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50)
50. 여름 이적 시장(1)
[스포츠데이] 서울 백준석 단장 “합의는 없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법적 조치 감행할 것.” [포포투코리아] 프로축구연맹 측 “가해자에 대한 징계는 우리가 내릴 수 없다, 우리는 사건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움직일 뿐.” [스카이스포츠코리아] 여전히 불리한 여론, 수원 블루는 언제까지 방관할 생각인가?수원의 늦장 대응과, ‘블루 본’의 변명만 가득한 입장문에 축구 팬들은 등을 돌린 지 오래였다.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기존에도 수원 측 소모임의 악질적인 행동들은 꾸준하게 문제 됐었기 때문.
심지어 법무팀을 통해 가해자들에게 공동 상해 혐의로 고소 조치까지 마친 상황이라, 일이 생각한 것처럼 안 풀린다는 걸 저쪽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슬슬 연락이 오겠네.’
남은 건 시간이 해결해주겠다는 판단하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사들이 쭉 나열된 인터넷 창을 끄고, 여름 이적 시장을 대비해 선수들의 데이터를 정리해둔 파일을 열려고 할 때였다.
기다렸다는 듯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하는 전화.
‘내선전화?’
나는 모니터 옆에서 빨간 불을 번쩍이고 있는 전화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단장실입니다.”
-운영팀 신지섭입니다. 단장님한테 걸려 온 전화가 있어서요.
“저한테요? 누구한테 온 연락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 이번 사건 가해자의 부모입니다.
* * *
“네. 단장 백준석입니다.”
예상됐던 연락. 가해자가 10대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부모에게서 연락이 오는 건 당연했다.
좋은 감정으로 통화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자, 전화기 너머로 기어들어 가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휴······ 백 단장님 안녕하세요. 창현이 엄마 되는 사람입니다······ 잠깐 통화할 수 있으실까요?
김창현. 이번 ‘블루 본’ 폭행 사건의 실질적인 주도자. 영상 속에서 폭행에 가장 앞장섰던 가해자기도 했다.
“네. 가능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공식적인 사과문조차 올리지 않았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해자 측에겐 싸늘한 감정만이 앞장섰기 때문에, 싸늘한 목소리가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게 또 일이 이렇게 돼버려서 경황이 없어서 연락이 늦었습니다······.
“늦었다라······. 영상이 뜬 지 3일째 되는 날인데, 시간이 없었다고 하는 건 납득하기 힘드네요.”
-······ 아무래도 정확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또다시 지끈거리기 시작하는 관자놀이.
짧은 대화 몇 마디를 나눠봤을 뿐이지만, 벌써 이 사람과는 대화해 봐야 의미 없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머릿속을 맴돌았다.
“시시비비라는 단어는 지금 상황에서 쓰실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상을 보셨으니까 아시겠지만, 저희 서포터즈측에선 폭행을 유발할 만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거든요. 혹시 영상을 안 보셨나요?”
-아뇨. 봤습니다만······.
“그런데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그것도 사흘이나 지났는데 말이죠.”
-······.
“그런 말씀을 하시려고 연락을 주신 거라면, 통화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추후에 법무팀과 통화 나누시죠. 그럼 이만······.”
생산적이지 못한 통화를 질질 끌고 있을 정도로 내 시간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았다.
당장 여름 이적 시장에 ‘블랙번’과 ‘서울 유나이티드’의 영입‧방출 명단을 준비해야 했으니까.
망설임 없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고 할 때,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 잠시만요! 백 단장님! 잠시만요!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단장님이 원하시는 대로 최대한 맞추겠습니다······! 저희 애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랬어요······! 어떻게 한 번만 안 될까요······?
“맞추셔야 할 대상이 잘못되셨어요. 피해자 측에 먼저 연락하셨어야죠.”
보통 이런 부류는 뻔하다.
그저 눈앞에서만 잘못했다고 하면서, 은근슬쩍 동정심을 사려는 얄팍한 술수.
그들에겐 자기 아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고, 그것을 진지하게 훈육할 생각보단 당장 눈앞에 떨어진 ‘법적 조치’라는 급한 불을 끄기 바빠 보였다.
‘구역질이 나는군.’
한숨을 푹 내쉰 나는,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말을 덧붙였다.
“요구 조건은 간단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 그리고 공식적인 사과문 게시와 재발 방지 및 소모임 ‘블루 본’의 해산입니다.”
이런 당연한 걸 이쪽에서 해달라 하는 것도 역겨웠지만, 이미 이기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상대방이 이런 걸 생각해봤을 리가 만무했다.
요구 조건을 제시하자, 그제야 상대방의 목소리에 화색이 도는 것이 느껴졌다.
-그, 그것만 하면 되는 거죠?
“네.”
-정말로 그렇게만 하면 고소 취하해 주시는 거죠······?
그들이 원하는 최종 목표인 고소 취하.
그러나 그들이 생각 못 한 것이 하나 있었다.
지금 ‘갑’의 입장은 나라는 걸. 그리고 이미 처음부터 용서해줄 마음 따위는 진작에 꺾였다는 걸 말이다······.
“어머님.”
-네, 네?
“그건 피해자 쪽에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제가 요구한 건 가해자 쪽에서 응당 해야 하는 도의적인 절차에 불과하고요.”
-······.
“조속한 처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싸늘한 말과 함께 나는 망설임 없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 * *
[YSN] 수원 블루 측 “늦장 대응에 팬들에게 죄송할 따름. 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돼.” 가해자 측 경기장 2년 출입 금지 결정. [스포츠데이] 수원 블루 소모임 ‘블루 본’ 2차 입장문과 사과문 동시 게재. 수원 블루에선 소모임 즉각 해체 약속. [글로벌뉴스] 서울 유나이티드 측 “참담한 심정이었고, 축구 경기 관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질까 봐 최대한 강경 대응을 취했다.” [뉴스연합] K리그 ‘슈퍼매치’ 서울 팬 폭행한 수원 팬들 공동 상해 혐의로 형사 고발. [포포투코리아] 수원 블루 ‘이준배’ 단장 전격 해임. 차기 단장은 과거 영광 함께 했던 ‘이종석’ 전 단장이 될 것.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운영을 보여드려 죄송한 마음 뿐…달라지는 건 없었다.
예정대로 진행했을 뿐이고, 원래 피해자 쪽에서 일방적으로 폭행당했을 뿐이니까.
우리는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린 서포터즈의 편에 같이 서서, 힘이 되어줬을 뿐이었다.
물론 마지막으로 형사 고발 진행 전에 피해자 측에 합의 의사를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내 예상대로였다.
‘합의 생각 없습니다. 엄중한 처벌이 내려졌으면 좋겠어요. 단장님.’
그 말을 듣고 어떤 사람이 합의 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을 꺼내겠는가.
애초부터 그럴 마음도 없긴 했지만.
수원 블루는 이 사건에 늦장 대응을 일삼고, 여론이 최악으로 치달은 ‘이준배’ 단장을 즉각 해임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수원 팬들의 마음을 달래줬다.
그들에게 있어서 짐이나 마찬가지였던 무능한 단장. ‘이준배’.
수원 블루를 좀 먹던 암세포가 사라지고, 과거 수원의 영광을 이끌었던 단장 ‘이종석’의 등장은 몇 시즌 내로 수원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것 같았다.
이종석 단장만큼 국내 리그에서 단기간에 성적을 내는 사람도 드물었으니까.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군, 수원은.’
전체적으로 아시아 축구가 상향 평준화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선진 축구 시스템을 도입해 내부에서부터 바뀌어 가는 과도기 같은 이 시기를 거친다면 아마 근 몇 년 안에는 K리그의 경쟁력 또한 상당히 높아질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맞춰서 우리도 계속 높은 곳을 노려야겠지. 내가 아니더라도 말이지······.’
바탕화면 구석진 곳에 있는 ‘서울 유나이티드 여름 이적 시장’이란 폴더와 그 옆에 ‘블랙번 여름 이적 시장’ 폴더가 나란히 있는 걸 보고 있으니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게 여실히 와닿았다.
‘능력치만 봐서도 충분히 좋은 선수를 가려낼 수도 있긴 하지만, 예전에 다카이치 아키라 때처럼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요소가 분명히 있을 거야. 그러려면 서울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유럽에서의 경기를 한 번 봐야 한다는 소린데······.’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기까지 고작 한 달.
그나마 한국의 여름 이적 시장은 유럽 리그의 겨울 이적 시장과 비슷한 추세라 부상으로 전력 누수가 일어난 포지션을 급하게 선수 영입으로 보강하는 시즌이긴 했다.
문제는 그 당사자가 우리라는 것.
‘좋은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전술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 아직 부족해. 무엇보다 임민우는 1년 단기 계약. 그의 대체자도 가급적이면 이번 시즌에 영입해서 팀에 녹아들 수 있어야 하니까······.’
거침없는 연승 가도를 달리며 최고의 전반기 성적을 내는 서울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이 흐름을 유지해서 후반기까지 안정적으로 순위권 싸움을 해야 했다.
‘최소 둘. 3선 자원이랑, 될 수 있으면 우측 윙백 자원도 보강하는 게 좋겠어.’
3선 자원은 전에 생각해 두던 대구의 원창진이 1픽 이었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지만, 우측 윙백 쪽은 마땅한 선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니터에는 수많은 윙백 선수들의 데이터가 화면에 떠 있었지만, 여름 이적 시장에 나온 매물 중에서 확실하게 서울로 데려올 수 있는 자원은 거의 전무하다 싶을 정도.
‘그나마 마음에 드는 선수들은 모두 주급이나, 이적료 둘 중 하나가 빡빡하니까 너무 고민인데······.’
적어도 다음 시즌부터 서울을 맡게 될 단장에게는 어느 정도 안정된 선수단을 물려주고 싶었다.
나처럼 바닥부터 쌓아 올리기에는 리그의 수준이 점차 발전하고 있었으니까, 자칫 잘못했다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성적이 곤두박질칠 수도 있었다.
‘누구 없나 진짜. 일단 이번 시즌이라도 안정적으로 끝마치려면 우측 윙백은 필순데.’
주전 윙백 자원인 신지우가 저번 시즌 대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곤 하지만, 늘 공격적인 부분에선 아쉬움이 남는 선수였다.
본세비치 감독도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끌려가는 상황 속 변수 창출을 위해서 이기석이나 강현석을 신지우와 교체시켜 공격적인 윙백 롤을 부여할 정도였다.
‘잠깐만. 꼭 프로팀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지. 당장 소속팀이 없어서 독립구단에서 몸을 만드는 선수도 있잖아?’
독립 구단은 이른바 ‘프로 등용문’이라 불릴 정도로 좋은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팀이 구해지기 전까지 몸을 만드는 곳이기도 했다.
그 생각과 동시에 책상 위에 있는 내선 전화의 4번을 꾹 누르자, 짧은 신호음 뒤에 앳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스카우트 팀 박진수입니다.
“백준석입니다. 혹시 독립 구단 선수들 데이터 가지고 있나요?”
-독립구단이라면······. 리그 미등록 선수들 모여있는 곳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많이는 없는데, 예전에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라면 데이터는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선수 데이터 분석 면에선 그만한 자가 없었다.
애초에 입사 면접 때부터 방대한 양의 선수 데이터를 들고 일일이 분석하면서 현재 서울의 취약 포지션에 알맞은 선수 추천 명단을 들고 왔던 걸로 유명했으니까.
“바로 제 쪽으로 좀 보내주시겠어요? 아 가급적이면 우측 윙백 위주로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단장님.
“혹시 얼마나 걸릴까요? 명단 확인해보고 한 번 보러 가려면 한 시간 안으론 출발해야 할 거 같아서······.”
검증할 수 있는 리그 경기가 별로 없는 독립구단 특성상, 훈련하는 모습이라도 직접 봐서 판단을 내려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빠듯했다.
그러자 박진수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5분 내로 단장님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나 통화를 마친 뒤, 5분은커녕 단 3분 만에 바탕화면 하단에 있는 메일 아이콘이 번쩍였다.
메일함에 도착해 있는 건 역시나 박진수가 보낸 독립구단 선수 명단.
파일 크기가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역시 윙백 위주로 추리다 보니 선수들이 얼마 없는 모양이었다.
‘총 20명 정도라······ 독립구단도 꽤 많구나.’
박진수가 보낸 명단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며 쭉 내리던 도중, 가장 하단에 위치한 선수의 능력치가 단번에 내 눈을 사로잡았다.
23세(1998.12.12)
주발: 왼발
FC아브닐 소속. 윙백(오른쪽), 수비수(중앙, 오른쪽)
주력: 12 가속도: 11
지구력: 12 헤딩: 9
태클: 13 크로스: 15
짧은 패스: 12 타고난 체력: 13
‘오른쪽 윙백에서 뛰는데 주발이 왼발이라고? 인버티드로 뛰는 선수인가?’
주로 오른발잡이 수비수가 오른쪽 윙백 자리를 맡는 것과 달리, 반대 발이 주발인 선수가 측면에 서 있는 걸 인버티드라 부르곤 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완전 드문 케이스는 아니지만, 좀 놀라운데.’
그러나 독특한 스타일과 별개로 능력치는 당장 준주전급 자원으로 활약하기에 적당한 수치였다.
강한 압박을 취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 그리고 타 선수들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는 속도까지.
헤딩 수치가 낮은 게 흠이긴 했지만 대신 크로스 수치가 높았다.
‘이 선수는 직접 뛰는 걸 한번 봐야겠는데?’
그 외에도 다른 매력적인 선수가 있는지 명단을 꼼꼼하게 점검했지만, 아쉽게도 박명원과 비슷한 정도의 능력치는 보이지 않았다.
결심을 굳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 등받이 걸어뒀던 재킷을 입으며 단장실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