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29)
29. 프리 시즌 마지막 경기(1)
이왕 이렇게 된 거 숨기지 않고 VH 그룹과 미팅을 가진 걸 설명하자, 운영팀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장님이 ‘블랙번’으로 가신다니······”
그도 그럴게, 한국인이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단장직을 맡는 건 거의 최초나 다름없는 수준의 일이었다.
“아직 제대로 정해진 건 없어요. 모기업에도 ‘컨설턴트’ 겸직 허가도 받아야 하고, VH 쪽이랑 여러 가지 조건을 맞춰봐야 하니까요.”
태연하게 양손을 깍지 낀 채 말했지만, 운영팀장은 여전히 섭섭하다는 듯 한숨을 연신 내쉬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걱정하지 마세요, 팀장님. 이번 시즌은 끝까지 서울에서 보낼 겁니다. 올해는 우리한테 가장 중요한 시즌이잖아요.”
그러자 운영팀장은 애꿎은 아이스 커피잔만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단장님을 붙잡을 자격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아쉽네요. 이제야 우리가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졌는데······.”
역시 그는 진심으로 서울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김종찬 단장은 피식 웃더니 축 처진 운영팀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아예 못 가게 단장실에 확 묶어 놓는 건 어때? 이놈이 영국 가면 나라 망신이야. 나라 망신!”
그러자 운영팀장은 씩 웃으며 테이블에 올려진 아이스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단장님도 여전하시네요, 진짜. 아 이제는 이사님이라 불러야 하는 거죠?”
“와······ 여기 와서 처음으로 이사 소리 듣는 거 같네. 앞에 있는 이놈은 아직도 단장님, 단장님 거리더라고.”
김종찬 단장이 제대로 된 호칭에 감탄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말하자, 운영팀장은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긴 해요. 저희한텐 단장님이란 호칭이 더 익숙하니까요.”
“하여튼 일할 때 제일 말 안 듣던 놈들이라 그런지, 쓸데없이 합이 척척이야 아주. 그래서 ‘컨설턴트’는 언제부터 하는 거냐.”
김종찬 단장의 물음에 나는 습관처럼 아랫입술을 만지며 대답했다.
“음······ 지금 당장은 프리 시즌을 무사히 마치는 데 집중해야 하기도 하고, 시즌 초반부는 아시다시피 아주 바쁘잖아요. 제대로 된 ‘컨설턴트’ 업무를 보려면 3월은 넘겨야 하지 않을까요?”
3월이란 소리에 김종찬 단장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굳이 3월까지 서울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저쪽에서 인수인계도 받아야 하는 만큼, 너도 서울 단장직에 대해선 인수인계를 마쳐야 할 거 아니야. 좀 더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 아니면 후임자 내정이라도 해둔 거야?”
“생각해둔 사람은 있는데, 그건 한국으로 돌아가면 구단주님이랑 미팅할 때 한 번 얘기해 보려고요.”
“뭐야 진짜 있었던 거야? 누군데? 여기서만 살짝 말해주면 안 되냐? 나 입 무거운 거 알잖아.”
김종찬 단장은 자신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툭툭 치더니, 내 쪽으로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그러나 나는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김종찬 단장의 귓가에 속삭였다.
“있어요. 그런 사람.”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앞쪽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운영팀장의 얼굴을 바라봤다.
* * *
프리 시즌도 어느덧 마지막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그동안 서울 유나이티드가 거둬들인 성적은 제주전 1무 이후 4전 전승.
물론 상대가 아마추어 대학 리그 소속 팀이거나, 하부 리그 소속 팀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이번 승리들이 의미가 있었던 건 팀의 조직력이 눈에 띄게 좋아져서였다.
여태까지의 프리 시즌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수많은 선수를 영입한 시즌이었지만, 새로 들어온 영입생들과 기존 자원들의 융화 속도가 말도 안 될 정도였다.
마치 선수들도 이번 시즌이 서울이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적기라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다들 능력치도 상당히 많이 상승했어.’
서울의 스쿼드에 있는 선수들의 능력치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지만, 프리 시즌 초반과 다른 점이 확연히 느껴질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성장을 이뤄낸 것은 강현석.
팀 내에서 가장 독기를 품고 훈련을 소화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모두 현석이를 망설임 없이 지목했다.
‘아무래도 부상 기간 동안 자신의 플레이를 못 보여줘서 답답했을 거야. 그래도 단기간에 이 정도로 성장하다니······’
노트북 화면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현석이의 얼굴이 나타나 있었는데, 그 옆에는 파란색의 반투명한 능력치 창이 떠 있었다.
서울 유나이티드 소속. 공격형 미드필더(오른쪽, 중앙), 윙백(오른쪽)
중거리 슛: 12▼ 천재성: 15▼
주력: 16▲ 개인기: 13▲
가속도: 16▲ 드리블: 16▲
민첩성: 16▲ 패스: 14▲
시야: 13▲ 타고난 체력: 13▲
특이 사항: 팀의 훈련 강도가 마음에 듬. 이번 시즌 신인왕을 노림.
이 정도 능력치면 유럽 진출도 꿈이 아닐 정도로 균등하게 잘 상승한 상태였다.
다만 팀 전술 특성상 측면에서 연계해주는 플레이가 잦다 보니 슈팅 능력치는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그걸 상쇄시킬 정도로 현석이의 폼은 물이 오른 상태였다.
‘2~3년 정도 리그에서 꾸준하게 선발로 출장한다면 제일 기대되는 자원이긴 해.’
이제 20대에 접어든 어린 나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단장님. 세레소 오사카 측에서 원정팀 서포터즈 석 일부를 홈팀에게 양도해줄 수 있겠냐고 연락이 왔는데요?”
우리의 마지막 상대인 세레소 오사카.
은사인 김종찬 단장이 지난주까지 신세를 졌었던 곳이기도 하고, ‘다카이치 아키라’라는 선수를 임대 영입을 고려할 정도로 이것저것 많이 엮인 구단이었다.
나는 현석이의 데이터를 최신화 시킨 뒤 노트북을 닫으며 물었다.
“어떤 연락이죠?”
“이번에 저희한테 할당된 원정팀 서포터즈 석이 총 1,000석인데, 그중에서 200석 정도를 홈팀 팬들에게 양도해줄 수 있겠냐는 부탁입니다. 물론, 200석만큼의 수익은 터치하지 않겠다네요.”
“아, 혹시 ‘류이치’ 선수 은퇴식 때문에 그런 건가요?”
조금 유별나긴 하지만, 세레소 오사카 소속 ‘오야마다 류이치’는 이번 프리 시즌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하는 구단의 레전드 선수였다.
내 물음에 운영팀장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류이치 선수는 12년이나 세레소에서 뛴 선수니까요. 세레소 쪽에선 조금이라도 더 많은 홈팬을 경기장 안으로 들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쪽 예상 입장 관중은 몇 명 정도죠?”
“일단 700석은 판매된 상태긴 합니다.”
세레소와의 경기까지 남은 일수는 단 하루.
아무래도 서울 역시 프리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경기다 보니 더 많은 서포터즈들을 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그러나 동업자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12년이라는 긴 현역 생활을 끝마치는 선수를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 또한 있었다.
잠깐 고민하던 나는 바쁘게 노트북을 두드리는 운영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세레소 측에 제안 받아들인다고 연락해주시겠어요? 대신 당일 경기 시작 70분 이후로 게이트 오픈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전해주세요.”
종종 후반 80분 정도부터 게이트를 오픈해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게 국내에 몇 번 있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끌어냈었다.
후반전 막판 짜릿하게 흘러가는 경기를 보면서 직관에 대한 즐거움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물론 0대0 진땀 무승부 같은 경기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긴 하지만, 세레소의 경기 스타일은 상당히 공격적인 타입이었기 때문에 그럴 확률은 낮았다.
서울의 본세비치 감독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는 스타일이었으니까.
‘맞불만큼 재밌는 게 없지.’
재밌는 경기가 나올 것 같다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있을 때, 세레소 측에 새로운 제안을 넣고 온 운영팀장이 침대 끝자락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진짜 마지막 경기네요.”
“이제부터가 진짜죠. 시즌 개막 후에는 경기 홍보를 중점적으로 해야 하니까요. 선수들은 성적을 내고, 우리는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고.”
“그래도 지난 프리 시즌 때보다 확실히 더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구단 레전드 임민우의 복귀, 국가대표 센터백 송창섭의 영입, 일본 투어에서 생긴 송창섭의 유쾌한 복수, 그리고 블랙번으로부터의 단장직 제의까지.
운영팀장의 말처럼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달랐다. 나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있는 운영팀장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오늘은 그만 쉬시죠. 내일 경기를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준비도 해야 하니까요.”
늘 노트북을 끼고 살다시피 한 운영팀장이지만, 오늘만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어 보였다.
* * *
[생] 서울 유나이티드 VS 세레소 오사카 프리 시즌 친선전! [2,619명]-이불킥빌런: 세레소까지 이기면 5승 1무? 진짜 이번 시즌 일내냐?
-팩트무새: ㅋㅋㅋㅋ 설레발 좀 떨지 마라 프리 시즌 승패 의미 없는 거 모르냐?
-설바우두: 뭘 의미가 없어 ㅋㅋㅋ 지금 경기력 자체가 여태까지랑 다른 수준인데 ㅋㅋㅋㅋ
-rst2292: 아 나는 그런 거 잘 모르겠고~ 프리 시즌이라도 괜찮으니까 연승 흐름 좀 탔으면 좋겠다~
세레소 오사카의 홈 경기장인 요도코 벚꽃 스타디움.
늘 생방송 반응을 가장 먼저 살폈던 건 운영팀장이 했던 일이었기에 그는 자리에서 분주하게 태블릿 PC를 세팅하고 있었다.
‘그래도 앞에 있었던 경기들보다 시청자들이 더 빨리 찬 거 같은데?’
그런 운영팀장에 들어온 건 아직 경기 시작 전인데도 들어와 있는 2천 명의 시청자.
확실히 가시와 레이솔전을 제외하고 가졌던 하부리그 팀들과의 경기보다 이렇게 강팀끼리 붙는 경기가 팬들의 이목을 더 끌었다.
세팅을 마친 운영팀장의 태블릿 PC에선 여태까지 프리 시즌 경기의 중계를 담당했던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캐스터 박윤재입니다. 서울 유나이티드의 프리 시즌 마지막 경기는 J리그 전통의 강호 세레소 오사카와 가지게 됐는데요. 이번 경기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지현 해설위원님.”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해설을 맡은 이지현입니다. 이 경기는 섣부르게 예측하기 힘든게 서울의 전술에 따라 아마 극명하게 갈리는 경기력이 나올 것 같습니다.”
“서울에 전술에 따라서 말씀이신가요?”“네. 아무래도 세레소는 지난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까지 컴팩트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올라간 팀이지 않습니까? 서울이 앞 전 경기들처럼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린다면 곧바로 역습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커요!”
아직 경기 시작 전이지만, 아시아 대륙에서 나름대로 인지도 높은 두 팀이 만나는 경기다 보니 해설과 캐스터의 텐션은 평소보다 더 높아진 상태였다.
“후······ 마지막 경기까지 잘해보자 제발······.”
마지막으로 사운드 체크까지 마친 운영팀장이 크게 숨을 내쉬며 주먹을 불끈 쥐자, 그의 무릎 위에 올려진 태블릿 PC에선 박윤재 캐스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말씀드리는 순간 세레소의 선발 라인업이 전광판에 나오고 있습니다······! 어 그런데, 세레소의 선발 멤버가 조금 이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