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50)
애초에 아무런 경력이 없던 그가 당시 면접관이던 샬럿과 잭에게 만점을 받을 정도라는 건, 충분히 그에게서 무언가를 봤다는 것일 테고, 잭은 그것이 로건이 지닌 ‘데이터 분석’에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한 번 확인해 볼까?’
현재 운영팀의 에이스인 잭과 샬럿의 인정을 받은 로건에게 호기심이 일은 나는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음, 그러면······ 오후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없으면 한번 견학해보실래요?”
“겨, 견학이요?”
뜻밖의 기회가 굴러들어와서인지 로건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그는 곧장 목을 가다듬으며 평정심을 되찾더니 바닥에 내려놨던 상자를 다시 집어 들며 되물었다.
“정말 제가 따라가도 괜찮으시겠어요······?”
“그럼요. 로건도 어엿한 블랙번 로버스의 프런트 팀원 인걸요? 그런데 로건······”
“······”“제가 ‘벨링엄’ 이적 건 때문에 곧바로 나간다는 건 어떻게 알아챈 거예요?”
“아······”
내 물음에 그는 가볍게 손뼉을 한 번 치더니. 싱긋 웃으며 내가 쥐고 있는 갈색 봉투를 가리켰다.
“그 분류 파일에 든 선수들은 최중요 이적 타겟들이잖아요. 게다가 저번 주간 회의 때 단장님께서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은 ‘주드 벨링엄’ 영입에 총력을 기울인다고 하셨으니······”
“······”
“지금쯤이면 구단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오퍼가 들어갔을 테고, 이번 이적 시장이 벨링엄의 이적료를 받아내기 적기라 생각하는 도르트문트 측에서도 빠르게 저희 쪽과 접촉했을 것 같았거든요. 그 시기가 대충 이번 주나 다음 주일 것 같았구요.”
약간의 운이 따르긴 했지만, 상당히 구체적인 분석.
이제야 왜 잭이 로건의 장점이 ‘데이터 분석’이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음······ 마침 데이터 분석 쪽 자리가 비어있긴 하는데······. 여기서 썩긴 좀 아까워 보이는데······’
데이터 분석은 현대 축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야구에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개념이 있다면.
축구엔 비슷한 느낌의 ‘데이터 분석가’가 있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 분석가’의 유무는 이적 협상 기간에 그 차이가 현저하게 드러나곤 했는데, 대표적으로 지난 시즌 겨울 이적 시장에 영입한 ‘마르쿠스 튀랑’이 대표적인 예시나 마찬가지였다.
그때에도 데이터 분석을 전문적으로 담당했던 팀원이 있지는 않았지만, 옵타(Opta)라는 기관에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기존보다 더 탄탄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구축할 수 있었다.
심지어 튀랑은 지난 시즌 우리 팀에 이적한 직후 6경기 연속 골을 뽑아내며 왜 자신이 겨울 이적시장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았는지 몸소 증명해낼 정도였다.
많은 사람의 우려를 깨버리면서 말이다······.
나는 초롱초롱한 푸른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는 로건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로건. 혹시 오후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나요?”
그러자 혀를 살짝 내밀며 고민하기 시작하는 로건.
“음······ 일단 제가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은 없긴 합니다······”
나는 그런 로건에게 들고 왔던 갈색 봉투를 그의 상자 안에 살포시 넣어주며 말을 이어갔다.
“잘됐네요. 그럼 보강 자료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벨링엄’ 측과의 미팅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정도라서 그동안 ‘벨링엄’을 설득할 추가적인 분석 자료가 필요했거든요.”
세상 사람들은 내가 선수의 능력치와 특이 사항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모른다.
그러기 때문에 영입에 대해서 팬들을 납득 시키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이유’가 반드시 뒤따라야 했다.
물론······
선수가 직접 경기에 뛰어봐야 나오는 부분은 어쩔 수 없긴 했지만······.
“분석이라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해야 할까요?”
시간이 촉박해 힘들 것 같다는 말은 하지 않는 로건.
그의 결의에 찬 표정은 로건이 얼마나 이번 일을 손꼽아 기다렸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로건의 물음에 나는 손목시계를 슬쩍 본 뒤, 씩 웃으며 말했다.
“시간 내에 분석할 수 있는 건 모두요.”
* * *
-블랙번 단장의 이름은 준석 백. 유럽 내 클럽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전까지는요”
-한국에서 ‘서울 유나이티드’라는 클럽의 단장을 세 시즌 정도 맡았어요.
마크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당장 알아낼 수 있는 정보라고는 ‘K리그’라는 아시아 리그에서 구단을 맡았다는 것과 2부리그인 블랙번 로버스를 부임 첫해 만에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시켰다는 것 정도.
‘어떤 스타일로 이적 협상을 끌어가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시간만 충분하다면 백 단장에 대해 빡빡하게 분석해, 협상의 주도권을 자신에게 가져올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 마크는 자신의 거뭇거뭇한 수염을 매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벨링엄의 이적료로 블랙번에서 비드한 금액은 얼마라고 그랬죠?”
-1차 제안은 1억 1,000만 파운드(한화 약 1,750억 원)인 걸로 들었어요.
“도르트문트 쪽에선 받지 않을 금액이네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재 벨링엄은 도르트문트의 최중요 자원 중 하나.
지난 시즌 ‘엘링 홀란’을 맨체스터 시티로 떠나보낸 그들이기 때문에, 벨링엄만큼은 어떻게든 지키던지 그게 아니라면 거액의 이적료를 통해 이적시키고 싶어 할 것이었다.
그래서 그 의지를 듬뿍 담아 도르트문트에서 고수하고 있는 벨링엄의 최소 이적료는 1억 3,300만 파운드(한화 약 2,115억 원).
듣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상당한 액수지만, 벨링엄은 그만한 값어치가 충분한 선수였다.
약속 장소인 런던의 아담한 카페에 앉아 통화를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딸랑-!
종소리와 함께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두 명의 남성.
한 명은 금발 곱슬머리에 상당히 앳돼 보이는 젊은 남성.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다소 더운 날씨임에도 검은색 수트를 빼입고 어울리지 않는 빨간색과 초록색이 뒤섞인 넥타이를 한 동양인 남성이었다.
‘왔구나…… 블랙번 로버스의 단장…… Mr. Baek……!’
움직임(3)
백 단장을 따라 나서서 도착한 곳은 런던.
그곳에서도 꽤 구석진 곳에 위치한 카페에는 짧게 쳐올린 헤어 스타일에 딱 달라붙는 흰색 카라티를 입은 중년 남성이 있었다.
로건은 그를 보자마자 그가 오늘 백 단장이 만나기로 한 주드 벨링엄의 에이전트 ‘마크 베넷’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마크 베넷입니다.”
“블랙번 로버스의 단장 준석 백입니다.”
거추장스러운 인사치레는 덧붙이지 않았다.
짧으면서도 효율적인 자기소개. 그리고 백 단장은 거기서 한술 더 떠 자리에 앉자마자 본제로 곧바로 넘어갔다.
“벨링엄 선수와는 얘기해 보셨습니까?”
“성격도 급하시군요. 자리에 앉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본제라니······”
그러자 백 단장은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바쁜 건 서로 피차일반이니까요. 우리 말고도 다른 유력 구단들과의 미팅 일정도 잡혀있지 않으십니까?”
백 단장의 강경한 태도에 마크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내 차분하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하하,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번 이적 시장은 ‘주드’가 상당한 주목을 받을 무대니까요. 그런데 블랙번 측은 이적 협상을 빨리 끝내려고 하는 것 같군요?”
“개인적인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구단 입장에선 선수 이적 협상은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추후 시즌 준비에 있어서도 상당한 도움이 되는 부분이니까요.”
슬쩍 떠보는 마크의 말에 주도권을 잃지 않은 채 미팅을 진행하는 백 단장.
로건은 그의 옆자리 앉아, 작금의 협상 과정을 보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막연하게 상상만 했었던 선수들의 이적 협상 과정.
주로 어떤 식으로 협상이 진행되는지 상당히 궁금했던 그에게 백 단장의 모습은 그 굶주렸던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너무나도 적합했다.
“허허······ 알고 계시겠지만 ‘주드’는 이적료뿐만 아니라 주급도 꽤나 비싼 선수인데, 빨리 끝내려고 한다라······”
“아, 그것과 관련해서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
“주드 벨링엄 선수의 주급······ 블랙번 로버스에선 16만 파운드(한화 약 2억 5,600만 원)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벨링엄이 도르트문트에서 수령하고 있는 주급의 두 배가 넘는 금액.
심지어 만약 블랙번 로버스로 이적한다면 구단 최고 연봉자가 될만한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파레호와 아센시오도 저 정도는 못 받는데······’
로건은 지난 시즌 리그 베스트에 뽑힌 파레호와 아센시오의 주급을 떠올리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현재 블랙번 로버스가 ‘주드 벨링엄’ 영입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고, 또한 이젠 2부리그에서 빌빌 기던 예전의 블랙번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백 단장의 발언에 놀란 건 로건 뿐만이 아니었다.
“16만 파운드를 맞춰 줄 수 있다구요? 블랙번 로버스가요?”
놀란 건 마크도 마찬가지.
마크의 머릿속 계산대로라면 블랙번 로버스가 주급 체계를 쥐어 짜내서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2만 파운드(한화 약 1억 9,000만 원)였다.
“그것보다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할 거라 생각하셨나 봅니다.”
“아니 뭐······ 굳이 그랬다기보다는······”
정곡을 찔려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마크.
이런 사소한 감정 하나하나를 숨기는 데 젬병인 마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어갔다.
“프리미어 리그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된 팀인데 팀 내에 고액 주급자들이 많아지면 부담스럽지 않나 해서요.”
굳이 마크가 이런 발언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클라이언트인 ‘주드 벨링엄’이 블랙번 측에 원하는 것이 바로 스쿼드 전력의 보강이었기 때문.
그는 블랙번 로버스라는 팀에 흥미는 있지만, 그는 좀 더 강한 팀. 리그 우승을 다투고,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에 도전하는 그런 야망 있는 팀을 더 선호했다.
“당장 블랙번 로버스에 주급 10만 파운드(한화 약 1억 6,000만 원) 이상을 수령하는 선수가 파레호와 아센시오 정도가 있는데, 거기에 벨링엄까지 합세한다면 주급 부분이 상당히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생각 때문이죠. FFP 규정 관련해서 조사도 받고 계신 걸로 아는데······”
FFP(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라는 단어가 나오자 백 단장의 미간이 미세하게 꿈틀거렸지만, 그는 싱긋 웃으며 차분하게 마크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그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이미 플랜을 다 짜뒀거든요.”
보통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면 단순 허세로 치부하겠지만, 백 단장이 이렇게 말하자 묘하게 신뢰가 갔다.
지난 2년 동안 백 단장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너무나 성공적으로 입증해왔으니까.
아무도 못 할 거라 생각 했었던 블랙번 로버스가 프리 시즌에서 강팀을 상대로 선전하던 모습.
그리고 승격 첫 시즌에 강등당하지 않고 버텨냈다는 것. 심지어 리그 3위라는 어마어마한 대기록과 함께······.
“음······ 그러시군요. 그렇지만 저희 쪽에서 바라는 금액은 이 정도입니다.”
그러더니 마크는 작은 메모지를 꺼내 그곳에 숫자를 적어 조심스레 백 단장 앞으로 밀어 넣었다.
【180,000£】
“정확히는 18만 파운드(한화 약 2억 8,760억 원)에 부가적인 옵션 수당도 원합니다.”
마크의 제안을 받은 백 단장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옵션까지 붙는다면 당초 예상했던 금액보다 도를 넘기는 액수기도 했고, 무엇보다 구단 최고 주급이 올라갈수록 추후 다른 선수들과의 재계약 때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었다.
‘그래도 감수할만한 리스크가 있는 자원이긴 하단 말이지······ 그리고 부가적인 영입 효과들도 기대할 수 있을 거야.’
백 단장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벨링엄 영입에 성공하면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이득들을 체계적으로 계산하고 있을 때, 마크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물론 주급이 부담스러우시다면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다른 방법이요?”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마크.
그는 알 수 없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바이아웃을 낮추는 방법이 있죠. 그거라면 충분히 아까 말씀하신 주급 16만 파운드에도 주급 협상이 가능합니다.”
선수 바이아웃은 구단 입장에서 본다면 낮을수록 불리한 조건이었다.
턱없이 낮은 금액은 다른 구단에서 바이아웃을 지불해 버리는 것으로 선수와의 개인 협상으로 바로 건너뛰어 버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