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51)
그렇게 되면 팀 내 에이스가 이적하는 걸 두손 두발 다 든 채 지켜보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바이아웃이라······ 구체적으로 얼마까지 낮추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당연히 백 단장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벨링엄의 바이아웃은 2억 파운드(한화 약 3,200억 원)로 책정해뒀었다.
백 단장의 물음에 마크는 오른손을 쫙 펴 보였다.
“1억 5천만 파운드(한화 약 2,400억 원)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그건 안될 것 같습니다.”
마크의 제안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하는 백 단장.
낮아도 터무니없이 낮았다.
1억 5천만 파운드면 당장 벨링엄이 블랙번 로버스로 이적한다 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음 시즌에 곧바로 팔려나갈 수도 있는 상황.
벨링엄을 중심으로 블랙번 로버스를 유럽의 강호로 끌어올릴 생각이었던 백 단장은 바이아웃은 어지간해선 건드리기 싫었다.
‘여기선 고집부리지 않는 게 좋겠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18만 파운드라는 주급과 추가 옵션은 상당히 버거운 조항이긴 하지만, 천금 같은 바이아웃 조건을 내려서 시즌 구상안이 공중에 붕 뜨는 것보단 나았다.
“좋습니다. 주급은 18만 파운드 딱 맞춰 드리겠습니다. 추가 옵션 수당도 지불할 용의가 있구요.”
“그러시다면 뭐······ 추가 옵션 쪽으로 넘어가 볼까요?”
애초부터 마크는 알고 있었다.
블랙번 로버스가 인상된 주급 제안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다른 팀에 비해 경쟁 요소가 떨어지는 블랙번이 이번 영입전에서 다른 팀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돈을 더 쓰는 것뿐이었다.
바이아웃까지 내릴 수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마크는 그 부분만큼은 강경하게 나오는 백 단장의 태도를 보자 그건 불가능할 거라 판단해 빠르게 발을 빼기로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드는 의문.
어째서 블랙번 로버스는 ‘주드 벨링엄’ 영입에 이렇게 목을 매는가.
‘블랙번의 감독이 중원 지향적인 전술을 채택하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지?’
지난 시즌 이적 시장에는 블랙번 로버스와 링크 나던 수많은 선수들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왔는데, 이번 시즌은 유난히 잠잠했다.
마치 폭풍 전의 고요함처럼.
“흠흠······ 그런데 말입니다. Mr. Baek.”
“······”
“블랙번 로버스가 ‘주드’ 영입에 이렇게까지 목 매는 이유가 뭡니까? 아무리 ‘주드’가 촉망받는 자원이라지만······ 분명히 플레이 스타일이 블랙번에 맞지는 않는 것 같은데······”
마크의 물음에 백 단장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중앙 지향적이 아니라해서 빌드업 과정에서 중원을 아예 거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저는 ‘주드 벨링엄’의 플레이 스타일이 현재 블랙번 로버스의 몇몇 문제점들을 해결해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
“‘주드 벨링엄’ 선수를 강력히 원하는 분도 조만간 생기거든요.”
백 단장의 말에 마크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조만간 ‘위르겐 클롭’이라는 명장이 블랙번 로버스의 지휘봉을 잡는 충격적인 상황은 생각도 못 한 채······.
* * *
[BBC] 위르겐 클롭. 리버풀과 재계약 없다.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할 뿐. 충격적인 FA 선언······!“결국 또 한 명의 명장이 FA 선언을 해버렸구먼······”
런던에 있는 ‘커트오프사이드’의 사무실.
모두 취재 나가버린 탓에 혼자 우두커니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스킨 헤드의 남성은 ‘커트오프사이드’에서만 4년째 일하고 있는 기자 ‘미겔 산체스’였다.
그는 보고 있던 기사 창을 심드렁한 표정과 함께 꺼버리며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빙글빙글 돌면서 생각했다.
‘누가 봐도 재계약을 할 것 같았는데 말이지······ 대체 왜 FA 선언을 해버린 거지?’
지난 시즌 성적이 안 좋기는 했다지만, 그래도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는 성공했고, 무엇보다 후반기 막판에 보여준 경기력은 폼이 바짝 올랐을 때의 리버풀의 경기력을 다시 보는 듯했었다.
다음 시즌이 가장 기대되는 팀을 꼽으라 한다면 미겔은 주저 없이 ‘리버풀’을 꼽았을 정도.
그러나 클롭 감독은 재계약을 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쏟아지는 인터뷰들에선 ‘새로운 도전’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이 재능 있는 감독의 차기 행선지를 기대하게 했다.
‘하······ 엄청 궁금하네······ 예전부터 말했었던 대표팀 감독 자리라도 가려나······? 그러기엔 지금 독일 대표팀 자리는 이미 ‘한지 플릭’이 있단 말이지······’
그렇게 클롭의 차기 행선지에 대해 막연하게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따르릉-! 따르릉-!
그의 왼쪽 자리의 전화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가 걸려 온 자리의 주인은 ‘파브리지오 로마노’.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공신력이 아주 높다고 평가받는 유능한 기자였다.
“자리 주인은 지금 취재를 갔습니다요······”
알 수 없는 리듬감으로 중얼거린 미겔은 의자에서 일어나 로마노의 자리에서 요란하게 울리고 있는 전화기를 집었다.
“네. 커트오프사이드입니다.”
-미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로마노였다. 바로 이 자리의 주인.
“로마노? 뭐 하는 거야? 왜 네 자리에 전화를 걸어?”
-그, 급한 건이 있어서! 지금 국장님 자리에 계셔?
로마노의 물음에 미겔은 코를 후비적거리며 의자를 당겨와 앉았다.
“안 계시지. 오늘 이적 시장 취재 때문에 다들 나가셨잖아.”
-하······ 맞지······. 하······ 어쩌지······.
“뭔 일 있어?”
안절부절못하는 로마노의 모습에 미겔이 심드렁한 말투로 묻자, 로마노는 심호흡을 한 번 하며 아주 조용히 속삭였다.
-클롭 감독 차기 행선지 정보 입수했어!
이별과 새로운 출발
단장실 창문 블라인드 틈새에 손가락을 넣어 경기장 밖을 보자, 이미 그곳엔 수많은 기자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예상하긴 했지만 엄청 많이도 모였군.’
나는 중요한 자리에 메고 가는 넥타이를 단정하게 조여 맸다.
기자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블랙번 로버스의 감독 교체 소식 때문.
부임했을 때는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결국 블랙번 로버스를 유럽의 신흥 강호 팀으로 성장시킨 루이 감독의 감독직 사임 소식은 축구계를 강타할만한 빅뉴스였다.
똑똑-!
“네.”
“준비 되셨어요?”
말끔하게 차려입은 잭이 싱긋 웃으며 되묻자, 나는 손목시계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클롭 감독님은 도착하셨나요?”
“네. 지금 대기실에서 단장님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제일 늦은 모양이네요. 이동하시죠.”
열린 문 쪽을 손짓하며 걸음을 옮기자 잭은 내 옆에 바짝 붙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너무 많이 온 것 같은데요······?”
그 역시도 경기장 밖에 몰려들고 있는 수많은 기자를 본 모양이었다.
나는 걱정하는 잭을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
“뭐······ 지금 시기에 가장 이슈가 될 만한 건 저희 쪽 소식이 맞으니까요.”
시즌이 막 끝나고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기 직전.
수많은 선수의 이적 링크들이 기사화되곤 있었지만, 폭풍전야의 상황처럼 ‘메인’급 이적 링크들은 아직 숨죽이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핸드폰을 무음 상태로 바꾸면서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전 오히려 좋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 첫발을 내딛는 블랙번 로버스에게 있어서 최고의 홍보가 될 테니까요.”
구단 운영도 어찌 보면 경영의 일부분이다.
수많은 기업이 자신들의 로고를 경기장 곳곳에 박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데는 오로지 ‘홍보’를 위해서다.
그런데 그 귀중한 ‘홍보’를 새로운 감독 소개의 자리를 통해 자연스레 ‘블랙번 로버스’라는 구단의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됐다면?
아마 어떤 단장이었어도 부를 수 있을 만큼의 기자들을 불러 모았을 것이다.
단장실에서 나와 ‘기자회견장’이 있는 1층에 도착하자, 계단쪽에서 상주하던 기자들이 부리나케 우리 쪽으로 몰려들었다.
“클롭 감독과는 언제부터 접촉하신 겁니까!”
“루이 감독의 자진 사임 이유는 무엇입니까!”
“단장님! 이쪽 한 번만 봐주시겠어요!”
“클롭 감독 선임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성난 벌떼들처럼 맹렬히 달려드는 기자들.
그 틈바구니에서 잭은 필사적으로 그들을 만류하고 있었다.
곧이어 경비팀까지 달려와 ‘기자회견장’으로 갈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자, 나는 플래시가 연신 터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덤덤하게 말했다.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된 것들 모두 기자회견장에서 말할 예정입니다. 질문은 그때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만족하실만한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짧게나마 기자 회견에서의 기대감을 증폭시킨 뒤 대기실로 들어가려 하자, 여전히 궁금한 것들이 있는지 기자들은 집요하게 질문을 던져왔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다른 후보 군들은 고려하지 않으신 겁니까!”
“클롭 감독과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어떻게 보낼지 구상은 끝내셨나요?!”
“루이 감독의 사임은 자의입니까, 타의입니까!”
“다음 시즌은······!”
그러나 나는 그런 그들을 향해 환한 미소만 지어 보이며 대기실로 들어갈 뿐이었다.
* * *
독일 도르트문트에 있는 고급 주택가.
탁 트인 정원이 인상적인 주택에선 곱슬머리의 흑인 남성이 상의 탈의한 채 축구공을 트래핑하고 있었다.
“주드. 굳이 이적을 서두를 필요는 없지 않겠어?”
축구공을 트래핑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던 남성은 ‘주드 벨링엄’.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의 최대어이며, 현재 블랙번 로버스를 비롯한 수많은 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잉글랜드 출신의 슈퍼 유망주였다.
그리고 그의 에이전트인 ‘마크 베넷’은 따사로운 햇살에 눈살을 찌푸리며 정원에 놓여있는 의자 앉아 말하고 있었다.
“맞지.”
마크의 물음에 벨링엄은 축구공을 이마에 올린 채 균형을 잡으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이해가 가지 않는 듯 툴툴거리는 마크.
“아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블랙번 로버스의 기자 회견을 보고 결정 내리겠다며?”
“그것도 맞지.”
그런 반응을 즐기고 있는지 벨링엄은 축구공을 정원 한쪽으로 툭 차보이며 웃었다.
“주드!”
벨링엄의 농담 섞인 어조에 답답함을 느낀 마크가 탁상을 가볍게 내려치자, 벨링엄은 어깨를 으쓱였다.
“알았어. 알았어. 진정해 마크.”
그러더니 씩씩대는 마크의 앞으로 다가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의자를 세워 자리에 앉은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어갔다.
“기자 회견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건 1차 결정이야. 알잖아. 도르트문트로 올 때도 이런 식이었던 거.”
벨링엄의 해명에 마크는 곰곰이 그때의 일을 떠올리더니 이내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잉글랜드의 차세대 스타 플레이어라 불리던 벨링엄은 ‘버밍엄 시티’를 떠나 ‘도르트문트’로 이적할 때 세 번에 걸쳐서 이적을 결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