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71)
경기를 쭉 지켜보던 잭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하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일방적일 거라곤 저도 생각을 못 했네요······.”
“역시 선수단 퀄리티의 차이가······”
“아뇨. 선수단 퀄리티는 차이 나지 않아요. 다만······”
“······”
“선수단의 경험이 상대보다 턱없이 부족해요. 상대는 한 리그에서 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위닝 멘탈리티가 장착된 빅클럽. 그들에 비해 우리는 이제 막 유럽 대회에 발을 딛은 신생아나 마찬가지죠. 지금의 이 압도적인 차이는 아마 거기서 비롯되는 걸 거예요.”
하이레벨 단계에서의 경기는 때론 사소한 것 하나에서 경기가 극단적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솔직히 클롭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하기 위해 전술 자체는 잘 짜왔다는 생각은 들었다.
초반 2실점 이후로 슈팅을 허용하곤 있어도 위협적인 상황은 크게 연출되지 않고 있었으니까.
다만.
그 초반 2실점을 기반으로 뮌헨은 경기 운영을 노련하게 굴릴만한 경험이 충분히 쌓여 있었고, 우리는 이런 큰 대회에서 2실점 했을 때 어떻게 역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지금의 격차는 딱 그 정도 차이.
터치라인에서 클롭 감독이 분주하게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곤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려면 어떻게든 2실점에서 틀어막고 하프 타임에 돌입하는 것뿐이었다.
‘이제······ 1분······’
전반 추가시간이 1분 남은 시간.
뮌헨의 위협적인 코너킥을 재빠르게 뛰어나와 낚아채는 ‘에드워즈’의 플레이를 마지막으로 이우드 파크에 날카로운 휘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삑-! 삑-! 삐이익-!
“잭. 아무래도 라커룸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전반 종료 휘슬과 함께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잭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
“······ stop······!”
“You······”
허겁지겁 라커룸으로 달려가는 와중 들려오기 시작하는 격한 고성.
그 고성은 ‘블랙번 로버스’의 라커룸에서 들려오고 있는 소리였다.
‘설마······’
불안한 마음이 드는 찰나 마주친 클롭 감독.
그 역시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지 우리 둘은 침을 꿀꺽 삼키며 라커룸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라커룸 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건, 한가운데서 살벌하게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파레호와 벨링엄.
그리고 그 둘을 어떻게든 뜯어말리려 하는 선수들이었다.
비 온 뒤 굳는 땅(1)
“애새끼처럼 형편없는 움직임으로 그라운드에서 설렁설렁 뛸 바엔 당장 꺼져!”
“뭐? 제대로 된 기회 하나 만들지 못하는 주제에 뭘 잘했다고 지껄이는 거야?!”
“말 다 했어? 여기는 챔피언스 리그야! 훈련장에서 하는 미니 게임이 아니라고!”
당장이라도 서로의 얼굴을 후려칠 듯이 으르렁대는 파레호와 벨링엄.
전반전 내내 호흡이 맞지 않아 2실점에 간접적으로 기여해서 그런지 둘은 평소보다 훨씬 더 예민해져 있었다.
“미니 게임? 정확한 패스 타이밍에 공 하나 못 주는 놈이 미니 게임을 논해?”
“못 논할 건 없지. 꼴에 너같이 몸값 높다고 으스대는 놈보단 적어도 팀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니까!”
“이 개자식이······!”
참지 못한 벨링엄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파레호의 어깻죽지를 강하게 밀친 바로 그때.
“그만!”
클롭 감독의 우렁찬 목소리가 라커룸을 가득 메웠다.
그러자 순식간에 고요해진 라커룸. 벨링엄과 파레호를 비롯한 모든 선수는 클롭의 싸늘한 표정을 바라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하······”
“······”
“너희들이 무슨 애들이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아직 후반전 남아있는 거 아니야?”
상황이 진정되자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하는 클롭 감독.
그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말을 이어갔다.
“45분 남았다. 저 오만한 뮌헨 놈들의 콧잔등에 세게 한 방 먹여주기까지 남은 시간이 45분. 우리가 저들에 비해 기술이 뒤처진다 생각해?”
“······”
“천만해. 기술적인 면은 서로가 비슷해. 오히려 전반 막판에 수습돼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잘하는 플레이들이 점차 살아나고 있었잖아. 대체 뭐가 문제야.”
클롭 감독의 말에 그 어떤 선수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마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경기의 중요성을.
그리고 이번 경기가 가지는 상징성을.
그래서 몸에 힘이 더 들어간 걸 수도 있다.
블랙번 로버스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이야말로 그 역사적인 순간을 승리로 장식하는 걸 간절하게 바라고 있을 존재들이었다.
“대니얼. 주장으로써 어수선한 선수단 분위기를 수습해도 모자랄 판에 자기 감정을 먼저 앞세우는 건 감점 요인이야.”
“죄송합니다. 코치.”
유니폼을 탈의한 채 고개를 푹 떨구는 파레호.
“그리고 주드. 경기가 안 풀린다고 개인 기량으로 밀고 나가려는 그 습관. 좋지 않아. 이럴 때일수록 팀을 믿고, 연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훈련 내내 강조해왔잖아.”
“······ 죄송합니다.”
크게 화를 내지 않더라도 스타 플레이어들을 다룰 수 있는 카리스마.
클롭 감독에겐 이런 게 있었다.
얼추 상황이 진정된 것으로 판단했는지, 클롭 감독은 주머니에서 손을 빼 팔짱을 끼며 천천히 라커룸의 가운데로 걸음을 옮겼다.
“상대가 전반 내내 시도했던 건 하프 스페이스 공략. 비록 실점 과정이 우리의 실수가 더 컸다곤 해도, 원정에서 자신들이 경기에서 하려고 했던 걸 성공했다는 거에 아마 저쪽의 사기도 많이 올랐을 거다.”
“······”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원정 경기에서 자신들의 전술이 눈앞에서 공략당했을 때, 멘탈을 붙잡는 것만큼 힘든 게 없지. 그건 너희들이 더 잘 알고 있잖아?”
그러자 라커룸에 있는 선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건 저 뮌헨 놈들의 콧대를 납작 눌러줄 방법이니까 다들 집중해서 들어. 알겠지?”
그 말과 함께 씩 웃어 보이는 클롭 감독.
나는 2대0으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일말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그를 보며 내가 가지고 있던 기우는 안도의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라면 이 상황을 반드시 타개해줄 거라는 믿음과 함께······.
* * *
“다들 플레이하면서 계속 생각해. 상대가 안쪽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려는 움직임만 차단하면 곧바로 우리의 흐름으로 잡아 올 수 있으니까. 이해했지?!”
“Yes. Coach!”
“좋아! 후반전에는 여기가 어디인지 똑똑히 보여주자고!”
클롭 감독이 주먹을 불끈 쥐며 라커룸 토크를 마치자, 재정비를 마친 선수단은 격렬한 포효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선수단을 바라보며 씩 웃어 보인 클롭 감독이 가장 먼저 라커룸을 빠져나가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벨링엄이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다른 선수들은 후반전 어떻게 플레이할지 자신의 파트너와 의견을 교환하며 속속들이 라커룸을 빠져나가는 상황.
알게 모르게 벨링엄과 파레호의 눈치를 슬슬 본 다른 선수들도 그들에게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경기장으로 향하는 선수단에 뒤섞여 잽싸게 라커룸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두 명만 남은 라커룸.
숨막히는 듯한 그 공기 속에서 유니폼을 다 갈아 입은 벨링엄이 어색한 발걸음으로 파레호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벨링엄.
그러자 파레호는 벨링엄의 허벅지를 찰싹 소리 나게 치며 씩 웃어 보였다.
“아! 이런 것 좀 하지 말라니까!”
“미안. 허벅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똑똑히 봐. 클럽 레코드값하고 올 거니까.”
깔끔하게 응어리를 풀었는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티격태격하는 파레호와 벨링엄.
그리고 그 모습을 라커룸 밖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던 나는 씩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런 거 보면 애들 맞다니까······”
* * *
“I’ve been a Wild Rover. For Many a year!”
“And I’ve spent all my money. On this seat right here!”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 벌써 ‘이우드 파크’ 내에선 블랙번 로버스의 응원가가 웅장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2대0으로 리드 당하고 있긴 하지만, 원래부터 ‘언더독’이었던 블랙번 로버스.
스코어와 상관없이 팬들은 챔피언스 리그라는 꿈의 무대를 밟아본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었다.
“단장님! 빨리요!”
속속들이 자리를 찾아가는 서포터들 틈바구니에서 힘겹게 손을 들어 보이는 잭.
나는 인파를 헤쳐가며 겨우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후······ 빨리 새 경기장이 지어졌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비좁은데 인파가 과하게 몰리면 사고 나겠어요.”
새로운 구장에 대한 조감도를 봐서 그런지, 더더욱 새로운 구장에 대한 열망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의 두 배 규모의 좌석 수. 그러면서도 상하좌우의 공간이 더 넓어 쾌적한 관람.
깔끔한 내부 시설들과 지금의 ‘이우드 파크’보다 훨씬 더 좋은 접근성.
게다가 내부 잔디는 복층 구도로 설계해서 경기가 없는 비시즌 기간엔 콘서트 대관이나 미식축구 경기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까지.
제 기간에 완공된다면 부활한 명가 블랙번 로버스를 상징하는 존재가 될 것이었다.
“걱정 마세요 단장님. 제가 제시간에 완공될 수 있게 아주 깊게 팔로잉하고 있거든요.”
이번 신구장 프로젝트를 거의 떠맡아서 진행하고 있는 잭.
그는 블랙번 로버스가 챔피언스 리그에 올라서며 늘어난 일거리와 함께 프로젝트까지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었다.
가끔 이시훈 구단주와 함께 공사 현장을 방문해 진행 상황을 체크하려 하면, 이미 잭이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다고 현장소장이 몸서리를 치며 말할 정도였다.
“안 그래도 소장님이 말씀하시던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짬 나는 시간에만 가는 거예요.”
“그래요? 그러기엔 소장님 반응이······”
“하하······ 오, 오해래두요······ 겨, 경기 시작하는데요?”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말을 돌리는 잭.
나는 씩 웃으며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선수들을 바라봤다.
2대0으로 리드 당하는 상황을 뒤집기 위해 결의에 찬 블랙번 로버스의 선수단의 표정을 말이다.······.
* * *
“어? 어······! 어!”
목발을 짚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앳된 얼굴의 소년.
그와 함께 있는 어린 소년도 의자에 앉아 가지런히 손을 모은 채 TV 중계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GOAL······!!!!
-Fantastic determination! Jude Bellingham’s exhilarating mid-range shot sets the stage for a turnaround!
“골이다!!”
골망을 찢을 듯이 빨려 들어가는 벨링엄의 슈팅과 함께, 해설도 격앙된 목소리로 급박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장면을 중계화면으로 보고 있는 두 명의 소년은······
강현석과 이 현이었다.
일주일 전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입었던 강현석.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지만, 빠른 치유를 위해 깁스를 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블랙번 로버스의 챔피언스 리그 첫 경기에 참여하지 못해 진한 아쉬움을 느낀 그였지만, 이번에 과거 서울에서 알고 지냈던 ‘이 현’이 이적해와서 그와 함께 경기 중계를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현석이 형. 사마르지치는 어떤 선수예요?”
“어? 사마르지치? 글쎄······ 되게 기술적인 선수라는 것 정도만 알아. 애초에 내가 선발로 나올 땐 사마르지치는 교체로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
“그래요? 음······”
원했던 답이 아닌지 아쉬움에 말끝을 흐리는 이 현.
강현석은 그 모습을 보더니, 간식으로 꺼내둔 파이 하나를 베어 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