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75)
이미 지난 시즌 이런 경로로 몇 번 실점을 한 경험이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기는 쉬울 것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클롭 감독님은 충분히 당신을 한 단계 더 스탭업 시켜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블랙번 로버스의 목표에 클로스터만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구요.”
“이번 시즌 목표요?”
“네.”
“······”
“이번 시즌 블랙번 로버스는 ‘리그 우승’을 노릴 거니까요.”
우승이라는 단어에 클로스터만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 *
“뭐······ 일은 그렇게 됐습니다. 일단 나머지 자원들에서 영입해봐야겠죠.”
텐 하흐 감독의 사무실에 들어온 대런 플레처가 어깨를 으쓱이며 진한 아쉬움을 풍기자, 텐 하흐 감독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다음 여름 이적 시장에라도······”
“아닙니다. 대런. 아마 다음 이적 시장에도 데려오긴 힘들 거에요.”
텐 하흐 감독은 얼추 예상하곤 있었다.
낮긴 하지만, 백 단장이 클로스터만을 설득할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예상이 현실이 됐을 때, 텐 하흐 감독은 깔끔하게 클로스터만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백 단장이 클로스터만의 마음을 돌린 이상, 선수가 흔들릴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면서······.
그런 뒤 그의 눈은 탁상 달력에 표시된 일주일 뒤에 있을 블랙번과의 리그 맞대결로 향했다. 리그 초반 우승 흐름을 잡는 건 바로 이 경기의 승자일거라고 생각하면서.
우승 흐름(2)
-Welcome! Welcome to the scene of a fierce ranking battle between Manchester United and Blackburn Rovers!
-It’s a very important game where the winner of this game will be ranked second in the league, right?
-Yes. I think both teams will face each other with the highest level of power. Since the two teams are in good spirits recently, it is hard to predict the winner easily.
리그 13R.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블랙번 로버스 간의 맞대결.
승점 2점 차이로 블랙번 로버스가 리그 2위에 올라 서 있긴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패배하는 순간 리그 3위로 밀려나는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었다.
이미 경기가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에선 스카이 스포츠의 해설 위원인 ‘제이미 캐러거’와 ‘개리 네빌’이 사전 프리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오늘은 단장실에서 중계를 통해 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이런 빅 게임은 라커룸이라도 가서 응원해주시는 게 좋지 않나 싶은데······”
오랜만에 영국에 돌아온 전상빈이 여유롭게 커피 믹스 한 잔을 마시며 너스레를 떨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잘할 겁니다. 오히려 그랬다가 부담감만 지게 할 수도 있잖아요.”
덤덤하게 말하긴 했지만, 가슴은 미친 듯이 뛰긴 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초반 무패로 독주하고 있긴 했지만,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승점 차.
게다가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와 맞붙었던 경기에서 일찌감치 1무를 따놨기 때문에, 길게 본다면 충분히 리그 우승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울브스와 아스날에게 한 방씩 얻어맞긴 했지만······.
그럼에도 리그 우승 청사진은 여전했다.
덤으로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성적도 2승 1무로 쾌조의 스타트.
“아, 그리고 저번에 부탁하셨던 거요.”
상빈은 단장실에 올 때 들고 왔던 갈색 봉투를 내게 건네줬다.
“몇 명 정도 보고 오신 거예요?”
그에게 부탁했던 건 하나뿐인지라, 봉투를 열어보지 않아도 대충 무슨 내용의 문서일지 감이 왔다.
내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상빈은 양 손가락을 쫙 펴 보였다.
“대충 10명 정도 봤죠? 그런데 몇 명은 구단 차원에서 스카우팅 거부를 당해서 못 봤어요.”
“그래요? 요즘 같은 시대에 스카우팅 거부도 해요?”
“뭐 있더라고요. 애지중지하길래 그냥 왔죠. 뭐······.”
상빈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더니 내게 건넨 갈색 봉투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거기 안에 있는 선수들 죄다 데려오려면 돈 좀깨나 깨지실 건데······ 감당 가능해요? 우리 신구장 건축 때문에 은행 대출금도 상환해야 하잖아요.”
나는 상빈이 건네준 봉투 안에서 자료를 꺼내 꼼꼼히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건 되게 해야겠죠. 제가 그런 거 하라고 여기 있는 사람이니까요.”
상빈이 걱정하는 것처럼 구단의 재정 상태는 상당히 위태롭긴 했다.
정확히는 내가 블랙번 로버스를 맡은 이후의 어떤 시즌보다도 타이트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단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제가 생각하기엔 큰 출혈 없이 데려올 수 있는 선수는 3명. ‘가브리엘’, ‘율리안 헥터’, ‘다비드 라야’ 정도입니다.”
정말로 그가 말했던 선수들의 이름에는 형광펜이 그어져 있었다.
“센터백, 미드필더, 공격수. 밸런스도 좋네요. 나머지는 이적료 지출이 불가피한가요?”
그 외 나머지 7명의 선수 명단을 쭉 살펴보며 묻자, 상빈은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은 선수가 있긴 합니다만······ ‘라 마시아’ 소속이라서 아마 빼 오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선수 본인도 스페인 생활에 만족하는 것 같구요.”
“여기는 정말 해마다 괜찮은 선수들이 튀어나오네요.”
거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늘 준수한 재능의 선수들이 튀어나오는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시스템 ‘라 마시아’.
개인적으로 우리가 목표로 하는 이상적인 유소년 시스템인지라 상당히 밀접하게 팔로잉 중이긴 했는데, 블랙번 로버스의 유소년팀이 ‘라 마시아’ 정도가 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는 게 내 결론이었다.
“스타일은 지금은 레알 마드리드로 리턴했지만, 아센시오 선수와 상당히 흡사합니다. 라 마시아 출신이라 패스 무브는 말할 것도 없고, 강력한 왼발 킥이 주 무기인 선수예요.”
“‘세르히오 루이스······’ 이 선수군요?”
상빈이 선수 추천을 할 때 정말 괜찮은 자원으로 평가하는 경우에나 붙이는 빨간색 별표.
무려 3개나 ‘세르히오 루이스’라는 이름에 덕지덕지 그려져 있었다.
호기심에 세르히오의 프로필을 유심히 들여다보자,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사진 옆에 선수 능력치가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18세(2005.07.12)
주발: 오른발
FC 바르셀로나 B 소속. 공격수(어드밴스드 포워드, 중앙), 인사이드 포워드(왼쪽)
주력: 10-15 가속도: 10-15
중거리 슛: 13-18 개인기: 12-18
천재성: 16 퍼스트 터치: 14-18
타고난 체력: 10-14 민첩성: 14-15
시야: 8-15 패스: 9-15
판단력: 11-16 팀워크: 11-15
크로스: 9-12 드리블: 14-18
특이 사항: 축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음. 소속팀과의 재계약 문제 때문에 골머리. 바르셀로나에서 자신의 자리가 있을까 걱정 중.
‘어?’
예상 외의 특이 사항.
상빈의 말만 들으면 바르셀로나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지닌 선수인 줄 알았으나, 실상을 까보니 속은 썩어 문드러지는 중이었다.
“상빈 씨. 혹시 세르히오 선수에게 이상한 점 못 느꼈어요?”
그러자 잠깐 망설이는 전상빈.
그런 뒤 그는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딱 한 가지가 조금 걸리긴 했는데······”
“어떤 점이요?”
“이상하게 코치진들이 신경을 안 쓴다 해야 하나. 뭔가 훈련을 겉도는 느낌은 아닌데, 약간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어요. 괜찮은 재능 같아 보이는데 케어가 없다 해야 하나.”
상빈의 말을 듣자, 확신이 생겼다.
‘세르히오 루이스’와 바르셀로나 간의 이상 기류가 있다는 것을.
아마 상빈이 바르셀로나에서 세르히오를 스카우팅 할 때가 구단과의 모종의 관계가 틀어질 때를 운 좋게 잡아낸 것이 확실했다.
‘이러면 얘기가 다른데······’
만약 세르히오가 바르셀로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었다면 아마 상당히 비싼 값을 치르고 겨우 데려오거나 구단 차원에서 NFS(Not For Sale)를 걸어버렸을 수도 있다.
만약 영입해온다고 하더라도 추정 금액만 얼추 700억 원.
이 정도 재능이라면 구단 내에서도 이적 시킬 생각은 없을 것이고, 끝없는 관심이 들어와 선수가 이적 의사를 밝힌다면 아마 이 정도 금액에 넘길 것 같았다.
당장 레알 마드리드에서 기량을 만개시킨 비니시우스가 10대 시절 기록한 이적료가 550억인데, 그때보다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은 지금은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할 것이 뻔하니까.
그러나 지금 상황은 정확히 그 반대.
선수도 마음이 틀어졌고.
구단도 딱히 잡을 마음은 없어 보인다.
물론 한 푼도 안 쓰고 데려올 가능성은 0에 가깝지만, 잠재력 하나만큼은 완성형 공격수에 가까운 이 재능을 100~200억 언저리에 데려오는 건 우리가 무조건 이득을 보는 구조이지 않은가.
“영입 순서를 좀 바꿔야 겠는데요?”
“네?”
“저는 ‘세르히오 루이스’를 가장 먼저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 하지만······ ‘라 마시아’에서 절대 놓아줄 리가 없어요. 지금 최전방 자원인 ‘레반도프스키’도 은퇴를 바라보는 마당에······ 이런 대형 유망주를 어떻게 놓아주겠어요.”
상당히 설득력 있는 말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상황일 경우다.
특이 사항에 버젓이 ‘나 영입해 가시오’라고 울부짖는 유망주를 데려오지 않는 건 내게는 거의 죄악이나 가까운 행동.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빈을 향해 씩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건 맞지만, 저는 왠지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
“그런 느낌이 아주 강하게요······.”
* * *
-엄청난 난타전입니다!
-양 팀 모두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플레이를 하고 있어요!
-말씀드리는 순간 측면으로 흘러나온 볼을 비나그르 선수가 잡습니다! 남은 시간은 30초!
긴박한 해설을 들으며 중계 화면을 보고 있는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
바로 ‘커트오프사이드’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파브리지오 로마노’였다.
원래라면 이런 빅 게임의 취재를 위해 맨체스터로 향해 있어야 하는 그였지만, 그에게는 이 경기보다 더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아쉬운 마음을 중계로 달래고 있었다.
-말씀드리는 순간 주심의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가 들려옵니다!
-세계 최고 레벨의 경기라해도 과언이 없을 정도였던 오늘의 경기! 3:3으로 혈투 끝에 서로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집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의 경기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원볼란치를 강하게 압박해 경기의 주도권을 쉴 새 없이 가져오려는 블랙번 로버스와 그 움직임을 상대로 최대한 실수 없이 빌드업 해내 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간의 수준 높은 전술 싸움.
심지어 골도 6골이나 터져 나와서 경기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물론 이번 경기에도 역시나 주심의 오심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긴 했지만 말이다······.
“아쉽게도 비겼네요.”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사무실 문 쪽에서 들리는 익숙한 음성.
로마노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곳엔 옅은 미소를 띤 채 자신을 바라보는 백 단장이 서 있었다.
“벌써 도착하셨어요?”
“네. 경기는 오는 길에 보면서 왔어요.”
“하하······ 블랙번 입장에선 좀 아쉽겠어요. 블랙번이 이겨도 의심할리 없는 최고의 경기력이었는데······”
로마노가 자신의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아쉬워하자, 되려 백 단장이 덤덤하게 반응했다.
“올드 트래퍼드에서 비긴 걸로 만족합니다. 아직 리그 2위도 기록하고 있고, 시즌은 많이 남았으니까요. 그리고······”
“······”
“선수단이 ‘위닝 멘탈리티’가 자리 잡은 것 같아서 전 충분한 소득이 있었던 경기라 생각합니다.”
백 단장의 말에 로마노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최종 스코어는 3대3이지만, 경기 내용 자체는 블랙번의 선제골을 제외하면 후반 70분까지 3골을 내리 실점하며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클롭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하면서 순식간에 2골을 몰아넣어 3대3으로 따라왔고 마지막까지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노려봤지만, 아쉽게도 데헤아 골키퍼의 선방으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백 단장은 1대3에서 3대3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는 그 모습을 보고 이제야 팀이 ‘강팀’다운 면모를 지니게 됐다며 이곳까지 오는 택시 안에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면 단장님께서 오늘 경기에 만족하셨다고 하니까······ 오늘 약속된 인터뷰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로마노가 난잡한 자신의 책상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입니다. 대신 말씀드렸던 건 신경 써주셔야 합니다.”
“그럼요. 그런데······ 굳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유소년 프로젝트’를 홍보하실 필요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