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6)
26. 제안(1)
서울 유나이티드 B팀 소속. 공격형 미드필더(중앙), 중앙 미드필더(어드밴스드 플레이메이커)
개인기: 14-17▲ 패스: 12-17▲
천재성: 13-17▲ 시야: 12▼
주력: 13-15▲ 가속도: 13-15▲
팀워크: 9▼ 체력: 10▲
드리블: 12▼
특이 사항: 실전 경험을 쌓고 싶어 함. 성장이 지체된 것 같아 불안함.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이 현의 능력치.
몇몇 능력치는 순조롭게 상승 중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존재했다.
리그에서 무난한 선발로 활약하기 위해선 체력 능력치가 12~13 정도는 찍혀줘야 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후반 70분쯤 교체로 체력 관리를 해주면서 경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 현의 나이대에 임대 경험을 천천히 쌓는 것 또한 중요했다.
보통 유망주들에겐 훈련보다 실질적인 경기 감각이 상당히 큰 도움이 되기 때문.
‘흠······ 강원에서 임대 제안이라······.’
그런 이 현에게 새로운 임대 제안이 온 곳이 바로 FC 강원. K리그에서 중하위권에 자리를 잡은 구단이었다.
3년 전엔 외국인 용병 공격수가 경기당 1골이라는 기염을 토하며 리그 3위까지 올라섰던 강원이지만, 애석하게도 돌풍을 일으킨 외국인 공격수를 지켜내지 못해 지금은 다시 중하위권으로 내려선 상태였다.
‘그런데 강원은 확실히 매력적인 곳이란 말이지.’
J2 리그 소속 ‘요코하마 FC’에서 임대 오퍼가 오긴 했었지만, 그쪽은 이미 미드필더에 굳건한 주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해외리그라는 큰 장벽이 존재해서 거절한 상태였다.
그러나 강원은 다르다.
비록 성장을 위해 K2~3 리그 같은 하부리그 쪽 팀으로 가는 게 낫지만, 강원은 현재 B팀이라는 패러다임을 불러일으킨 유망주 육성 전문 팀.
매년 좋은 유망주들이 1군 무대를 밟으면서 천천히 전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아주 이상적인 방향성을 지닌 구단이었다.
덤으로 미드필더에 붙박이 주전이 없다는 것까지.
‘현이 정도면 체력만 붙으면 충분히 주전 자리 꿰찰 수 있을 것 같은데.’
비록 아직 20대도 안 된 앳된 소년이지만, B팀 훈련 코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실전 경험만 쌓인다면 서울의 중원 한자리를 당당히 꿰찰만한 실력이라고 했다.
‘이건 보내는 게 맞겠지?’
신중하게 이 현의 능력치를 파악하면서도 나는 FC 강원의 선수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노트북에 정갈하게 정렬된 강원의 선수단.
그중에서도 ‘MF’ 카테고리에 있는 선수들 위주로 쭉 살펴봤지만, 역시나 이렇다 할 붙박이 주전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강원답다. 유망한 선수들은 엄청나게 많아.’
주전 경쟁의 대혼돈 시대여서일까, 지난 시즌 막판 강원의 베스트 11은 항상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래 보내자.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을 거야. 말이 안 통하는 J2 리그로 보내는 것보단 국내 리그로 보내는 게 맞아.’
이 현의 임대 결정을 내린 내가 습관처럼 크게 숨을 내뱉으며 노트북을 덮을 때였다.
“단장님. 끝나셨어요?”
언제 와있었는지 숙소에 놓인 간이 소파에 운영팀장이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가시와 쪽에 좀 더 있는 거 아니었어요?”
오랫동안 앉아 있어서 찌뿌둥해진 몸을 가벼운 스트레칭을 통해 풀어주며 묻자, 운영팀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럴 필요가 없더라고요.”
“왜요. 송창섭 선수 인터뷰 금방 끝났어요?”
이 현의 임대 건을 처리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오기 전 나는 운영팀장에게 송창섭의 인터뷰를 운영팀장에게 맡겼었다.
인터뷰라는 말에 운영팀장이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내 기자들도 몇 있었던 거 같은데, 나중에 기사 나면 한번 보세요. 송창섭 선수 아주 칼을 갈고 나왔던데요?”
“뭐 인터뷰 처음부터 엄청나게 세게 나오긴 했으니까요. 근데 뭐라 했길래 그래요?”
“예전에 J리그에서 뛸 때, 사실 확인 안 된 기사들을 쏟아내던 언론사들을 싹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하나하나 지목하면서 패 죽일 듯이 몰아붙이는데······ 어우······.”
소름이 끼치는 듯 몸서리를 치는 운영팀장. 그의 반응을 보니 송창섭이 인터뷰에서 그동안 쌓여있던 감정을 모두 분출한 것 같아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그에게 있어서 J리그는 성장 발판을 마련한 곳이기도 하지만, 지옥같이 힘든 경험이기도 했으니까.
이번 기회를 통해 묵어있던 감정을 털어내고 온전히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건 서울에게 있어선 호재였다.
“아마 일본 현지 언론 쪽에서 했던 만행들은 은연중에 알려져 있으니까. 그렇게 큰 반발심은 불러오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나는 조용히 스마트폰으로 팬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역시나 예상대로 여론은 송창섭의 편. 기사들을 제외하고도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팬들의 반응도 시원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BEST] 겨우 지들 국대 수비수 리그베스트에서 밀어냈다고 저 지랄한 거였음?↳중하위권 빌빌대는 팀 이 악물고 상위권으로 올려서 아챔 진출시켰더니 역지랄 ㅋㅋㅋㅋ
↳가시와도 빡통같은게 지들 에이스가 언론에 이유 없이 두들겨 맞고 있는데 가만히 있는 게 웃김. 그때 보호해줬으면 송창섭 K리그 안 왔을 수도 있겠다 ㅋㅋㅋㅋ
↳오늘 속 시원하더라. 인터뷰 클립 따져있는 거 봤는데, 그냥 면전에 대고 쌍욕 박음 ㅋㅋㅋ
↳겐타인지 켄타인지 현지에서도 개까이고 있음 ㅋㅋㅋㅋ
‘순조롭군. 경기력이 좋아서 그런지 비판적인 의견이 거의 없어.’
흐뭇한 감정으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때, 들고 있는 머그잔을 만지작대던 운영팀장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오늘 보여준 폼 보니까 팬들도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어서 괜한 구설에 올라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운영팀장은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팬들의 반응을 지켜봤기에 그런 감정이 더 한 것 같았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 또한 나쁘지 않다는 걸 확인한 나였기 때문에 그런 운영팀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송창섭 선수가 너무 선을 넘는 것 같은 건 알아서 컨트롤할 거예요. 이제 J리그에서 뛰던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가 아니니까요. 컨트롤 안되는 부분은 제 선에서 잘라낼 거고요.”
운영팀장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나는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종이 뭉치를 운영팀장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러면 이제 남은 일을 마저 처리해야겠죠?”
“이게 뭔데요?”
운영팀장은 종이 뭉치를 받자마자, 빠르게 뒤로 넘겨보며 안쪽에 적혀있는 글을 읽기 시작했다.
“임대 이적 선수들 명단이요. 현이는 강원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선수가 가장 많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 강원이어서요.”
“이번 시즌 강원도 공격적으로 이적 시장에 뛰어든 거 같은데 괜찮겠죠?”
“그래도 언어가 다른 J2 리그로 가서 이미 정해진 주전 선수와 경쟁하는 것보단, 아직 확고한 주전이 없는 팀으로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덤으로 국내 리그기도 하구요.”
“······”
“그 외에도 김도진, 윤진성, 김택진, 서동수 선수들의 임대 행선지도 정해놨습니다.”
“아니 이걸 언제 다 하셨어요? 그때는 김도진 선수 정도만 정했었잖아요.”
“틈날 때마다 확인해봤죠. 메일로 보낼까 하다가, 아무래도 옛날 습관이 남아있다 보니 중요한 건 종이로 뽑아서 보는 게 편하더라고요.”
과거 스카우트 팀에서 일할 때 생긴 습관. 이것 또한 김종찬 단장님이 서울에 단장직을 맡고 계실 때 생겼던 습관이었다.
“알겠습니다. 이대로 처리할게요. 아 그리고 그 ‘루카 라조비치’ 선수랑 ‘타나카 준’ 선수 임대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건 현장이랑 얘기 좀 나눠봐야 할 거 같아요. 결국 선수들 선발 관련해선 감독, 코치들의 의견이 중요하니까요. 슬슬 출발해야죠.”
“지금 가시려고요?”
“네. 최대한 빨리 결정해서 만약 성사되면 마지막 프리 시즌 경기에는 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 조율할 생각입니다.”
* * *
“백준석이라······. 이 사람이 그렇게 유능해요?”
도쿄에 있는 힐튼 호텔 스위트룸. 캐주얼한 차림의 남성이 다리를 꼰 채 소파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하고 있었다.
“기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단 3년 안에 구단의 체질 자체를 바꿔버린 사람입니다. 저희 프로젝트에 이렇게 어울리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련된 검은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은 침착하게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내려두며 설명을 이어갔다.
“기업 쪽에서도 젊고 유능한 인재를 원하고 있기에 기준에 딱 부합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상무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다 좋은데. 아무래도 환경이 다르다 보니까 리스크가 좀 있지 않을까요? 서울에서 놔줄지도 의문이구요.”
상무라고 불린 남성은 신중한 얼굴로 노트북에 나타나 있는 자료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노트북에 있는 자료는 백준석이 서울 유나이티드의 단장직을 맡고 나서의 성적 변화 추이, 그리고 영입한 선수들의 성적이 쭉 나열돼 있었다.
“실패한 영입이 확실히 다른 후보 단장들보다 적긴 하네요.”
“스카우트 팀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사람이기도 하고, 예전엔 국내에서 나름 기대받는 유망주 선수 출신이어서 선수 보는 눈도 좋습니다.”
“그런데 매 시즌 적은 금액으로만 구단을 운영해봤다는 게 단점이긴 하네요.”
턱을 매만지며 상무라 불린 남성이 말하자, 중년 남성도 그 부분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상무라는 직급으로 불린 남성의 눈은 백준석의 데이터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오히려 방금 말한 단점이 억지로 쥐어 짜낸 수준의 단점이었기 때문.
“한번 만나보고는 싶은데······.”
입술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만지며 고뇌하는 남성. 그러자 중년 남성이 조심스럽게 그에게 제안했다.
“먼저 서울 유나이티드의 모기업 쪽에 연락해 볼까요?”
“그래 주세요. 말 나올 수도 있으니까 절차 지켜서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중년 남성이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호텔 방을 나가자, 소파에 앉아서 데이터를 보고 있던 남성도 숨을 크게 내쉬며 자료 화면을 껐다.
그러자 나타나는 장미 모양의 엠블럼이 그려진 배경 화면.
장미 주변에 그려진 초록색 모양의 띠에는 ‘블랙번 로버스 F.C.’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 * *
‘다행히 현장에서도 반기는 분위기였네.’
가고시마에 있는 훈련장. 훈련 들어가기에 앞서 나는 감독, 코치진들과 이번에 추진할 두 명의 임대 선수에 관해 짧은 회의를 가졌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몰라 어떤 기준에서 이 선수들을 선정했고, 선수의 장단점에 대한 의견을 빡빡하게 준비해갔지만,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이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팀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는 포지션이다 보니, 지금 있는 스쿼드로썬 시즌을 풀로 소화하기엔 어림도 없었기 때문.
타나카 준은 하부리그에서 뛰었던 데이터 위주였기 때문에, 플레이 영상을 직접 보여주자 대부분이 이해하는 분위기였고, 루카 라조비치에 대해선 이런 선수가 J2 리그에 있었냐며 놀라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회의를 마무리하고 임대 이적 추진을 위해 운영팀장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네. 단장 백준석입니다.”
-서울 유나이티드 단장 백준석 님 맞으신가요?
전화기 너머로는 중후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맞습니다. 실례지만 어디서 전화를 주신 건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VH 그룹 한국 지사 이사 김종수라고 합니다.
‘VH 그룹?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익숙한 이름에 말없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금 생소하시죠? 쉽게 말씀드리면 저희는 ‘블랙번 로버스’의 구단주 대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