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47)
47. 소모임(1)
‘들어갔습니다! 임민우! 추가 시간 마지막에 얻어낸 프리킥 골문 구석을 정확히 노리는 슛으로 서울을 리그 2위로 끌어 올립니다!’
‘역전 골의 명수 임민우다운 절정의 집중력이었네요! 저런 코스는 야신도 못 막죠!’
너무나도 강렬한 기억이었기 때문에, 머릿속에선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임민우가 차나?’
임민우와 얘기를 마친 장현진이 신중하게 그라운드 위에 공을 내려 둔 뒤 성큼성큼 뒤쪽으로 물러났고, 그곳에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있는 임민우가 매서운 눈빛으로 제주의 골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른발로 직접 슈팅을 때리기에 이상적인 각도.
벽만 넘긴다면 골키퍼가 손 쓰기 가장 어려운 프리킥 위치였다.
주심은 제주의 수비벽 발 앞에 하얀 스프레이를 뿌리며 넘어오지 않도록 엄중 경고한 뒤, 벽 옆에서 몸싸움을 벌이며 공간을 확보하려는 송창섭에게 구두로 경고까지 줬다.
2대2 동점 상황 좋은 거리에서 얻어낸 프리킥이다 보니, 양 팀은 생각 이상으로 과열돼 있었고, 주심이 적절히 재재하지 않는다면 더 과격해질 것이 분명했다.
삑-!
상황 정리를 끝마친 주심이 휘슬을 불며 프리킥 진행을 지시하자, 크게 숨을 내뱉은 장현진이 천천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결국 장현진이 차는건가?’
그러나 그것은 페이크.
장현진은 볼을 차지 않고 그대로 오른쪽 박스 구석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공과 바짝 붙어 있던 임민우가 기습적으로 장현진을 노리는 땅볼 패스를 깔아 찼다.
-이건 약속된 플레이 같은데요!
-연결만 되면 골문으로 직접 슈팅 가능합니다!
-장현진 그대로 슈우웃!!!
원래부터 준비된 세트피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가장 중요한 기회에 만들어낸 최고의 찬스.
장현진은 볼을 받아 자신의 주발인 오른쪽으로 툭 차 놓은 뒤, 제주의 골문을 열어젖히기 위해 강력한 슈팅을 때렸다.
깡!
오우우우-!!
그러나 장현진의 묵직한 슈팅은 골대 상단을 맞고 튕겨 나와버렸고, 35,000여 명의 관중이 머리를 부여잡고 탄식하는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이게 안 들어간다고?!”
장현진의 슈팅이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자, 운영팀장은 머리를 쥐어뜯다시피 울부짖기 시작했고, VIP 테이블석에 있는 팬들도 감정이 없는 기물에 불과한 골대에게 험악한 욕설을 퍼붓기 시작할 때였다.
골대 맞고 나온 볼은 그대로 다시 박스 정면으로 흘러나왔고, 그곳에 있는 건 방금 프리킥을 처리했던 임민우.
그리고 공 소유권을 가져오기 위해 프리킥 수비를 위해 벽을 서고 있던 제주 선수들이 엄청난 속도로 임민우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흘러나온 볼이 다시 서울의 임민우에게!
-마무리하려면 수비가 붙기 전에 해야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슈팅 공간만 줄어들어요!
1초가 1분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
임민우는 온 힘을 다해 흘러나온 볼을 때렸다.
발등에 정확히 얹힌 공은 대포알처럼 빠른 속도로 튀어 나갔고, 오른쪽 구석을 노린 슈팅은 제주의 수문장 송범석의 손끝을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고오오올! 들어갔습니다! 임민우! 서울의 레전드, 역전의 명수 임민우가 상암에 돌아왔습니다!
-오늘 양팀 득점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슈팅들만 나오고 있네요! 정확히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엄청난 슈팅이었습니다!
경기장엔 임민우의 득점이 터지자 마자, 득점 성공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팬들은 오랜만에 임민우의 개인 응원가를 맞춰 부르며 역전의 짜릿한 쾌감을 즐기고 있었다.
“오오오 오오! 오오오 오오오오오! 오! 오오오오!”
“임!민!우!”
“오오오 오오! 오오오 오오오오오! 오! 오오오오!”
“임!민!우!”
테이블에 올려놨던 태블릿 PC에선 아까의 득점 상황을 다시 한번 보여 주고 있었고, 채팅창 반응은 현장처럼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순간 너무 많은 채팅이 입력되어서 채팅창이 잠깐 멈췄을 정도였으니까.
-지금 보시면 장현진 선수의 좋은 슈팅이 골대 불운으로 튕겨 나온 걸 임민우가 지체 없이 마무리했거든요. 은퇴 전에도 이런 식의 흘러나온 볼을 잘 마무리 하던 임민우였는데,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여기서 보여줘 버리네요!
-승부사! 서울의 검투사가 경기장에서 거칠게 포효하고 있습니다! 절망한 제주 선수들의 표정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서울 선수들의 표정! 엄청난 경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중계 영상에선 득점을 허용하고 머리를 감싸 쥐는 제주의 센터백 안드레아 루이스의 모습과.
코너킥 지점에서 선수들에 둘러싸인 채 거칠게 포효하고 있는 임민우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비치며 극적인 현 상황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추가 시간 얼마나 남았지?’
득점 이후 정지된 시간이 있었으니 아마 추가 시간의 추가 시간까지 더해질 것이 분명했다.
전광판을 바라보자 90+2분이라 적힌 시간. 추가 시간까지 고려해서 앞으로 2분 정도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긴 했다.
“단장님! 거의 이겼죠? 이거 지킬 수 있겠죠?”
역전 골이 터지자마자 한껏 기뻐한 운영팀장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두 개를 번갈아 보면서 손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아직 몰라요. 제주가 마지막 공세를 퍼부을 겁니다. 2분 동안 얼마나 잘 버텨낼 수 있는지에 따라 다를 겁니다.”
비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단 몇 초만 있어도 골이 터지는 게 축구다. 그리고 추가 시간이야말로 온갖 변수들이 다채롭게 터지는 시간대기도 했다.
주심은 선수들이 각 진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뒤, 신중하게 손목시계를 보며 휘슬을 불었다.
길어봐야 2분. 짧으면 1분 안에 끝나는 마지막 상황.
제주는 역시 선수들의 라인을 극도로 끌어올려 마지막 공격을 위해 후방에 센터백 한 명만을 제외하고 모든 선수를 서울의 박스 안으로 침투시켰다.
분주하게 공격을 전개하는 제주, 그걸 막으려는 서울의 마지막 공방전.
그 찰나의 순간에 빛난 건 이번 시즌 합류한 송창섭이었다.
이지상도 빠졌겠다, 다시 오른쪽 스토퍼 자리로 돌아온 그는 제주의 좌측 공격을 철저하게 막아내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뒷공간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 속, 송창섭이 공격적으로 달려들어 제주의 공을 빼앗아내 전방으로 강하게 볼을 걷어내자, 35,000여 명의 서울 팬들이 간절히 바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삑-! 삑-! 삑-!!
-경기 종료!! 서울이 홈에서 강팀 제주를 난타전 끝에 잡아냅니다!
-양 팀 다 이번 시즌에 왜 기대되는 팀들인지 여실히 알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환상적이었어요!
개막전 1R 난타전 끝에 서울은 강팀 제주를 잡아내며 승점 3점을 추가했다.
* * *
[스포츠데이] 파죽의 9연승! K리그의 맹호는 어떻게 다시 날아올랐는가? [포포투코리아] 9경기 11골. 강치우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서울의 공격수 민찬영. [스카이스포츠코리아] 공격적인 이적 시장으로 성공적인 초반기를 보내는 서울. 그들에겐 아직 여름 이적 시장이 남았다? [바모스풋볼] 은퇴 번복 임민우. ‘이번 시즌 우승이 목표다’ 당찬 포부! [엘리트스포츠] 올림픽 대표팀의 공격력 부족, 절정의 폼을 보여 주는 서울의 강현석으로 메울 수 있을까?절정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초반 9경기 전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해버리자, 프런트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다들 이번 시즌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일했고 그에 부응하듯 선수단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리그를 휩쓸고 있었다.
‘얼핏 보면 탄탄해 보이는 스쿼드긴 하지만······ 전술이 체력 소모가 극심해서 언제 선수단이 부상에 시달릴지 모르는 일이란 말이지.’
추운 겨울도 다 지나고 날도 따듯하게 풀리는 4월.
조만간 6월 여름 이적 시장도 또 열릴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놔야 했다.
‘아직 강치우의 이적료가 어느 정도 남았으니, 이걸로 잘 굴려봐야지. 아직 구단 재정 상태도 팬데믹 전과 비교해서 상당히 빡빡한 상황이니까.’
강치우의 이적료 30억 중 적어도 18억 정도는 추가로 지원받을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구단 대표 이사인 최 이사는 추가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었다.
선수단 연봉 지출도 빠듯하고, 저번 시즌 입장료 수익이 전무했던 것이 바로 그 원인.
결국 강치우의 이적료에서 추가 지원받은 금액은 5억 정도였고, 그마저도 송창섭과 이기석을 이적시킬 때 어느 정도는 써버려서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은 3억 정도였다.
‘양질의 선수들을 임대 이적하는 걸로 때우긴 했지만, 남은 이적 자금으로 중원 보강은 필수야.’
현재 중앙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구단에 총 네 명.
임민우, 박중서, 장현진, 김기현이 서울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임민우는 지금이야 선발 출장하고 여유로울 때 빼주는 식으로 관리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 못 가. 나이도 있는 선수라서 경기 수가 많아질수록 기량이 점점 저하될 거야.’
네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에서 3선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건 임민우와 장현진뿐.
심지어 장현진도 전 시즌부터 3선 미드필더 자리에서 뛰게 된 터라 아직 본인의 주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보단 부족한 움직임을 보여 주곤 했다.
‘전 세계적으로 3선 미드필더는 귀해. 이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야.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가장 돋보이는 포지션이기도 하니까. 심지어 요구되는 플레이도 많아서 축구 지능도 높아야 해.’
단장실 컴퓨터를 켠 나는 매일 매일 정리해 뒀던 ‘3선 미드필더’ 파일을 클릭했다.
무엇보다도 본세비치 감독의 전술에 녹아들 수 있는 자원들을 찾아야 하므로, 후보군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당장 가지고 있는 이적 자금 3억 정도로도 충분히 이적을 성사할만한 선수들이긴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독 들이고 있는 건 대구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원창진.
대구 유나이티드 소속. 수비형 미드필더(볼 위닝 미드필더)
주력: 11 패스: 13
가속도: 11 시야: 13
중거리 슛: 10 태클: 13
몸싸움: 13 타고난 체력: 14
판단력: 12 팀워크: 12
골 결정력: 10
특이 사항: 구단의 최근 성적에 불만을 품음. 재계약이 망설여짐.
리그 상위권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능력치는 다소 떨어지지만, 강도 높은 압박도 지속할 수 있는 체력과 준수한 태클 능력.
그리고 공수를 연결하는 볼배급 능력은 어느 정도 갖춰진 선수였다.
‘재계약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거로 봐선, 대구도 이적 요청이 오면 거절하진 않을 거 같은데.’
지난겨울 이적 시장 때부터 후보에는 올려뒀던 선수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주전급 3선 자원이 필요했기에 이적 요청을 하지는 않았었다.
대구의 현재 리그 순위는 12위로 최하위.
선수 본인도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기에 후보에 있는 선수 중에선 아마 가장 쉽게 데려올 가능성이 컸다.
‘좀 낮은 금액으로 협상을 한 번 해 볼까? 다른 포지션도 백업 자원은 필요하긴 하니까. 준수한 자원들이 소속팀 없이 있는 예도 있으니까 혹시 또 몰라.’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원창진의 프로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단장실 문을 거칠게 누군가가 두드렸다.
똑똑똑똑-!
“네. 들어오······”
“단장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온 운영팀장은 평소와 다르게 허둥대고 있었다.
“숨 고르고 말해요. 그러다 죽겠어요.”
그러나 운영팀장은 그럴 시간은 없다는 듯 침을 한번 삼키고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게 내밀었다.
“이건······?”
“방금 구단 SNS에 올라온 건데요······. 이거 빨리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 어쩌죠?”
무슨 소린가 싶어 안경을 벗어 내려 둔 나는 운영팀장이 보여 준 영상을 보자마자,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하······ 이거 오늘 경기 시작 전에 일어난 거죠?”
그러자 운영팀장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