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47)
모두 예상 이적료가 ‘2천만 파운드 미만’ 일 것 같은 선수들의 스카우팅 리포트들이었다. 일전에 잭과 함께 정리했었던 ‘스카우팅 리포트’의 최신화.
그걸 토대로 구단 아카이브에는 변경된 데이터들을 차곡차곡 쌓아뒀는데, 그중 하나가 이적료별로 구분 지어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두면 가용할 수 있는 금액에 맞는 선수들을 한눈에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포지션과 이적료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하며 분류해야 해서 상당한 중노동이긴 했지만……
어쨌든 지금이 바로 그 중노동의 가치를 유용하게 써먹을 시간이었다.
‘벨링엄 이적에 어느 정도의 금액이 들어갈지 모르니까. 일단 최대한 아끼고 본다.’
그러나 스카우팅 리포트들을 꼼꼼하게 읽어봤지만, 매력적인 능력치를 지닌 선수는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조만간 루이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기 때문에, 바뀐 감독의 입맛에 맞는 선수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마우스 휠을 내리던 바로 그때.
꽤나 매력적인 능력치를 보유한 선수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23세(1999.11.28)
주발: 왼발
AFC 아약스 소속. 풀백(왼쪽), 윙백(왼쪽)
개인기: 14 드리블: 13
크로스: 16 패스: 14
퍼스트터치: 14 일대일 마크: 13
시야: 14 타고난 체력: 16
주력: 15 가속도: 15
팀워크: 13 민첩성: 15
태클: 16 헤더: 9
특이 사항: 더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음
* * *
“축하해요. 아버지가 무리한 조건을 내걸었다 생각했는데, 그걸 가볍게 뛰어 넘어버렸네요?”
이시훈의 집무실에 온 나는 그와 이번 시즌에 대해서 가볍게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하하, 저도 이 정도 결과까진 바랬던 건 아닌데, 예상보다 일이 훨씬 잘 풀렸습니다.”
당초 내가 예상했던 순위는 최대 5위.
이번 시즌엔 유로파 컨퍼런스에 진출해서 차근차근 팀을 운영해 가려 했었지만, 막상 시즌이 끝나보니 프리미어리그 3위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적을 달성한 상태였다.
물론 그 성적을 따내기 위해 프런트, 코치진, 선수들 모두가 뼈를 깎는 노력을 했긴 하지만…….
이시훈은 홍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일전에 갔었던 이사회 결과가 오늘 나왔어요.”
“꽤나 빨리 나왔군요. 적어도 2~3주 정도는 더 필요할 거라 생각했는데……”
“제 아버지를 만나봐서 아시겠지만, 이런 일 질질 끄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시는 분이니까요. 아무튼. 결과는 꽤 좋습니다.”
“……”
“경기장 신축 건에 대한 모든 권한은 제가 가져왔고, 구단 경영으로 얻는 수익들은 일정 배당금을 제외하곤 모두 구단에 재투자하는 걸로 결론 났습니다.”
고질적인 문제이던 두 가지 문제가 한순간에 깔끔하게 해결되자 상당히 놀라웠다.
“아버님께서 너무 흔쾌히 허가하신 것 같은데요……? 혹시 다른 조건이라던가…… 그런게 있으시면 지금 말씀해주세요.”
그러자 이시훈은 집무실이 떠나갈 듯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건은 없습니다. 우리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딱 알겠네요.”
이시훈의 추론에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홍차를 마시자, 그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굳이 조건이라고 한다면…… 지금과 같이 성적을 내는 것 정도겠죠?”
“지금과 같은 성적이라…… 난이도가 상당한데요?”
조건은 없다고 했지만, 결국 챔피언스 리그 진출 순위인 리그 4위에 꾸준하게 들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하하, 그렇다고 너무 부담스러워하진 말아요. 경기장 신축 건을 허가하신 것부터 블랙번 로버스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으로 보시겠다는 거니까요.”
자신의 아버지인 만큼 누구보다 ‘이범준’ 회장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이시훈.
시훈의 말에 내가 싱긋 웃어 보이자,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방금과는 다른 주제의 얘기를 꺼냈다.
“감독 선임 건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순조롭습니다. 후보는 3명까지 압축해둔 상태고, 두 명과는 2차 미팅까지 진행한 상태입니다.”
“두명이요? 나머지 한 명은요.”
“아 한 명은……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서요. 직접 접촉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괜히 같이 있는 장면이 사진이라도 찍히면 그대로 ‘템퍼링 금지’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 일이 귀찮아질 것이 뻔했다.
“그 한 명이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 감독 맞죠?”
시훈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예상하는 감독은 ‘위르겐 클롭’. 이번 시즌을 끝으로 완전히 리버풀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이었다.
“클롭이라…… 너무 거물급이라 기분이 이상한데요?”
이시훈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챔피언십에서 허덕이던 블랙번 로버스가 여기까지 성장했다는 것에 감회가 남달랐는지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런 시훈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했다.
“일주일 내로 감독을 내정하려 하는데…… 감독 후보들이 구단주님에게 요구하는 조건들이 하나씩 있었습니다.”
올인
“조건이라······ 말만 조건이지 거의 협박이나 다름없는 것 같은데요?”
장난스럽게 받아치는 이시훈.
그러나 그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정확하게는 감독 후보들이 은연중에 전하는 메시지를 이시훈이 간파했기 때문.
“뭐······ 그래도. 어물쩍 말하지 않는 것보단 스탠스가 확실해서 확답을 줄 순 있겠군요.”
이시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친 나는 차분하게 차기 감독 후보들이 블랙번 로버스에 원하는 조건들을 나열했다.
“먼저 후보 중에서 가장 선임 확률이 낮은 ‘마누엘 펠레그리니’입니다. 그는 자신이 블랙번 로버스의 감독에 부임하면, 노후화된 훈련 시설 개선과 선수 영입의 전권을 요구했습니다.”
“훈련 시설이야 이번 년도 내에 계획하고 있긴 했지만······ 선수 영입 전권을 달라는 건 허락할 수가 없겠군요.”
블랙번 로버스는 감독과 프런트의 업무가 정확히 구분 지어진 전형적인 미국 프로 스포츠의 구조를 띠고 있긴 했다.
그런 구조에서 펠레그리니 감독의 요구는 시스템 자체를 바꾸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시훈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두 번째 후보부터 진지하게 고민 중인 감독들입니다. 먼저 ‘마르셀로 비엘사’가 있습니다.”
“오······ 비엘사 감독은 꽤나 신선하군요. 제가 알기론 상상 이상의 괴짜 전술가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다. 그의 독특한 전술은 현대 축구의 감독들에게 꽤나 깊은 인상을 줄 정도였죠.”
감독들의 감독이라는 이명이 있을 정도로, 현대 축구 감독들이 한 번쯤은 비엘사의 전술을 모티브로 할 정도로 그는 ‘전술적인’ 면에선 확실한 강점이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리즈에서의 말년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는 절망적인 경기력이긴 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길었던 암흑기의 ‘리즈 유나이티드’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도 모두 그의 독특한 전술 때문이라 말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런 비엘사 감독이 요구한 건 딱 하나였습니다.”
“······”
“바로 매 시즌 스타 플레이어의 영입이요.”
“매 시즌 스타 플레이어의 영입을 원한다는 건 양보단 질로 승부를 보겠다는 타입 같군요.”
그렇게 말하는 이시훈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별안간 손뼉을 한 번을 치며 아까 했던 말을 번복했다.
“어우······ 근데 이렇게 말하는 건 또 백 단장님한텐 실례겠네요. 단장님은 그동안 질과 양 모두 잡아 오셨으니까요.”
이시훈의 기습적인 칭찬에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자, 그는 소파 팔걸이 부분을 규칙적으로 두들기며 말을 이어갔다.
“뭐 그건 그거고. 백 단장님이 보기엔 어때요. 비엘사 감독이 블랙번 로버스와 함께 갈 메리트가 있다고 보십니까?”
“선수 기용이나 경기 운영 방향성. 그리고 전술적인 측면에서 현재 젊고 에너지 넘치는 우리팀에 알맞은 감독이긴 합니다. 무엇보다 루이 감독 체제에서 컴팩트한 전방 압박이 팀 전술의 기본 골조가 된 상황에서 동일한 전술적 포인트를 가져가는 비엘사 감독과는 괜찮은 시너지가 날 것 같습니다.”
장단점이 명확할 뿐, 단순 전술적인 면만 평가한다면 어째서 그를 감독 후보군에서 뺄 수 없는지를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시훈은 뭔가 탐탁지 않은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일단은 다음 후보에 대해서도 좀 들어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신중하게 다른 후보에 대해서 들어볼 생각인 이시훈.
그가 전적으로 구단의 결정권을 단장인 내게 맡겨두긴 했어도, 그는 블랙번 로버스의 구단주. 실질적인 구단의 결정권자다.
현재 유례없을 정도로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구단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이시훈은 이번 감독 선임만큼은 평상시보다 더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이시훈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차분하게 마지막 후보를 입에 올렸다.
“마지막 후보는 현재 리버풀의 감독을 맡고 있는 ‘위르겐 클롭’입니다.”
“클롭이요?”
적잖이 당황한 눈치의 이시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와 점심 식사 자리를 종종 가지며 차기 감독 후보들에 관한 얘기를 나눌 때 클롭은 항상 배제한 상태로 얘기했었다.
리버풀의 상징처럼 변한 감독이기도 했고, 지금은 조금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재계약 관련 뉴스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어서 그에게 말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클롭의 에이전트와는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긴 했었다.
“오늘 클롭 감독의 에이전트에게서 확답받았습니다. 리버풀과 재계약은 하지 않는 것으로요.”
“신용할 수 있는 자인가요······? 그 에이전트라는 사람은?”
“사실 이번 프리 시즌때부터 긴밀하게 계속 연락을 취해 왔었습니다. 그러나 클롭 감독이 재계약과 새로운 도전에서 고민하던 시기라 말씀을 못 드렸던 것뿐입니다.”
“허허······”
전혀 예상치 못한 거물의 이름이 툭 튀어나오니 이시훈은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클롭 감독의 스타일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비엘사 감독과 마찬가지로 타이트한 전방 압박이 기초하는 전술을 채용하는 감독입니다.”
“그렇죠. 클롭 감독은 도르트문트 시절부터 전방 압박으로 유명한 감독이었으니까요.”
정확히는 게겐 프레싱(Gegenpressing).
클롭 감독은 게겐 프레싱 전술을 도입해서 그 당시 중하위권에서 허덕이던 도르트문트를 끄집어 올려 유럽 축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한 장본인이었다.
이시훈이 맞장구를 치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전술적 포인트보다 클롭 감독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던 부분은 바로 그의 친화력과 통솔력이었습니다.”
“······”
세계 최정상급 감독들은 자신만의 다양한 전술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런 감독들이 서로를 치밀하게 분석해서 전술 싸움을 꽝 붙었을 때 조금이라도 승률을 더 높여줄 수 있는 요소가 바로 리더십이라 생각했다.
“현재 블랙번 로버스는 승격 이후 프리미어 리그 3위라는 기염을 토하면서 챔피언스 리그에 안착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에게 가장 필요한 감독이 누구일 것 같으십니까?”
“음······ 경험이 풍부한 감독이겠죠······?”
이시훈의 대답에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정확히는 ‘우승권에 근접했던’ 경험이 풍부한 감독이 저희에겐 아주 절실하죠.”
“······”
“펠레그리니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로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따낸 감독이긴 하지만, 그 이후의 커리어는 썩 좋지 못한 상황입니다. 비엘사 감독은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 리그에서 단 한 번의 두각을 보여준 적이 없기도 하고요.”
“······”
사실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결정을 끝내긴 했었다. 차기 사령탑은 ‘위르겐 클롭’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단장’으로서의 내 결정.
최종 결재권자인 이시훈이 확정을 내릴 수 있게 옆에서 그를 설득하는 것이 내 또 다른 역할이기도 했다.
나는 깍지 낀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클롭 감독은 앞선 후보군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결정적으로 리버풀을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두 번 진출 시켰고, 심지어 우승까지 따냈죠.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위닝 멘탈리티’가 절실한 우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챔피언스 리그도 좋긴 하지만······ 지금 우리는 국내 리그에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지 않나요?”
이시훈의 질문에 나는 미간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현재 블랙번 로버스는 리그 순위가 더 중요한 시점이긴 하죠. 그러나······”
“······”
“프리미어 리그 출범 이후 우승이 없던 리버풀에게 리그 우승 트로피를 선물한 것도 위르겐 클롭이죠. 그는 우리가 도전하려고 하는 모든 타이틀을 우승해본 감독입니다. 경험적인 측면에서도 앞선 두 감독보다 뛰어납니다.”
그러나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고 있는 이시훈.
그는 입맛을 다시며 내게 물었다.
“클롭 감독의 역량이 뛰어나기도 하겠지만, 그 커리어들은 ‘리버풀’이니까 이뤄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리버풀엔 ‘살라’를 필두로 좋은 선수들이 즐비하지 않습니까.”
시훈의 물음에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리버풀보다 이번 시즌 리그 순위가 더 높았던 팀이 바로 저희 블랙번 로버스입니다. 현재 선수단이 잠재력 있는 우수한 스쿼드라는 건 구단주님이 더 잘 아실테구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시훈.
모든 선수 영입에는 최종적으로 그의 결재가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그는 어떤 선수가 팀에 영입되는지, 그 선수의 장단점이 뭐고 팀에선 어떤 포지션에서 어떤 롤을 맡을 건지 등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내게 들어오긴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