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39)
39. 정보 유출(4)
“야, 인마! 박해일이!”
걸쭉한 중년 남성의 호쾌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무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눈길이 소리가 나는 쪽을 향했다.
회백색의 머리카락은 정갈하게 2대8 가르마를 탔고, 뺨 쪽까지 수북이 난 수염이 그의 중년 미를 더해줬다.
“하······ 또 시작이네.”
해일은 부장의 등장에 한숨을 푹 내쉬며 인상을 구긴 채 머리를 푹 숙였다.
“뭐라고 했냐?”
진짜 못 들었는지 들었는데 무시하는 건지, 어느새 다가온 부장이 씩 웃으며 말하자, 해일은 잽싸게 옅은 미소를 띠었다.
“아닙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부장님.”
해일의 앞에 서 있는 중년 남성의 이름은 이문수.
문수는 해일의 질문에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그의 어깨를 격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놈아! 역시 쓰려면 잘 쓸 수 있잖아! 그동안 왜 이렇게 빈둥댔던 거야!”
“아파요······ 아파요. 진짜······.”
“기사 반응 봤냐?”
“아직요.”
문수에게 두들겨 맞은 어깻죽지를 문지르던 해일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하자, 문수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이고······ 이러니까 맨날 기사 쓰다가 접고 쓰다가 접고 그러는 거지. 오랜만에 좋은 기사 썼으면 반응도 살펴보고, 다음 기사에 반영하고 그런 프로정신이 있어야지.”
“하하······ 알겠습니다. 바로 확인할게요······.”
해일이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문수는 휘파람을 불며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오랜만에 좋은 기사 나와서 흥분하셨나 봐요. 그래도 나름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 굉장한 사람이잖아요.”
문수가 완전히 부장실로 들어간 걸 확인한 정진은 칸막이에 고개를 빼꼼한 채 해일에게 박카스 한 병을 건넸다.
정진이 건넨 박카스를 받은 해일은 한쪽 어깨를 잡은 채 팔을 빙빙 돌리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 자부심은 지랄. 그냥 저 사람은 나만 보면 갈구고 싶어서 환장한 인간이야. 안 그러면 굳이 이 시간에 와서 저 지랄을 하겠어?”
“에이, 설마요.”
“너도 이제 3년 찬데 그동안 봐서 알 거 아니야. 저 지랄하는 게 정상이냐고.”
“그렇긴 한데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진 마세요. 부장님 말씀처럼 기사 대박 난 거 맞으니까. 한 번 봐보세요.”
“기사가 대박이 나봐야 얼마나 나겠습니까요······”
해일은 이번 기사가 온전히 본연의 힘으로 써낸 것이 아니라 생각해서 사람들의 반응조차 확인하지 않으려 했었다.
그렇지만 자기 기사가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하면 확인하고 싶어지는 게 인간의 본능.
잠깐 머뭇거린 해일이 검색창에 ‘스포츠데이’라고 검색하자, 이미 밑에는 호평 가득한 기사들이 줄줄이 뒤를 잇고 있었다.
“그쵸? 대박이죠?”
해일이 기사를 쓰는 내내 옆에서 상당히 도와줬던 그였기 때문에, 기사가 엄청난 반응을 끌어내자 상당한 만족감을 느껴서인지 목소리가 상당히 업 된 상태였다.
‘진짜 대박 나긴 했네······.’
그러나 해일은 막막한 표정으로 자신이 쓴 기사만 응시할 뿐이었다.
↳기사로 보니까 왜 서울 팬들이 자기들 프런트는 믿을만하다고 입 터는지 알만한 듯 ㅋㅋㅋㅋ
↳우연히 직관 갔다가 서울 응원하게 된 지도 9년째인데 단장직 맡는 사람들은 항상 괜찮았었음 ㅋㅋㅋㅋㅋㅋ
↳김종찬이 단장하던 시절에 스카우트 팀에서 일하던 사람이라던데 3년 전에 단장 맡더니 이것저것 많이 바꿔더라 ㅋㅋㅋㅋ 성적은 안 나왔지만, 경기력 자체가 달라지는 게 보여서 이번 시즌 기대중 ㅋㅋㅋ
↳그래서 다음 기사는 언제 올라옴? 기사 마지막 부분 보니까 다음 내용 연결해서 쓸 거 같은데?
↳다들 시간 좀 남으면 서울 유나이티드 너튜브 채널 들어가서 인터뷰 영상 한 번씩 보고 오셈. 나름 재밌음 ㅋㅋㅋㅋ
‘이제 어쩌냐······.’
서울 유나이티드의 채널에 영상이 올라간 직후, 스포츠데이 채널에도 편집 방식이 다른 영상이 올라갔었다.
물론 반응은 기사와 마찬가지로 폭발적.
실시간 급상승 영상 랭킹에도 올라갈 정도로 많은 팬의 관심을 끌어냈었다.
그 정도로 백준석 단장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히 높았었고, 보여준 행보에 비해 노출 자체가 현저히 적었던 사람이라 희소성까지 가지고 있었다.
해일이 턱을 괸 채 모니터만 응시하며 마우스를 딸깍대고 있자, 정진은 그의 핸드폰에 메시지 한 통을 보냈다.
-다음 기사 때문에 그래요? 그 정보 때문에?
-불편하게 왜 이걸로 보내, 말로 하면 될걸.
-정신 나갔어요? 주변에 사람들 있는데 그걸 어떻게 말로 해요.
해일이 심란한 이유는 다음으로 이어지는 기사의 내용이 백준석 단장의 이적 소식을 담고 있기 때문.
물론, 이건 서울 측과 협의가 이뤄진 부분이 아니었다.
물론 기사를 올리기 전 부장 선에서 컷 당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엄청난 파급력을 몰고 온 소재를 포기할 정도로 이문수 부장은 어리숙한 사람은 아니었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인생철학이고, 더 나아가 ‘스포츠데이’의 창립 이념이기도 했으니까.
남들에게 없는 정보,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부분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성공을 거둬들인 언론사인 만큼 그 정신은 여전히 소속 기자들에게 대물림 되고 있었다.
정진에게 보낼 문자를 입력하고 있을 때, 해일의 핸드폰 상단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누구지?’
자연스럽게 새로 온 메시지를 클릭하자, 모르는 번호였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내용이 적힌 메시지가 와있었다.
-백준석 단장에 대한 새로운 정보입니다. 장소는 영등포입니다.
해일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문자와 모니터에 떠 있는 호평 가득한 기사를 번갈아 보더니, 결심을 굳힌 듯 답장 버튼을 눌렀다.
* * *
직책: 서울 유나이티드 홍보팀 팀원
스카우트 능력: 13
잠재능력 파악: 9
시설 관리: 12
재정 관리: 12
구단 운영: 14
특이사항: 새로운 정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됨. 박해일 기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까 고민됨.
‘미끼를 물었구나.’
김성현은 겉으로 봤을 때는 표정 변화 없이 일관된 태도를 보여줬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단장님 왜요······. 불안하게 그러지 마세요······.”
근래 들어 이런 일이 잦아서일까. 운영팀장은 내 ‘어······?’ 소리를 듣자마자 눈을 질끈 감아버릴 정도였다.
‘이제 어쩐다. 언제 움직이는지를 알아야, 나도 같이 움직일 수 있는데.’
뚜렷한 윤곽까지 나온 마당에, 이제는 다음 스탭으로 넘어갈 차례였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온종일 김성현을 감시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별거 아닙니다. 정리해두던 파일이 이상한 위치에 가 있어서 그랬어요.”
이 특이사항은 나만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운영팀장에겐 대충 둘러댄 채 김성현의 프로필 창을 닫았다.
“진짜 놀라게 하지 마세요. 이제 단장님 목소리 톤 조금만 변해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니까요?”
별거 아니라는 말에 운영팀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나는 확인하려던 메일 창까지 모두 닫아버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성현의 동선을 파악할 방법은 고민해봐야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미리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었다.
안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번호부에 들어간 나는 단장실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팀장님. 시축 연예인 후보와 개막전 홍보 이벤트는 내일 결정하겠습니다.”
“네? 갑자기 왜요? 아니, 지금 한 번 확인해 보신다고 하셨잖아요?”
당황한 운영팀장이 이유를 되물었지만, 나는 씩 웃으며 들고 있던 스마트 폰을 가볍게 흔들었다.
“만나야 할 사람이 생겼습니다.”
* * *
“의외네. 백 단장이 여기까지 찾아오고.”
집무실에 놓은 고급스러운 소파에 앉아 인자한 미소를 지은 채 말하는 남자는 서울 유나이티드의 구단주인 양진수 회장.
내가 지금 상황에서 꼭 만나야 할 사람이었다.
“더 일찍 찾아뵀어야 하는데,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의 옆쪽 소파에 앉은 내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자, 양 회장은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아니야! 시즌 준비가 한창인데 당연히 이해하지. 종찬이 놈이 단장직 맡을 때도 그랬지만, 난 그런 부분에 대해선 신경 안 써.”
연간 몇천억에 달하는 순수익을 올리는 기업의 회장인 그였지만, 꾸준히 축구 쪽 사업에 투자할 정도로 그는 ‘스포츠’에 진심이었다.
축구 말고도 다른 스포츠팀에도 메인스폰서를 맡고 있을 정도니까.
대기업 회장인 그를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도 모두 그런 이유 때문.
“그래서 무슨 이유로 찾아온 거야? 원래라면 부담스럽다고 잘 안 찾아오더니.”
그의 말처럼 원래라면 구단주인 그를 찾아올 일은 거의 없었다.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전문 경영인을 파견하기 때문.
그러나 대표이사직을 맡은 최진성 이사는 이번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너무 과민반응하고 있다는 게 최 이사의 판단이었다.
‘무조건 지금 뿌리 뽑아야 해. 나중에 가면 어떤 식으로 일이 커질지 몰라.’
나는 양 회장의 비서가 내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마음을 다잡은 뒤, 조심스럽게 이번 사태에 대해 말을 꺼냈다.
“지금 구단 내부에서 정보가 조금씩 새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내부 정보가 샌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던 양 회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대기업 회장이기 때문에 내부 사정이 새 나간다는 말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직 구단 차원에서 발표하지는 않았는데, ‘스포츠데이’ 박해일 기자가 제 이직 소식을 미리 알고 있더라고요.”
“박해일이면······ 이번에 인터뷰한 기자 아니야?”
“네. 지금은 저와 관련된 정보만 새 나간 것 같지만, 지금 방치하면 더 중요한 정보들이 새 나갈 것 같아서 이렇게 회장님에게 연락드리게 됐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양 회장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최 이사는 뭐라고 하던가. 나한테 오기 전에 미리 만나봤을 거 아니야.”
“단순한 기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구단 내부에서 새어 나갔는지 증거가 없으니까요.”
“최 이사 판단도 일리는 있어. 정확한 증거가 나온 건 아니니까,”
직접적인 증거라고 해봐야 내 능력을 통해, 홍보팀 김성현의 심리 상태를 읽어냈다는 게 전부인 상황.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심증으로만 움직이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확실하지 않은데 감사팀을 보냈다간 프런트 분위기만 망가질 거고, 그렇다고 유력한 심증이 있는 상태에서 그냥 흘려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인데······.”
“회장님 말씀처럼 저도 지금 프런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싶습니다. 이번 시즌은 서울이 좋은 결과를 낼 시즌이니까요.”
“그렇지······ 그걸 잘 알고 있으면서 나를 찾아왔다는 건 백 단장 나름대로 생각해둔 부분이 있어서겠지?”
양 회장의 물음에 나는 옅은 미소를 머금을 뿐이었다.
* * *
양 회장과의 대화가 끝나고 집무실을 나오자, 재킷 안주머니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안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자, 새로운 메시지 한 통이 도착해있었는데, 발신인은 ‘스포츠데이’ 소속 박해일 기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