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5)
25. 마무리
내 입으로 말하는 건 조금 그렇지만, 이번 시즌 우리 팀은 상당한 주목도를 끄는 데 성공했다.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앞다투어 쏟아지는 기사들이 바로 그 증거.
전반 45분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쥘 정도로 빠르게 공수를 주고받는 걸 봐서 그런지, 스마트폰으로 국내 반응을 살펴보는 지금도 안도의 한숨이 푹푹 나왔다.
‘후······ 완벽한 경기는 아니지만, 원하는 결과에는 천천히 다가가고 있어.’
이번 프리 시즌의 목표는 승리보다는 팀의 조직력 상승이었다.
다른 시즌보다 이적생들이 많기 때문에 빠르게 합을 맞춰보지 않는다면, 본경기인 정규 리그 개막 때 호된 꼴을 당할 게 분명했기 때문.
그러나 예상외로 본세비치 감독은 이적생들에게 자신의 전술색을 빠르게 입혀 팀의 전술을 잘 구현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전반전에서 상당히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던 건 송창섭과 강현석.
나는 조심스럽게 현석이의 능력치를 확인해봤다.
서울 유나이티드 소속. 공격형 미드필더(오른쪽), 윙백(오른쪽)
중거리 슛: 13 천재성: 16
주력: 15▼ 개인기: 12
가속도: 15▼ 드리블: 16▲
민첩성: 15▼
특이 사항: 과거 부상 부위가 아직도 신경 쓰임. 팀의 전술 방향성이 너무 마음에 듬.
‘부상 때문에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하락해 있는 건가? 꽤나 섬세하군.’
이런 식이라면 아마 장기 부상을 끊는 선수는 능력치가 대폭 하락할 가능성이 컸다.
실제로 부상을 당했던 선수들은 별도의 재활 훈련을 통해 본래의 폼을 끌어올리는 과정이 반드시 들어가니까 말이다.
능력치는 어느 정도로 폼이 망가졌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이른바 척도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긴장은 안 하는 거 같아서 다행이네.’
자신감 있는 드리블. 그리고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재능.
3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지켜봤던 현석이의 특징이었다.
비록 부상으로 인해 자신감이 한차례 꺾여서 일시적으로 폼이 망가졌었지만, 몸 안에 각인된 타고난 윙어의 감각은 지워질 리가 없었다.
“단장님. 전반전 시청자는 12,000명 정도 들어왔고요. 채팅창 반응도 아주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물론 제주전 때의 파급력은 아니지만, 일본 투어 일정 치곤 상당히 좋네요.”
운영팀장은 생방송 송출 과정에서 트러블이 일어나지 않아서 그런지 표정이 한껏 밝아져 있었다.
고된 업무에 늘 퀭한 얼굴로 돌아다니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색.
“방송 송출 화면도 깔끔하고, 아마 뒤에 있을 남은 프리 시즌 경기들도 원활하게 송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운드 같은 부분들도 즉각적으로 피드백 받아서 수정해주세요. 아무래도 이어폰을 끼고 보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있을 거니까요.”
“네. 꾸준히 모니터링 할게요.”
어찌 보면 경기 홍보 방법 중에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인터넷 방송 송출이지만, 그만큼 작은 포인트 하나로 시청자들이 빠져나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선수들이 온 힘을 다해서 경기를 뛰는데, 우리는 그걸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게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구단 프런트가 할 일이었다.
“아 그리고 경기 끝나는 대로, 임대 이적 관련해서······”
이 경기 이후 있을 업무에 대해 운영팀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15분의 하프 타임이 끝나고 고대하던 후반전을 알리는 방송이 경기장 내를 가득 메웠다.
* * *
후반전 경기 양상은 가시와 쪽에서 공격적인 변화를 선택해서 그런지, 전반전과는 사뭇 달랐다.
가시와는 좋은 모습으로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하던 엔도를 아예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보내버리고, 좌·우측 미드필더를 교체해 좀 더 왕성한 활동량으로 서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측면에서 고립되는 장면이 몇 차례 보였던 엔도가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서일까?
그는 수비라인을 돌파하려는 움직임보다는 하프 스페이스에 머무르며 위협적인 스루패스를 찔러넣는 식으로 경기를 조율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가시와의 맹공에 서울은 가드를 단단히 올린 채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
그러나 그런 가시와의 변화에도 서울이 굳건하게 버틸 수 있었던 건 바로 송창섭 때문이었다.
전반전 때보다 더 날카롭게 들어오는 가시와의 공격을 중요한 순간마다 깔끔한 태클로 제동을 거는 그의 모습은, 국내 리그 베스트를 넘어서 아시아권 수비수 중에선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와 송창섭 선수는 진짜 물건이네요. 이적 후 첫 경기인데 실수가 없는 거 같아요.”
운영팀장은 들고 있던 태블릿 PC 모니터링도 하지 않은 채 그라운드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송창섭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게요. 처음엔 곤잘레스랑 트레이드했다고 해서 비판적인 반응들도 몇 있었는데, 오늘로 다들 좋은 반응으로 돌아설 수도 있겠네요.”
“그런 반응이 몇이나 있었다고 그러세요. 단장님이 너무 깊게 파헤치신 거예요.”
차마 운영팀장의 말에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었다.
정말로 극소수의 반응인 걸 내가 파고든 것도 맞았으니까.
가시와의 공격을 끊어내고 역습에 들어가는 서울의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조심스럽게 운영팀장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올해로 단장직 맡은 지 3년 차라 그런지, 평소보다 더 반응들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성적을 내야 하는 시기기도 하니까요.”
지난 시즌들을 대충 보낸 건 절대 아니지만, 어느새 세 번째 시즌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정도로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그만큼 마음에 짊어진 부담감도 상당히 심해진 상황.
운영팀장은 내 말을 듣고 곰곰이 무언갈 생각하더니, 태블릿 PC를 무릎에 잠시 올려두며 말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장님은 서울 유나이티드의 뿌리부터 바꿔놨어요. 고액 연봉자들을 과감하게 내치면서 재정 상태를 다잡으셨고, 스카우트 팀을 조직적으로 개편해서 세분화된 선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늘 이적 시장에 뛰어드셨죠. 그거 아무나 못 해요. 단장님.”
“······”
“그러니까 그동안 노력한 거에 대한 보상이 이번 시즌에 분명히 나타날 거예요. 혹시 김종찬 단장님이 하던 말씀 기억나세요?”
“단장님이 하던 말씀이면······ 아······.”
운영팀장의 말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김종찬 단장의 입버릇.
‘우리는 병풍이여. 그것도 아주 화려한 병풍. 우리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아주 화려해 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란 말이여. 그러니까 묵묵히 할 거 하자. 알겠지?’
비록 며칠 전에 만나긴 했지만, 과거에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 쓰던 그의 말버릇을 떠올리니 괜히 웃음이 지어졌다.
“여태까지 겪었던 프리 시즌 때와는 다르게 경기력도 엄청나게 좋아졌고, 이적도 알짜배기 선수들로 잘 영입했어요. 김종찬 단장님의 말씀처럼 최고로 화려한 병풍을 세운 거죠.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이번 시즌은 성적이 나올 거예요.”
“고맙습니다. 덕분에 경기 끝나고 바로 임대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겠어요.”
“아니 제 말은 열심히 했으니까 이제는 좀 쉬엄쉬엄······.”
“더 열심히 합시다. 팀장님.”
그의 조언에 감명받아 운영팀장을 바라보며 씩 웃어 보이자, 그는 어째서인지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 * *
경기 결과는 2대1 승리.
후반전 중반 62분경에 엔도의 환상적인 오른발 슈팅이 골로 연결됐지만, 곧바로 본세비치 감독은 전술 변화를 꾀해 역전 골을 노렸다.
기존 스리백 포메이션에서 포백으로 전환을 선택한 서울은 임민우를 중앙 미드필더 자리까지 올려 공격적으로 가시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물론 포백 보호를 해주던 임민우가 공격적인 롤까지 소화하게 됐으니, 수비 쪽에서 불안한 장면이 몇 차례 나오긴 했지만, 송창섭의 신들린 수비 쇼로 인해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역습과정에서 임민우의 다이렉트 패스를 강현석이 받아 구석을 노리는 슈팅으로 역전 골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기에, 포백으로의 전환은 결과적으로 성공한 판단이 됐다.
‘경기는 승리했으니, 이제 남은 건 경기 후 인터뷰 정도인가?’
사실상 진짜 메인 이벤트라고 볼 수 있는 건 바로 이 인터뷰.
인터뷰 대상이야 알다시피 입국 때부터 현지 언론과 큰 마찰을 빚었던 송창섭.
경기 MOM(Man Of the Match)도 엄청난 수비력을 보여준 송창섭이었기 때문에, 입국 때 그런 일이 있지 않았더라도 인터뷰는 그대로 진행했을 것이었다.
수많은 기자가 모여있는 믹스트존(경기장 출구 쪽에 있는 취재 구역).
잠시 뒤 유니폼을 입은 채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는 송창섭이 믹스트존에 모습을 비췄다.
역시나 그의 등장에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어찌 보면 J리그에서 도망치듯이 떠난 선수가 월등해진 실력으로 J리그 상위권 팀인 ‘가시와’를 박살을 냈으니 이 정도 관심은 당연했다.
“송창섭 선수! 일본에 입국한 소감은 어떻습니까?”
“후지TV의 타카무라입니다! 입국할 때 있었던 일에 대해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친정팀을 상대한 기분이 어떠십니까!”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도 송창섭은 덤덤하게 카메라를 응시할 뿐이었다. 마치 자기가 할 말은 정해져 있다는 것처럼.
송창섭은 믹스트존에 마련된 마이크를 쥐자마자 능숙한 일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사히 신문사의 겐타 씨 이곳에 있습니까?”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이는 믹스트존. 그리고 기자들 사이에서 어이가 없다는 듯 웃어 보이는 겐타가 손을 들었다.
겐타와 송창섭의 신경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주변에 있는 기자들은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대는 그 순간 송창섭이 마이크를 쥔 채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봤냐? 쓰레기 새끼야?”
과거 J리그에서 뛸 때 익혔던 일본어 실력으로 신랄한 욕설을 내뱉은 송창섭의 발언에 카메라 셔터 소리만 들리던 믹스트존이 엄청나게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방금 발언에 대해서 조금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송창섭 선수!”
“과거 겐타씨와 트러블이 있었다는 게 사실입니까!”
“J리그를 떠나신 이유가 겐타씨 때문이었나요?”
‘송창섭답네.’
포항에 있을 때도 아닌 건 아니라고 똑 부러지게 말할 정도로 할 말은 하고 살았던 그의 성격답게 화끈하게 포문을 열었다.
나중에 뒷감당은 온전히 프런트에서 해야 하긴 했지만, 나는 송창섭이 J리그에서 겪었던 일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은 쌓여 있는 감정을 분출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해 인터뷰를 그대로 지켜보기로 했다.
그때였다.
바지 주머니 쪽에서 진동이 느껴져 스마트폰을 꺼내니, 운영팀장에게 전화가 오고 있었다.
나는 소란스러운 믹스트존을 빠져나가 구석진 복도 쪽에서 전화를 받았다.
“네. 팀장님. 무슨 일이세요?”
-단장님. 이 현 선수한테 임대 제의가 왔는데 한 번 보셔야 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