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85)
남은 시간은 단 1분.
전광판에서 느릿하게 흐르는 시간과 다르게 그라운드의 상황은 너무나도 급박했다.
이번 경기를 이겨야 잔류의 희망이 생기는 ‘리즈 유나이티드’.
그리고 이번 경기를 이겨야 자력 우승이 확정되는 ‘블랙번 로버스’.
서로 사정이 급한 두 팀이 만나서인지 마지막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치열한 볼 소유권 다툼이 이뤄질 정도였다.
그러나 전반 6분 사마르지치의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리드를 가져온 블랙번 로버스는 클롭 감독의 지휘 아래 노련하게 경기를 끝마치려 하고 있었고.
반대로 샘 앨러다이스의 리즈 유나이티드는 승점 1점이라도 따내가기 위해 선수들을 전방으로 끝없이 전진시키고 있었다.
‘제발…… 이대로 종료 휘슬이……’
B-4 출구 벽면에 기댄 채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던 내 몸에 온갖 힘이 절로 들어간다.
단 한걸음.
막연했던 목표가 현실이 되는 순간까지 단 한걸음이다.
이미 홈팀 블랙번 로버스의 서포터들은 몸이 달아올랐는지 자리에 앉아있지도 못한 채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응원한 팀이 정상을 탈환할 순간이 정말 코 앞까지 다가왔다는 걸.
남은 시간 20초.
‘존 코디’의 투지 넘치는 태클로 중단된 리즈 유나이티드의 역습.
그러나 주심은 파울을 선언하고 리즈 유나이티드의 골키퍼까지 골문으로 뛰어나간 마지막 상황.
뿌우우-!
소름 돋을 정도의 웅장한 뿔피리 소리.
그리고 휘슬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의 열띤 함성.
삑-!
프리킥 재개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리자, 리즈의 ‘잭 해리슨’.
크게 심호흡한 뒤 있는 힘껏 골문 앞으로 올라가는 해리슨의 프리킥은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블랙번 로버스의 박스 안에는 거의 모든 선수가 들어와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그 혼전 속에서 공의 낙하지점을 가장 먼저 선점하고 있는 건…….
블랙번 로버스의 주전 센터백. ‘주앙 호르타’.
호르타의 헤딩이 리즈의 프리킥을 걷어내고 흘러나온 볼을 강현석이 상대 골문을 향해 강하게 걷어냈을 때.
삑-! 삑-! 삑-!
살얼음판 같던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이우드 파크’에 울려 퍼졌다.
-We did it! Blackburn Rovers won the Premier League for the first time in 29 years!
(해냈습니다! 블랙번 로버스가 29년 만에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해냅니다!)
-Blackburn Rovers, which breaks through public opinion that everyone said winning is still impossible! Fantastic finish for this season!
(모두가 아직 우승은 무리라고 했던 여론을 정면으로 돌파해내는 블랙번 로버스! 이번 시즌 마무리를 환상적으로 해냅니다!)
쉬다 못해 거의 갈라지는 캐스터와 해설의 목소리.
그리고 휘슬이 울리자마자 발밑에서 진동이 울릴 정도로 ‘이우드 파크’에 모인 홈팬들이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29년 만의 우승.
‘앨런 시어러’가 블랙번 로버스를 우승시키고 나서 정확히 29년.
점점 추락해 가는 팀을 보면서도 끝까지 자기 팀을 응원했던 서포터즈.
그들의 기쁨을 막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블랙번 로버스가 리그 우승 트로피를 되찾아온 건 식지 않는 그들의 열띤 응원들 덕분이었으니까.
“다, 다들 좀 진정하시고……! 사, 사고 날 수도 있으니까……! 처, 천천히!”
경기장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서포터즈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잭.
나는 그런 잭에게 다가가 씩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괜찮을거에요. 안전 요원들이 앞에서 잘 컨트롤하고 있잖아요.”
“……”
“지금은…… 저희도 좀 즐기죠.”
그 말과 함께 나는 경기장 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3년 동안 촘촘하게 일궈낸 결과를 만끽하기 위해서.
* * *
[BBC] 프리미어 리그의 정상으로 우뚝 서다! 블랙번 로버스 리그 자력 우승 달성! [커트오프사이드] 프리미어 리그 올해의 선수 블랙번 로버스의 ‘마르쿠스 튀랑’ 선정 [스카이스포츠] 프리미어 리그 도움왕 블랙번 로버스의 ‘주드 벨링엄’. 득점왕은 맨체스터 시티의 ‘엘링 홀란’ [포포투] 프리미어 리그 올해의 감독 ‘위르겐 클롭’ [디애슬래틱] FA컵 우승 맨체스터 시티. [가디언]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개최. 전무후무한 역사를 써 내려가는 블랙번 로버스와 전통의 강호 레알 마드리드의 맞대결!↳FA컵은 진작에 탈락해서 아쉬움은 좀 덜하긴 한데, 챔스 먹으면 구단 최초 더블 아니냐?
↳리그, 챔스 먹으면 찐더블이지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망상 할 기회도 오네 ㅋㅋㅋㅋㅋㅋ
↳레알 리그 던지고 챔스 올인이라 불안하긴 해
↳파레호 복귀 못 한 게 좀 아쉽다. 그래도 코디가 잘 메워주겠지?
↳코디 폼 지금 미쳐서 무조건 선발임. 그리고 박스 타격은 파레호보다 얘가 훨씬 나음. 파레호가 밑에서 빌드업 기여가 좋은 반면 박스 타격은 좀 무뎠으니까
↳리브라멘토가 측면에서 비니시우스만 잘 막아주면 할만함
↳솔직히 챔스 우승 한 번만 하면 죽어도 여한 없음
↳그럼 죽어. 블랙번이 우승할 거니까
↳노챔스들 망상 오지네 진짜 ㅋㅋㅋㅋㅋㅋ 챔스의 레알이 호구로 보임?
챔피언스 리그 결승이 열리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6월이라 화창하고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고 있어서 경기하기에는 최적의 상태.
잭은 꼼꼼하게 읽고 있던 언론들의 기사를 스크랩한 뒤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언제 오시는 거지?’
그가 기다리고 있는 건 백 단장.
영국에서 처리할 일이 있다고 해서 잭만 먼저 출발하고 백 단장은 뒤따라오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경기 시작까지 두 시간 남짓인데도 아직까지 숙소로 도착하지 않은 백 단장 때문에 잭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물론 지금 이 상황에서 백 단장이 처리해야 할 업무는 없긴 하지만, 그래도 상징적인 경기를 치르는데 팀을 여기까지 키운 백 단장이 없으면 모두가 허전해할 정도였다.
심지어 잭을 향해 단장님은 언제 오시냐고 묻는 선수들까지 있을 정도.
그렇게 잭이 호텔 로비에서 불안에 떨고 있을 때, 캐리어를 끌며 백 단장이 호텔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단장님!”
“잭? 왜 로비에 나와 있어요?”
아무렇지 않게 카운터로 가 입실 수속을 밟는 백 단장.
잭은 그의 옆으로 다가가 안도감과 불안함이 뒤섞인 불평을 쏟아냈다.
“중요한 날인데 안 오시니까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았잖아요! 다음 날 바로 뒤쫓아오시겠다고 하셨으면서.”
그러자 백 단장은 옅은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아…… 미안해요. 아직 시간이 좀 있길래 처리해야 할 업무만 빨리 손보고 왔어요. 왜 있잖아요. 우리 다음 시즌부터 들어가는 거.”
“아! 아니 그런데 그건…… 운영팀이랑 천천히 맞춰보시기로 하셨잖아요. 그리고 그걸 설마 다하고 오셨다구요? 그 많은걸?”
“에이 아니죠. 그냥 틀만 잡고 온 거죠.”
“아니…… 틀만 잡으신다고 해도 혼자 하신 거면 최소 3일은 꼬박 새워서 하셔야 했을 텐데……”
그러자 백 단장은 별거 아니었다는 듯 자신의 방 키를 흔들며 씩 웃어 보였다.
“그렇게까지 무리한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말 그대로 전체적인 구도만 잡아놨어요.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
그 말과 함께 1층에 도착하는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안에 탄 백 단장은 자신의 방이 있는 16층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마지막 결실…… 거두러 갑시다. 잭.”
“단장님……!”
마치 마지막임을 암시하는 듯한 백 단장의 말에 잭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속절없이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잭은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 * *
-Blackburn Rovers facing European powerhouse Real Madrid! The end of their historic step this season is here in Istanbul!
(유럽의 강호 레알 마드리드를 마주한 블랙번 로버스! 이번 시즌 그들의 역사적인 발걸음의 종착지가 이곳 이스탄불에서 펼쳐집니다!)
-Real Madrid, currently winning 15 Champions League titles. Attention is focusing on whether to set an unprecedented record of 16 wins or whether Blackburn Rovers will win its first championship!
(현재 챔피언스 리그 15회 우승에 빛나는 레알 마드리드. 16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써 내려갈지, 아니면 블랙번 로버스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할지가 주목되는 경기입니다!)
이스탄불의 기적.
AC밀란과 리버풀 간의 경기에서 파생된 기적.
원래 의미와는 다르긴 하지만, 우리 역시 또 하나의 ‘이스탄불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76,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은 경기 시작 전부터 팬들의 함성이 땅을 울릴 듯이 쏟아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엄청난 긴장감을 진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경기에 직접 뛰지 않는 나조차도 이런데.
실제로 경기에 뛰는 선수들은 어떻겠는가……
‘결승은 단판…… 상대가 아무리 강팀이라 해도 모르는 거야.’
관중이 가득 들어찬 경기장 내부를 바라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그토록 염원하던 리그 우승도 이뤄냈고,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단 한 경기에 유럽 최고의 팀을 가리는 마지막 경기.
“신구장도 이 정도 사이즈가 됐으면 좋겠는데.”
언제 왔는지 고급스러운 수트 차림의 이시훈이 씩 웃으며 내 옆에 섰다.
“오셨어요.”
“다행히 경기 시작하기 전에 도착했어요. 이사회 그 늙다리들 설득하는 데 조금 걸려서……”
“아직까진 부정적일 수밖에 없죠. 사실 요즘 시대에서 스포츠 구단 운영이라는 게 계륵이긴 하니까요.”
이시훈은 최근 VH 그룹 내의 이사진들을 설득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블랙번 로버스의 성공 사례를 예로 들면서 컴팩트한 구단 운영으로 VH 그룹의 입지를 더 늘리자는 게 그가 실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
가뜩이나 차기 VH 그룹의 회장직에 가장 유력한 이시훈이어서 그의 발언에 힘이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는 이사진들을 설득하기가 난관이라고 전해 들었다.
“아니죠. 그들이 원하는 건 수익성이 보장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
“그걸 실현시킬 백 단장 같은 사람을 구해오는 거거든요.”
이시훈은 그 말과 함께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말을 이어갔다.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죠?”
그의 물음에 나는 경기장으로 나와 몸을 푸는 선수들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네……. 아직 축구로 못 이뤄낸 것들이 정말 많거든요. 제 인생의 목표 같은 것들을 이루고 나서야 눈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자 이시훈 구단주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쩝……. 어딜 가도 잘할 사람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저도 남들 제안 뿌리치면서 제 길만 가고 있긴 하니까요.”
“……”
“어쩌면 나랑 가장 잘 맞았던 게 백 단장일 수도 있었겠어요. 우리는 어떻게 보면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걸 도전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이시훈 구단주를 보며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희박한 가능성에 도전하는 건 둘 다 마찬가지였으니까.
* * *
-He did it……!
(해냈어요……!)
-He did a fantastic job……!
(환상적인 걸 해냅니다……!)
-KANG’s fantastic left-footed shot shakes Real Madrid’s net! Blackburn Rovers clinched the championship!
(KANG 의 환상적인 왼발 슛이 레알 마드리드의 골망을 흔듭니다! 블랙번 로버스가 창단 첫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확정 짓습니다!)
* * *
2030년 5월 11일.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애스턴 빌라의 홈구장 ‘빌라 파크’.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이 열리는 ‘빌라 파크’에는 경기 외적으로도 볼거리가 풍부했다.
그중 가장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건, 현재 유럽의 강팀으로 우뚝 선 블랙번 로버스를 만들어낸 백 단장이 새로운 팀을 이끌고 자신의 친정팀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친정팀을 중요한 경기에서 만나게 된 소감이 어떻습니까?”
경기 시작 전 짧게가지는 인터뷰에서 기자들은 백 단장을 향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백 단장이 블랙번 로버스를 유럽의 정상으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애스턴 빌라까지 그 자리로 올리려 했기 때문.
기자의 질문에 백 단장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싱긋 웃으며 마이크를 쥐었다.
“훌륭한 팀에 몸담았던 걸 영광으로 생각할 뿐입니다. 그리고……”
“……”
“저는 어떤 구단에서든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거구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수십 명의 기자들이 또다른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빌라와의 계약이 만료되면 다른 구단으로 가실 생각이신 겁니까?”
“향후 애스턴 빌라와의 계약은 어떻게 마무리하실 생각이십니까!”
“새로 오퍼를 넣은 구단이 있는 겁니까?”
“단장님 여기 한 번만……!”
수십의 기자들이 애절하게 질문했지만, 백 단장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라커룸으로 걸음을 옮겼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