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60)
여느때보다 더 북적거리는 이 공항은 지금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딱 하나.
바로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의 최대어 ‘주드 벨링엄’의 이적 소식이 공식적으로 발표됐기 때문.
[커트오프사이드] Here we go! 도르트문트의 ‘주드 벨링엄’ 블랙번 로버스로 이적! 계약 기간은 5년. [BBC] 블랙번 로버스 ‘주드 벨링엄’을 품다! 이적료는 1억 3천만 파운드!“인터뷰 일정은 따왔어?”
그 혼잡한 상황 속. 핸드폰에 미친 듯이 울리는 기사 알림을 확인한 회백색 머리카락의 남성.
그는 자신의 옆에서 카메라 셔터를 쉴새 없이 누르고 있는 앳된 얼굴의 남성에게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그러나 대답 없이 여전히 카메라 셔터에 열중한 남성.
“알렉스!”
“네, 넷······!”
회백색 머리칼의 남성이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소리치자, 알렉스라 불린 앳된 얼굴의 남성은 그제야 카메라를 내리며 대답했다.
“하······ 인터뷰 일정 따왔냐고 묻잖아.”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는 회백색 머리칼의 남성은 영국 언론사 BBC에서 근무하고 있는 스포츠국 기자 ‘이안 포스터’.
그리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앳된 얼굴의 남성은 이번에 BBC에 새로이 입사한 신입 기자 ‘알렉스 테일러’였다.
알렉스는 이안의 물음에 허둥지둥 다 헤져가는 수첩 하나를 꺼내 바들바들 떠는 손으로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게······ 그······ 분명히 어디다 메모를 해놨었는데······”
허둥대는 그의 모습에 꾹꾹 눌러 담았던 이안의 분노가 터지려는 바로 그때.
용케 메모해둔 부분을 찾아낸 알렉스가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외쳤다.
“16시 20분! 16시 20분에 ‘이우드 파크’에서 입단식이랑 기자회견 같이할 예정이라 했어요!”
그러자 자신의 손목 시계를 확인한 이안은 알렉스가 말한 입단 기자회견까지 2시간이 남았는데도 촬영 장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이안?”
당황한 알렉스가 자신을 부르며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이안은 그에게 수첩을 되돌려 주며 툴툴거렸다.
“멍청하게 서있지 말고 짐부터 챙겨. 지금부터 이동해야 하니까.”
“아,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는걸요? 그리고 공항에서도 기자회견이 준비돼 있다고 했는데······”
그러자 이안은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촬영 장비가 든 가방을 어깨에 들쳐멨다.
“하······ 알렉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봐. 여기서 기자회견을 길게 가져가면 ‘이우드 파크’에서의 일정을 제대로 소화할 수나 있겠어? 블랙번의 단장은 칼 같은 사람이야 분명히 공항에서 하는 기자회견은 정말 간소하게 할 가능성이 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건 뭐야.”
“어······ 음······.”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부분이라 시원하게 답하지 못하는 알렉스.
이안은 그럴 줄 알았다며 그에게 여분의 가방 하나를 추가로 건네며 말을 이어갔다.
“자리 선점! 자리 선점! 하······ 뭐 이런 놈이 신입으로 와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시간에 장비 챙겨서 빨리 이동할 준비나 해! 우리 말고도 이미 생각 있는 놈들은 ‘이우드 파크’로 달려갔으니까.”
이안에게 한 소리 들어먹은 알렉스는 속상한 마음에 그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며 카메라를 조심스레 가방 안에 담았다.
“빨리 와라!”
“네, 네!”
그러곤 공항 입구에서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이안에게 허둥대며 달려가자, 이안은 준비해둔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
“질문은 준비했어?”
“아, 네! 준비했습니다!”
“좀 보자.”
이안이 운전석에서 그를 향해 손을 내밀자, 알렉스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망설였다.
그러자 급속도로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 이안.
“설마······ 준비 안 했는데 했다 한 건······”
“아닙니다! 했어요! 진짜 하긴 했는데······”
“했는데?”
“너무 취조하는 것처럼 하시니까 자신이 없어지잖아요······.”
“하······ 개소리하지 말고 그냥 빨리 내놔 시간 없으니까.”
카메라를 담았던 가방에서 반으로 접힌 A4 용지 하나를 꺼내 이안에게 건네주는 알렉스.
이안은 시동을 걸면서 종이를 펼쳐 알렉스가 준비한 질문들을 쭉 훑어보기 시작했다.
“몇 개는 수정 좀 해야겠다. 특히 여기.”
꽤나 많은 질문이었는데도 순식간에 파악을 마친 이안이 가장 마지막 질문 쪽을 가리킨 뒤 알렉스에게 질문지를 넘기자, 알렉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왜요? 그래도 향후 구단의 운영 방향성 정도는 물어봐도 괜찮지 않나요?”
그러자 능숙한 운전으로 공항 주차장을 빠져나온 이안은 국도를 타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런 뻔한 질문으론 원하는 답을 얻기 힘들어. 특히 블랙번 단장에게 질문할 때는 더 신경써야 해.”
“블랙번 단장이 그렇게 인터뷰하기 힘든 사람이에요? 기사들을 보면 그래 보이지는 않던데······”
“인터뷰하기 힘든 게 아니라. 조금만 느슨하게 질문하면 요리조리 빠져나가거든. 블랙번의 백 단장은 그런 사람이야. 특히 입단 기자회견같이 아예 판이 깔린 부분에선 더더욱.”
이안은 백 단장이 프리미어 리그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꾸준하게 그를 취재해왔었다.
그러나 3년이란 시간 동안 그를 취재해오면서 느낀 건 딱 한 가지.
블랙번 로버스의 급격한 성장은 전부 백 단장의 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만들어진 작품을 토대로 기자들을 통해 인터뷰하는 그의 모습은 어떤 때에 언론을 이용해야 하는지를 통달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수정하는 게 좋을까요? 좀 빙빙 돌려서 질문을 해볼까요?”
언제든지 수정할 준비가 된 알렉스가 볼펜을 딸깍이며 묻자, 이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빙빙 돌려봐야 얻는 건 없어. 오히려 직설적으로 묻는 게 백배는 이득이야.”
“그러면······ 그냥 속 시원하게 이번 시즌 목표라도 물어볼까요? 역시 이건 너무 뻔하겠죠······?”
자신감을 잃은 알렉스가 이안의 답은 듣지도 않은 채 구상했던 질문에 줄을 그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이안의 반응은 그 반대였다.
“아니야. 그게 낫겠어. 차라리 시원하게 물어봐. 이번 시즌 구단의 목표가 우승이냐고.”
“우승이요? 에이, 무슨 승격 2년차에 우승이 목표냐 물어봐요······ 아무리 지난 시즌 성적이 좋았다지만······”
헛웃음을 지으며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알렉스.
그러나 이안은 달랐다.
가장 처음 영국 무대에 발을 들이밀었던 백 단장의 취임식.
그에게는 여전히 그때 당시 백 단장이 했던 말이 뇌리에 깊게 박혀 있었다.
‘5년 안에 팀을 우승권으로 끌어 올릴 겁니다.’ 라던 당찬 포부가······.
그리고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통한 블랙번 로버스의 성적을 본 이안은 이번 시즌은 정말로 어떤 결과라도 일어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머릿속을 강하게 맴돌고 있었다.
* * *
“투어 일정은 다 잡았죠?”
“네. 태국에서 두 경기. 그리고 미국에서 세 경기 모두 차질 없이 준비했습니다.”
‘이우드 파크’로 돌아오는 차 안.
샬럿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잭과 나는 프리시즌 투어 일정을 빠르게 점검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하’ 선수 이적 건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두른다면 프리 시즌 첫 경기도 소화 가능할 것 같은데······”
잭의 물음에 나는 스카우트 팀 소속, 로만이 준비해준 ‘윌프리드 자하’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30세(1992.11.10)
주발: 오른발
크리스털 팰리스 FC 소속. 인버티드 윙어(왼쪽), 인사이드 포워드(왼쪽), 공격형 미드필더(오른쪽)
개인기: 18 드리블: 18
크로스: 12 패스: 11
퍼스트터치: 15 일대일 마크: 4
시야: 11 타고난 체력: 15
주력: 17 가속도: 17
팀워크: 12 민첩성: 17
중거리 슛: 10
특이 사항: 클롭 감독과 함께하는 걸 고민하고 있음.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완벽한 준비가 되진 않았거든요.”
윌프리드 자하의 특이 사항에 주목하면서······.
수확의 시기(2)
“윌프리드! 굳이 이렇게 하려는 이유가 뭐야! 아스날은 지난 시즌 리그 우승 팀이라구! 지금 너가 걷어찬 딜이 어떤 딜이었는지 알아?”
격정적으로 화를 내고 있는 노년의 남성.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무심한 듯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탄탄한 체격의 남성.
바로 ‘윌프리드 자하’와 그의 에이전트 ‘피니 자하비’였다.
“윌프리드! 내 말 듣고 있는 거야?”“듣고 있어요.”
피니는 깊은 한숨과 함께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말을 이어갔다.
“어째서 그런 결정을 단독으로 한 거야. 우리 같이 가기로 한 거 아니었어? 난 너의 에이전트잖아. 처음에 계약할 때 뭐라고 그랬어. 빅클럽으로 가고 싶다고 했었잖아.”
피니가 격정적으로 자신의 답답함을 토해냈지만, 자하는 심드렁한 표정만 지어 보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FUCKING BLOODY HELL······!”
그러자 피니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거친 악센트의 욕설.
피니 자하비.
그는 유럽 축구계의 최고 거물 중 하나이며 오늘날 슈퍼 에이전트라는 명칭 자체를 축구계에 처음 등용시킨 전설적인 에이전트.
그는 2023년에 크리스털 팰리스와 계약 만료되는 ‘윌프리드 자하’와 계약을 맺으며 그를 빅클럽으로 데려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각 구단과 협상을 진행했다.
더 나은 주급.
선수가 원하는 포지션에서 출전 시간이 보장될 수 있는지.
선수에 대한 우대 사항이 있는지.
수많은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고른 곳이 바로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인 ‘아스날’.
리그 우승을 일궈내긴 했지만, 스쿼드 뎁스가 얇아 고생하는 아스날은 때마침 FA 신분이 된 자하를 영입해서 측면에서의 파괴력을 보강할 계획이었다.
자유계약이다 보니 이적료 발생이 없어 주급이나 에이전트 수수료 같은 부가 조건들을 최대한으로 맞춰준 아스날.
심지어 전 시즌 리그 우승 멤버들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팀적인 사기가 상당히 올라간 상태였다.
그러나.
아스날과의 계약서의 도장을 찍기 한 시간 전.
자하는 갑작스럽게 아스날 이적을 거부했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구단에 전화를 걸어서······.
잘 짜여진 판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던 피니는 그런 자하의 돌발 행동에 엄청난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상태였다.
“적어도 나에게 한 마디는 언지를 줬어야지! 지금 아스날한테 내 이미지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 이게 서로를 신뢰해야 하는 선수와 에이전트간의 관계에서 일어날 일이냐구!”
피니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열변을 토하자, 묵묵히 핸드폰만 바라보던 자하가 굳게 닫혔던 입을 열었다.
“진정해요. 피니.”
“뭐······?”
“먼저 미리 말을 못 한 건 미안해요. 하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요.”
이유가 있다는 자하의 말에 피니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해보라는 듯 손짓하자, 자하는 자신에게 온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
“이거 보세요.”
자하의 핸드폰에 도착한 문자는 ‘위르겐 클롭’에게서 도착한 것이었다.
“클롭? 블랙번 로버스 감독인 ‘위르겐 클롭’?”
피니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자하.
문자 내용은 자신과 블랙번 로버스에서 큰 프로젝트 하나를 달성할 생각이 없냐는 클롭 감독의 제안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피니.
“이적 시장이 다가오면 각 팀의 감독들에게 이런 문자는 수십 통은 오는데, 고작 이거로 다 만들어진 판을 엎었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