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64)
한쪽 이어폰을 빼며 씩 웃어 보이자,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꽉 찬 좌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단장님이 남기고 가신 ‘유산’으로 잘 굴려 먹고 있습니다.”
그는 그 말과 함께 재킷 안주머니에서 빨간색 USB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네요. 지철 씨 성격상 하나도 안 써먹으면 어쩔까 고민했는데.”
“에헤이, 사람 또 이상하게 몰아가시네.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굴러 들어온 복덩이가 있는데 어떤 사람이 이걸 안 쓰겠어요.”
서울을 떠날 때 남기고 갔던 USB에는 향후 5년간 내가 계획했었던 구단 운영 방안이 빼곡하게 들어있었다.
물론 이대로 따라 하라는 뜻에 남긴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정들었던 서울을 떠나는 내 마지막 선물이긴 했었다.
“선수단은 좀 어때요?”
그간 쌓여왔던 궁금증.
서울의 소식을 영국에서 접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부 관계자의 입에서 듣는 것과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듣는 건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이 현’에 대한 소식을 듣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선수단 분위기 좋죠. 그 증거가 저기 있잖아요?”
그는 그 말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열정적으로 뛰고 있는 팀 K리그를 가리켰다.
팀 K리그에 포함된 서울의 선수들은 총 여섯 명.
보통 이런 올스타 같은 팀에는 항상 리그 우승팀에서 멤버가 차출되거나, 아니면 현재 폼이 정말 좋은 선수들이 차출되곤 한다.
그 관점에서 보면 서울은 6명 차출로 K리그내 최다 차출.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단연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는 민찬영이었다.
23세(2000.10.09)
주발: 오른발
서울 유나이티드 소속. 공격수(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좌측)
골 결정력: 15 중거리 슛: 13
주력: 15 패스: 13
가속도: 14 타고난 체력: 13
헤딩: 16 시야: 11
위치선정: 16 팀워크: 14
몸싸움: 14 천재성: 13
특이사항: 유럽 무대에 도전하고 싶음.
‘떠날 때보다 능력치의 밸런스가 더 잡혔어. 이 정도면 유럽에서 충분히 통해.’
강현석도 그렇고 민찬영 역시 유럽에서 통할만 한 재목으로 점찍어둔 선수였는데, 이제는 경험도 좀 쌓여서 충분할 것 같았다.
“유럽 진출. 이젠 가능할 것 같네요.”
분주하게 전방에서 압박을 가져가고 팀원들의 공간 창출을 위해 빈 곳으로 돌아들어가는 그의 움직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연락을 좀 드리려고 했었는데.”“저한테요?”
“네. 이것 좀 한 번 봐주시겠어요?”
그는 그 말과 함께 옆구리에 끼고 있던 태블릿 PC를 켜 내게 건네줬다.
화면에 나타나 있는 건 독일 구단에서 온 한 통의 메일.
그리고 그 구단은 꽤나 친숙한 구단이었다.
“이건······ 프랑크푸르트 측에서 온 메일인거 같은데. 이거 저한테 보여주셔도 되요?”
과거 단장직을 지냈다곤 하나 지금은 블랙번 로버스의 단장.
혹여나 곤란한 일이 생길까 싶어 난색을 표했지만, 김지철은 별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에이, 단장님이 정보 유출할 사람도 아니고 저희 아직 가족 아닙니까. 가족.”
“그렇긴 해도 혹시나라는 게 있으니까······”
그러면서 태블릿 PC를 정중하게 그에게 돌려준 나는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뭐······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말씀드리면 프랑크푸르트로의 이적은 별로 추천하지 않아요.”
“역시······ 이쪽 사정 지금 안 좋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꽤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명문 팀.
그러나 작년을 기준으로 팀 상황이 꽤나 많이 나빠진 상태였다.
특히 문제인 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그들의 재정 상태.
이미 저번 달 기사에 선수단 주급 관련 문제로 기사가 나온 것으로 봐서 자칫 잘못하면 재정 상태가 완전히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다.
“지난 시즌이야 챔피언스 리그 16강까지 올라가긴 했어도 주축 선수들이 한둘씩 빠져나가고 있는 와중에 팀 재정 상태까지 최악이라 아마 민찬영 선수에겐 메리트가 하나도 없을 겁니다. 성적이 급해지면 영입한 선수보단 기존 자원들을 쓰는 게 대부분의 감독들이 택하는 방법이니까요.”
“흠······ 선수는 가서 도전하고 싶다고 하긴 하는데······”
“뭐. 아예 의미 없는 도전은 아니겠지만, 저는 좀 더 제대로 된 출전 시간이 보장된 곳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공격수가 급한 유럽 하위권 팀에서는 충분히 주전으로 뛸 수 있을 테니까요.”
아마 마르쿠스 튀랑을 영입하지 않았더라면, 진지하게 민찬영 영입을 고려했을 수도 있겠지만.
카를로스 토레스, 마르쿠스 튀랑, 티모시 웨아 라는 공격진을 보유한 우리로선 당장 급한 건 최전방 공격수가 아니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어떤 식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지 정해졌어요.”
“오퍼 온 곳이 또 있었어요?”
“그럼요. 총 세 곳 왔거든요. 선수가 워낙 분데스리가 도전을 원하고 있어서 망설여졌었는데, 되도록 그쪽으로 설득할 수 있게 해야죠 뭐.”
“그래도 잡진 않으시네요. 민찬영 선수는 서울의 주포일 텐데······.”
그러자 싱긋 웃어 보이는 김지철.
나는 그의 표정에서 순간 과거 은사였던 김종찬 단장의 얼굴이 엿보였다.
“아시죠? 붙잡아도 소용없는 놈이 있다는 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김종찬 단장의 어록.
오랜만에 향수를 느끼게 해준 그의 말에 옅은 미소를 띠어 보인 나는 경기가 끝나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블랙번의 선수단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 현’ 선수는 좀 어때요?”
그러자 김지철은 태블릿 PC를 옆구리 다시금 끼며 씩 웃었다.
마치 내가 이 말을 할 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러실 줄 알았어요. 안 그래도 유소년 경기 일정 잡혀 있으니 한 번 보러 가시죠.”
* * *
“음······ 꽤나 조건이 빡빡하네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콘래드 호텔’.
블랙번 로버스의 선수단이 숙소로 묵고 있는 이곳에서 나는 잭과 함께 구단 프런트와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늘 자 회의의 주요 안건은 바로 좌우 풀백 선수 보강.
특히 오른쪽 풀백 보강이 중요 안건이었다.
-예상했던 5,000만 파운드(한화 약 807억 원)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3,700만 파운드(한화 약 606억 원)도 솔직히 과하다고 생각해요.
심각한 표정으로 브리핑을 이어가는 상빈의 말에 다른 방에 묵고 있는 잭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다른 선수로 선회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단장님? 리브라멘토가 좋은 선수인 건 맞지만, 이 정도 가격까지 지불해가면서 데려와야 할 선수라곤 생각이 들지 않아요.
“다른 선수라······. 대안이 있습니까?”
그러자 화상 회의에 참여한 직원들 모두가 입을 닫았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현대 축구는 풀백 기근이라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대안이 없다는 걸. 정확히는 리브라멘토를 대신할 양질의 풀백 자원이 없다는 걸요.”
우리의 이적 시장 정책은 젊고 유망한 주전급 선수들을 팀의 주축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그래야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향후 이적 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급급하지 않아도 되며 무엇보다 시즌을 거칠수록 발전해가는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
그 정책에서 보자면 리브라멘토는 향후 5년은 든든하게 블랙번 로버스의 오른쪽 풀백을 소화해줄 최적의 자원이긴 했다.
“그래서 저는 리브라멘토 선수의 이적을 그대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러자 회의에 참여한 프런트 직원들의 얼굴에서 당황스러운 감정이 엿보였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내 말은 사우샘프턴에서 제시한 3,700만 파운드를 그대로 받겠다고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나.
나 역시도 그 가격을 지불하고 데려올 생각은 없었다.
내가 써먹을 건 딱 하나.
바로 리브라멘토와 첼시, 사우샘프턴의 관계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 * *
띠링-!
서류들이 난잡하게 올려져 있는 책상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알림음.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는 너저분한 짐들을 치워내며 자신의 핸드폰을 찾아내더니 옅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커트오프사이드······ 로마노입니다······”
힘없이 축 처지는 목소리.
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커트오프사이드’ 언론사 소속의 ‘파브리지오 로마노’였다.
-하하, 오랜만입니다. 로마노.
익숙한 목소리에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로마노.
그는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 반쯤 삐져나온 셔츠를 바지 안으로 다시 집어 넣으며 대답했다.
“Mr. Baek······?”
-맞아요. 혹시 통화 가능해요?
“무, 물론이죠! 아, 잠깐만요······?”
백 단장의 전화에 황급히 바지 뒷주머니에 꽂혀 있던 꼬질꼬질한 수첩을 꺼내 펼치는 로마노.
그는 책상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볼펜 뚜껑을 입으로 따 뱉으며 말을 이어갔다.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지금 한국에 계신 걸로 아는데······”
-하하, 기사 하나만 부탁드리려구요.
“기사요?”
백 단장의 예상 외의 부탁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로마노.
그러나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어 정신을 차린 그는 볼펜 끝으로 수첩을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어떤 기사를 말씀하시는 건지······”
-아······ 그건······
“······”
-레알 마드리드의 카르바할 선수 이적에 저희도 뛰어든다는 기사 좀 부탁드리려구요.
그러자 전날 야근 때문에 반쯤 감겨 있던 로마노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기 시작했다.
* * *
‘조금 구질구질 해보일 수는 있겠지만, 뭐······ 중요한 건 한 푼이라도 더 아끼는 거니까.’
로마노와의 통화를 마친 나는 씩 웃으며 핸드폰을 내려놨다.
그에게 부탁한 건 레알 마드리드 소속 ‘다니엘 카르바할’ 선수 이적에 블랙번 로버스도 참전한다는 기사를 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걸 부탁한 이유는 딱 하나.
현재 카르바할의 특이사항에 첼시로의 이적이 근접하고 있다는 걸 봤었기 때문이다.
31세(1992.01.11)
주발: 오른발
레알 마드리드 C.F 소속. 풀백(오른쪽), 윙백(오른쪽)
개인기: 12 드리블: 12
크로스: 16 패스: 14
퍼스트터치: 14 일대일 마크: 15
시야: 12 타고난 체력: 16
주력: 16 가속도: 16
팀워크: 16 민첩성: 17
태클: 15 헤더: 10
특이사항: 첼시로의 이적이 근접해 설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