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76)
구단 차원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걸 서포터즈 들에게 알리는 것은 나쁜 건 아니지만, 이런 신중한 프로젝트는 굳이 언론에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
그 때문에 로마노가 의문을 가지자 백 단장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노리고 있는 게 있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신에 가득 찬 백 단장의 말에 로마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마음속에선 ‘굳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긴 했었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백 단장이 노리는 것이 얼마나 큰 그림인지를······.
여러분들의 정보를 이용하겠습니다
[커트오프사이드] [인터뷰] 블랙번 로버스 단장 준석 백. 잉글랜드의 ‘라 마시아’를 꿈꾸다.View. 10.2M
↳돈은 있어? 신구장 건축에 올인한 거 아니야 지금?
↳돈은 있는 거 같은데 이번 시즌 베인달, 리브라멘토, 벨링엄까지 데려왔는데······
↳그러니까 향후 몇 시즌 치의 이적료 여기에 이미 다 태운 거 아니냐고. 솔직히 이번 이적 시장엔 선수 판매 수익금 아무것도 없잖아
↳클로스터만 선발 한 경기도 못 나오길래 혹시나 했는데, 잠잠한 거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한 건 그렇게 돈 쓰는데도 재정 위기 소리 안 나옴ㅋㅋㅋㅋㅋㅋ 두 시즌 동안 구단 재정 얼마나 불려둔 건지 개신기하네 ㅋㅋㅋㅋㅋㅋ
↳중동 대부호가 구단 인수하면 지구방위대 팀 만드냐?
↳만들 수는 있는데 그렇게 할까? 백 단장 스타일이 걍 유망주 육성 시켜서 10~15년 계획 세우는 거 같던데
↳그게 올바른 방향성이지. 유망주 장사하는 게 아니라 키워서 야무지게 써먹는 건데. 솔직히 VH가 구단주 자리에 있는 이상 레알 마드리드 같이 스타플레이어 영입하면서 팀 못 짜
↳보통은 한 번은 망해야 정상인데, 죄다 성공 중 아니야? 파블로 에르난데스인가? 걔가 진짜던데
↳그냥 다 알짜들임. 귈러, 에르난데스, 이번에 한국에서 데려온 이 현? 걔도 나쁘지 않고. 지금 링크 나는 세르히오도 ‘라 마시아’ 걸작으로 평가받는 애임. 근데 보얀 처럼 망할 수도 ㅋㅋㅋㅋㅋㅋ
반응은 여러 가지였지만, 주목할 만한 점은 조회수.
인터뷰 전문이 나간 지 고작 4시간.
그 4시간 안에 현재 1면에 있는 ‘엘링 홀란’의 이적 찌라시 기사를 가볍게 묻어버릴 정도의 화력이었다.
폭발적인 기사 반응에 ‘커트오프사이드’의 편집장은 유례없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로마노를 거칠게 끌어안을 정도였다.
최근 영국 언론사들 사이에 끼여서 공신력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 이런 독점 인터뷰는 그 공신력 싸움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
게다가 언론에서 모습을 잘 비치지 않는 백 단장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로마노는 그 분위기에 전혀 섞이고 있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후속으로 내보낼 블랙번 로버스 관련 기사 때문.
인터뷰 내용이 너무 깊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두 개로 쪼개어 놨는데, 1부가 맛보기였다면 2부는 정말로 블랙번 로버스라는 팀이 어떤 방향성을 잡고 나아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얼추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만 했던 걸 정말로 할 생각이라니······’
흔히들 말하는 10년 계획. 15년 계획.
말만 번지르르한 그런 계획들과는 달랐다.
체계적이고 구체적. 막말로 지원만 충분하다면 10년은커녕 근 5년 안에 유럽 무대를 호령할 것만 같은 그런 플랜들이었다.
맨유와 블랙번의 난타전이라는 먹음직스러운 기삿거리에 겹경사로 백 단장 독점 인터뷰까지 터지니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로마노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러곤 생각했다. 백 단장과의 인터뷰를.
‘오늘 했던 인터뷰는 걱정하지 마시고 전부 내보내셔도 됩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백 단장이 로마노에게 했던 말.
로마노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아 고개를 힘없이 가로저으며 물었다.
‘왜? 이걸 공개하시는 거예요? 역풍만 불 텐데요. 이적 시장에서의 경쟁만 더 치열해질 거고. 그러면 이 계획이 완성되기까지 기간만 더 늘어나잖아요.’
그러자 백 단장은 상관없다는 듯 씩 웃으며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라고 공개하는 거거든요.’
* * *
“단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움직이고 있네요. 벌써 몇몇 구단들은 개인 협상만 앞두고 있다는 정보도 있어요.”
단장실에서 태블릿 PC를 두드리며 흐뭇하게 웃어 보이는 잭.
나는 미간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끼가 너무 먹음직스러우니 당연히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원래 떡도 남의 떡이 더 커 보이잖아요?”
그 말과 함께 의자에 앉아 모니터 전원 버튼을 누르자 인터뷰하기 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갔던 플랜들이 적힌 파일이 쭉 나열해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솔직히 걱정됐던 건 사실이에요······. 사실상 저희 스카우트 팀의 정보를 먼저 공개해버리는 거잖아요. 그래도 단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돌아가고 있으니까 다행이긴 하지만······”
잭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하자 나는 씩 웃어 보였다.
“원래 뭔가를 얻으려면 하나는 포기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스카우트 정보를 공개했어도 잃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주변 팀들을 자극해 우리에게 더 많은 정보를 줄 기회라고 봤죠.”
내가 인터뷰를 한 이유는 간단하다.
현실적으로 충원 가능한 스카우트 팀의 한계가 있으니, 다른 팀의 정보를 써먹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미끼로 던진 것이 블랙번 로버스의 유망주 영입 리스트.
그것도 이미 잠재력이 검증이 끝난 유망주 위주로 던져놔서 아마 영입할 여건이 되는 구단이라면 충분히 군침을 흘릴만한 S급 매물들이었다.
내가 노리는 건 이 다음 단계다.
이제 동시다발적으로 유망주들의 연쇄 이동이 일어날 것인데, 그러는 와중 경쟁에 끼지 못해 다른 선수로 선회하거나 아니면 자체적인 스카우팅 시스템으로 유망주를 발굴하는 팀이 분명히 있을 것인데 이걸 잘만 이용하면 마르지 않는 스카우팅 시스템을 구축할 거라 판단했다.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하이잭’을 하겠다는 거다.
언론들 입장에선 유망주들이 빅클럽으로 이적하는 걸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있다가 기사로 내보낼 텐데.
그중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알짜배기 선수를 다른 팀에서 발견한다면 그걸 역이용해서 이적 시장에 뛰어드는 그런 그림을 나는 그리고 있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한정적인 시간 안에 방대한 데이터를 얻어올 수도 있고, 수많은 구단에서 확신이 서지 않아 영입하지 않는 유망주에 대해선 내 능력으로 확실한 잠재력을 체크해 데려올 수 있다.
향후 10년. 블랙번 로버스가 유럽의 강팀으로 우뚝 서기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
그리고 혹시나 내가 블랙번 로버스 단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지금의 좋은 흐름을 쭉 이어나가게 하고 싶었다.
‘뭐······ 그래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결국 압도적인 재정으로 찍어 눌리면 우리도 영입에 실패할 순 있겠지만, 매년 전세계에서 재능있는 선수들이 튀어나오는 이 판에서 그 정도는 웃어 넘길 수준이긴 했다.
“세르히오 선수는 어떻게 할까요. 아무래도 관심 구단이 더 붙은 것 같긴 한데······”
이번에 대외적으로 공개한 영입 리스트에 적힌 선수들을 팔로잉하던 잭이 조심스럽게 묻자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했다.
“세르히오는 줄 생각이 없습니다. 아마 지금 언론에서 흔들기에 들어갔으니 선수의 심리도 많이 흔들릴 거예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접근하겠습니다. 이적료는······”
“······”
“아마 700만 파운드(한화 약 117억 원) 선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싸게요? 아무리 그래도 700만 파운드는······ 다른 구단들과의 경쟁이 붙으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긴 합니다만······ 아마 섣부르게 다들 들어오지는 않을 겁니다. 라 마시아 출신에 엄청난 기대를 모았던 공격수가 실패한 임팩트가 너무 세거든요.”
“아······ 맞네요. 보얀······. 그 케이스가 있었죠.”
“그때보다 데이터 분석이 더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사람이라는 게 싸한 느낌은 어쩔 수 없거든요. 만약 바르셀로나에서 700만 파운드를 거절한다면 우리도 그 자리에서 빠지면 됩니다.”
확실한 건 없다.
그저 가능성이 높은 곳에 걸 뿐.
100% 완벽한 설계로 선수를 영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그게 가능했으면 그 사람은 신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하는 건 그 경우의 수를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유리한 조건을 가져올 수 있게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단장님은 어떻게 보세요. 세르히오 선수에 대해서.”
“저요? 저는 뭐······ 충분히 팀에 잘 녹아들 거라 생각합니다.”
“아뇨. 그거 말구요. 다른 관점에서도 보고 계시잖아요. 지금.”
“다른 관점이라면······”
“단장님은 지금 구단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을 찾고 계시는 거잖아요.”
그 말과 함께 눈을 반짝이는 잭.
나는 그런 잭을 향해 옅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우리도 보험은 하나 들어놔야죠. 일이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 거니까요.”
* * *
“이거 보험 까는 거야.”
스페인 바르셀로나.
깔끔한 인테리어의 빌라 안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신 스킨 헤드의 남성이 손에 쥐고 있던 이적 제안서들을 책상에 툭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물끄러미 그 제안서들을 바라보는 짧은 금발 머리의 젊은 소년.
그는 바로 바르셀로나 B팀에서 뛰고 있는 ‘세르히오 루이스’.
그리고 스킨 헤드의 남성이 그의 에이전트이자 아버지인 ‘산티아고 루이스’였다.
“바르셀로나가 재계약 안 하고 배기겠어? 당장 팀 주전 공격수인 레반도프스키가 다음 시즌 은퇴한다는데?”
그의 아버지는 주먹을 꽉 쥐며 격정적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이거 길들이기 하는 거야. 여기에 전혀 말려들 필요가 없어.”
그러나 격정적으로 말하는 그의 아버지와는 달리 세르히오는 여전히 제안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세르히오.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네······ 듣고 있어요.”
“너 설마······ 스페인을 떠날 생각 하고 있는 건 아니지?”
“······”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세르히오.
그는 현재의 바르셀로나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재계약 줄다리기.
자신과 동기였던 선수들은 벌써 재계약을 마치고 바르셀로나 1군 스쿼드에 진입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자신만 벌써 세 번째 재계약 반려였다.
“아버지. 스페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게 맞을까요? 저를 원하는 팀이 이렇게 많은데······”
“오! 세르히오! 제발! 이적을 고려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야! 스페인 무대에서 충분히 적응하고 돌아봐도 늦지 않아! 당장 너가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들이 여기 중에 있다고 생각해?”
“딱 한 곳······ 있잖아요.”
“한 곳이라면······”“블랙번 로버스요.”
그러자 자기 이마를 ‘탁’ 소리가 나게 치는 산티아고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블랙번 로버스’의 이적 제안서를 세르히오의 앞에 내려놓았다.
“여기도 마찬가지야. 당장 주전 공격수인 ‘마르쿠스 튀랑’, ‘카를로스 토레스’가 있는데 너가 뛸 자리가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계약 조건도 이 중에서 가장 좋지 않아. 이건 너에 대한 모욕이라고.”
블랙번 로버스가 세르히오에게 제시한 건.
현재 바르셀로나 B팀에서 받는 주급의 1.5배와 성과제 옵션들 뿐.
산티아고가 화가 나는 부분은 바로 이 성과제 옵션들 때문이었다.
유소년 선수가 달성하기엔 말도 안 될 정도의 옵션들.
겉으로 봤을 땐 옵션 포함해서 얻어가는 게 많아 보이지만, 실상 따져보면 태반이 난이도가 턱없이 높은 옵션들이었다.
그러나.
세르히오가 느끼는 건 달랐다.
어릴 적 꿈꿔왔던 바르셀로나에서의 데뷔.
그러나 현재 바르셀로나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그가 자신이 정말로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걸 원했나? 하는 의문으로 번졌다.
그리고 이렇게 망설이는 이유는 얼마 전 걸려 왔던 단 한 통의 전화 때문이기도 했다.
세르히오는 이 통화를 통해서 자신의 프로 생활을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강한 영감을 받았다.
그 통화 상대는 바로······
블랙번 로버스의 백 단장이었다.
인종 차별
-블랙번 로버스의 단장 준석 백입니다. 혹시 잠깐 통화할 수 있으실까요?
예상치 못한 전화에 세르히오는 당황했다.
이렇게 타 구단에서 직접 연락이 올 거라곤 생각을 못 했었기 때문. 그것도 구단을 이끄는 ‘단장’에게서······.
“정식적인 오퍼를 넣어주신 다음에 연락을 주셨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괜한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싫었던 세르히오는 통화를 거절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옅은 웃음소리.
-하하, 죄송합니다. 바르셀로나와의 공식적인 이적 절차는 밟아가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전에 세르히오 선수에게 블랙번 로버스에서 뛰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장점······ 이요······?”
-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말은 해두는 게 선수에 대한 예의니까요.
어찌 보면 당연했다.
구단과의 이적 협상이 성공한다 해도 선수 개인 협상에서 실패하면 이적은 불가능한 구조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