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42)
42. 개막전(3)
프리 시즌 첫 번째 상대였었던 제주.
당시에는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제주와 공방전 끝에 1대1 무승부를 기록하는 것에 만족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따내고, 그 이상의 것을 노리기 위해선 이번 제주전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이런 강팀과의 승리는 팀의 초반 기세에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니까.
“승부 예측 이벤트 참여율이 10% 정도 올라갔습니다. 역시 현장에서 참여 유도를 하는 게 잘 먹히네요.”
경기를 보는 건지, 업무를 보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테이블 위에 깔아둔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운영팀장이 흡족한 듯 옅은 미소를 띠었다.
“좋습니다만, 추후 경기들에서는 좀 더 다양한 접근방식을 고려해야 할 것 같네요. 우리 홈경기일 때만 현장 유도를 할 수 있으니까요.”
꽤 좋은 반응을 끌어낸 시축 이벤트가 끝나는 걸 보며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 말하자, 운영팀장 역시 그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원정 경기에선 이렇게 참여율을 높이긴 힘들 것 같긴 하네요.”
“네. 구단 어플이나 SNS 계정을 통한 홍보는 경기를 가볍게 즐기러 온 라이트 팬들은 잘 모를 수도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오늘 경기가 끝나는 대로 들어갈 회의에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운영팀장은 잽싸게 스마트폰 메모장에 회의에 들어갈 때 나올 안건들에 대해 적어두곤, 태블릿 PC 화면을 두드렸다.
그러자 실시간 좌석 예매 현황과 입장 관중 수가 나타난 화면에서 ‘저스트 플레이’에서 중계하는 생방송 화면이 나타났다.
[K리그1] 서울 유나이티드 vs FC 제주 [2,035명]‘초반 시청자는 조금 아쉽군.’
아무래도 이번 시즌부터 처음으로 중계권을 따낸 ‘저스트 플레이’이다 보니, 타 플랫폼 중계들과 시청자 파이가 나뉜 모양이었다.
그러나 걱정은 되지 않았다.
결국엔 화질에서 차이가 나는 ‘저스트 플레이’ 쪽으로 나중에는 시청자들이 몰릴 게 분명했으니까.
태블릿 PC를 터치해서 채팅창을 띄우자, 중앙 통로에서 선수들이 머리 위로 손뼉을 치며 그라운드로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입장과 동시에 장내 아나운서의 호쾌한 선수 콜이 울려 퍼지자,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홈팬들의 환호 소리.
그중 단연 압권이었던 건 임민우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며 선수 콜이 울려 퍼졌을 때였다.
“NO. 45 임! 민! 우!”
“와아아아-!”
원클럽맨으로 서울의 상징이라고 불렸던 임민우. 그가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한번 서울의 도약을 이끌기 위해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 역시 홈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에 벅찬 감정이 들었는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경기장 곳곳을 둘러보며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었다.
‘역시 프랜차이즈 스타는 달라. 존재만으로도 팬들을 끌어모으는 무언가가 있어.’
전광판 화면에 나타난 임민우가 보여주는 엄청난 파급력에 흡족해하던 나는 오랜만에 그의 능력치를 한 번 살펴봤다.
서울 유나이티드 소속. 중앙 미드필더(전천후), 수비형 미드필더(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주력: 13▲ 패스: 14▲
가속도: 13▲ 시야: 16▲
중거리 슛: 15▼ 태클: 16▲
몸싸움: 15▲ 타고난 체력: 13▲
판단력: 14▲ 팀워크: 14▲
골 결정력: 12▼
특이사항: 서울 홈경기장에 돌아와서 기쁨.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싶음. 선수단 분위기가 매우 단결된 것 같아 기쁨.
프리 시즌 경기들을 거치면서 서서히 몸을 만들고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개막전에 나온 그의 몸 상태는 전성기 현역 시절을 방불케 했다.
‘슛 쪽 능력치는 감소했지만, 중원에서 빌드업하고 활동량을 가져가는 부분은 오히려 은퇴 전보다 더 나은 거 같은데?’
은퇴 전 임민우는 호쾌한 슛까지 장착한 육각형 그 자체인 선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슛 능력치가 저하된 데에 비해 패스, 수비 쪽 능력치가 골고루 성장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모해 있었다.
‘지금 서울에게 딱 필요한 자리에 맞게 플레이 스타일을 가져갔어.’
준수한 공격진 자원들이 이번 이적시장을 통해 보강됐으니, 임민우가 맡아줘야 할 역할은 딱 하나.
후방에서 볼 배급과 공격 차단을 더 중점적으로 가져가는 것.
물론 그의 공격적인 재능이 은퇴 전보다 감소했다는 사실에 살짝 아쉬움이 들기는 했지만, 그런 임민우의 변화가 팀의 조직력을 한껏 더 끌어올려 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전광판에 팬들에게 호응을 유도하는 임민우의 모습이 사라지자, 곧이어서 서울의 라인업이 나타났다.
-홈팀 서울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골키퍼엔 서진욱. 수비진엔 임진섭, 송창섭, 박진수, 이준성, 신지우가 호흡을 맞추겠습니다. 미드필더입니다. 임민우, 박중서. 그리고 루카 라조비치, 민찬영, 강현석 선수가 상대 골문을 겨냥합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던 스리백 전술과 함께, 이적시장에서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서 선발 라인업의 완성도가 상당해진 서울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쳤던 강치우 선수가 광저우로 이적한 게 조금 아쉽긴 하네요.
-그렇습니다. 전방에서 연계를 통해 공격의 기회를 창출했던 강치우 선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최전방 공격수 민찬영의 보강과 루카 라조비치, 강현석으로 이어지는 기술적인 윙포워드 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공격을 전개할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운영팀장이 틀어둔 중계 화면에선 해설위원과 캐스터가 벌써 한껏 올라간 텐션으로 선수들의 라인업과 관전 포인트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였던 주전급 자원들과 즉전감으로 영입한 선수들의 조화. 날카로운 창과 단단한 방패를 동시에 든 듯한 모습에 감탄하고 있는 것도 잠시.
우리만 이렇게 짜임새 있는 영입을 한 것이 아니라는 듯 제주의 탄탄한 선발라인업이 연이어 소개됐다.
-원정팀 제주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골키퍼엔 송범석. 수비진엔 박규현, 이창현, 안드레아 루이스, 황영조. 미드필더엔 강도진, 박준수, 카마다 사토루, 이지상, 김현중. 최전방 공격수는 라파엘입니다.
-지난 시즌 아쉽게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8강에서 고배를 마셨긴 하지만, 정말 탄탄한 팀입니다.
-눈여겨볼 키 플레이어가 있을까요?
-제주도 서울처럼 공격적인 이적시장을 감행해서 스쿼드를 탄탄하게 만들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는 J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카마다 사토루 선수겠네요. 중원에서 섬세한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는 좋은 선수입니다.
‘카마다 사토루라······.’
J리그 상위권에 올라있는 산프레체에서 중원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선수.
99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와 폭발력 있는 스피드, 그리고 패스 기술이 상당히 인상 깊은 선수기도 했다.
해설위원의 말에 맞추어 전광판에는 심호흡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카마다 사토루 선수의 얼굴이 비쳤다.
‘한번 볼까?’
FC 제주 소속. 중앙 미드필더(어드밴스드 플레이메이커)
판단력: 12 시야: 14
패스: 16 주력: 14
민첩성: 13 가속도: 14
퍼스트 터치: 11 천재성: 12
개인기: 11
특이사항 : 새로운 도전에 벅찬 마음. 제주에서 인상 깊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다운 능력치.
기술적인 능력치가 특출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트레이드 마크인 패스 능력치는 제주에서 이지상 다음갈 정도로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거기에 덤으로 빠른 스피드까지.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제주에게 있어선 당장 팀에 녹아들 수 있을 만한 좋은 전력이었다.
‘이지상을 중심으로 젊고 탄력 있는 스쿼드가 짜졌어. 제주도 이번 시즌 어디까지 갈지 가늠이 안가는 군.’
그 외에도 최전방에서 버텨주는 라파엘. 그 뒤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지상의 존재는 제주의 공격력을 한층 더 예리하게 만들어줬다.
“단장님. 이길 수 있을까요······?”
처리해야 할 업무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는지, 운영팀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겼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상대는 확실합니다. 이적시장을 통해 알차게 보강한 건 우리만이 아니니까요.”
“그러게요. 프리 시즌 때 봤던 스쿼드도 상당히 준수했었는데 더 까다로워진 거 같아요.”
좋은 출발을 위해선 반드시 잡아야 하는 제주전.
그러나 예상보다 더 날카로워진 상대의 창끝을 어디까지 막아낼 수 있는지가 서울의 경기 운영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건 나보다 터치 라인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본세비치 감독이 더 잘 알고 있을 부분이었다.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운영팀장에게 말했다.
“그렇긴 합니다만······ 본세비치 감독을 믿어보죠. 적어도 지금까지 탄탄하게 전술을 만들어오던 분이니까요. 그리고 승부를 어디서 걸어야 할지 가장 잘 알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니까요.”
아직 경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강해진 만큼 우리도 강해졌다고 자부할 수 있었으니까.
나는 그 말과 함께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서울의 승리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을 때, 귓가에 주심의 날카로운 휘슬 소리가 들렸다.
삑-!
-경기 시작합니다! 서울의 선공으로 K리그 개막전이 시작됩니다!
* * *
‘어?’
뚜껑을 열어보니 제주의 전력은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예리합니다! 카마다 사토루의 패스 전개!
-제주의 이런 부분을 막아내야 합니다. 전방에선 이지상과 라파엘이 좋은 움직임으로 패스를 받아줄 수 있으니, 과감한 전방 압박으로 패스길을 막아낼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서울, 제주의 빠른 속도에 적응이 덜 됐는지, 뒷공간이 여실히 노출되고 있습니다!
운영팀장이 틀어둔 중계 영상에선 해설위원의 다급한 목소리의 제주의 공격 전개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해설의 말처럼 제주의 전개 방식은 중원에서 카마다 사토루를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전개 방식.
그리고 지난 시즌부터 발밑이 좋은 걸로 유명했던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후방에서 역삼각형 모양으로 빌드업을 쉽게 쉽게 풀어나가고 있었다.
‘디테일이 좋아. 전방 압박도 효율적으로 빠져나오고 있어.’
나름 서울의 공격진이 거칠게 압박을 가하고 있었지만, 제주는 당황하지 않고 유기적인 패스플레이로 압박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압박을 빠져나오면 망설임 없이 전방으로 찔러넣는 카마다 사토루의 아름다운 패스.
좌우 양쪽에 빠른 발을 지닌 윙어들이 있어서 깊게 찔러넣어도 안정적으로 볼키핑에 성공하기까지 했다.
이 모든 게 전반 5분인 지금까지 나온 제주의 공격 전개.
아직 슈팅은 허용하지 않았지만, 전반 초반부터 제주의 공격력을 억제하는 데 실패한 서울이었고 본세비치 감독도 당황했는지 터치라인 부근에서 선수들에게 열정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좌측 풀백이 특히 불안한데······.’
우측 풀백 신지우는 제주의 공격을 곧잘 막아내고 있는 반면에, 좌측 풀백 임진섭은 우측으로 빠져들어 가는 라파엘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게 눈에 보였다.
‘좌측 수비를 어떻게든 해야······ 어?’
언제 골문을 향해 제주의 슈팅이 쏟아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입술이 바짝 마를 때였다. 결국 우측으로 꾸준하게 돌아 들어가던 라파엘의 움직임에 임진섭이 미끄러지면서 완전히 공간을 내줘버렸다.
-라파엘 돌아 들어갑니다······ 임진섭이 마크하려다 아! 그대로 넘어집니다! 뒷공간이 훤히 노출된 상황!
-밸런스가 무너졌어요!
-라파엘 멈추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볼을 몰고 들어갑니다!
스리백 전술이라 좌측 스토퍼인 이준성이 그런 라파엘을 막기 위해 각도를 좁히려 했지만, 라파엘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해 가볍게 이준성을 제쳐버렸다.
-이준성까지 제쳐졌습니다! 서울 큰 위기에 봉착합니다!
-라파엘이 이런 움직임을 가져가면 제주의 양측 윙어들이 박스 안으로 침투하면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기 쉬워지거든요! 득점 찬스입니다!
-박스 안에 있는 제주 선수들은 총 4명! 라파엘 우측면에서 그대로 낮은 크로스를 선택합니다!
피를 말리는 제주의 공격 전개.
그리고 라파엘의 발끝을 떠난 볼이 박스 안으로 빠른 속도로 향할 때, 35,000명 가까이 되는 관중들의 엄청난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