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82)
거기에 경기장 주변 경제 활성화까지 구상하고 있는 그는 잠깐만 얘기해봐도 정말 탁월한 ‘구단주’였다.
다만 문제는······.
‘너무 탁월하다는 거지······’
이 바닥은 너무 깨끗하면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수천억 때로는 조에 가까운 돈이 움직이는 시장에서 마치 ‘구단주’를 하라고 내려보낸 것처럼 깨끗한 사람은 몇 없다.
아니.
단언컨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들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이 시장 자체가 그런 사람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다.
어느 정도는 융통성이라는 이름 하에 적당하게 자본을 굴려야 하고 그런 과정들이 반복되고 돌출되면 문제가 커지는 구조긴 하다.
하물며 그 대상이 아프리카의 대부호라면 아마 설명만 안 했을 뿐이지 내가 생각하는 뒷내용도 얼추 있을 것이었다.
당장 블랙번 로버스의 모기업인 VH 그룹만 봐도 그런 부분들이 존재하지 않는가.
‘그래도 뭐······ 걸리면 불법 안 걸리면 편법이긴 하지······ 아무튼 재계약 관련 문제는 시즌 끝나고 나서 결정하자.’
그런 생각과 함께 나세프의 명함을 책상 서랍에 던져 넣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문을 열고 들어온 건 클롭 감독.
시즌 초보다 수염이 더 풍성해져서 거의 파묻히다시피 한 그는 씩 웃으며 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시간 괜찮으시죠?”
“그럼요. 이쪽으로······”
비어있는 소파 쪽을 가리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는 목까지 올렸던 트레이닝복 지퍼를 내리며 소파에 앉았다.
“날이 좀 풀리나 싶었는데 여전히 쌀쌀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 부상 위험이 올라가는데 선수단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가벼운 주제로 시작된 대화.
클롭 감독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더할 나위 없이 좋죠. 다만 최근 일정이 좀 빡빡해서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지쳐있긴 합니다. 그 부분은 훈련량 조절이나 컵대회에서 대거 로테이션을 돌려서 해결할 생각이구요.”
“어우······ 뭘 그런 것까지······. 알아서 잘하실 거라 믿습니다. 거기까지 터치하는 건 월권이라서요.”
클롭 감독의 똑 부러지는 브리핑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농담을 건네자, 그 역시 씩 웃는 것으로 화답했다.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더 치열해질 겁니다. 혹시 보강해야 하는 포지션이 있으면 지금 말씀해주세요. 오늘 감독님을 뵙고 싶다고 한 것도 이것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요? 난 또 친목이나 쌓자고 부르는 줄 알았더니······”
“감독님이 바쁜 거 뻔히 아는데 어떻게 그럽니까······”
“하하하! 농담입니다. 백 단장님은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요. 그런데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을 말해도 보강이 가능한 상황인가요? 이미 여름 이적 시장에 출혈이 큰 걸로 알고 있어서.”
클롭 감독의 말처럼 여름 이적 시장은 양보단 질에 집중했던 기간이었다.
특히 클럽 레코드를 달성한 ‘주드 벨링엄’의 이적료 지출은 향후 몇 시즌을 거치더라도 깨지지 않을 그런 거대한 액수긴 했다.
그러나 꼭 이적 자금이 있어야만 선수 영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임대도 있고, 자유계약도 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전력 보강 시기인 겨울 이적 시장에서 클롭 감독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더 실어주고 싶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은 불가능한 것도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시기지 않습니까. 다만 어려운 과제기 때문에 기간을 좀 넉넉잡아서 하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그러자 호탕하게 웃기 시작하는 클롭 감독.
그러더니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없다고 하면 베스트겠지만······. 우승을 향해서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생각이라면 중원을 보강하긴 해야겠죠. 다른 포지션은 로테이션을 충분히 돌릴 수 있지만, 중앙 미드필더 백업은 존과 미겔밖에 없으니까요.”
이럴 때마다 그리워지는 조던 화이트.
그가 한 시즌만 더 뛰어줬다면 우승할 확률이 더 높아졌을 텐데 여러모로 아쉽긴 했다.
“하긴 원할한 로테이션을 돌리려면 적어도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은 더 필요하겠네요.”
현재 블랙번 로버스가 채택하는 포메이션은 형식상으론 4-2-3-1.
측면 미드필더까지 포함하면 5명의 미드필더지만, 중앙 미드필더만 놓고 보면 3명.
3명 중 한 명은 텀을 두고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지어 리그 우승 레이스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1월부터 선수단의 피치를 쭉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주전 자원들의 각별한 관리가 필요했다.
‘임대 보낸 귈러나, 에르난데스는 아직 중원을 채울만한 수준은 아니야. 그리고 임대에서 잘하고 있는데 불러들이는 것도 독이고.’
그나마 유스 출신 ‘존 코디’가 로테이션으로 재미 좀 보고 있었으니 여태까지 잘 끌어올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미겔을 홀딩 미드필더 백업으로 고정시키고 벨링엄의 로테이션 자원을 찾아야겠군요.”
“그래 주시면 좋죠. 생각해둔 선수라도 있으십니까?”
클롭 감독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리스트는 늘 준비해놓지만, 이번 이적은 어디까지나 이적료 지출이 없어야 해서 아마 다시 찾아봐야 할 겁니다.”
“그렇군요.”
“혹시 또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나마 건의드릴 건······ 슬로니나 골키퍼를 다음 시즌부턴 임대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 정도? 오스틴이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습니다. 하하!”
미국 투어를 갔을 때 영입했던 두 명의 골키퍼.
그중 현재 팀의 주전 골리인 ‘오스틴 에드워즈’는 당시엔 소속팀도 없었던 골키퍼였다. 물론 능력치 하나는 기가 막혔던······.
‘원래 계획이라면 이번 시즌이 끝난 뒤에 유망주인 슬로니나 골키퍼로 세대 교체하려고 했던 거였는데······ 의왼데?’
오스틴을 처음 영입할 때도 강조했던 부분이었다.
단기적으로 골문을 맡아줄 골키퍼가 필요했다고.
우리는 미래를 보고 키우는 골키퍼도 영입할 생각이라고.
그러나 클롭 감독의 말처럼 이번 시즌 오스틴이 보여주는 폼은 가히 ‘철옹성’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말도 안 되는 사각지대에서 날아오는 슈팅을 세이브 해내는 장면이 부쩍 많아진 이번 시즌은 하이라이트 영상이 따로 돌아다닐 정도였다.
“알겠습니다. 임대 갈 클럽도 알아보겠습니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클롭 감독이 씩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단장실을 나가자,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 옅은 한숨을 토해냈다.
“후······”
현재 우승 레이스에 도움이 될 만한 즉전감 자원을 이적료 지출 없이 데려와야 하는 큰 과제.
클롭 감독이 따로 주문하진 않았지만, 아마 3선도 겸할 수 있는 멀티성도 갖춰야 할 게 분명했다.
‘일단은 최신화 해뒀던 계약 만료 리스트부터 쭉 훑자고······’
첫 번째로 볼 리스트는 계약 만료 선수 리스트.
아무래도 임대 선수 같은 경우엔 각 클럽에서 키우는 유망주들이 시장에 꽤 많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취지엔 썩 맞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노려야 하는 건 경험 많은 베테랑 플레이어.
겸사겸사 계약 만료로 팀까지 찾고 있다면 베스트.
모니터 좌측에 가지런히 정렬된 폴더 하나를 클릭하자 계약 만료 선수 리스트가 쭉 나타났다.
그러나 역시 유망주 리스트보다 턱없이 부족한 숫자.
아쉬운 마음이긴 했지만, 최대한 꼼꼼하게 리스트를 살피고 있을 바로 그때.
내 눈에 들어오는 한 선수의 이름.
38세(1986.09.08)
주발: 오른발
FA 신분. 중앙 미드필더(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수비형 미드필더(딥라잉 플레이메이커)
타고난 체력: 15 주력: 10
수비 위치: 14 가속도: 9
몸싸움: 12 헤딩: 9
태클: 13 일대일 마크:12
패스: 17 중거리 슛: 13
시야: 17 개인기: 17
퍼스트 터치: 16
특이 사항: 선수 생활 마지막 팀을 찾고 있음.
경험 많은 베테랑에 리그 적응 필요 없고 중원에서 원활한 볼배급도 가능한 그런 선수.
과거 울버햄프턴에서 뛰었던 ‘주앙 무티뉴’였다.
* * *
[BBC] FA. 주앙 무티뉴. 블랙번 로버스로 이적. 계약 기간은 1년!↳와 영감님 아직까지 뛰신다구요?
↳울브스가 재계약 안 한 게 더 이해 안 갔음. 사실 마지막 시즌에 제일 잘했거든 ㅋㅋㅋㅋㅋㅋ
↳1년 계약인 거 보니까 이번 시즌에 목숨 걸었네. 어차피 무티뉴 팀 못 찾긴 했어도 개인 훈련 빡세게 했던데
↳솔직히 이번 시즌 막판에 폼 끌어올려서 10경기만 뛰어줘도 1인분임 지금 중원 로테 돌릴 선수 부족했는데
↳부상이 조금 걱정되긴 하는데 몸 관리 잘하면서 뛰면 1년 정도는 가능할 듯. 중원에서 패스 괜찮고 슛 좀 쏘는 미드필더 백업으로 두고 있으면 나쁘지 않지.
무티뉴를 데려오는 과정은 별거 없었다.
선수도 새로운 팀을 원했고, 우리는 경험 많은 베테랑 미드필더를 원했다.
거기다 무적신분이라 이적료 지출도 없고. 선수 본인이 기존에 받던 주급의 1/3만 받으면서 이뤄진 계약이라 주급에 대한 부담감도 없었다.
그의 이번 시즌 목표는 블랙번 로버스의 우승에 일조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팀에 녹아들겠다며 훈련장에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무티뉴의 데뷔전은 아마······
2024년 2월 15일.
바로 챔피언스 리그 1차전이 열리는 오늘.
물론 그마저도 교체로 투입될 거긴 했지만, 주전 자원들을 빨리 빼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를 영입한 소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물론 경기가 굴러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별 리그까진 어물쩍 넘어가긴 했는데 16강부터는 확실히 너무 떨린데······’
16강 상대는 F조 2위였던 ‘인테르’.
그나마 AC밀란 원정을 통해 이미 밀란 형제의 홈구장 ‘산시로’에 대한 경험이 쌓여있다는 게 다행이긴 했다.
경험을 해본 것과 안 해본 건 확실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까······.
중요한 경기다 보니 프런트 직원들은 일찌감치 퇴근시켰고 나 홀로 단장실에 남아 어두워진 경기장 풍경과 함께 중계화면을 보고 있는 그때.
책상 위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발신인은 ‘위르겐 클롭’.
한창 경기 시작 전 라커룸에서 열띤 연설을 하고 있을 그가 연락을 취하자 불안한 마음만 감돌았다.
“Hello······?”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전화를 받자 들리는 건 낮게 깔린 클롭 감독의 목소리.
-단장님. 이제 곧 경기장으로 갑니다. 출발하기 전에 한 말씀만 해주시죠. 전부 듣고 있어요.
각인(2)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희들을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또 한 명의 조력자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산시로로 향한다.”
비장한 표정의 클롭 감독이 어딘가로 전화를 건 뒤 스피커 폰으로 바뀌자 들리는 백 단장의 목소리.
-Hello······?
백 단장의 목소리가 들리자 라커룸에서 출격 준비를 마친 선수단은 숨죽인 채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단장님. 이제 곧 경기장으로 갑니다. 출발하기 전에 한 말씀만 해주시죠. 선수들 전부 듣고 있습니다.”
-······
잠깐의 정적.
모두가 백 단장만의 마지막 말을 기다리고 있을 때, 핸드폰에서 나지막한 백 단장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우리는 오늘 새로운 역사를 씁니다. 가지고 있는 것 전부 쏟아내고 오세요.
짧지만 그동안의 블랙번 로버스의 행보가 온전히 담겨있는 문장.
도전하는 자의 위치에서 그동안 수없이 위를 향해 올라왔고, 바로 지금이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을 시간이었다.
따르릉-!
백 단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울리기 시작하는 입장 시간 벨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