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62)
차라리 금전적인 이득을 더 많이 취하려고 계약을 여러 번 꼬는 에이전트가 상대하기는 더 쉬운 편.
그들에겐 명확한 목적이 있어서 그 조건과 최대한 부합하게 제안하면 그만일 뿐이니까.
그러나 ‘피니 자하비’ 같은 슈퍼 에이전트들은 그런 것보단 더 확실한 ‘실적’을 원했다.
자신들이 이적 시킨 선수가 팀에서 꾸준한 성적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는 그런 ‘실적’.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최고의 팀으로 선수를 이적시켜 최고의 선수로 발전시키는 것일 테니까.
-설마······ 블랙번 로버스의 이번 시즌 목표가······
전화 너머로 다소 놀란 듯한 피니의 목소리.
그도 아마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블랙번 로버스라는 팀의 단장이 이런 소리를 할거라는 걸.
현상 유지가 아닌.
더 높은 곳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네. 이번 시즌 블랙번 로버스는 잃어버린 리그 우승 트로피를 되찾아올 생각입니다.”
* * *
런던에 위치한 한 ‘베팅 숍(Betting Shop)’.
야외 테이블엔 우중충한 하늘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중년 남성이 앉아 있었다.
“심상치 않아······ 아주 심상치 않단 말이지······”
하늘을 보며 중얼거리고 있을 때 그의 뒤에서 다가오는 빨간색 카라티를 입은 중년 남성.
그는 ‘베팅 숍(Betting Shop)’을 운영하는 ‘벤 제이콥스’였다.
“뭐가 심상치 않다는 거야. 버나드.”
“응? 아······. 그냥······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 순위가······?”
벤의 말에 에둘러 말하는 버나드.
그는 도박사 중에서도 상당한 적중률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도박사였다.
버나드의 말에 흠칫 놀라는 벤.
그는 버나드의 옆자리에 조심스레 앉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번 시즌 순위 예측이 어렵다니······ 내가 아는 그 ‘잭 버나드’가 맞아?”
그 말과 함께 버나드의 볼을 가볍게 꼬집는 벤.
버나드는 피식 웃으며 그의 손을 가볍게 치워 내더니 쥐고 있던 팬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 이게 어렵다고 해야 할지······ 변수가 너무 많다고 해야 할지······”
“변수?”
“어. 유독 한 팀이 자꾸 걸리네······”
그 말과 함께 버나드가 테이블에 올려진 오늘 자 스포츠 신문을 바라보자, 벤 역시 신문 1면을 흘깃 거렸다.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는 건 오피셜 발표가 난 ‘주드 벨링엄’의 블랙번 로버스 이적 소식.
천문학적인 금액과 함께 블랙번 로버스의 최근 행보를 짧게나마 버무린 그런 기사였다.
“아······ 블랙번?”
벤은 그제야 버나드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팀이 어디냐 물으면 열에 여덟은 블랙번 로버스라고 답할 정도로 블랙번의 위상은 가파르게 올라선 상태였다.
“참 신기해······ 단장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까지 수직 상승 할 줄이야······”
벤이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리자, 버나드 역시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일을 낼 것 같긴 한데······ 이게 또 유구한 전통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통계와 확률’에 의거하면 이제는 떨어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단 말이지······”
“에이, 너무 간 거 아니야? 이제 막 올라왔잖아?”
버나드의 억측에 면박을 주는 벤.
그러자 버나드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상식적으로 2부리그에서 몇 년을 허덕이던 팀이 승격 이후 곧바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따내는 게 말이 된다고 봐?”
“봤지. 지난 시즌 블랙번 로버스가 보여줬잖아. 나는 재밌던데, 블랙번이 올라오고 나서부터 단단한 빅6 체제에 금이 간 거잖아. 심지어 지난 시즌엔 ‘뉴캐슬’도 나름 선방했다고?”
“뉴캐슬······ 거기도 저력이 있긴 한데. 그건 어디까지나 ‘반짝’하는 저력. 그런데 블랙번은 아니야. 강팀이 지니는 그 철옹성같은 느낌이 나······”
신문 1면을 떡하니 장식하고 있는 블랙번 로버스의 기사에 연신 동그라미를 그리는 버나드.
그는 심사숙고한 끝에 신문을 반으로 접으며 먹다 남은 샌드위치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결정 내렸구나?”
평소대로의 루틴.
시즌이 끝나면 늘 이곳에 와 샌드위치를 꺼내 먹으며 향후 시즌의 결과를 예측하는 버나드.
그 루틴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벤이 조심스레 되묻자, 버나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번 시즌 픽은······”
“······”
“블랙번 로버스로 결정했어.”
* * *
‘의외로 우승 배당이 붙었네?’
프리시즌 투어 출국 하루 전.
오랜만에 영국 집으로 돌아온 나는 캐리어에 간단하게 짐을 싸고 있었다.
보통 다른 단장들은 프런트에 남아 구단 행정 업무를 처리하겠지만, 나는 프리시즌 투어야 말로 전 세계의 다양한 서포터들을 직접 눈에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물론 겸사겸사 좋은 선수를 발견하는 그런 우연도 노릴 겸······.
그렇게 짐을 싸면서 구단 관련 소식들을 기사로 접하고 있을 때 우연히 눈에 들어온 ‘23-24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 배당’ 기사.
배팅이 합법화된 영국이기 때문에 시즌 시작하기 전 리그 우승팀, 득점왕, 도움왕을 예측하는 배팅이 활발한 편인데 그것과 관련된 기사였다.
‘배당률이 16이면······ 의외로 도박사들도 블랙번을 요주의 팀으로 여기고 있다는 건데······’
보통 유력한 리그 우승팀으로 점쳐지는 팀들의 배당률이 1.5~1.7 정도인 걸 고려해보면 그렇게 좋은 수치는 아니었지만, 나름 의미가 있는 순위권 진입이었다.
승격한 지 두 시즌 만에 리그 우승권을 넘보는 팀이 되었다는 거니까.
마지막으로 갈아입을 와이셔츠를 캐리어에 담는 순간.
띵동-!
웬만해선 울릴리 없는 초인종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누구지? 이 시간에?’
밤 10시.
심지어 이곳은 수도인 런던 도심가도 아닌 블랙번 외곽지구라서 어지간해선 사람이 돌아다닐 시간이 아니었다.
조심스레 인터폰 쪽으로 다가가자, 화면에 비치는 건 너무나 익숙한 얼굴.
악성 곱슬 머리에 말쑥한 체격.
바로 이번 시즌 블랙번 로버스에 합류한 ‘주드 벨링엄’이었다.
“어쩐 일이에요? 이 시간에?”
찾아온 사람이 너무 의외라 문을 열어주며 묻자, 그 순간 벨링엄의 뒤에서 전상빈이 불쑥 튀어나왔다.
“짠!”
“상빈 씨?”
그는 다짜고짜 집 안으로 벨링엄과 함께 밀고 들어오며 말했다.
“오늘 오랜만에 퇴근하셨다는 소식 입수하고 바로 찾아왔죠. 그런데 때마침 주드가 제 집에서 머물면서 집을 구하고 있어서 겸사겸사 찾아왔어요.”
“반갑습니다. 단장님. 개인 협상 이후로 처음 뵙네요.”
상빈과 달리 공손하게 악수를 청하는 벨링엄.
나는 마지못해 그의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나눴다.
“그래요······. 그런데 오실 거였으면 미리 말씀해주시지. 뭐 딱히 내드릴 게 없어서······.”
“어어! 안 그러셔도 됩니다. 단장님 바쁜 거 잘 아는 제가! 딱! 준비해왔으니까요!”
상빈이 자신 있게 자기 손에 쥐여 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흔들자, 나는 피식 웃으며 둘을 작은 정원 쪽으로 안내했다.
“상빈 씨라면 불쑥 찾아와도 이상할거 없지만, 벨링엄 선수까지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그러자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벨링엄.
“하하, 저도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을 못 했어서······”
그가 작금의 상황이 어색한지 뒷머리를 긁적이자, 옆에 있던 상빈은 맥주 한 캔을 따 내게 건네주며 말을 이어갔다.
“이러면 내가 뭐가 돼. 너가 그랬잖아. 개인적으로 만나보고 싶다고.”
“저를요?”
상빈의 말에 사뭇 놀라 되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 개인 협상 때는 조금 짧았다고, 진지하게 구단의 미래와 관련해서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음······ 뭐 상관 없으려나······ 어차피 선수들 면담 정도는 간간히 하는 편이고.’
이미 다른 선수들과는 시간을 내서 면담하는 편이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는 않았다.
오히려 선뜻 다가와줘서 나야 좋았다.
‘주드 벨링엄’은 앞으로 블랙번 로버스의 중심을 잡을 명실상부 최고의 에이스.
그런 선수와 구단의 미래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는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뭐······ 둘만 괜찮다면 전 상관없습니다.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자, 머뭇거리던 벨링엄의 표정이 급속도로 환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쭉 이 시간을 기다려왔던 것처럼······.
목표는? 리그 우승
[BBC] ‘주드 벨링엄’ 프리시즌 3경기 3골 1도움 쾌조의 스타트! 스페인에서 펼쳐진 블랙번 로버스의 화려한 경기력! [커트오프사이드] ‘첫 술에 배부르지 않겠다’ 클롭. 성공적인 감독 데뷔! 날카로운 창 끝으로 승리를 조준한다!스페인에서 세 경기를 가지는 것으로 시작된 프리시즌 투어.
나는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나오는 믹스트존 쪽에서 프리 시즌 관련 기사들을 쭉 훑어보고 있었다.
전 시즌 폭풍 같았던 시즌을 보내서인지 블랙번 로버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짐과 동시에 그에 뒤따르는 우려도 커졌었다.
가장 큰 우려는 오랜 기간 팀을 이끌어온 루이 감독의 감독직 사퇴.
그리고 팀의 허리 라인에서 궂은일을 도맡던 조던 화이트와 지난 시즌 발롱도르 포디움에 들었던 아센시오의 레알 마드리드 리턴까지.
대신 이번 여름 이적 시장 최대어인 ‘주드 벨링엄’을 영입해 미드필더 라인을 강화했고, FA 신분으로 풀린 ‘윌프리드 자하’를 영입해 아센시오의 공백을 메웠지만, 언론과 팬들은 아센시오의 공백은 상당히 클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역시 결과는 내 예상대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잔뼈 굵은 ‘윌프리드 자하’는 엄청난 속도로 팀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프리시즌 첫 경기를 제외하곤 모든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좋은 페이스를 기록 중이었다.
‘여태까지의 시즌 중에서 스쿼드가 가장 탄탄한 지금이 적기야. 리그 우승도 꿈이 아니다······!’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 존에서 퇴장하는 선수들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자, 가장 마지막 까지 경기장을 돌며 팬들과 소통하던 벨링엄이 내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경기 보셨어요?”
그와 가볍게 하이파이브한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봤습니다. 후반 막판 골이 상당히 인상적이던걸요?”
“감독님 지시 사항이었거든요. 박스 안에서 슈팅을 아끼지 말라는.”
“좋네요. 그런 과감함. 지금처럼만 해주세요. 프리시즌 결과는 높게 치지 않는다곤 해도 갓 이적한 당신에게는 매 경기가 팀에 녹아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형식적인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나는 진심으로 벨링엄이 도르트문트에서 보여줬던 것보다 더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었다.
그의 기량이 올라가는 것이야말로 블랙번 로버스가 우승 트로피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날 단장님이 얘기해주신 시즌 목표 반드시 이루도록 해야죠.”
벨링엄이 씩 웃으며 주먹을 가볍게 쥐어 보이자, 나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