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70)
기존 제안에서 5천만 파운드(한화 약 818억 원)를 올린 파격적인 인상.
그러나 나는 ‘레이스’ 측이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제안이라 생각했다.
현재 블랙번 로버스의 잠재적 가치는 하루하루 급상승하고 있으니까.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지도를 떨치고 있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에서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 부분은······ 상부와 상의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은······
역시나 딱 잘라서 안 된다고 하지 않는다.
정말 불가능한 조건이었으면 아마 홍보팀장인 켈러 선에서 단칼에 잘라냈을 것인데, 상의를 해봐야 한다는 건 그들에게 큰 부담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알겠습니다. 그럼 내부에서 판단하시고 다시 연락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
“가급적이면 서둘러서 연락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도 기다리고 있는 계약들이 있어서······”
-알겠······ 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머뭇거리는 켈러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어차피 당장 결과가 나올 리는 만무하기에 통화를 이어가 봐야 더 이상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만약 역으로 제안한 걸 ‘레이스’ 측에서 받아들인다면······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이적 자금도 최소 500~600억 규모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머릿속에서 이미 복잡하게 굴러가고 있는 갖가지 시뮬레이션들.
나는 어떻게 하면 이적 자금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할 뿐이었다.
* * *
“잭. 너무 긴장하지 마요. 우리가 그러면 선수들도 동요해요.”
이우드 파크에 마련된 라커룸 앞 복도.
잔뜩 긴장한 잭이 사시나무 떨듯 몸을 움츠리자, 나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어떻게 긴장을 안 해요······. 역사적인 첫 경기인데······ 그것도 ‘바이에른 뮌헨’이랑······”
그렇다.
우리가 라커룸 앞까지 와 있는 이유.
바로 챔피언스 리그의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기 때문이었다.
그 상대는······
분데스리가의 전통의 강호. 세계적인 명문 클럽.
바이에른 뮌헨.
균열
“바이에른. 첫 경기부터 재미없는 녀석들에게 걸려버렸어.”
가벼운 농담으로 잔뜩 경직된 라커룸 분위기를 푸는 클롭.
그러자 몇몇 선수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재미는 없는 놈들이지만······ 더럽게 강하단 말이지. 그건 뭐 다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바이에른 뮌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분데스리가의 지배자.
월드클래스 급 선수들이 즐비한 뮌헨의 위상은 블랙번 로버스가 따라가기엔 까마득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은 ‘이우드 파크’야. 저 놈들이 자랑하는 그 쓸데없이 커다란 돔구장 따위가 아니라고. 이곳에 있는 건 블랙번의 열성적인 서포터들과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해 있는 너희들이야!”
점점 격앙되는 클롭 감독의 목소리.
하지만 그만큼 라커룸에 있는 선수단의 감정 또한 고조되기 시작했다.
꿈의 무대. 챔피언스 리그.
매 시즌 이 꿈의 무대를 밟아보기 위해 이적을 감행하는 선수들이 흔하게 있을 정도로 챔피언스 리그가 가지는 상징성은 어마어마했다.
그 상징성에 가슴이 뛰고 있는 건 나 또한 마찬가지니까······.
“실점했다고 쫄지마. 15분에서 20분 안에 우리가 만회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수많은 기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저 이름값만 더럽게 높은 놈들이 콧대 높은 축구를 하려고 하면 블랙번 로버스의 축구로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 조직적이고 컴팩트한 압박! 이 순간에 승리를 기록하기 위해 우리가 훈련장에서 죽어라 연습했던 걸 오늘 이 자리에서 보여줄 차례니까.”
짧고 굵은 스피치.
그러나 이 스피치를 통해 역시 그가 ‘명장’이라 불리는 이유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라커룸에 앉아 있는 선수들을 쭉 둘러보자, 그들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할 준비가 끝난 것처럼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이우드 파크’가 우리 뒤에 있다는 것과 나를 믿고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걸 생각해. 우린 어떤 구단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팀이니까.”
클롭 감독이 주먹을 꽉 쥐며 마지막 말을 내뱉자, 주장 파레호가 거칠게 박수를 치며 선수단의 사기를 북돋웠다.
“아,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그러면서 나를 바라보는 클롭 감독.
나는 그를 향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라커룸 밖 복도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구둣발 소리.
구둣발 소리와 함께 라커룸으로 들어온 이는 어깨까지 오는 장발의 머리가 잘 어울리는 중년 남성.
그리고 클롭 감독이 오기 전, 블랙번 로버스를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시켰던 사나이.
“하하 이거······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어색하네요······”
루이 감독이었다.
“그동안 잘 지내셨죠?”
루이 감독은 온화한 미소를 띤 채 내게 손을 내밀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요. 그런데 본국으로 돌아가신 지 두 달 정도 되신 거 같은데 벌써 얼굴이 피셨는데요?”
“그런가요? 아무래도 생각할 게 적어지다 보니 그런 거 같네요.”
그와의 짧은 재회를 마치고 선수단 쪽을 가리키자, 그는 긴장했는지 손을 조심스레 비비며 선수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물론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건 아니지만······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는 여러분들을 만나고 싶어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잘 오셨어요. 감독님. 그리고 죄송해요······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들 소식은 프랑스에서 충분히 팔로잉 하고 있으니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누구보다 블랙번 로버스의 미래에 열성적이었던 감독.
그는 여전히 익숙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다들······ 긴장한 것 같지는 않군요. 오히려 나만 긴장한 건가?”
그러자 실소를 터트리는 선수단.
그나마 루이 감독과 접점이 없었던 벨링엄과 자하만이 멀뚱멀뚱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시간을 너무 잡아먹는 건 여러분들에게 실례니까, 짧게만 말하겠습니다.”
“······”
“박살 내고 오세요.”
3년 가까이 그와 함께 블랙번 로버스를 이끌어 오면서 단 한 차례도 듣지 못했던 그의 거친 욕설.
그의 짧고 굵은 말이 끝나자 라커룸에 있는 모든 선수가 거칠게 포효할 뿐이었다.
* * *
“잭. 원정팀 서포터즈 석 상황은 어때요?”
“만석입니다. 원정팀 서포터즈 석은 S01부터 S04 좌석까지로 정해뒀습니다.”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는 하프 라인 기준 좌측 W석.
반대편 골대 쪽을 바라보자 그곳엔 이미 바이에른 뮌헨의 붉은색 유니폼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S석 쪽에 가드들 추가로 더 배치해줘요. 아 그리고 ‘홍염’은 엄중 단속하시구요.”
붉은빛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연기로 엄청난 위압감을 선사하는 응원 도구인 ‘홍염’.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에 FIFA에서 공식적으로 사용 금지 조치를 내린 응원 도구임에도 암암리에 사용하는 강성 서포터즈들은 어딜가나 항상 있는 편이었다.
“어휴······ 진짜 하지 말라는 것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니까요 진짜. 이건 뭐 다 잡아낼 수도 없고······”
잭이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며 툴툴거렸다.
아마 그도 그런 단속을 완벽하게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어딜 가나 이상한 사람들은 꼭 있으니까요. 완벽하게는 무리니까 최대한 신경 좀 써주세요. 아, 그리고 아까 시즌권 좌석 쪽에 문제가 있던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된 거예요?”
“좌석 중복 예약이 된 모양이더라구요. 그래서 중복으로 예약된 한 분은 취소된 좌석으로 안내해 드렸습니다.”
잭다운 깔끔한 일 처리.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좋네요.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 중복 예약으로 피해 보신 서포터 분에겐 다음 경기 좌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첫 유럽 대회 경기이다 보니 가급적이면 흠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늘 완벽한 구단 운영을 추구하긴 했지만, 오늘만큼은 더더욱······.
‘관중 수 집계는 32,667명. 스탠딩 좌석까지 전부 찼군······ 신설 구장에서 했더라면 지금 보다 더 많은 인원을 받았을 텐데······’
기존 수용 인원의 천 명 이상이 추가로 수용되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꽉 차 보이는 경기장.
이때만큼은 새로 신설될 예정의 대규모 구장이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다가왔다.
이번 경기 좌석 매진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5분.
공식 홈페이지엔 트래픽이 몰려 과부하가 걸릴 정도였고, 거래 실패 표만 해도 1만 석이 족히 넘는 것으로 추정됐었다.
“말씀하셨던 부분은 처리했습니다. 혹시 더 체크해봐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태블릿 PC를 분주하게 두들기던 잭이 차분하게 보고하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없습니다······. 남은 건 그저······ 기도하는 것뿐이에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기장에 챔피언스 리그의 테마곡인 ‘Ligue Des Champions’가 웅장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우우우-!!
거칠게 쏟아지는 야유.
그러나 그 야유조차도 경기장 내에 가득 깔린 싸늘한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Fucking Idiot! It’s a foul!”
“Are your eyes buttonholes?”
바이에른 뮌헨이 강력하게 블랙번 로버스를 밀어붙이고 있었기 때문.
그것도 전반 34분 2대0이라는 처참한 스코어로 말이다······.
터치 라인에 다가오는 뮌헨 선수들에게 거친 욕설들이 쏟아졌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들만의 플레이를 했다.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 전방 압박을 빠져나오는 유려한 탈압박.
그리고 공간이 보이는 즉시 시도하는 공격적인 전개까지······.
보고만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뮌헨은 컴팩트한 축구를 구사하고 있었다.
‘큰일인데······ 이런 큰 무대를 경험해본 선수가 적어서 팀이 어디까지 흔들릴지 가늠이 안가······’
그나마 주장인 파레호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는 게 보이긴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만회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플레이가 딱딱하고 단조롭게 변해가는 블랙번 로버스의 플레이.
직전 경기까지 측면에서 유려하게 진행되는 특유의 빌드업 구도가 단 한 차례도 나오지를 않았다.
“Oh! Shit!!”
“Fuck!!”
그러는 와중에도 엄청난 궤적을 그리며 블랙번의 골대로 향하는 ‘리로이 자네’의 슈팅. 뮌헨 선수들이 슈팅이 이어질 때 마다 홈 팬들을 머리를 감싸 쥐며 탄식을 내뱉기 바빴다.
OHHHH-!!!
다행히 리로이 자네의 예리한 슈팅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 블랙번의 수문장 ‘에드워즈’.
“하······ 예상보다 너무 강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