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58)
59. 잠깐 다녀올게요(1)
‘지난 시즌부터 간간히 쓰던 게 플랜 B였던 모양이군.’
본세비치 감독은 플랜 A와 B가 완전히 상반된 스타일의 전술을 채택하는 괴짜였다.
보통은 플랜 A에서 몇 가지 범주만 변형해서 들고나오는 경우가 태반인데, 본세비치 감독은 플랜 A와 B가 극명하게 갈린다 싶을 정도로 전술적 포인트가 달랐다.
‘다른 건 애매하긴 해도 직선적인 침투 움직임과 나쁘지 않은 연계 때문에 송이진 선수를 원하는 건가.’
확실히 10여 분 남짓한 영상은 주로 송이진의 침투 움직임 위주로 편집돼 있었다. 마치 그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처럼.
흔히 말하는 축구 지능 같은 부분은 능력치에 산출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경기를 보면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송이진이 딱 그런 케이스였다.
‘객관적인 능력치를 믿느냐 아니면 감독의 안목을 믿느냐인데······’
마음 같아선 비슷한 롤을 수행하는 더 좋은 능력치의 선수를 찾아 제안하고 싶었지만, 본세비치 감독은 지난 3년간 자신이 한 번 꽂힌 선수가 있으면 어떤 제안을 해도 생각을 바꾸지 않을 정도로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런 뚝심 때문에 영입 당시 최악의 판단이라던 강치우를 리그 내 탑 공격수로 키워내 자신의 안목을 증명할 수 있었던 거겠지만······.
‘한 번 더 믿어볼까······ 본세비치 감독의 안목을······.’
내 최종 결정만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지 회의실 내부는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해져 있었다.
고민을 마친 나는 연신 딸깍이던 볼펜을 재킷 가슴 주머니에 꽂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본세비치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송이진 선수라······ 가시죠. 감독님의 안목을 또 한 번 믿겠습니다.”
그러자 통역을 통해 내 뜻을 이해한 본세비치 감독은 씩 웃어 보이며 내가 내민 손을 강하게 잡았다.
* * *
[스포츠데이] 서울 유나이티드 여름 이적 시장도 바쁜 행보···! 세 명의 선수와 접촉 중··· [포포투코리아] 서울 유나이티드, 경남 다이너스티 주전 공격수 송이진과 개인 협상 완료. [스카이스포츠코리아] 송이진, 서울 유나이티드로 이적 근접··· 이적료 1억 책정. [YSN] 송이진 새로운 본세비치 감독의 황태자가 될 수 있을까? 서울 이적에 근접한 송이진.경남과의 협상은 큰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 말고도 송이진에게 오퍼를 넣은 구단이 여럿 있었지만, 경기 출장 가능성, 그리고 현재 구단의 성적 등을 고려해 송이진은 우리를 택했다.
현재 서울만큼 최전방 공격수 자리 뎁스가 얇은 팀은 없었기 때문.
물론 민찬영이라는 아주 걸출한 신성 공격수가 떡하니 버티고 있긴 하지만, 본세비치 감독이 직접 플랜 B에 대해서 설명해줄 정도로 본세비치 감독은 송이진의 영입에 진심이었다.
‘감독이 자신의 플레이를 보고 원한다’라는데 거절할만한 선수가 몇이나 있겠는가. 심지어 지금 좋은 성적을 내는 감독의 말이어서 그런지 효과는 배로 올라갔다.
‘그래도 체급으로 밀어붙여서 그런지 싸게 먹히긴 했어. 1억 이상의 이적료를 지불하는 건 살짝 망설여질 뻔했는데 말이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게 이적 시장의 흐름이라지만, 이미 타 구단보다 월등한 체급으로 송이진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그에게 책정된 이적료보다 살짝 적은 금액으로 오퍼했다.
경남 측에서 송이진의 몸값으로 책정했던 금액은 1억 6천.
그러나 송이진 선수의 이적 요청과 다른 구단들 쪽에서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오퍼를 했기 때문인지 결국 경남은 우리의 1억 오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으면 가격을 더 후려쳐서 데려올 수 있는 게 무조건 좋긴 하지만, 그랬다간 경남이 송이진을 팔지 않을 걸 염려해 마지노선이라 생각할 수 있는 1억을 오퍼했다.
‘박명원, 이신우 선수는 내일 있을 연봉 계약만 마치면 바로 구단에 합류할 거고, 송이진 선수는 2주일 뒤 합류라······ 시기상으로 나쁘지 않아. 팀 훈련을 통해 전술에 녹아들고 경기에 나오기 시작할 때는 딱 우승권 경쟁으로 치열한 시기니까.’
이번 시즌 마지막 퍼즐이 될 이적 예정 선수들의 데이터 정리를 마친 나는 뒷전으로 미뤄놨던 팬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BEST] 경남 송이진, 서울 이적 초근접.-적어도 2억은 부를 줄 알았는데 경남 의외네. 1억 땡처리는 경남 입장에서 손해 아님?
↳손해지. 근데 선수 본인이 이적 요청 때리고, 만약에 2억 불렀다가 영입할 팀이 다 제안 철회해버리면 그게 더 복잡해진다고 판단한 듯?
↳서울이 개 잘 산 거긴 함 ㅋㅋㅋㅋㅋ 애초에 송이진은 K리그 중상위권 팀 가서도 충분히 옵션으로 활약할만한 선수기도 하고
↳경남 경기 보는 사람이 있을 진 모르겠는데, 하는 거 보면 왜 여깄지? 하는 생각 들긴 함. 약간 인자기 스타일. 기술적으로 와 뛰어나다! 이런 건 아닌데 공격포인트 쌓는 거 보면 어느새 쌓여있고 그럼 ㅋㅋㅋㅋㅋ
↳지금이야 민찬영 없어서 그 자리 들어가겠는데, 나중에는 빅앤스몰마냥 전방에 투톱 세워놓고 패스만 찔러넣어도 재미 좀 볼 듯 ㅋㅋㅋㅋ
[BEST] 나머지 선수 보강은 독립 구단에서 데려올 거라는데? 이거 맞냐?-독립 구단이면 팀 없는 애들 임시로 모여있는 곳 아님? 이번에 서인창도 3억인가에 판 거 같은데 제대로 된 애들 데려오는 게 맞지 않음?
↳아브닐 말하는 거면 거기가 독립 구단 중에 제일 잘하는 곳임 ㅋㅋㅋ 너튜브에도 영상 있음. 해외로도 진출 많이 시키고 그럼.
↳이번에 포항에서 5도움 박은 미드필더가 아브닐 출신이잖아 ㅋㅋㅋㅋㅋ 그리고 울산에서 캐리 중인 이치우도 아브닐 출신이고 거기 은근히 노다지임 ㅋㅋㅋㅋ
↳이적료 안 들어, 연봉도 싸, 어느 정도 실력 있는 애들이야. 난 괜찮은 전략이라고 봄
↳근데 잘 모르겠다 진짜 재능있다고 불린 애들은 이미 다른 구단이랑 다 계약해서 거기에 쓸만한 선수가 남아있는지는···
나쁘지 않은 반응. 다행히 강치우가 처음 서울에 입단하기 전 반응처럼 거센 반응이 일지는 않았다.
물론 그 당시 J리그에서 최악의 폼을 보여줬던 강치우와 경남에서 준수한 폼을 보여주고 있는 송이진은 출발선 자체가 다르긴 했다.
‘그러면 서울의 이적 시장 문제는 얼추 다 해결했고······ 남은 건 블랙번 쪽인가······.’
모니터 옆쪽에 놓여있는 탁상 달력에 빼곡히 적혀 있는 스케줄들. 그러나 추후 2주 정도 가량은 경기도 없고, 처리해야 할 중요한 업무도 없었다.
‘한 번 가봐야 하긴 하는데 말이지······.’
이미 루이 감독과는 이메일을 통해 이적 시장 방향성에 대해 활발히 연락을 주고 받곤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텍스트라는 한계점이 뚜렷했다.
책상을 간헐적으로 두드리며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단장실 문을 노크한 운영팀장이 검은색 파일철을 쥔 채 들어왔다.
“뭐하세요?”
“고민합니다.”
“무슨 고민이요?”
“어떻게 하면 시간을 알뜰하게 쓸지 그런 고민이요.”
그러자 운영팀장은 결재받기 위해 들고 온 파일철을 책상 구석 쪽에 내려두며 피식 웃어 보였다.
“지금도 충분해요. 여기서 더 알뜰하게 쓰시면 그러다 진짜 병난다니까요? 어제 퇴근하셨어요?”
“······ 안 했죠······.”
“저한테 맨날 쉬엄쉬엄하라고 하실 때가 아니라니까요.”
운영팀장의 말처럼 최근 뭔가에 쫓기듯 업무에 매달렸던 건 사실이다.
‘블랙번 로버스’의 컨설턴트 업무 때문에 서울 유나이티드 단장으로서 해야 하는 업무에 지장을 주는 건 딱 질색이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중요 안건 위주로 빠르게 처리하는 중이었다.
“흠흠···! 오피셜 영상 준비는 끝났죠?”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돌리자, 운영팀장이 내려뒀던 검은색 파일철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네. 홍보팀에서 세 개 영상 한 번에 준비한다고 곡소리 나긴 하는데, 멋지게 잘 만들었더라고요.”
“좀 있다 체크 한 번 해볼게요. 영상 길이가 또 너무 짧으면 임팩트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미리 준비해둘게요.”
“아, 경남 측에서 송이진 선수 관련해서 따로 연락 온 부분은 없죠?”
“없습니다. 예정대로 송이진 선수는 예정대로 2주일 뒤에 구단에 합류할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또······”
“없어요. 없어. 지금 들고 계신 경기장 전광판 광고 계약 연장 건만 확인해 주시면 끝이에요 끝.”
운영팀장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하자, 나는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건네준 광고 계약 연장 서류를 들여다봤다.
“왜 그렇게 서두르시는 거예요?”
꼼꼼하게 광고 계약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 앞쪽에서 기다리던 운영팀장이 아까와는 사뭇 달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온전히 서울 유나이티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말끝을 흐린 나는 단장 서명란에 사인을 마친 뒤, 결재 파일을 덮으며 나지막이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조금 급했나 봐요. 저는 이번 시즌 서울이 반드시 우승하게 만들고 싶거든요. 여깄습니다.”
그 말과 함께 서명 완료된 결재 파일을 운영팀장에게 건네자,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결재 파일을 받았다.
“아, 그리고 다음 주에 연차 남은 거 다 쓰겠습니다.”
“네? 갑자기요?”
아까까지 씁쓸한 미소를 띠고 있던 운영팀장이 내 말을 듣자마자 놀랬는지, 다급하게 내게 되물었다.
“갑자기라기보다는 방금 운영팀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좀 쉬면서 하려고요. 근데 따지고 보면 방금 결정한 거긴 하네요.”
“······”
“다음 주는 딱히 처리해야 할 업무도 없고, 경기도 없으니까 쓰려면 그때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차 쓰시면 뭐 하시려고요······? 평상시에 쓰라 해도 할 거 없다고 죽어도 안 쓰시던 분이······?”
운영팀장은 내가 연차를 쓴다는 게 믿기지 않는지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되물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씩 웃어 보이며 단장실 뒤로 보이는 경기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 번 가보려고요. ‘블랙번’에.”
* * *
영국 블랙번에 있는 20층 규모의 빌딩.
건물 외벽에는 VH라는 영문자가 큼직하게 박혀 있었고, 건물 옆쪽에는 블랙번 로버스의 홈구장인 ‘이우드 파크’가 나란히 붙어있었다.
20층에 있는 큼직한 방 안에는 VH 그룹의 막내아들인 이시훈이 옅은 미소를 띤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씀하신 대로 준비 끝냈습니다.”
가운데 소파에 앉아 통화를 끝마친 김종수 이사는 핸드폰을 재킷 안 주머니에 넣으며 이시훈에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비행편이랑 와서 묵을 숙소랑 전부 준비 끝난 건가요?”
“네. 최대한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준비 끝냈습니다.”
“그래요. 우리 백 단장님 멀리서 오는데, 적어도 편하게 있다가 가야죠.”
“그런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백 단장이 무조건 영국으로 한 번 온다는 걸······?”
김종수 이사의 물음에 이시훈은 밖에 훤히 보이는 통유리창에 자기 손을 가볍게 올리며 씩 웃었다.
“눈이 다르잖아요. 여태까지 수많은 단장 후보들을 만나봤지만, 그렇게 확신에 차 있는 눈은 본 적이 없거든요.”
“······”
“그리고 선수들을 직접 보면서 이적을 결정하는 스타일이라 그래서 왠지 모르게 올 것 같았어요. 물론 진짜 올 거라고 100% 확신한 건 아니지만.”
이시훈이 장난스럽게 말을 끝내자, 김종수 이사는 더는 묻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우리 백 단장님 오자마자 뭘 할지 참 기대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