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81)
22-23시즌 비야레알에서 돌연 애스턴 빌라로 이적하며 인상적인 성적을 거뒀던 에메리 감독.
아스날에서 한 번 실패했던 프리미어 리그 감독 생활.
그러나 빌라 파크로 돌아온 에메리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감독이었다.
그리고 그 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나세프 구단주.
에메리 감독의 바이아웃인 500만 파운드까지 지불 하며 데려올 정도로 나세프는 에메리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부진했던 전반기를 감독 교체로 씻어내고 안정적인 시즌 마무리까지 한 나세프에게 남은 건 좋은 감독에게 힘을 실어줄 구단 프런트의 수장을 붙여주는 것이었다.
때마침 계약 만료가 임박한 기존의 단장이 재계약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
애스턴 빌라의 상승세를 견인할만한 유능한 단장을 데려올 생각이었던 나세프는 일단 에메리 감독의 의중을 듣는 게 먼저라 생각했다.
“전화로 말했던 건 생각해 봤나?”
나세프 구단주가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물었다.
“네.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그를 데려오는 게 정말 가능한 겁니까?”
블랙번 로버스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한 장본인.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목표를 당당하게 이룩한 자.
에메리 감독은 이미 팀에 대한 애정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백 단장을 빼 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에메리 감독의 질문에 호탕하게 웃기 시작하는 나세프.
“하하하! 왜 그런 걸 걱정하십니까.”
에메리는 나세프의 태도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뱉어냈다.
“백 단장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가 처음으로 유럽 진출을 할 수 있게 손 내밀어준 구단이 블랙번 로버스입니다. 그렇게 쉽게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가 있을까요? 심지어 지금의 블랙번은 모두 그의 손끝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죠.”
“지금 재계약 얘기가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고 해도 아마 내부에서는 이미 재계약 논의가 들어갔을 겁니다. 단순하게 블랙번에서 정보가 새 나오지 않는 게 분명해요.”
블랙번 로버스 입장에서도 백 단장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에게 재계약 제의를 하지 않는다는 건 더 높은 목표를 노릴 의지가 없다는 걸 광고하는 수준이었다.
에메리 감독의 열변을 들은 나세프는 입가에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어갔다.
“에메리 감독. 비즈니스라는 건 말입니다. 때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시도하다 보면 가능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
“내가 노리려는 건 바로 그 순간이에요. 그 확률이 희박하더라도 도전해볼 가치는 있겠죠. 에메리 감독도 백 단장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은 없잖아요?”
에메리 감독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백 단장을 이상적인 단장의 모습이라 생각한 건 사실이니까.
유망주들의 적극 영입을 통해 구단의 장기적인 계획 수립.
그리고 유소년 시스템을 손봐서 구단 자체적으로 로컬 유스 인재 양성을 통한 구단의 근간 다지기.
모기업의 자본 지원에 의지하지 않기 위해 자생적인 재정 환경 건설까지.
다른 구단이었으면 한 개만 해도 몇 년을 걸렸을 걸 백 단장은 고작 3년 안에 이 모든 것들의 기틀을 다져놨다.
심지어 재정적인 측면은 정말로 모기업의 지원 없이도 신구장 건축까지 가능할 정도로 탄탄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그러면······ 곧바로 접촉하실 생각이십니까?”
신중한 표정으로 텅 빈 경기장을 내려다보던 에메리 감독의 물음에 나세프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솔직히 가능성이 희박한 건 사실이니까. 또 비즈니스에선 치고 빠져야 하는 적기라는 게 있지 않은가. 일단 간부터 볼 생각이네.”
나세프는 그 말과 함께 코트 주머니 속 핸드폰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이 불가능한 미션을 해내기 위해서 누구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 * *
[BBC] 흔들리는 맨시티! 파죽지세의 블랙번! 20R 이변이 일어났다! [포포투] 블랙번 로버스의 로컬 유스 ‘존 코디’ 교체 투입 4경기 4골 폭발! 블랙번 로버스 리그 1위 탈환에 일조! [스카이스포츠] 위르겐 클롭 “우승에 적기가 있다면 블랙번 로버스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승점 2점 차로 2위 맨체스터 시티와의 격차 벌리는 데 성공하다. [커트오프사이드] 지난 시즌 득점왕 아센시오의 공백. 프랑스 신성 ‘마르쿠스 튀랑’으로 성공적으로 메꿔내다! 리그 10경기 연속골 달성! [가디언] 이번 시즌 도움왕에 도전하는 ‘주드 벨링엄’. 지난 경기 두 개의 어시스트 달성! 현재 도움왕 순위 1위. [텔레그래프] 애스턴 빌라. 기존 단장 ‘케빈 워커’와 상호 합의 해지. 신임 단장 물색에 나서다.‘FA컵 3라운드도 순조롭게 승리를 따냈으니······ 안정적으로 박싱 데이를 마칠 수 있겠어.’
지옥의 일정이라 불리는 잉글랜드 박싱 데이 기간.
풍부한 로스터 덕분인지 클롭 감독은 ‘스몰 스쿼드’를 고집하는 자신의 신조를 꺾고 적극적인 로테이션 전술로 프리미어 리그 1위를 탈환해내는 업적을 달성해냈다.
그것도 프리미어 리그의 절대 강자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여기까지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그 맨시티를 제치고 리그 1위. 그것도 챔피언스 리그, FA 컵, 카라바오컵 모두 소화하면서······’
생각 만해도 짜릿했다.
물론 그러지는 않겠지만, 이론상 트레블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에도 한 발 내디딘 거나 마찬가지니까.
삐리릭-!
바로 그때 들려오는 전화 벨소리.
컴퓨터 바로 옆에 있는 내선 전화의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전화기 너머로 잭의 목소리가 들렸다.
-단장님. 호르타 선수 재계약 식 세팅 언제 바로 들어갈까요? 아니면 조금 텀을 두고······?
“바로 진행해주세요. 지금 시기에 재계약 기사까지 터트려야 팀 사기가 더 올라갈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내려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새로 리빌딩 된 블랙번 로버스 스쿼드 내에서 뛴 기간이 가장 긴 ‘주앙 호르타’.
아쉽게 리그 베스트나 유럽 리그 베스트 같은 굵직한 명단에 오르진 않았지만, 매년 발전하는 기량은 그의 이름을 점점 더 드높이기 시작했고.
현 23-24시즌. 주앙 호르타는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센터백으로 평가받는 상황이었다.
처음 부임했을 때 데려왔던 선수라 애착이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동안 적은 주급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경기에 뛰었던 그였기에 이번 기회에 파격적인 인상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주급 18만 파운드(한화 약 3억 원).
팀 내 최고 주급자 대열에 단숨에 올라서긴 했지만, 그 누구도 주앙 호르타가 이 정도 주급을 받는다 해서 불만을 내진 않을 것이었다.
주앙 호르타야말로 전형적인 ‘해준 게 얼만데······’의 표본 같은 선수였으니까.
그나마 차이가 있다면 지금도 여전히 해주고 있는 게 너무 많다는 것 정도?
잔 부상도 없고 매 경기 풀 선발에 큰 경기에서 위축되는 모습도 없다.
지능적인 수비 방식으로 자신의 단점인 느린 발까지 커버해 철벽의 위용을 과시하는 ‘주앙 호르타’.
라커룸 내 입지도 상당히 높은 그를 파격적인 제안으로 재계약에 성공했으니, 아마 팀 분위기도 더 좋아질 것이 확실했다.
그렇게 잭과의 통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벗어뒀던 재킷을 걸쳐 입고 재계약식이 열리는 1층 로비로 갈 생각이었다.
우우웅-!
그 순간 재킷 안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
핸드폰을 꺼내 봤지만 화면에 떠 있는 건 모르는 번호였다.
“Hello.”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받으며 단장실 문고리를 잡는 그때.
-반갑습니다. Mr. Baek.
“네 누구시죠?”
-애스턴 빌라의 구단주 ‘나세프 사위리스’입니다. 잠깐 만나 뵙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들어는 봤다.
이집트의 기업인.
포브스 선정 가장 부유한 아랍인으로 선정된 바가 있는 막대한 아프리카 재벌.
이 자가 직접 연락을 취했다는 건······.
‘냄새를 맡은 모양이군······.’
* * *
“이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휑한 고급 레스토랑 내부.
가게 정중앙 테이블에 앉아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은 중년 남성이 나를 보자마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블랙번 로버스의 단장 준석 백입니다.”
“영광일 거까지야······ 애스턴 빌라의 구단주 나세프 사위리스라고 합니다.”
이 정도의 대부호는 자기 이름이 명함 그 자체인 사람.
그런 사람인 것 치곤 상당히 털털한 성격의 보유자 같았다.
“꽤나 늦은 시간이라도 빼줘서 먼저 고맙다고 말하고 싶군요.”
짧고 굵은 소개를 마친 그가 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어가자 나 역시도 옅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구단 주요 업무가 다행히 없는 기간이어서요. 밤에는 만나뵐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하. 구단 업무에 열심이시군요. 때로는 부럽습니다. 그 열정이. 저는 이제 나이를 먹어서 그럴 체력이 안 돼서요······.”
농담조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화술.
자신을 낮춰가며 분위기를 유하게 풀어내는 건 아마 수십 년간의 비즈니스를 통해 쌓인 그만의 스킬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때맞춰 나왔던 와인을 가볍게 한 모금 음미하며 물었다.
“바쁘신 회장님의 시간을 오래 빼앗을 생각은 없습니다. 어떤 이유로 만나고자 하셨는지요.”
원래라면 접촉조차 거절하는 게 맞았지만, 훗날 어떤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지 모르는 인물이다.
미리 관리해둬서 나쁠 건 없었다.
“너무 경계하진 말아요. 잠깐 얘기나 나누고 싶었던 것 뿐이니까요.”
“얘기라면······”
“애스턴 빌라 단장직에 관련된 얘기죠.”
예상이 맞았다.
그는 나를 차기 단장으로 스카우트하기 위해 직접 움직인 것이었다.
예상이 적중했으나 나는 덤덤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제 계약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하셨나 보군요.”
그러자 그는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쪽도 나름대로 유능한 인재가 있어서요. 찾아내는 데 꽤 시간 많이 투자했습니다.”
“저에게 그 정도의 관심을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직접적인 펀치는 날리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내비치는 서로의 뜻.
그러나 이런 상황을 질리도록 경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세프는 자신의 백발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굵직한 뜻이 내포된 말을 내뱉었다.
“새로운 팀에서 더 나은 프로젝트를 해볼 생각······ 없습니까?”
“······”
“나라면 VH 그룹보다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할 수 있는데.”
“······”
“그리고 백 단장이 지금 받는 대우보다 훨 씬 더 높은 대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허투루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FFP 규제를 통해 모기업의 일방적인 자본 지원을 막는다고 하더라도 그 외적으로도 지원할 수단은 충분했으니까.
나세프의 자신감에 찬 목소리에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각인(1)
‘뭐······ 좀 더 구체적인 제안과 관련된 대화를 더 나누고 싶지만, 아직 계약 기간이 남은 사람에게 그러는 건 실례 같으니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여기로 연락해요.’
나세프는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명함 한 개를 건네주곤 더 이상의 제안 없이 자리를 떠났었다.
순전히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만 들은 채로······.
‘현명한 사람이라 봐야 할지······ 야심 있는 사람이라 봐야 할지······’
그 자리에서 즉답을 원하지 않은 건 현명한 판단이었다.
어차피 난 아직 내 거취에 대해서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니까.
정말 내게 관심이 있다는 것 정도만 표현한 그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애스턴 빌라에 대해 섬세하게 늘어놓기 시작했었다.
구단의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
그에 따른 지원과 체계적으로 바꿔나갈 구단 내부 시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