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46)
46. 꺾이지 않는 마음(3)
‘임민우 선수, 이번에 역전 골을 넣으면서 리그 내 역전 골 최다 득점자가 되셨는데 소감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사실 역전 골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뒤집어낸 승부사 같은 이미지가 있기도 한데, 이면에는 그전까지는 지고 있었다는 아쉬운 경기력이 전제되는 부분이라서요. 그만큼 팀이 득점에 성공해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것 같아 살짝 마음 한구석이 아픈 느낌이 있네요. 하하······.’
임민우의 은퇴 시즌 K리그 15R 수원과의 경기를 역전 골로 뒤집어 낸 후 임민우가 했던 인터뷰.
안정적인 패싱 능력을 활용한 기회 창출. 나쁘지 않은 기동력으로 수비 가담과 볼 운반을 책임지는 미드필더.
거기에 각이 보이면 호쾌하게 때리는 빨랫줄 슈팅까지.
다소 부끄러울 순 있지만, 서울의 램파드라 불리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상대 팀 골문을 위협했던 선수.
임민우는 그런 선수였다.
팬들의 함성에 묻혔지만, 임민우가 선수들을 향해 격렬하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모습은 그가 여전히 마음이 꺾이지 않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추가시간까지 하면 대충 25분. 충분해, 충분할 거야······.”
양손을 가지런히 깍지 낀 채 몸을 떠는 운영팀장은 전광판에 나와 있는 남은 시간을 보며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역전 골 실점에 망연자실하던 팬들도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서울의 응원가를 목놓아 부르며 안방에서의 승리를 간절히 염원했다.
“서울 유나이티드 알레오!”
“서울!”
팬들의 꺾이지 않는 응원, 그리고 오로지 승리만을 노리는 본세비치 감독도 즉각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
-서울이 역전 골 실점 후 곧바로 교체 카드로 분위기 반전을 노립니다.
-타나카 준 선수로 보이는데요. 이번 시즌 임대 이적한 선수입니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좌측 풀백 자리에서 팀의 활력을 더해주는 선순데요. 아무래도 임진섭 선수와 교체될 것 같죠?
태블릿 PC에서 흘러나오는 해설의 예측대로 대기심이 15번과 32번이 적힌 선수 교체 판을 머리 위에 치켜들고 있었다.
“잘했다! 임진섭! 고개 들어!”
임진섭이 교체 사인을 보자마자 고개를 푹 숙인 채 터치 라인을 뛰어오기 시작하자, 운영팀장이 격렬하게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비록 그는 선제골 실점에 원인이 된 선수였지만, 그 이후 동점 골을 넣을 때까지 쉴 틈 없이 고강도의 압박을 수행해 실수를 만회하려 했었다.
터치 라인에 도착한 임진섭이 타나카와 짧게 포옹을 한 뒤 벤치로 터벅터벅 걸어가자, 본세비치 감독은 그의 젖은 머리칼을 헝클어뜨리며 괜찮다고 다독였다.
선수 개개인에 대한 피드백은 경기 끝나고 해도 충분했으니까.
지금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 걸 본세비치 감독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자였다.
‘타나카의 활동량으로 어디까지 커버할 수 있을지······.’
비록 일본 하부리그에 있었던 선수긴 하지만, 1부리그에 있었다고 해도 이해했을 정도의 탄탄한 기본기.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거센 압박을 주 전술로 택하는 팀에게 있어선 이만한 풀백 자원은 드물었다.
문제는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수들과 얼마나 합이 맞을지는 미지수라는 것뿐.
타나카의 투입이 완료되자 주심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경기 재개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삑-!
와아아아-!!!
오늘 경기 중에 들었던 어떤 함성보다 큰 함성과 함께 재개된 후반전.
제주는 2대1로 리드 중이기 때문에 라인을 한 칸씩 내려 다소 수비적인 전술로 남은 시간을 틀어막으려는 것 같았다.
‘이지상까지 3선까지 내려버린 건가? 무조건 잠글 생각인가 보군.’
노림수는 뻔했다. 라인을 내려 서울의 공격을 막아내고 역습을 통해 추가 득점을 노리는 전형적인 선수비 후역습.
그러나 서울은 이 뻔한 노림수를 알고 있어도 라인을 내릴 수 없었다.
지금 지고 있는 팀은 서울이었고, 안방 개막전에서 패배하는 것만큼 치욕적인 게 없다는 건 그라운드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거니까.
-서울이 거세게 압박합니다!
-그렇죠. 따라가기 위해선 전반전처럼 고강도의 압박으로 상대의 실책을 유도해야 합니다! 좁은 공간에서의 탈압박 능력은 서울도 상당히 준수하거든요!
-교체로 들어온 타나카 준. 벌써 좌측 지역에서 활발하게 패스를 주고받고 있네요.
-그렇습니다. 본세비치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경기를 뒤집기 위해 풀백 자원들의 라인을 거의 윙어에 가깝게 올리곤 했는데요. 이렇게 되면 양쪽 윙 포워드들이 박스 안으로 더 좁혀 들어가서 숫자 싸움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할 겁니다.
‘이번에도 미끄러지면 진짜 답도 안 나온다. 여기서 따라가야 해.’
2실점 모두 선수들이 하늘의 버림이라도 받았는지 그라운드에서 미끄러지면서 벌어진 참사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거센 압박으로 경기 주도권을 꽉 쥐고 있는 와중에도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다.
또 그런 상황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 불안함은 운영팀장도 강하게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엄지손톱을 물어뜯으며 말했다.
“단장님. 시설팀에 연락해서 잔디 관리 상태 좀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
“열심히 관리하는 거 잘 알고 있으신 분이 갑자기 왜 그래요.”
“모르겠어요······ 그냥 지금 머릿속이 복잡해요. 뭔가 공격을 하는 데도 불안하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는지, 그는 결국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면서 떨리는 눈동자로 살얼음판 같은 경기 양상을 지켜봤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괜찮아.’
불안해하는 운영팀장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인 뒤 전광판을 보자 후반전 32분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의 탄탄한 수비에 막혀 득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경기 재개 이후 슈팅은 4개나 추가로 가져갈 정도로 주도권 하나는 꽉 쥐고 있었다.
경기 내내 역습을 대비해 올라가지 않았던 임민우까지 라인을 올려 빌드업을 돕고 있는 상황.
바로 그때 빡빡한 제주의 라인에 일순간의 균열이 생겼다.
-어! 서로 사인이 맞지 않았습니다! 공이 뒤로 흐릅니다!
짧은 패스를 돌리며 템포를 조절하려 했던 이지상의 패스 미스.
어린 나이지만 벌써 팀의 주축이 될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는 그조차도, 피를 말리는 상황에 대한 경험은 아직 부족한 것 같았다.
-이지상의 실수를 임민우가 가로챘습니다!
-3선 자원까지 싹 다 올려서 압박을 하기 때문에, 이런 실수는 상당히 아프죠!
-공을 잡은 임민우 지체 없이 박스 외곽에 있는 타나카에게 패스합니다!
-잘 열었어요! 선택지 많습니다!
타나카가 임민우의 패스를 받자, 홈팬들의 함성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박스 안에 들어가 있는 서울 선수들의 수는 5명.
우측 풀백을 보는 이기석까지 숫자 싸움에 가세한 상황 속에서 타나카는 왼쪽으로 볼을 툭 치고 곧바로 크로스를 선택했다.
-박스 안 숫자 많습니다, 서울!
-제주의 라인이 흐트러졌을 때, 노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대로 올려줍니다!
-민찬영 헤딩!!
타나카의 발을 떠난 공은 박스 안에서 경합 중인 선수들의 머리를 향해 휘어져 올라갔는데, 거기서 단연 돋보인 건 민찬영의 영리한 움직임.
그는 타나카의 킥 전에 손을 번쩍 들며 수비수 하나를 달고 깊게 들어가는 모션을 취하더니 침투하지 않고 헤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페이크 좋았다! 마무리만 어떻게······!’
뒤늦게 민찬영과 경합하기 위해 제주의 센터백이 붙으려 했지만, 찰나의 순간에 만든 공간에서 프리 점프를 해버린 상황이라 경합에선 이겨낼 수 없는 상황.
-골!!! 서울의 민찬영이 기민한 움직임으로 동점 골을 넣습니다!!
민찬영의 헤딩 슛이 제주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까지 그 수초의 순간.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지나간 뒤 터져 나온 건 해설위원들의 하이톤 목소리였다.
“단장님! 넣었어요! 민찬영이 넣었다고요!!!”
첫 번째 골에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이제는 그럴 생각도 없고 자신도 없었다.
우와아아아-!!
골이 터지자마자 터져 나온 팬들의 함성에 뒤섞여 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운영팀장을 부둥켜안으며 소리 질렀다.
“이거지! 이게 서울이지!”
“Vamos!!!”
스페인어 감탄사까지 튀어나올 정도로 온몸이 전율에 휘감겨 있을 때, 전광판에 조명된 민찬영은 격렬한 포효를 내지르며 홈팬들이 있는 코너 플래그로 달려와 시원한 무릎 슬라이딩 세레머니를 선사했다.
-너무 영리한 움직임이었습니다! 제주의 송범석 선수의 손끝에도 걸리지 않는 절묘한 헤딩이었어요!
-후반 33분! 서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제주의 골문을 흔듭니다!
-좌측에서 올라온 타나카 선수의 크로스 구질도 환상적이었고, 프리 헤딩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민찬영의 영리한 플레이가 동점 골이라는 합작품을 만들어 버리네요!
-안방 패배는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서울이 엄청난 플레이를 선보입니다!
“이거 모르는 거죠? 후반전 추가시간까지 하면 10분 넘게 남은 건데 한 골 정도는 모르잖아요!”
“몰라요. 저도 이제 모르겠어요.”
이미 단장으로서의 격식은 내려놓은 지 오래. 오랜만에 느끼는 전율에 주먹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쥐어질 정도였다.
나는 바짝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전반전 시작 전에 사왔었던 생수 500mL 한병을 한 번에 비워버리며 말했다.
“그런데 진짜 몰라요. 흐름은 탔는데, 너무 흥분해서 경기 운영하면 분명히 제주가 그걸 파고들 거예요. 지금 템포를 가라앉히고 천천히 경기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제발······ 제주한테 찬스가 안가길······.”
이제는 진짜 신에게 기도하는 것 말곤 답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운영팀장이 눈을 꼭 감은채 간절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동점 골이 터지자, 본세비치 감독은 추가로 교체 카드를 꺼낼 생각인 모양이었다.
이미 터치라인에는 교체 선수를 의미하는 조끼를 벗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본세비치 감독에게 전술적 지시 사항을 듣고 있는 두 명의 선수들이 보였다.
임민우는 선수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도 그들이 흥분해서 과한 힘이 들어가지 않게 일일이 진정시키고 있었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인 그였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세세한 디테일.
아마 지금 그라운드 위에서 뛰고 있는 어떤 선수보다 그 점을 뼈저리게 경험해본 선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심지어 이번 시즌 젊은 선수들이 대거 영입된 서울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임민우의 경험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중한 전력이었다.
-양측 다 교체 카드를 빼 드네요. 교체 카드가 5장으로 늘어나면서 이렇게 교체 자원들로 전술 싸움이 더 치열해졌어요.
-지금까지는 서울의 본세비치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내는 상황입니다. 교체 투입된 이기석, 타나카 준, 장현진 모두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어요.
-그렇습니다. 제주는 역전을 노릴지, 아니면 승점 1점에서 만족할지 이번 교체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말씀드리는 순간 서울과 제주 모두 남은 교체 카드를 모두 투입합니다!
서울은 남은 두 장의 카드를 전방에서 거센 압박으로 끊임없이 제주를 괴롭혔던 강현석과 루카 라조비치를 빼주는 걸로 결정한 듯했다.
실제로 동점 골 직전에 다소 지친 듯한 그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본세비치 감독의 전술 특성상 양쪽 윙 자원들의 체력이 갈려 나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조현수, 이현호. 나쁘지 않아.’
루카 라조비치, 강현석보다는 능력치 적인 면에선 떨어질 수 있지만, 본세비치 감독의 세 시즌 동안 주전급 자원으로 자주 활용됐던 공격수들이다 보니 전술적 이해도는 더 높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측면에서 들어가는 압박 강도도 줄이지 않을 수 있는 장점까지 있었다.
‘그래 좌우에서 압박 강도를 더 세게 가져가서 풀타임 뛰는 선수들의 부담을 좀 덜어주는 게 맞아.’
반면에 제주의 교체 카드들은 모두 공격적인 자원들이었다.
최전방 공격수 라파엘을 빼주고 투입된 권혁은 지난 시즌 15골을 뽑아낸 제주의 신예 공격수였고, 이지상을 빼주고 투입된 김대우는 제주에서만 7년째 뛰고 있는 베테랑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그래 제주가 이대로 물러날 리가 없지. 이렇게 되면 맞불이다.’
삑-!
교체 선수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제주의 선축으로 재개된 경기.
내려앉은 라인을 구축했던 제주는 다시 역전 골을 노리기 위해 라인을 전반전처럼 올려버렸고, 마지막 모든 걸 쥐어 짜내겠다는 듯 압박 강도 또한 올려버렸다.
거센 압박으로 맞불을 놔버린 제주와의 팽팽한 중원 볼 소유권 다툼.
10여 분 정도 넘는 시간 동안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도 않고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와중 어느새 흘러가 버린 후반전 정규시간.
대기심이 들어 올린 전광판에는 추가시간 3분을 상징하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시간. 경기가 지연되는 과정이 적었다 보니 많은 추가시간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였다.
좌측에서 안쪽으로 치고 들어오던 타나카가 제주 선수의 발에 걸려 좋은 위치에서 파울을 얻어냈다.
“단장님! 이거!”
직접 슈팅을 노리기도 좋고, 제주의 골문으로 바짝 붙여 헤딩 경합을 들어가기도 좋은 최적의 자리.
운영팀장이 땀으로 축축해진 손으로 내 팔목을 붙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겐 지난 시즌 좋은 프리킥으로 공격포인트를 7개나 쌓은 장현진이 후반 교체로 들어가 있었기 때문.
중요한 찬스였기 때문에 송창섭을 비롯해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센터백 자원들 모두 제주의 박스 안에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피를 말리는 상황 속 유니폼으로 공을 슥 닦아내던 장현진에게 다가온 임민우는 입을 가린 채 뭔가를 열정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어? 잠깐만? 이 프리킥 구도면······.’
대화를 주고받는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임민우의 은퇴 시즌.
그 시즌 중 지금과 거의 똑같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구도가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