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5)
15. VS 제주(1)
강현석이 부상을 당한 것 같다는 운영팀장의 말에 늦은 저녁이었지만, 나는 호텔 측에 양해를 구하고 작게나마 마련한 의무실로 달려갔다.
유소년 시절부터 쭉 팔로잉했던 선수가 바로 강현석.
선수 개인에게 지나치게 신경 쓰는 건 모든 걸 통괄해야 하는 단장 입장에선 좋지 않은 행동이긴 하지만, 오래 본 현석이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은 마음속에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3층에 있는 임시 의무실에 도착하자, 활짝 열린 문 쪽에는 팔짱을 낀 코치들이 심각한 얼굴로 방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석이가 부상이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
“아··· 단장님 오셨어요? 말 그대로 부상 의심이에요. 아무래도 2~3일 전에 다친 거 같은데, 참고 훈련을 계속 받다가 오늘 와서야 터진 것 같아요.”
“부상 부위는요?”
비좁은 실내에 많은 코치가 들어서 있어서 내부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었던 나는 뒤쪽에 있던 체력코치에게 현석이의 부상 정도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빠른 속도를 이용한 드리블이 주 무기인 강현석은 이미 예전부터 달고 있던 고질적인 무릎 부상 이력이 있다.
물론 이번에 완치 판정을 받긴 했지만, 인간의 몸은 한 번 다치기 시작하면 연쇄적으로 다치는 것이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또 신경 쓰이는 건 현석이가 가질 심리적인 압박감.
‘아무리 병원에서 완치라고 했다지만, 심리적으로 무릎이 다치기 전과 같다고 생각 안 할 가능성이 커.’
선수들의 부상이 재발하는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심리적인 요인이다.
다친 부위를 계속 신경 쓰기 때문에 몸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 비슷한 부상을 또 당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는 선수들도 상당히 많았다.
체력코치는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흠······’ 소리를 내며 고민하더니, 신중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부위는 오른쪽 무릎이긴 합니다. 예전에 다쳤던 그 부분이 맞아요. 일단 들어가서 한 번 보시는 게 좋을거 같네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체력코치는 입구에 서 있던 다른 코치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구단 팀 닥터가 현석이의 무릎을 천천히 구부려보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꾹 눌러보기도 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가요, 선생님?”
옆쪽에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현석이를 바라보고 있던 수석코치가 팀닥터에게 묻자, 그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자세한 건 찍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 잦은 부상으로 고생했던 부위기도 하니까 이런 잔 부상도 확실히 케어하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럼 일단 예전 부상이 재발한 상태는 아니라는 거죠?”
“확실하진 않지만, 일단 뭐 가벼운 염좌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선수 본인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요소가 있어서 확실히 하고자 하는 거구요.”
역시 현석이는 무릎 부상에 대해 신경을 계속 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심리 상태만 잠깐 봐볼까?’
선수들의 이적 상태나, 능력치를 보는 것 말고도 심리적인 요인도 볼 수 있는 요긴한 능력이기 때문에 나는 현석이의 상태창을 한 번 보기로 했다.
서울 유나이티드 소속. 공격형 미드필더(오른쪽), 윙백(오른쪽)
중거리 슛: 13 천재성: 16
주력: 16▲ 개인기: 12
가속도: 16▲ 드리블: 16▲
민첩성: 16▲
특이 사항: 과거 부상 부위가 아직도 신경 쓰임. 하루빨리 스쿼드에 녹아들고 싶음.
예상했던 대로의 심리 상태. 정밀 검사는 필요하겠지만, 염좌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지 만약 부상이 재발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장기 부상을 또 끊는다면, 현석이가 프로 생활을 계속할지도 의문일 정도니까.’
그 정도로 부상은 선수에게 민감하고, 선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나는 피로감에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면서 팀 닥터에게 물었다.
“그럼 제주전 출전은 무리겠죠?”
현재 제주에게 강현석의 선발 45분 출전을 약속한 상태. 현석이의 부상 상태에 따라서 다른 조항으로 바꿔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자 팀 닥터는 잠깐 고민하더니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제주와의 경기가 내일이니까 경기에 나서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내일 무릎 사진을 한 번 찍어보고······”
그때였다.
의자에 앉아있던 현석이가 팀 닥터의 말을 자르며 끼어들었다.
“괜찮다니까요.”
순간 간이 의무실에 있는 모든 시선이 현석이에게로 쏠렸다. 현석이는 무릎을 재빠르게 굽혔다 펴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이거 보세요. 멀쩡해요. 그냥 체력 훈련받고 피로해서 잠깐 근육이 놀란 거예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애써 태연한 척을 하는 강현석.
그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려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만큼 강현석을 오랫동안 봐온 사람은 없으니까.
나는 미약하게 한숨을 내쉬며 현석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현석아. 아직 시즌 개막도 안 했어. 진짜 프로 무대는 한 달 뒤에 있을 시즌 개막부턴데 벌써 무리할 필요는 없어.”
침착하게 현석이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강현석은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단장님······ 저 진짜 괜찮다니까요? 풀타임은 무리더라도 45분 정돈 무리 없이 뛸 수 있어요! 이거 보세······ 앗! 아······!.”
그러나 역시 통증이 존재했는지 현석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현석아. 일단 내일 경기는 쉬자. 고작 프리 시즌 경기야. 이렇게까지 무리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거······”
“아뇨. 저 뛸 수 있어요. 제 몸은 제가 가장 잘 알아요. 이 정도면 충분히 뛸 수 있는 몸 상태란 말이에요.”
현석이는 평소 같지 않게 강하게 고집을 피웠다.
라이벌이던 이지상이 제주로 가서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쥘 때, 현석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무릎 부상을 걱정하며 최고의 폼을 보여주지 못했다.
잦은 부상 때문에 장기이던 빠른 드리블은 무뎌졌으며, 점점 색깔을 잃어가고 있을 때, 누구보다도 괴로웠던 건 강현석 바로 본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괴로운 마음을 고려하더라도 지금은 이렇게 고집을 피울 때가 아니었다.
부상 당한 상태에서 뛰는 것만큼 아둔하고 멍청한 짓이 없다는 건 부상으로 현역 은퇴를 한 내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일본 투어 때도 기회가 있을 거고, 앞으로 시즌 치르면서 충분히 보여줄 수 있어 현석아.”
“······”
그의 어깨에 올린 손에 전해지는 미미한 진동.
파르르 떨리는 현석이의 몸을 통해, 울분에 쌓인 그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진 뒤에 현석이는 무릎 위에 올린 손을 꽉 쥐며 조용히 속삭였다.
“알겠습니다······ 단장님······.”
* * *
‘어느 정도 변화가 있는지 한 번 보긴 해야겠지?’
아직 대부분이 자고 있을 아침 6시.
제주와의 친선전 날이 다가왔다.
비록 내가 경기를 뛰는 건 아니지만, 유달리 바삐 움직였던 이적 시장이었던 만큼 기대감 때문에 단번에 눈이 떠졌다.
‘선수들 능력치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이나 해보자.’
어차피 다시 눈을 붙인다 해도 한, 두 시간 뒤에는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나는 이적생들 위주로 능력치를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서울 유나이티드 스쿼드’라 적힌 파일을 클릭하자, 선수들의 프로필이 한눈에 들어왔다.
FC서울 소속. 공격수(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좌측)
골 결정력: 13-15
주력: 15-16▲
가속도: 15-16▲
헤딩: 14-15▲
위치선정: 14
몸싸움: 16
특이사항: 구단에 들어와서 행복함. 하극상, 태업 논란 존재. 감독의 전술이 자기와 잘 맞는다고 느낌.
‘눈에 띄는 변화는 주력, 가속도, 헤딩 정도인가··· 단기간에 꽤 상승했는데?’
바쁜 프런트 업무에 치여가며 짬 나는 시간에나 겨우 훈련을 봤을 뿐이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민찬영이 줬던 임팩트는 꽤 준수했다.
‘열심히 하긴 했어. 본인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훈련받는 거 같기도 하고.’
민찬영과 오랫동안 본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가 이번 프로 무대 진출을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는 아마 10분만 그와 대화해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민찬영의 능력치 상승에 만족하며 스마트폰 화면을 다음으로 넘기자, 남자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임민우의 데이터가 나왔다.
FC서울 소속. 중앙 미드필더(전천후), 수비형 미드필더(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주력: 12▲ 패스: 13▲
가속도: 12▲ 시야: 15
중거리 슛: 16 태클: 15▲
몸싸움: 14 타고난 체력: 12▲
특이사항 : 구단에서 우승하고 싶다.
‘조금이긴 해도 바로 몸 상태가 올라오는군. 역시 베테랑은 달라.’
정말 짧은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3선 미드필더에게 부수적으로 필요한 능력치들이 골고루 상승한 임민우.
가장 중요한 체력과 볼 배급을 위한 패스 능력치가 늘어난 것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서른 중반이라는 나이에도 아직도 능력치가 상승한다는 건 그가 플레잉 코치를 하던 시절에도 몸 관리를 꾸준히 했다는 증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남은 건 현석이 정돈가···’
FC서울 소속. 공격형 미드필더(오른쪽), 윙백(오른쪽)
중거리 슛: 13 천재성: 16
주력: 16▲ 개인기: 12
가속도: 16▲ 드리블: 16▲
민첩성: 16▲
특이사항 : 부상 부위가 자꾸 신경 쓰임. 살짝 지쳐있는 상태
‘오늘 부상 정도만 체크하고, 이대로만 커 준다면 정말 해외로도 진출 가능한 선수가 충분히 될 수 있겠어.’
흐뭇한 표정으로 이번 시즌 영입생들의 능력치를 모두 확인한 나는 마지막으로 현재 제주의 에이스라 불리는 현석이의 라이벌의 능력치를 살펴봤다.
‘전에 한 번 보긴 했지만, 무슨 변화가 있을지 모르니까.’
FC 제주 소속. 공격형 미드필더(중앙), 중앙 미드필더(메짤라)
판단력: 13 시야: 13 패스: 17
주력: 13 민첩성: 16 퍼스트 터치: 12
가속도: 13 천재성: 16 개인기: 13
특이사항 : 지난 시즌 신인왕에 선정되어 기쁨. 훈련의 강도가 조금 더 높았으면 좋겠다. 다가오는 서울과의 맞대결을 기대하고 있다.
‘변한 건 없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능력치야.’
속된 말로 그냥 괴물 같은 능력치였다.
현대 축구에서 이제는 조금 빛이 바랜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선수지만, 어린 나이임에도 베테랑 프로 선수들을 아득히 상회하는 능력치.
패스 능력치 같은 경우에는 유럽 5대 리그에 속한 선수들의 패스 수치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올라 있는 대형 유망주였다.
한참을 이지상의 능력치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어느새 30분이 지난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대충 볼 사람들은 다 본 거 같으니, 이제 슬슬 준비할까?’
* * *
제주와의 친선전이 열리기 약 30분 전.
부랴부랴 제주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차내에서 생방송 중계에 집중하는 운영팀장이었다.
그는 혹여 버퍼링이 걸리지 않는지, 음향 조절은 현장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 와중 그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선 오늘 하루 중계를 맡을 유명 해설위원들이 경기 프리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서울 대 제주, 제주 대 서울. 프리 시즌이지만 K리그 팬들에겐 꽤 설렐만한 매치업이잖아요?
-그렇죠. 아무래도 지난 시즌 전반기는 아쉬웠지만, 후반기 승점 획득을 기가 막히게 한 서울과 두터운 스쿼드를 토대로 단단하고 화려한 공격축구를 구사했던 제주의 만남. 양측 다 공격을 중시하는 축구여서 재밌는 경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네. 말씀드리는 순간 친선경기 선발 명단이 나왔는데요?
-서울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골키퍼에···
프리 시즌 첫 번째 경기. 제주와의 친선전이 이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