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83)
클롭 감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라커룸 문 쪽으로 걸어 나가며 확신에 찬 말을 내뱉었다.
“Let’s Go.”
* * *
-이탈리아 산시로에서 펼치지는 챔피언스 리그 16강! 블랙번 로버스가 이 기세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양 팀 모두 리그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블랙번의 기세도 기세지만 지난 시즌 4강에서 아쉽게 떨어졌던 인테르도 이번 대회는 남다른 각오로 임하고 있어서 어느 한쪽의 우세를 점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가 챔피언스 리그 16강 토너먼트의 메인이 될 경기라는 건 확실하죠!
잔뜩 흥분한 스카이 스포츠의 캐스터와 해설.
특히 스카이 스포츠의 해설 ‘제이미 캐러거’는 예전부터 블랙번 로버스의 행보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목소리 톤부터가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
그 외에도 영국 현지 유력 언론지.
전 세계에 퍼져있는 유능한 스카우트들과 각 팀을 응원하는 서포터즈들.
마지막으로 16강 토너먼트에 참가해 있는 수많은 팀의 수뇌부들도 이 경기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강팀들에겐 언더독부터 기어 올라온 블랙번 로버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약팀들에겐 블랙번 로버스가 해낸다면 자신들도 가능할 거라는 믿음을 얻기 위해.
삑-!
-경기 시작했습니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블랙번 로버스의 ‘마르쿠스 튀랑’의 선축으로 챔피언스 리그 16강 토너먼트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됩니다!
* * *
[BBC] 전반 6분 마르쿠스 튀랑의 절묘한 헤딩 슈팅 [커트오프사이드] 전반 8분 로멜루 루카쿠의 역습 상황 마무리······ 오스틴의 선방에 가로막혀 [포포투] 전반 21분 박스 밖 바스토니의 위험한 태클로 인한 옐로카드전반 중반이 흘렀을 뿐인데도 이미 주요 언론들에선 실시간으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모든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린 경기기도 했고, 그들이 최근 몇 년간 가장 밀착해서 팔로잉하던 팀이 블랙번 로버스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노력의 과실을 챙기는 경기나 마찬가지였다.
[스카이스포츠] 전반 24분 역습을 차단하는 파레호의 깊은 태클 구두 경고↳진짜 지랄하네? 바스토니한텐 바로 카드 꺼내고 파레호 개 태클은 그냥 구두라고?
↳지랄은 니가 하는거지. 스터드로 들고 발목 쪽으로 태클 처박아놓고 옐로 받았으면 그냥 고개 푹 숙이고 기도나 처하고 있어
↳선수들 점점 격해지기 시작한다. 오늘 주심 머리 달린 사람이긴 함? 판정이 이해가 안 가네
↳저런 새끼들도 심판을 하는데 대체 나는 왜······?
[디마르지오] 전반 30분 주드 벨링엄의 깔끔한 슈팅······ 그대로 인테르의 골망을 흔듭니다! 현재 스코어 1:0↳SIUUUUUUUU······!
↳이걸! 벨링엄이······! 믿고 있었습니다!
↳연계가 진짜 좋았다. 튀랑이 전방에서 기가 막히게 등져줬어!
↳정보) 인테르는 AC밀란에 밀려 리그 2위를 기록 중이다
↳이게 클럽 레코드의 품격이다······
언론지마다 실리는 팬들의 반응은 거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심지어 블랙번의 첫 골이 터졌을 때, 대회의실 쪽에서 진동이 울릴 정도였다.
‘좋아. 심판의 판정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결과는 나오고 있어.’
단장실에서 중계를 보고 있던 내 주먹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2차전은 블랙번 로버스의 홈에서 열리기 때문에 1차전에 승리해두면 2차전에서 편하게 경기 운영이 가능했다.
거기다 이번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을 거치면서 ‘이우드 파크’는 원정팀의 악몽이라 불릴 정도로 홈팬들의 격한 열기가 원정팀을 압박하는 경기장이었다.
‘솔직히 더 이상의 득점은 기대도 안해. 이대로 마무리 하고 2차 전에서 잠구기만 한다면······’
서포터즈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축구가 모토인 나였지만, 오늘 만큼은 달랐다.
그냥 결과만을 원했다.
그것도 정말 실리적인 결과를.
못해도 4강은 가보고 싶었다.
모두와 함께 만들어 낸 블랙번 로버스가 유럽 신흥 강호의 한 축으로 우뚝 서는 그런 그림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를 보고 있을 찰나.
-아아악!!
중계 화면인데도 들릴 정도의 엄청난 비명과 함께 주심의 급박한 휘슬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삑! 삑! 삑! 삑! 삑!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경기장 내부.
가뜩이나 선수단끼리 격해지고 있는 와중 선제골까지 내준 인테르의 선수단은 독기가 바짝 올라 있었고.
결국 일이 터져버렸다.
바닥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무릎을 부여잡고 있는 ‘대니 파레호’의 모습과 함께······.
* * *
우우웅-!
“감독님! 파레호 선수 상태 어떻습니까!”
전반전 종료 이후 초조한 감정으로 단장실 내부를 왔다 갔다 하고 있을 때 손아귀에서 울리는 진동.
발신 명 ‘위르겐 클롭’을 보자마자 전화를 받은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벨링엄의 상태를 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클롭 감독의 깊은 탄식.
-하······ 좋지 않습니다. 의료 스탭의 말로는 왼쪽 슬개골 골절로 인한 인대 파열도 의심하고 있다네요······.
슬개골 골절로 인한 인대 파열.
잘 알고 있다. 내 짧은 선수 시절에 경험했었던 부상.
단순 슬개골 골절만 나타난 경우라면 깁스 등의 보존 치료만으로도 회복할 수 있지만, 인대가 파열된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수술도 불가피한 상황.
심지어 회복 기간도 일반적인 골절보다 훨씬 길고, 재활 기간까지 포함하면 시즌 아웃도 점쳐지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정말 중요한 경기에서 중요한 선수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애써 짜증을 억누른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알겠습니다······. 이쪽에서도 빠른 처치가 이뤄질 수 있게 준비해놓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일단 경기부터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군요.
“바쁜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그러면 영국에 돌아오실 때 뵙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나는 터져 나오는 한숨을 어떻게든 억누른 채 자리에 앉았다.
지금 해야 할 건 파레호 선수 부상에 대한 처치.
이적 시장도 끝나서 추가적인 선수 보강은 꿈도 못 꾸는 와중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최선이었다.
어떻게든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일거야. 그런데 수술이라는 게 또 양날의 검이란 말이지······. 그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면······’
그 즉시 검색 엔진에 파레호가 당한 부상을 검색하자 각종 검색 결과가 화면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경기 중 부상당한 파레호에 관련된 기사부터 시작해서, 부상의 치료 과정과 재활 기간등이 상세하게 적힌 논문까지.
그 많은 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을 때.
내 눈에 익숙한 이름이 들어왔다.
[디애슬래틱] 나세프 사위리스. 영국 최고의 의료 시스템을 애스턴 빌라에 성공적으로 이식시키다.* * *
“하하하! 이런 식으로 백 단장님과 재회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버밍엄에 있는 단출한 식당.
샌드위치 한 입을 베어 문 나세프 구단주가 호탕하게 웃어 보이자 나는 말없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 이유는 나세프가 정말 흔쾌히 구단과 연관된 의료 시설에서 파레호의 치료를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
그것도 자신의 인맥까지 동원해서 가장 우선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말이다.
“VH는 다 좋은데 이런 게 좀 부족하단 말이지······. 영국 전역 내에서 인지도를 넓힌 건 좋은데 실속이 없어······.”
옅은 미소를 띤 채 손가락에 묻은 소스를 닦아낸 그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번 건 노카운트로 하겠습니다.”
“네?”
“아······ 카운트를 나만 하는 거였나? 난 그래도 백 단장이 고마워해서 추후 재계약 할 때 내가 제안했던 조건들을 한 번이라도 더 고려할 줄 알았는데.”
“아······.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하하하! 알고 있어요. 지금은 생각이 없다는 것 정도는. 그래서 노카운트로 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더니 어깨를 으쓱이는 나세프 구단주.
“원하는 건 정당하게 손에 넣는단 주의여서.”
그는 호쾌한 사업가이자 축구광.
애스턴 빌라를 영국 내의 새로운 빅6 클럽으로 만들 생각이었고, 10년 안에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까지도 노려보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대단한 야심가기도 했다.
“이번에 백 단장을 도와준 이유는 그냥 간단합니다. 블랙번 로버스가 우리 애스턴 빌라가 지향하는 목표 같은 팀이라 그냥 마음이 쓰였을 뿐이에요. 블랙번이 성공해야 우리도 그 길을 그대로 걸어갈 수 있잖아요?”
이미 검증된 포장도로를 안전하게 뒤따라가겠다는 그의 현명한 구단 운영 방침은 듣고 있던 나도 웃음이 절로 지어질 정도였다.
여태까지 수많은 사업가와 만나봤지만, 이런 타입의 사업가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
“대신 백 단장에게 한 가지 조언을 구하고 싶은 건 있는데. 어때요. 그 정도는 요구해도 괜찮을까요?”
“제 선에서 말씀드릴 수 있다면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다 먹은 접시를 테이블 한구석으로 치운 나세프는 깍지 낀 손을 테이블에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두 가지 중 하나를 반드시 포기해야 합니다. 하나는 적은 이득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확실한 수익이고 나머지 하나는 단기적으로는 큰 손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큰 가능성이 있는 방향입니다. 백 단장이라면 어디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음······”
이미 성공한 사업가인 그가 전문 경영인도 아닌 내게 경영 쪽 질문을 할 리 없다.
그렇다면 이건······
‘구단 운영과 관련된 질문이군······.’
그리고 질문 속에 있는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는 아마 애스턴 빌라의 향후 구단 운영 방향성을 비유한 표현일 것이었다.
“처해있는 상황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저라면 장기적인 목표를 취할 겁니다.”
“그 이유는요?”
“간단합니다. 구단주님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셨는데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거니까요.”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는 나세프.
그러더니 호탕하게 웃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하하하! 맞네요. 내가 손해 보는 판단을 할 리가 없죠. 여태까지 그 판단력 하나로 여기까지 올라왔으니까요. 덕분에 고민하고 있던 게 좀 해결됐습니다.”
나세프 구단주는 그 말과 함께 손목시계를 슬쩍 확인하며 말했다.
“덕분에 오늘도 유익한 대화 나눴습니다. 바쁘실 것 같은데 그만 일어납시다.”
“······”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애스턴 빌라가 취한 스탠스는 장기적인 구단 운영.
그는 현재 순항 중인 팀 성적에 엔진을 달아주기 위해 추가적인 영입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더 좋은 선수를 물색하는 방향을 택했다.
다만 그 방식에 애스턴 빌라의 서포터즈들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어서 아마 나세프 구단주는 자신의 결정이 맞았는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말 자신의 선택이 맞는 건지에 대한······.
그래서 나는 그가 원하는 답을 해줄 뿐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도 이것이었을 테니까.
“아! 그리고······”
“······”
“블랙번 로버스의 16강 첫 승 축하합니다.”
그의 마지막 말에 나는 싱긋 웃는 것으로 화답했다.
* * *
백 단장이 블랙번으로 돌아간 뒤, 버밍엄에 있는 ‘빌라 파크’로 돌아온 나세프 구단주.
그는 경기장 전경을 쭉 올려다본 뒤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