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30)
30. 프리 시즌 마지막 경기(2)
“팀장님 어때요. 오늘도 송출 환경 괜찮나요?”
운영팀장에게 자판기에서 뽑아온 캔 커피를 건네며 묻자, 그는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마지막 경기라서 더 신경 썼거든요. 아마 중간중간 화질 깨지는 것도 오늘은 없을 겁니다. 아, 이건 잘 마실게요.”
운영팀장이 건네받은 캔 커피를 가볍게 흔들며 답하는 것을 본 나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 들고 온 노트북 덮개를 열었다.
바탕화면에는 수많은 파일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는데, 나는 그중에서 ‘J리그’라 이름 붙은 폴더를 클릭했다.
작년부터 꼼꼼하게 준비했던 아시아 주요 리그들의 전력 분석표.
J리그 폴더 안에 있는 ‘세레소 오사카’라 이름 붙은 또 다른 폴더로 들어가자 주요 선수들의 세부 수치들이 빽빽하게 기록돼있었다.
‘세레소가 예상외로 상당히 수비적인 선발진을 들고 왔어.’
늘 화끈한 공격력으로 J리그 내에서 인기가 상당했던 세레소였기 때문에, 오늘의 전술 변화는 아쉬운 마음이 절로 들 정도였다.
진정한 강팀을 만나 서울이 어디까지 통할 수 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고, 새로운 임대 이적생들의 시험 무대였기 때문이었다.
수비적으로 나온 세레소지만 공격의 첨병 역할을 담당하는 플레이어는 있는 법.
나는 그 첨병 역할을 담당하는 세레소의 핵심 선수의 프로필을 살펴봤다.
세레소 오사카 소속. 중앙 미드필더(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주력: 12 패스: 17
가속도: 11 민첩성: 12
개인기: 11 중거리 슛: 15
천재성: 12 타고난 체력: 15
크로스: 12
특이사항 : 류이치의 은퇴를 진심으로 축하함. 새로운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싶음.
‘아시아 리그에서 패스 스탯이 17인 거부터 어마어마하군······.’
실제로 패스 스탯 17은 굵직한 해외 메가 클럽의 주전급 미드필더들이나 가지고 있을 만한 엄청난 수치였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패스를 차단할지가 승패를 가르겠군.’
세레소의 에이스 다비드 안드레의 스탯을 조목조목 살펴보고 있을 때, 전광판에 서울 유나이티드의 선발 라인업이 나타났다.
역시나 예상대로 임대 이적생인 타나카 준, 루카 라조비치가 포함된 라인업.
아직 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본세비치 감독이 두 명을 어떤 식으로 쓸지는 궁금하긴 했다.
“타나카 선수랑 라조비치 선수는 임대 이적한 지 며칠 안 됐는데 바로 선발이네요?”
운영팀장이 태블릿 PC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신기하다는 듯 내게 묻자, 나는 노트북을 덮으며 답했다.
“세레소 오사카 같은 강팀을 상대로 기량을 체크해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요. 본세비치 감독의 판단을 믿어봅시다.”
* * *
“그대로 돌아 들어가는 루카 라조비치!”
“너무 좋은 움직임입니다! 슈팅으로 연결해야죠!”
“그대로 슛! 아! 아쉽습니다! 전반 5분 만에 자기가 서울 유나이티드에 온 이유를 보여주는 루카 라조비치 입니다!”
“지금도 보시면 기존 서울의 윙어들과 확연히 다른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습니까? 강현석이 우측에서 좁혀 들어오며 공간을 활용하는 타입이라면 라조비치 선수는 터치라인을 따라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고 있어요!”
운영팀장이 들고 있는 태블릿 PC에선 오늘도 열정적인 캐스터와 해설의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전반 초반부터 보여주는 서울의 맹공을 칭찬하고 있었다.
‘세레소가 단단히 잠가서 망정이지, 맞불이었으면 진작에 한 골 정도는 넣었겠는걸?’
그 정도로 서울이 보여주는 공격력은 전반 초반부터 세레소를 몰아치고 있었다. 당연 그 중심에서 빛났던 건 해설에서도 언급한 루카 라조비치.
왼쪽 윙포워드로 나온 그는 빠른 속도로 측면 지역을 허물면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 냈다.
아직 팀원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골까지 연결되진 못했지만 말이다······.
‘확실히 팀이 단단해졌어. 백업 자원들도 전술에 잘 녹아들어서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고.’
이번 세레소 오사카와의 경기에 스타트 멤버로 나선 건 대부분 백업 선수들.
이런 선발 라인업은 평소 스쿼드를 두껍게 유지하고 싶어 하는 본세비치 감독답게, 프리시즌 동안 주전, 백업 관계없이 자신의 전술을 완벽하게 녹여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물론 1군 선수들보다 세밀한 플레이는 떨어졌지만, 본세비치 감독의 전술을 효율적으로 시행하면서 좋은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중원에서 아기자기하게 패스를 주고받던 서울의 이명현 선수가 전방에 돌아 들어가는 라조비치를 향해 과감한 롱패스를 선택했다.
그러나 패스의 세기도 약했고, 패스길을 미리 읽고 있었는지 세레소의 다비드 안드레가 곧바로 볼을 가로채 역습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명현의 패스 미스! 세레소의 역습으로 넘어갑니다!”
“패스 길목에서 가로채는 플레이가 특기인 선수답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냈습니다!”
“다비드 안드레······ 망설이지 않고 전방을 향해 롱 패스를 뿌려줍니다!”
다급해진 해설위원들의 목소리. 그리고 그건 해설위원들 뿐만이 아니었다.
서울의 벤치에서도 갑작스러운 역습 상황에 코치진들이 벌떡 일어나 선수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내려와서 수비 가담해 줘야 해! 공간으로 들어가는 패스만 잘라내!”
벤치에서의 지시를 들은 강현석이 속도를 올려서 상대가 패스를 줄만한 공간을 차단하려 했으나, 세레소의 역습은 생각보다 너무나 날카로웠다.
아름다운 궤적을 그린 다비드의 롱패스를 연결받은 세레소의 왼쪽 공격수 ‘카마다 다케후사’는 강현석이 공간을 틀어막기 전에 망설임 없이 빠르게 패스를 찔러넣었다.
“카마다 망설임 없이 박스 안으로 볼을 투입합니다!”
“아직 서울의 수비 라인이 정렬된 상태가 아닙니다!”
“카마다의 패스를 이어받는 다니엘 슈미트! 그대로 슛!!!”
“들어갔어요! 세레소 오사카의 다니엘 슈미트! 한 번의 기회를 골로 연결시킵니다!”
카마다의 패스를 이어받은 건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용병 ‘다니엘 슈미트’.
빠른 속도로 박스 안으로 투입된 공이었지만, 그는 침착하게 볼을 트래핑 하더니 그대로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구석으로 볼을 깔아차 득점에 성공했다.
“오우-!”
서울의 실점에 안타까워하는 원정 팬들의 탄식.
그와 반대로 득점에 성공하자 요도코 벚꽃 스타디움에 모인 세레소의 서포터들이 격렬한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와아아-!!”
이번 프리시즌에 처음으로 먹힌 선제골.
실점을 안 했던 경기는 없지만, 선제골을 먹힌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완벽한 역습까지 곁들여진 채로······.
‘결국 다비드가 한 건 해내는군······.’
마치 자신의 패스 능력을 팬들에게 과시하듯이 우아한 롱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뚫어버린 다비드 안드레.
그의 엄청난 패스 무브를 보고 있자니, 나에게만 보이는 선수들의 능력치가 상당히 정확하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상대 팀이지만 굉장하네요······ 역습 속도가 진짜······.”
운영팀장 역시 세레소의 선 굵은 역습에 감탄했는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멍하니 경기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확실히 세레소만의 스타일이 잘 묻어난 역습이긴 했네요.”
“뭐지. 왜 이렇게 태연하시지?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사람처럼?”
“제가요?”
“네. 지난 프리시즌 때도 초반부 성적 좋다가 후반부 경기에서 얻어맞을 때 완전 저기압이었잖아요.”
지난 프리시즌의 성적은 3승 3패. 초반 3연승이라는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후 세 경기를 내리 패배하면서 성난 팬들의 질타가 쏟아졌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달랐다.
지난 시즌의 패배는 너무나 많은 허점을 들어내면서 패배한 것이라면, 이번 시즌은 여태까지 잘 짜여진 경기력을 보여주다 이제 한 번 삐끗했을 뿐이었다.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눈썹을 가볍게 치켜뜨며 운영팀장을 바라봤다.
“이제 실수 한 번 나온 건데요 뭐. 그리고 전반전 선수들 경기력도 꽤 좋은 편이라 아마 만회 골 기회가 올 겁니다. 생방송 반응은 어떤데요?”
태연하게 이유를 설명하게 운영팀장에게 생방송 반응에 대해 되묻자, 운영팀장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내게 태블릿 PC를 건네줬다.
경기 화면 밑에 보이는 검은색 채팅창에는 실시간 채팅이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대부분 선제골 장면에서의 서울의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생] 서울 유나이티드 VS 세레소 오사카 프리 시즌 친선전! [5,708명]-거품서울: 드디어 뽀록나는구나~ 역습 한방에 무너지는거 봐라. 앞에 약팀들 때려잡을때나 통했지, 강팀 만나면 그냥 답도 없네 ㅋㅋㅋㅋ
-역3스윕: 위에 놈은 축구 처음보냐 ㅋㅋㅋㅋㅋ 원래 리그 우승권 경쟁은 약팀을 얼마나 잘 때려잡는지로 결정나는건데 ㅋㅋㅋㅋㅋ
-씨이크릿: 근데 역습 과정에서 수비 라인 컨트롤이 안되는게 좀 컸다. 송창섭이나 임민우는 로테 잘 돌려서 둘 중 한명씩은 경기에 내보내야 할 듯. 서브만 쓰니까 좀 답없이 무너지긴 하네.
-마장동바이트피자: 원래 다비드 안드레가 뒤지게 느리긴 해도 패스 하나는 기깔나긴 해~ 근데 사전에 강현석이 더 빨리 내려와줬어야 하는것도 팩트임 ㅋㅋㅋ
이 외에도 공격 전개 방식이 더 다양해야 한다. 백업선수들로 전반전 채우는 건 좀 무리수 같다는 등의 다양한 비판들이 잇따랐지만, 그렇게까지 신경 쓸 정도로 과격한 반응들은 아니었다.
이런 것들까지 축구라는 스포츠 일부분이었으니까.
“나쁘지 않아요. 이후 경기력에 따라 얼마든지 반응은 달라집니다.”
나는 그렇게 말한 뒤, 운영팀장에게 태블릿 PC를 건네주며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 * *
“결국 VH 그룹에서 백 단장에게 제안했나 보구만.”
엔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급스러운 집무실 안.
갈색 가죽 소파에 앉아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는 백발의 남성이 턱을 괸 채 중얼거렸다.
백발 남성은 서울 유나이티드의 구단주. 즉 모기업인 RH 건설의 회장 양진수였다.
“그러니까 작년에 재계약해야 했다니까요. 이번에 일본 가서 만나보니까 VH 그룹에서 왜 준석이 데려가려는지 딱 보이던데요?”
소파에 앉아있는 중년 남성과 반대로 창가 쪽에 서서 난 잎을 조심스럽게 만지고 있는 남성은 김종찬 이사.
그는 백준석 단장이 블랙번으로 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만난 백 단장에게는 좋은 기회라 잡으라 했던 그였지만, 개인적인 마음으론 서울에 몇 년 더 잡아두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김종찬 이사의 말이 끝나자, 소파에 앉아있는 양진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말이다······ 그냥 너처럼 한 5년 재계약해서 묶어버렸어야 했는데······.”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어요. 백 단장이랑 통화해 보셨어요?”
서울 유나이티드의 단장을 역임하던 시절 상당히 친한 관계를 유지했던 사이답게 김종찬 이사는 편한 말투로 그에게 되묻자, 양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30분 전에 잠깐 했지.”
“뭐래요 백 단장이?”
“그냥 ‘컨설턴트’ 관련해서 허가받으려는 거랑 단장 후임자에 관련된 얘기 정도?”
후임자라는 말에 김종찬 이사는 눈이 동그래지며 만지작대던 난을 내팽개치곤 양진수 회장 옆에 있는 빈 소파에 재빨리 앉으며 물었다.
“누구래요? 후임자는?”
“뭐야. 너한테 안 알려줬어?”
양진수 회장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묻자, 김종찬 이사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그놈 독한 놈인 거 잘 아시잖아요. 그 나이에 단장직까지 스트레이트로 올라온 놈이에요. 입이 무거워도 너무 무겁다니까.”
“그건 딱 너 닮긴 했네.”
“그래서 누구래요?”
소파에 몸을 기댄 양진수 회장은 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후임자의 이름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