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48)
“알죠······ 모를 수가 없죠······. 백 단장이 알 때까지 귀에 때려 박는데······”
그때가 생각난다는 듯 이시훈이 몸서리를 치자, 나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아니면 혹시 생각해둔 감독 후보라도 있으십니까?”
그러자 이시훈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다만······ 클롭 감독의 연봉이 조금 부담될까랄까······”
“아······”
하긴 ‘위르겐 클롭’이라는 거물급을 데려오면 필시 감독 연봉만으로도 거액이 깨질 것이 분명했다.
경기장 신축 때문에 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그에게는 이런 부분에서의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게 나름 중요한 요소긴 했다.
그러나.
그건 나 역시도 실감하고 있는 일.
나는 이시훈을 향해 씩 웃어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 부분은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 * *
“참······ 별나신 분이네요······”
평소와는 다르게 말끔하게 차려입은 잭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뭐가요?”
“클롭 감독이요······. 아직 공식적으로 영입한 건 아닌데······ ‘이우드 파크’에서 계약 협상을 하고 싶다니······”
오늘은 클롭 감독과 계약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는 날.
그러나 잭의 말처럼 클롭 감독은 직접 ‘이우드 파크’로 오겠다는 생각지도 못한 행보를 보여주었다.
시간을 보니 이제 곧 클롭 감독이 도착할 시간.
나는 의자 등받이에 걸쳐뒀던 재킷을 입으며 싱긋 웃어 보였다.
“오히려 더 좋게 보이는데요. 결국 블랙번 로버스 감독 자리에 관심이 있으니까 그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잭.
나는 단장실 문을 열고 잭에게 고개짓하며 말을 이어갔다.
“벨링엄 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요.”
클롭 감독이 도착할 1층 로비로 향하는 와중 잭에게 묻자, 그는 옅은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경쟁이 너무 많아요. 이적료도 천문학적인 수준이고······ 선수 측에서도 구단들과의 접촉을 상당히 조심하고 있어서 여간 힘든 게 아니라니까요?”
“뭐······ 월드컵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서 그러는 게 당연할 겁니다. 그리고 도르트문트 측에서도 이번 이적 시장에 그를 이적 시켜야 이적료를 최대로 땅겨 받을 수 있으니, 금액적인 부분이 상당히 빡빡할 겁니다.”
정말 납득할 수 없는 이적료를 요구한다면 포기하겠지만, 도르트문트는 독일의 거상이라 불리는 팀.
지금이 ‘주드 벨링엄’의 최대 이적료를 받아낼 수 있는 적기라는 걸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랬으니 현재 1억 3천만 파운드(한화 약 2,058억 원) 선에서 더 이상 이적료를 올리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 여기서 플러스 마이너스한 금액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겠지······’
어차피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은 우리도 충분히 그 정도 금액은 소화할 수 있을 정도기 때문에, 나는 벨링엄 전담팀을 보강하기로 했다.
“잭. 오늘 클롭 감독과의 미팅이 끝나면, 벨링엄 전담팀 좀 더 보강하도록 해요. 전상빈 스카우트를 데려가면 될 겁니다. 그의 도르트문트 시절 경험이 충분히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는 와중 도착한 1층 로비.
도착하자마자 귀신같이 재킷 안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 보자 클롭 감독의 에이전트인 ‘마크 코시케’에게서 도착해 있는 문자 메시지 한 통.
[로비에 도착했습니다] – 마크 코시케“단장님! 왔어요!”
바로 그때. 잭이 내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고, 1층 로비 문밖에서 두 명의 중년 남성이 싱긋 웃으며 걸어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곤 1층 로비 문을 열고 들어오는 덥수룩한 수염의 중년 남성.
다소 어벙한 듯 웃는 그였지만, 눈매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는 어째서 이 자가 최고의 감독 중에서도 손꼽히는 자인지 알 것만 같았다.
‘정말 왔구나······. 위르겐······ 클롭.’
움직임(1)
“하하!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호탕한 웃음과 함께 불쑥 손을 내미는 남자.
우리의 감독 후보 1순위.
‘위르겐 클롭’이다.
나는 클롭이 내민 손을 있는 힘껏 잡으며 씩 웃었다.
“이거 참······ ‘이우드 파크’에서 당신과 이렇게 공적으로 만날 일이 있다니 감회가 새롭네요.”
그러자 클롭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사람 일 모르는 거지 않습니까.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1층 로비 외관부터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럼 자세한 건 단장실에서 얘기 나누시죠. 이쪽으로······”
클롭 감독과 그의 에이전트 코시케는 흔쾌히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는데, ‘이우드 파크’의 특성상 단장실로 가는 벽면엔 클럽의 발자취나 구단의 레전드 플레이어들이 새겨져 있어서 나름 ‘블랙번 로버스’라는 팀의 애착심을 키워주는 데 한몫했다.
그리고 역시나.
그건 클롭 감독에게도 먹힌 듯했다.
“백 단장님도 ‘블랙번 로버스’의 과거 명성에 이끌려서 단장 자리를 맡으신 겁니까?”
클롭이 벽면 가득 새겨진 구단 이력을 쭉 훑으며 내가 넌지시 말을 걸어왔다.
“그렇다고 하면 너무 꾸며낸 말 같겠죠?”
그러자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클롭.
나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엔 새로운 도전의 일부분으로 생각해서 단장 자리를 맡게 됐습니다.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제가 유럽 무대에서 구단을 맡아 이끌게 된다라는걸······”
그러자 머릿속에선 처음 블랙번 로버스의 단장직을 제의 받았을 때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던지라 너무나도 막연했고.
그리고 망설여졌었다.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를 감당하기에는 국내 리그에서 쌓아둔 입지가 걱정됐으니까.
“그러나 첫 제의를 받고 블랙번 로버스라는 팀에 대해 알아 보면서 그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찬란했던 과거가 있지만, 현재는 아쉽게 땅에 내려앉은 명가. 그 명가를 내가 재건한다는 건 얼마나 흥분되는 일일까······ 라는 생각으로요. 사실 구단의 현재 상황과 제 예전 상황이 너무나도 비슷했거든요.”
과거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나였지만, 비운의 부상으로 선수 커리어를 접게 된 그때의 ‘나’.
그랬던 나와 비슷한 말로를 걷고 있는 블랙번 로버스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 나는 선수 시절 극복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후회를 블랙번을 통해 날려버리고 싶기도 했다.
그건 일종의 트라우마였으니까.
끝까지 시도해보지 못했다는 정말 막연한 그 후회를 블랙번의 단장을 맡아 완벽하게 지워낼 생각이었다.
“그래서 블랙번 로버스를 선택했습니다. 이 구단의 과거 명성을 되찾게 하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걸 가능하게 만들고 싶었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위르겐 클롭’이란 위대한 감독을 차기 감독 자리에 앉히려는 것도 그것의 일종이죠.”
그러자 클롭은 싱긋 웃어 보일 뿐이었다.
마치 원했던 답을 들었다는 듯이······
* * *
‘이번 미팅에서 확실히 해둬야 하는 건 클롭 감독에게 들어가는 연봉을 얼마나 낮출 수 있냐다······’
클롭 감독과 함께 단장실에 도착한 나는 이번 미팅에서 가장 먼저 따져봐야할 것을 상기하곤, 내 자리로 가 아래쪽 서랍을 열었다.
그곳에 있는 건 ‘23-24시즌 블랙번 로버스 운영 기획안’이라 이름 붙은 파일.
클롭 감독과의 미팅이 잡혔을 때, 그에게 추후 구단이 어떤식으로 운영될지, 그리고 현재 구단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기 쉽게 정리해둔 자료였다.
적어도 말로만 설명하는 것보단, 시각적인 자료를 곁들이는 게 이해하기 훨씬 편할 테니까.
나는 그 파일을 소파에 앉아서 자신의 에이전트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클롭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번 미팅에서 참고하시면 좋을 자료입니다.”
그러자 싱긋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이는 클롭.
그러곤 곧바로 파일철 안 내용물을 확인하기 시작했는데, 파일을 보는 그의 눈은 아까와는 정반대였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눈.
그리고······
‘위르겐 클롭’이라는 위대한 감독의 아우라가 절로 풍겨 나오는 그런 눈이었다.
클롭과 그의 에이전트가 나눠준 자료를 신중하게 읽고 있을 때.
나는 바짝 긴장한 잭의 옆자리에 앉으며 운을 뗐다.
“보고 계신 자료는 향후 블랙번 로버스가 어떤식으로 구단을 운영해갈지에 대해 추린 자료입니다. 그중에서도 23-24시즌 운영 계획을 중점으로 정리해뒀습니다.”
“······ 깔끔하네요. 그리고······”
“······”
“상당히 제 취향이네요. 마치 처음부터 저를 염두에 두셨던 것처럼요.”
클롭이 구단 운영 방향이 마음에 드는지 씩 웃어 보이자,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말을 이어갔다.
“가장 중요하게 보셔야 할 건 이적 시장 방향성입니다.”
그러자 이적 시장 관련 자료가 있는 부분을 펼쳐보는 클롭.
“현재 블랙번 로버스가 이적 시장에서 가져갈 방향성은. 젊고 유망한 자원들을 영입해 구단의 향후 미래를 도모하자는 취지입니다.”
“······”
“물론 단순 어린 선수들로만 선수단을 구성하는 건 어불성설이고.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 플레이어들 영입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습니다. 선수의 나이가 좀 많은 편이라 하더라도요.”
마지막 말은 클롭 감독이 리버풀에 있을 때 꽤나 고초를 겪었던 부분을 자극하려고 일부러 넣었다.
굳이 클롭 감독이 직전 시즌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던 리버풀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빅클럽들은 대부분 고령의 베테랑 선수 영입에는 상당히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베테랑 선수들 대부분 즉시 전력감으로 영입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면 언제 그 기량이 팍 꺾일지 예상하기가 힘들다는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
그러나.
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게 내가 가진 능력이다.
본질적인 선수의 능력치와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내 능력은 100%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선수가 현재 기량을 어느 정도로 유지할지 유추할 수 있었다.
거기에 현재 탄탄하게 구성된 스카우트 팀의 세밀한 ‘스카우팅 리포트’까지 더해진다면 선수를 100%에 가깝게 분석해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역시나.
베테랑 선수 영입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는 클롭.
리버풀에 있을 당시, 당장 영입해야 하는 자원인데도 불구하고 선수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영입이 불발된 케이스도 꽤 있었고.
무엇보다 팀의 주축. 에이스인 ‘모하메드 살라’의 재계약에서도 선수 나이가 좀 있다는 이유로 재계약을 질질 끌어왔던 것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클롭이었다.
“선수 영입 권한은 어떻게 됩니까?”
찬찬히 자료를 살피던 클롭의 에이전트 ‘마크 코시케’의 물음에 나는 깍지 낀 양 손을 무릎 위에 올리며 즉각 대답했다.
“전적으로 현장에 있는 감독, 코치진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어떤 스타일의 선수가 필요한지, 필요한 포지션은 어디인지를 먼저 정하고 영입 리스트를 감독과 상의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프런트에서 판단했을 때 영입이 시급할 것 같은 선수는 이적 협상을 먼저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루이 감독이 있을 때는 거의 매일 같이 구단 식당에서 같이 점심을 먹으며 현재 필요한 포지션과 선수에 관한 얘기를 나눴었다.
물론.
‘아센시오’ 영입 같은 케이스는 상의 없이 밀어붙이긴 했지만······.
“한시가 바쁜 상황이면 상의할 시간에 영입전에 집중하는 게 낫긴 하죠. 그리고 백 단장님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괴상한 영입을 하시는 분이라 생각하지도 않구요.”
그 말과 함께 싱긋 웃어 보이는 클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