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41)
41. 개막전(2)
‘입장 관중 수 30,852명. 좋은 수치야.’
팬데믹 사태로 인해 무관중으로 시즌을 보냈던 작년과 다르게 경기 시작 전이지만, 벌써 후끈거리는 열기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서울의 한 해 평균 관중 수는 9,200명가량. 그리고 보통 첫 경기 관중은 매해 15,000~20,000명 정도가 찍혔었다.
물론 더비 경기, 상위권 팀과의 경기처럼 평균 관중을 아득히 넘어서는 수치까지 포함한 결과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활발한 이적시장 행보,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경기력, 그리고 엄청난 팬덤을 자랑하는 프랜차이즈 스타까지.
쾌조의 스타트를 끊을 수 있는 여건을 모조리 충족시킨 상황이어서 그런지 현재 관중 수는 진작에 3만 명을 돌파했고, 시즌권 판매량 역시 2년 전에 비해 4배가량 늘어나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나는 좌석들을 쭉 훑어보며 운영팀장에게 물었다.
“지정석 쪽 판매 현황은 어떻죠?”
일반 좌석보다 더 좋은 뷰를 자랑하는 자리들은 시즌권 구매자들이나, 예약자들을 위해 따로 빼두곤 했다.
물론 현장 구매를 통해서도 비어있는 자리는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었지만, 일반석에 비해 가격이 더 비싸게 책정되어 있었다.
대신 그에 걸맞게 지정석 쪽에는 테이블을 비치해 축구하면 빠질 수 없는 ‘치맥’을 먹으며 관람할 수 있게 만들어서 일반석과 차별화된 메리트를 가지게 했다.
눈으로 보기만 하는 축구보단, 먹고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축구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직관이니까.
내 물음에 운영팀장은 잽싸게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터치하더니 내게 좌석 현황을 보여주며 말했다.
“동‧서측 지정석은 전부 입장 완료했고요. 예약된 패밀리 테이블석, VIP 테이블 석은 90%가량 판매됐습니다.”
“90%라······ 상당히 좋네요.”
“아무래도 이번에 가족 단위로 오시는 팬분들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빡세게 홍보한 것도 한몫했구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성적, 그리고 홍보 두 가지다.
성적이야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도전했던 부분이지만, 홍보 쪽에선 가족 단위 이벤트 추가와 시즌권 리뉴얼, 그리고 소셜미디어나 너튜브를 통해 타겟층을 넓히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에 임했었다.
“지정석 쪽은 현장 구매로 3~4% 정도는 더 채워질 거니까, 거의 만석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그래도 이렇게 흐름 탔을 때 진짜 ‘만석’을 채워보고 싶긴 했는데 아쉽긴 하네요······.”
운영팀장은 속속들이 경기장을 찾고 있는 팬들을 보면서 함박웃음을 짓고는 있었지만, 태블릿 PC에 아직 판매되지 않은 지정석 쪽을 뜻하는 회색 좌석들을 보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 그러시면 팀장님도 한자리 구매하셔서 진정한 만석에 기여하시는 것도 괜찮죠.”
“제가요?”
“네. 어차피 VIP 좌석 쪽은 몇 자리 안 남았잖아요.”
아쉬워하는 운영팀장에게 씩 웃으며 말하자, 그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고민하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분주하게 터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운영팀장이 들고 있던 스마트폰에서 ‘띠링-!’소리가 나더니,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내게 보여줬다.
“됐죠?”
“이 정도면 충분히 만석이라 봐도 무방한데, 팀장님도 참 유별나시네요.”
“진정한 의미의 만석을 한번 찍어보고 싶었거든요. 김종찬 단장님이 늘 강조하셨던 부분이잖아요. 이 업계는 경험이 전부라고.”
운영팀장의 말에 머릿속에서 과거 김종찬 단장이 회의가 끝날 때 입버릇처럼 강조하던 말이 녹음기가 재생되듯 맴돌았다.
‘거의 5년 만에 듣는 말이네······.’
내심 반가운 말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자, 운영팀장이 넌지시 물어왔다.
“그런데 단장님은 혹시······ 좌석 구매하실 생각은 없으신지······.”
만석을 향한 그의 철옹성 같은 의지는 본인이 좌석을 구매하는 거에서 끝나지 않았는지,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이를 악물고 찍어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만석을 원하는 건 운영팀장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붉은색 플라스틱 카드 하나를 꺼내 운영팀장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혹시나 현장 구매 팬들이 좌석이 없어서 돌아가실 수도 있으니까 그러지는 마세요. 그리고 저는 이미 샀습니다.”
“엇······ 그거 VIP 테이블 석이잖아요?”
이미 구매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랬는지, 운영팀장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이번 시즌은 모든 경기마다 좌석을 바꿔가면서 직접 앉아볼 생각이었거든요.”
“갑자기요?”
“······ 그냥 올 시즌이 마지막이기도 하고, 경기장 풍경도 다양한 각도에서 눈에 담아두고 싶었어요. 그래도 스카우트 시절부터 거진 10년 가까이 서울과 함께했으니까요.”
그 말과 함께 아련한 눈으로 경기장 구석구석을 둘러보자, 운영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누가 보면 올해 죽는 사람인 줄 알겠어요.”
“너무 청승맞았나요?”
“······ 조금?”
“그게 낭만이에요. 가시죠. 시축 이벤트부터 쭉 살펴봅시다.”
* * *
VIP 테이블 석에 온 나는 아직 시축 이벤트가 시작 전이었기에 팬들의 반응이나 살펴볼 겸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갔다.
[BEST] 시즌권 너를 쓸 때다….-디자인 개 잘빠졌음. 가격마다 차이가 있긴 한데, 제일 싼 16만 원짜리인 내게 이 정도임 ㅋㅋ
↳와 미치긴 했네. 원래 검빨 섞여 있지 않았음?
↳그게 재작년 시즌권이 그랬는데, 이번 시즌엔 한풀이하는 건지 까리하게 나왔음 ㅋㅋㅋ 내껀 VIP 지정석 33만 원짜린데 메탈 소재에 올블랙임 ㅋㅋㅋ 간지 미쳤음
↳스카이 라운지 시즌권이 검은색에 금색 각인된 건데 이게 진짜 지림 ㅋㅋㅋ 아는 형 이거 샀던데 ㅋㅋㅋ
↳그래 시즌권 나름 큰 돈 주고 사는건데 리뉴얼 판단 인정한다. 이제야 프리미엄 느낌 나네. 근데 이거 말고 굿즈들도 이쁘던데
↳뭔 달력이랑, 힙색, 그리고 풀 패치 유니폼 마킹 원하는 거로 주는 게 기본이고 추가로 더 주긴 함. 선수 카드인가 그거도 주던데 아무튼 풍성함 ㅋㅋㅋㅋㅋ
↳백준석이 단장 맡고 나서부터 시즌권 선물은 꾸준하게 상향평준화 되긴 했었음 근데 이번 시즌이 역대임 ㅋㅋㅋ
[BEST] 직관 인증. 스카이 라운지 뷰다.-시즌권 걍 100만원 박았다. 어차피 내년에 군대 가는데 꼭 한번 사보고 싶었음 ㅋㅋㅋㅋ
↳가격 대비 퀄리티 어떰?
↳아직 잘 모르겠는데, 일단 뷰는 지림 ㅋㅋㅋ 안에서 맥주도 무한으로 줌
↳그거 예전에 있던 스카이펍인가 리모델링 해서 만든 자리던데 거긴 옛날부터 가족 단위로 보기 지리긴 했음. 가격이 조금 빡세서 그러지 ㅋㅋㅋㅋ
↳신경 많이 쓰는 게 보이긴 함. 작년엔 무관중이라 안 사긴 했는데, 4시즌째 꾸준하게 시즌권 구매 중임. 예전엔 깔 게 조금은 있었는데, 이번 건 구성도 좋고 만족도도 괜찮아서 깔 게 딱히 없는 듯 ㅋㅋㅋ
역시나 가장 좋은 반응은 시즌권 카드 디자인 리뉴얼, 그리고 상품 변화였다.
“이번 시즌권 구매자를 위한 선물은 평이 상당히 좋네요.”
“단장님 말씀처럼, 프리미엄을 상징할만한 카드 디자인으로 바꾸고, 굿즈샵에서 팔지 않는 한정판 상품들로 리뉴얼한 게 먹힌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일단 리뉴얼한 시즌권에 대한 반응들은 따로 모아두는 게 좋겠습니다. 아직 개막전이기도 하고, 일주일 정도는 지나야 표본이 쌓일 거 같거든요. 반응이 저조했던 상품들에 대해서는 교체도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결국 경기를 보러 와주는 팬들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작년 무관중 경기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물론 단 한 차례도 팬들을 소홀하게 생각한 적 없었지만,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최대한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으로 구성하기 위해 애를 썼었다.
운영팀장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승부 예측 이벤트 쪽은 어때요?”
“아직까진 예상했던 참여율에 비해 저조한 편입니다.”
시즌권 리뉴얼과 함께 야심 차게 준비했던 직관 이벤트.
그냥 축구를 보는 것보단 승부 예측을 통한 보조적인 재미까지 챙기는 건 어떨까 하고 구상했던 이벤트.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당 슈팅, 코너킥, 득점 수 예측 부분도 만들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이벤트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반응이 저조하다는 말에 나는 아쉬운 감정이 몰려왔다.
“아직 이런 이벤트가 있다고 모르는 팬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시축 이벤트 전에 홍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실제로 구단 SNS나 너튜브 채널에 관심이 없는 팬들이라면 당연히 이런 이벤트가 있는지 모를 확률이 농후했다.
‘접근성 쪽을 최대한 손보는 게 좋겠어. 손쉽게 이벤트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물론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경기장을 찾지 않는 팬들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재밌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만드는 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런 사소한 이벤트들도 굳이 팬들이 알아내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게 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오늘 시축 이벤트 진행자분한테 바로 연락드릴게요.”
운영팀장은 태블릿 PC로 관중 현황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면서도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잽싸게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크게 문제 되는 부분은 없는 거 같네요. 방송 생중계 송출도 괜찮구요. 뭐 이건 저희가 터치할 부분은 아니긴 하지만요.”
정규 리그부터는 ‘저스트 플레이’라는 중계 플랫폼에 중계권이 있어서 프리 시즌 때처럼 우리가 송출환경을 신경 쓸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관중 수를 보며 만족하고 있을 때, 운영팀장이 일 처리가 끝났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저스트 플레이’가 중계 화질 쪽에선 팬들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이니까요. 오히려 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아, 그리고 시축 진행자님이 아까 말씀하신 부분 바로 할 수 있다고 연락 왔습니다.”
“후······ 이제 경기만 잘 풀리면 되겠네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중압감에 신경 쓸 부분들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떠올랐지만, 너무 과민반응이 아닐까 싶어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자 운영팀장이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걱정하지 마세요. 결과도 잘 나올 거예요. 이번 프리 시즌 내내 경기력 괜찮았잖아요.”
그의 말처럼 프리 시즌의 경기력은 상당히 준수했다.
오죽하면 프리 시즌은 기대하지 말라던 팬들조차 호평했을 정도니까.
나 역시 나날이 발전한 경기력을 눈앞에서 지켜본 사람이긴 했지만, 개막전이라는 중압감에 괜스레 몸이 떨려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남은 건 선수들에게 달려있어.’
운영팀장의 말에 마음을 다잡은 나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입장 관중 35,788명’이라 찍힌 전광판을 바라봤다.
* * *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은 무슨. 지금 대낮이야.”
“에이, 저희한텐 아침이죠. 이제부터 일하는 시간 아닙니까.”
서울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상암 경기장에 마련된 중계 부스. 단정한 검은 정장 차림의 젊은 남성이 씩 웃으며 부스 안에 있는 남자에게 농담을 건넸다.
“하여튼 말은······. 그래서 컨디션은 어때?”
“어우. 좋아요. 그리고 개막전 분위기가 좋으니까 더 좋은 거 같기도 한데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눈을 살포시 감으며 엄지를 치켜드는 남성은 임호진 해설위원. 국내 최초 최연소 해설위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해설계의 떠오르는 신성이었다.
“다행이네. 오늘 빅매치여서 텐션 좋아야 하긴 했는데.”
호진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남성의 이름은 박성훈. 이번 시즌부터 ‘저스트 플레이’ 소속 캐스터가 된 자였다.
“해설 준비하면서 봤는데, 이번 시즌 서울 진짜 모르겠던데요?”
호진이 능숙하게 가방에서 준비해온 자료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하자, 성훈은 그에게 500mL 생수 한 병을 건네며 되물었다.
“왜? 이적 선수들 때문에?”
“아뇨. 프런트랑 선수단이랑 뭔가 끈끈하게 연결된 것 같은 느낌 들잖아요.”
“아 그렇긴 해. 확실히 하나하나 신경 쓰는 게 느껴져. 개막전 프리미엄치고 관중 수도 엄청나잖아 지금.”
“3만 명 넘었죠?”
“어. 대박이지?”
“와······ 2만 명 조금 넘을 거라 예상했었는데······. 확실히 백준석 단장이 뭐가 있다니까요? 일 처리 하나는 기가 막혀.”
호진이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자, 성훈은 그가 준비해온 자료들을 들춰보더니 다른 의미로 혀를 내둘렀다.
“야 이게 다 선수 자료야? 뭐가 이렇게 많아?”
“양 팀 다 선수 이적이 많았잖아요. 거기에 엮인 자잘한 정보들도 언제든지 전달할 수 있게 하려다 보니까 양이 좀 많아졌어요······.”
호진이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성훈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하여튼 열정 하나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니까······.”
“저 말고 나머지 네 명은 누군데요.”
“몰라 이 새끼야. 중계 들어갈 준비나 해.”
그러자 호진은 씩 웃으면서 ‘서울 vs 제주 분석’이라 적힌 자료를 손에 꼭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