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8)
18. 좋은 출발(2)
이 외에도 거의 30개 가까이 되는 기사들이 오늘 서울이 보여준 경기력과 이적생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리스크가 컸던 영입인 만큼, 돌아오는 보상도 달콤하구나.’
혹시나 이 영입이 구단의 이미지에 해를 끼치진 않을까?
과연 이게 맞는 판단일까?
단장실에서 수도 없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이번 이적들.
하나같이 사연 없는 이적이 없다 싶을 정도였다.
프리 시즌은 이제 막 시작한 거긴 했지만, 첫날의 기분 좋은 출발을 몸소 체감하고 있을 때, 운영팀장이 내게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라커룸은 한 번 가보시는 게 좋지 않으시겠어요?”
순간 간단한 인사라도 하고 올까 하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아마 피곤할 거예요. 제가 가봐야 방해만 될 겁니다. 일단 숙소로 돌아가시죠. 아, 그러고 보니 생방이나 다른 쪽 반응은 어떤가요?”
다른 쪽 반응에 대해 묻자, 운영팀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보이세요? 팔로워 수? 오늘 경기로 1만 명이나 늘었어요.”
“꽤 많이 늘었네요.”
“꽤 라뇨······. 엄청나게 는 거예요. 저번 시즌 후반기에 10연승 달릴 때도 몇백 명 늘던 게 오늘 하루에만 만 명이라니까요?”
급격한 팔로워의 증가는 아무래도 은퇴 번복을 선언한 임민우의 덕택이 큰 모양이었다.
준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선수들을 흔히 ‘콩 라인’이라고 부르는데, 임민우는 K리그의 콩 라인의 선두 주자였던 자다.
그가 은퇴를 선택할 당시에 많은 사람이 우승 트로피 하나 없이 가는 게 아쉽다며 비운의 천재라고 불렀지만, 이젠 그 선수가 우승을 위해 돌아왔으니 얼마나 관심이 쏠리겠는가.
‘거기다 인성까지 훌륭하니까. 관심이 안 갈 수가 없긴 하지.’
실제로 방금 친선전이 끝난 뒤 그는 라커룸으로 들어가지 않고 제주까지 원정 응원을 와준 서울 팬들에게 다가가 사인을 해주는 등 팬서비스를 두둑이 챙겨줬다.
“친선전 시청자는 최고 시청자 21,000명까지 찍었구요. 평균 시청자는 15,800명 정도네요.”
“좋네요. 아까도 말했듯이 일본 쪽에서도 송출할 수 있는지 꼭 알아봐 주세요.”
긍정적인 지표 덕분에 일본에서 치를 세 경기 모두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싶을 지경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생방송 반응이 좋은 것과 별개로 가장 눈에 띈 건 커뮤니티 반응이었다.
이번 시즌 구단이 축구 외적으로 목표로 삼은 건 ‘20~30대가 국내 축구를 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들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커뮤니티에 들어가자 역시 서울과 관련된 주제가 상단에 고정된 상태였다.
BEST. 서울 직관 가려면 유니폼 필수임?
[이번에 너튜브에서 중계하길래 그냥 봤는데 전반전 개 재밌던데 직관 가면 그거보다 재밌음? 사람들이 직관은 더 재밌다고 하길래.]↳임민우 은퇴하고 노잼이긴 했는데, 저번 시즌 막판에 살아났음. 오늘 하는 거 보니까 이번 시즌은 재밌을 듯.
↳그냥 더비 매치할 때 한번 와보셈. 수원이랑 할 때 오면 직관의 참맛 느끼기 가능.
↳경기 보면서 맥주 먹어도 되니까 그냥 친구들이랑 와서 치킨 뜯으면서 보셈 재밌음.
BEST. 민찬영, 이기석 두 명이 의외더라.
[솔직히 기대 안 했는데 평타 이상 친 듯. 민찬영은 이번에 알았고 이기석은 그냥 흔한 유망주 중 한 명인 줄 알았는데 좀 치네.]↳이기석도 청대 시절엔 에이스 노릇 많이 했는데···
↳아직 모른다. 직접 리그 뛰어봐야 알지.
↳민찬영도 청대 출신인데 그때 뛰던 애 중에선 탑클이었음.
↳이기석은 포텐 터질 일만 남은 애였는데, 갑자기 서울 이적하더라 ㅋㅋㅋㅋ
‘이 정도면 호평이다.’
새로운 이적생들에 대한 반응도 나쁘지 않았고, 리그 경기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는 게 고무적인 성과였다.
다양한 반응들을 턱을 괸 채 쭉 살펴보고 있자, 옆자리에 있던 운영팀장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요즘은 잘 보시네요? 팬들 반응.”
“이번 시즌 목표가 새로운 팬들 유입이니까요.”
내 딱딱한 말투에도 그는 스마트폰 화면을 쭉쭉 내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단장님이 심사숙고해서 데려온 이적생들이 잘해서 다행이에요. 이번 친선전 반응이 좋은 것도 그것 때문이니까요.”
각 포지션에 걸친 알짜배기 영입, 심지어 아직 합류는 안했지만, 리그 베스트 국가대표 수비수 송창섭도 서울의 품에 들어왔다.
거기에 구단 레전드 임민우의 복귀와 기대에 부응하듯 준수한 경기력까지.
심지어 임민우의 은퇴 다음 시즌, 리그 9위로 추락한 서울은 임민우가 돌아와서 부활의 신호탄을 노리는 낭만적인 이미지까지 만들어졌다.
“그런데 임민우 선수 데려오는 건 어떻게 생각하신 거예요?”
운영팀장이 임민우의 기사를 읽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연히 선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능력 때문······ 이라고 말하면 안 되겠지?’
다 터놓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말해봐야 믿지 않을 것 같았다. 요긴하고 써먹고 있는 나조차도 가끔 믿기지 않았으니까.
괜히 창밖을 보며 대답을 회피하자, 운영팀장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 내 스마트폰으로 파일 하나를 전송시켰다.
“대답 안 해주실 줄 알았어요. 저번에 스카우트 팀한테 부탁하신 거 아까 도착했는데 확인해주세요.”
“벌써요?”
“단장님이 여기 오기 전에 급한 거니까 빨리 부탁한다고 하셔놓고 무슨 벌써에요.”
스카우트 팀에게 부탁했던 건 타 리그 임대 가능 선수 명단이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빡빡하게 자금을 운용했기 때문에, 아직 부족한 포지션 같은 경우는 임대를 통해 보충할 생각이었다.
운영팀장이 보낸 파일을 받은 나는 가장 먼저 J리그 위주로 살펴봤다.
그나마 아시아 지역에서 탄탄한 규모를 자랑하는 리그기도 했고, 좋은 선수가 있다면 투어를 간 김에 확인해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리스트를 쭉 훑어 내리던 나는 옆자리에서 자잘한 구단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운영팀장에게 물었다.
“아 그리고 우리 B팀에서 임대 보낼 선수 명단은 도착했어요?”
내 물음에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뭔가를 생각하던 그는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스마트폰에 무언갈 재빠르게 입력한 뒤 말했다.
“그게 아마······ B팀에 이현 선수랑 김도진 선수 맞죠?”
이현은 제주도로 출발하기 전 찾아낸 옥석 같은 선수다.
잘만 키운다면 적어도 지금 제주에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이지상 선수의 수준까지 갈만한 자원이기도 했다.
‘지금 현이에게 필요한 건 경험이야. 경기를 꾸준히 출전해서 실전 감각을 키워야 해.’
이현의 능력치는 이미 기술적인 부분은 완성된 상태였지만, 경기를 뛰면서 성장해야 하는 능력치 자체는 현저하게 낮은 상태였다.
“이현 선수는 J2 리그의 요코하마 FC에서 임대 오퍼가 오긴 했네요.”
“J2 리그라······.”
예상과는 다르게 해외리그에서 임대 요청을 해왔다.
‘가장 좋은 건 국내 하부리그로의 임대긴 하다만······.’
보통 어린 나이에 해외 팀에서 주전 경쟁을 펼친다면, 적응하지 못해 어영부영 성장이 멈춰버리는 건 이 업계에서 비일비재해서 그런지 순간 망설여졌다.
“일단 이현 선수는 잠깐 미뤄두고, 김도진 선수는 어때요?”
“김도진 선수는 K3리그에서 오퍼가 왔네요. 대전 코레일이요.”
“나쁘지 않네요. 아마 선수가 성장하기엔 하부리그 쪽이 더 편할 테니까.”
“그러면 관련 서류는······”
“그건 숙소 도착하면 바로 확인할게요.”
* * *
제주와의 친선전이 끝나고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인 어제까지 선수단은 여전히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물론 선수단 못지않게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건 구단 프런트도 마찬가지.
서울에 남아있는 팀원들과 주로 전화나 화상 채팅 프로그램을 이용해 매일매일 어떤 식으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체크 했다.
‘시즌권 판매 일정도 얼추 마무리했고, 남은 건 경기장 유지 보수 목록 체크인가?’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업무를 처리했지만, 빠듯한 일정 속에서 빡빡하게 일 처리를 해서 그런지 피로감이 몰려왔다.
“마시면서 하세요.”
의자에 앉아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올린 채 눈을 감고 있자, 운영팀장이 머그잔을 내 앞에 내려두며 말했다.
“그리고 경기장 유지 보수 업무는 제가 맡을 테니까 단장님은 일단 저거부터 하셔야죠.”
그는 고갯짓으로 침대에 형편없이 널브러져 있는 태블릿PC를 가리켰다.
틈나는 시간마다 J리그 소속 임대선수 명단과 그에 관련된 능력치들을 따로 정리해둔 파일인데 그래도 꽤 탐나는 원석들을 많이 발견했다.
“알겠습니다. 그것만 부탁드릴게요.”
나는 그 말과 함께 태블릿PC를 집어 들었다. 전원 버튼을 누르니 가장 앞쪽부터 보이는 선수 프로필.
이번에 임대 이적을 추진해 볼 J리그 소속 선수였다.
‘몇 명 있긴 한데 가장 급한 건 이 녀석이지.’
가고시마 유나이티드 소속. 수비수(왼쪽), 윙백(왼쪽)
주력: 12 가속도: 12
지구력: 14 헤딩: 12
태클: 14 크로스: 12
패스: 11 타고난 체력: 16
특이사항 :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
항상 괴물 같은 능력치들만 봐서 그렇지 이 정도면 손에 꼽을만한 백업 자원이다.
팀 전술 특성상 좌·우측 윙백들이 정말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간을 활용해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체력과 지구력 스탯이 좋아했다.
‘볼수록 왜 J3 리그에 있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이 정도면 적어도 J1, J2 리그에서 붙박이 주전으로도 나올만한 능력치다.
그와 별개로 이 선수가 가장 우선인 이유는 소속팀이 가고시마 유나이티드라는 점. 우리가 일본에서 소화할 전지훈련 장소도 가고시마였다.
‘아무래도 너무 먼 곳에 있는 선수를 확인하는 건 일정 낭비가 심해···’
운영팀장이 타다 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화면 옆을 터치하자 다음 선수 프로필이 나타났다.
세레소 오사카 소속. 공격형 미드필더(왼쪽), 미드필더(왼쪽)
주력: 14 패스: 13
가속도: 14 민첩성: 13
개인기: 13 중거리 슛: 9
천재성: 12 타고난 체력: 13
크로스: 13
특이사항 : 출전 기회에 불만을 느낌.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
먼 곳에 있는 선수는 최대한 배제하려 했지만, 이 선수는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다카이치 아키라.
지난 시즌 J리그 4위에 올랐던 전통의 강호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고 있는 왼쪽 윙어였다.
‘민찬영이 왼쪽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이 약하니까, 적어도 그쪽 움직임을 보강해줄 선수가 필요해.’
아무래도 민찬영이 오른발잡이다 보니 우측면으로 돌아 들어가는 움직임을 자주 하곤 해서 감독이 직접 왼쪽 자원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아키라는 포백, 스리백 상관없이 왼쪽에서 온전히 제 기량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선수야. 임대긴 해도 요긴하게 쓸 수 있겠어.’
머릿속에서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떠올려보고 있을 때 내가 맡긴 업무를 처리하고 온 운영팀장이 두 개의 캐리어를 끌고 들어왔다.
“단장님. 저희도 슬슬 출발해야죠?”
나는 운영팀장을 바라보며 들고 있던 머그잔을 내려놨다.
“선수단은 몇 시 출발이에요?”
“14시 비행기에요. 저희는 13시 10분 비행기.”
제주에서의 굵직한 일주일이 끝나고 이제 남은 3주를 보낼 일본으로 출발할 날이 왔다.
* * *
가고시마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이현과 김도진 선수에 대한 제안을 찬찬히 살펴봤다.
이현에게는 직접 연락을 취해 혹시 J리그에서 경험을 쌓을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고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그래······. 유망주 육성하기에 J리그만 한 곳이 없어.’
나름 탄탄한 기반으로 마련된 리그여서 J2~3리그는 경험이 필요한 유망주들이 자주 가는 리그기도 했다.
‘이러면 도진이가 문젠데······.’
K3리그도 경험을 쌓긴 최적의 무대였지만, 문제는 대전 코레일에서 김도진이 뛸 포지션에 붙박이 주전이 있는 상태가 걸림돌이었다.
이현 같은 경우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공백이 생긴 팀으로 가는 것이라 출전 기회를 잡기 쉬웠지만, 김도진은 후반 교체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낼 확률이 높았다.
‘이럴 거면 임대 이적은 독이야. 차라리 B팀에서 K4~5리그 수준으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맞겠지.’
두 선수의 임대 이적에 대해 마무리하자 어느새 우리는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했다. 운영팀장은 따듯한 날씨에 놀랐는지 상의를 펄럭거리며 말했다.
“전지훈련 장소로 많이 찾는 이유가 있네요.”
주로 국내 저명한 야구팀이나 K리그 구단들도 자주 찾는 전지훈련 장소지만, 이번에는 우리만 이곳을 찾은 듯했다.
입국 절차를 마치고 수화물을 찾고 있을 때 주머니 안쪽에 있는 스마트폰이 울렸다.
“네, 백준석입니다.”
-단장님. 스카우트 팀장입니다. 혹시 지금 가고시마에 도착하셨어요?
“네 방금 도착했어요.”
-가고시마 유나이티드에서 연락이 왔는데, 타나카 선수랑 지금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