 경기가 리그 우승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기니까요.”
이번 주 경기는 ‘이우드 파크’에서 펼쳐지는 리그 3위 블랙번 로버스와 리그 1위 아스날의 경기.
그러나 오늘 공개 훈련에 기자들이 몰린 건 단순 리그 상위권 팀들끼리의 격돌 때문이 아니라, 이 경기 결과에 따라 1, 2위가 뒤바뀔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티는 시티네요. 초반에 토트넘한테 덜미 잡히고 주춤하나 했더니 결국 이번에도 리그 우승 행방을 묘연하게 만들어 버리잖아요······”
잭은 리그 초반 흔들렸던 맨체스터 시티가 후반부로 올수록 탄탄한 저력을 보여주는 게 부러웠는지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뭐······ 우리 입장에서야 2위인 맨체스터 시티가 분발해 주는 게 좋긴 하죠. 그래야 우리도 혹시나 라는 것에 기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월드컵 브레이크 이전엔 리그 1위 아스날과 2위 맨체스터 시티와의 승점 차는 9점이었다.
아스날을 제외한 나머지 기존 ‘빅6’라고 불리는 강팀들이 초반에 서로 물고 물리는 치열한 구도가 되기도 했고, 중하위권 팀들도 이제는 자신들의 축구를 구사하면서 어떤 경기든 편하게 승점을 챙길 수 없게 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월드컵 브레이크 이후의 맨체스터 시티는 전반기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전반기 때의 맨체스터 시티가 정돈되지 않은 것 같은 팀이었다면, 후반기의 시티는 탄탄한 조직력과 탁월한 개인 기량으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이 되는 건 바로 이번 시즌 거액의 이적료로 이적한 노르웨이 출신 공격수 ‘엘링 홀란드’.
우스갯소리로 월드컵 기간 동안 홀란드는 푹 쉬면서 체력 관리하니까 리그 우승 아직 모른다고 노래를 부르던 시티 서포터들의 그 바램이 이뤄져 버린 것이었다.
2위 맨체스터 시티의 예리한 칼날이 프리미어 리그 모든 팀에게 향해서인지, 우리는 보다 쉽게 리그 3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올라오고 나니 우승 욕심이 없을 수가 없단 말이지······’
물론 1위 아스날과 우리의 승점 차는 11점.
남은 경기를 우리가 전승하는 것이 아니면 리그 우승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웠다.
우리가 남은 일정을 전승하는 것 말고도 아스날과 시티가 적어도 2패씩은 더 해줘야 그게 가능해지는 경우의 수였으니까.
그러나 루이 감독을 포함한 코칭 스태프, 그리고 선수단은 우승에 대한 열망을 계속해서 불태우며 매 경기 경기력을 쥐어 짜내고 있었다.
“단장님!”
바로 그때.
훈련장 터치 라인 쪽에서 오렌지색 축구화를 들고 있는 강현석이 베시시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보고 있던 선수단 훈련 리포트에서 강현석 부분을 빠르게 찾으며 그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그래. 컨디션은 어때?”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서울 유나이티드에서 영입한 현석이는 아직 리그 데뷔 경기를 가지지 못한 상태였다.
“아직 풀핏은 아니에요······”
컨디션과 관련된 물음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강현석.
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의 오른쪽 무릎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부상 부위가 재발한 건 아니지······?”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아직 팀에 녹아드는 중이어서 그래요.”
프리미어 리그는 K리그와는 다르다.
더 빠르고, 기술적이고 무엇보다 다른 리그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거친 축에 속했다.
제아무리 현석이가 국내에서 벌크업을 했다곤 하나, 터프한 프리미어 리그의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을 이겨내려면 어느 정도 몸을 더 만들어야 할 필요는 있었다.
물론 현석이가 그걸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를 과감하게 영입한 거긴 하지만······.
“그래.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폼 끌어 올리자.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과거 한국에 있을 때 현석이에게 이런 말을 하면, 그는 순순히 수긍하는 법이 없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옅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인 강현석은 자신의 오른쪽 무릎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맞아요. 괜히 무리해서 애써 얻은 기회를 날려버릴 순 없죠. 단장님 말씀대로 차분하게 기회를 기다리겠습니다.”
못 본 사이 한층 더 성숙해진 현석이의 태도에 나는 싱긋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훈련 리포트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현석이의 능력치가 떨어져 있지도 않으니까, 아마 시간만 좀 주어지면 충분히 제값을 할 거야······’
그런 생각과 함께 보고 있던 현석이의 훈련 리포트를 끄자, 훈련장 한쪽 귀퉁이에서 다부진 체격의 피지컬 코치가 현석이를 향해 소리쳤다.
“Hey! Kang!”
코치의 부름에 강현석은 한쪽 손을 치켜올리더니 내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코치님이 부르시네요. 일단 훈련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래. 부상 조심하고.”
“하하······ 단장님은 한국에 계실 때랑 달라지신 게 아무것도 없으시다니깐······ 그래도 단장님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덕분에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도 밟아볼 기회가 생겼잖아요.”
그는 아직 챔피언스 리그 진출 확정도 아닌데 이미 표정은 웅장한 챔피언스 리그의 주제곡을 듣는 것처럼 환희에 젖어있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훈련이나 가 인마.”
그런 현석의 팔뚝을 가볍게 톡 치며 그를 떠밀자, 현석이는 내 옆에 있는 잭에게 고개를 마저 숙인 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코치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
“단장님이 예전부터 팔로잉하던 선수라고 하셨었죠?”
“네. 유소년 시절부터 팔로잉해서 한국에 있을 때 영입했던 선수예요. 돌고 돌아 여기서도 그를 영입하게 될 줄 몰랐지만요······”
“하하······ 이쯤 되면 인연이네요······”
“종종 훈련 세션 지켜보는 것 같던데, 현석이가 잘 적응하곤 있나요?”
잭은 프런트와 현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도 수행하곤 하는데, 애초에 별다른 업무가 없으면 선수들 훈련을 보는 게 또 하나의 취미라고 본인 스스로 말하곤 했었다.
“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팀에 한 70% 정돈 녹아들었다고 생각해요. 원체 발도 빠르고 드리블 기술이 좋은 선수라 그런지 훈련하는 걸 보고 있으면 즐거울 정도였어요.”
“흠······. 그런데도 아직 리그에서 첫 출전을 못 한 상태라는 건······”
“루이 감독님에게 다른 생각이 있는 것 아닐까요······? 아니면 다가오는 FA컵 4강 무대에서 깜짝 선발이라든지······”
선수 선발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
그 선을 넘을 이유도 없었고, 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잭의 말처럼 FA 컵 4강 무대에서 깜짝 선발로 기용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때마침 4강 상대가 현재 리그 14위인 풀럼이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일단 그 부분은 감독님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우리 일을 합시다.”
잭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백 단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