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61)
62. 잠깐 다녀올게요(4)
‘호르타는 개인 합의까지 마무리했고, 나머지 선수들과도 구단 합의까지는 끝났어. 남은 건 조던 화이트뿐인데······.’
조던 화이트의 에이전트와 가졌던 2차 협상 테이블.
양측의 주급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은 3차 협상으로 미뤄졌다.
그러나 조금의 진전이 있었던 건, 조던 화이트 측에서 3만 파운드로 고집하던 주급을 2만 7천 파운드까지 내렸다는 것.
다만 우리가 원하는 조던 화이트의 적정 주급은 2만5천 파운드였다.
한 푼이라도 아껴서 추가적인 선수 영입을 도모하려는 것도 있지만, 덜컥 2만 5천 파운드 이상을 줘버리면 선수단의 주급 체계가 흔들릴 것도 염두에 뒀기 때문.
‘선수 생활 황혼기인 32세 베테랑 선수에게 많은 주급을 때려 박고 데려오면, 그 후에 선수단 연봉 협상 과정에서 분명히 발목을 잡을 거야.’
차라리 구단에서 좋은 모습을 이미 보여준 앤드류 테일러가 재계약을 박고 그 요구로 주급 인상을 요구했다면 흔쾌히 받았을 수도 있다.
앤드류 테일러는 블랙번에서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증명한 선수니까.
그러나 조던 화이트는 달랐다. 그 역시 블랙번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도전하는 신세.
그리고 아무리 선수 생명이 늘어난 현대 축구라고 해도 언제 폼이 확 죽어버릴지 모르는 30대의 선수다.
리스크가 있는 건 서로가 마찬가지.
‘이우드 파크’ 내부에 있는 임시로 마련된 단장실에서 어떻게 의견 차이를 좁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잭이 가볍게 문을 노크하며 들어왔다.
“단장님. 부탁하셨던 조던 화이트의 커리어 별 스탯입니다.”
“고마워요. 라리가 쪽에 가 있는 스카우트 팀에게 연락은 왔나요?”
잭이 건넨 자료를 받으며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오전 중에 두 명의 스카우팅 리포트 도착했습니다.”
마음 같아선 해외 리그 선수들까지 모조리 보고 판단하고 싶었지만, 잉글랜드에 머무르는 시간도 한정적이었기에 리그앙과 라리가 쪽은 블랙번의 스카우트팀에게 부탁해뒀었다.
“리그앙 쪽은 아직이죠······?”
“아무래도 프랑스로 출국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이적 시장 기간이라 경기도 없어서 스카우트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모양입니다······.”
원래라면 조던 화이트 영입을 끝으로 한두 명의 선수만 추가 보강을 하면 블랙번의 여름 이적 시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않았던 구단주 이시훈의 전폭적인 추가 지원.
그는 무려 80억이라는 거금을 선수 이적 자금에 추가해줬다.
“미안하지만, 프랑스로 나가 있는 스카우트 팀에겐 서둘러 달라고 전해주세요. 추가적인 영입이 가능해진 지금으로써는 그쪽이 더 급해요.”
80억이면 다소 아쉬웠던 포지션을 상당히 준수한 선수로 보강할 수 있는 금액.
셰필드 측과는 선수 이적료 120억으로 합의가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지원금으론 공격수와 미드필더 한 자리씩을 보강할 생각이었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중앙 미드필더와 공격진 쪽 멀티 자원 정도가 지금 블랙번에게 딱 필요한 선수들일 거야.’
스카우트 팀을 파견 보낸 선수들의 면면을 떠올리며 선수단의 공수 밸런스를 따지고 있을 때, 잭이 작은 수첩에 무언갈 열심히 적으면서 물었다.
“그런데 단장님. ‘케빈 호프만’ 선수가 어째서 추가 영입전에서 가장 우선시하시는 건가요?”
“······”
“아, 제 말은 한국에 계실 때부터 ‘다비드 페레스’ 선수를 데려올 여건이 되면 가장 먼저 고려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잖아요.”
잭이 혹시나 자신의 뜻이 잘못 전달됐을까 허둥대며 다시 설명하자, 나는 씩 웃으며 들고있던 조던 화이트의 자료를 내려놨다.
“맞습니다. 데려올 수 있다면 ‘레알 베티스’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다비드 페레스’ 선수를 우선으로 데려오는 게 맞죠.”
“······”
“그러나 그건 저희가 가용할 수 있는 이적 자금이 250만 파운드(한화 약 40억) 이내였을 경우에 내렸던 판단이었습니다. 500만 파운드(한화 약 80억)라는 거금이 생긴 지금으로선 얘기가 다르죠.”
이적 자금을 타이트하게 쓰는 건 그렇게 좋은 방안은 아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프리미어 리그 승격’이라는 대업을 달성하기 위해선 감독이 전술적으로 요긴하게 써먹을 선수들을 한 명이라도 더 데려와야 했다.
“반면에 케빈 호프만 선수는 340만 파운드(한화 약 55억)라는 다소 높은 이적료가 걸림돌이긴 하지만, 지난 시즌 보르도에서 13골을 뽑아낸 아주 좋은 멀티 자원입니다. 알렉스 페드로에게 화력이 다소 집중된 블랙번의 공격 다양성을 만들어줄 선수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리그앙 자체가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은 리그이지 않습니까. 페레스 선수는 지난 시즌 라리가에서 10골이나 넣은 선수인데, 오히려 이적료가 더 싼 페레스 선수 쪽이 더 나은 거 아닌가요?”
잭은 이해가 잘 안가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자, 나는 차분하게 책상 위에 올려놨던 태블릿 PC를 터치해 케빈 호프만의 프로필을 보여줬다.
“물론 잭의 말처럼 라리가에서의 10골이 더 순도 높은 값어치가 있는 건 맞습니다. 다만······ 제가 고려한 건 케빈 호프만의 클럽 이력에 있어요.”
가볍게 태블릿 PC 화면을 터치하자 케빈 호프만의 클럽 이력 화면으로 넘어갔다.
“현재 프로 축구 선수로서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케빈 호프만 선수는 여태까지 총 5개의 클럽을 돌아다녔습니다. 그것도 각기 다른 리그 소속으로요.”
“저니맨······ 이네요······. 그런데 저니맨이 어째서 중요한 건지······.”
“하하하, 진정해요. 잭. 중요하게 봐야 할 건 각각의 리그에서 그가 터트린 득점 데이터입니다.”
“아···!”
“어째서 호프만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 자원인지 감이 오시나요?”
케빈 호프만이 여섯 시즌 동안 돌아다닌 리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잉글랜드 챔피언십, 라리가, 분데스리가, 리그앙 이렇게 총 다섯 군데.
레스터 시티 소속으로 처음 프리미어 리그에 데뷔한 시즌엔 컵대회 포함 17경기 0골 2도움이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은 그였지만, 그다음 시즌 볼턴으로 임대 이적을 하며 본격적으로 득점포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프리미어 리그를 제외하고 각기 다른 리그에서 10골 이상씩 꾸준하게 넣어주고 있어요. 그것도 모두 임대 이적 신분으로 말이죠. 이건 다르게 해석하면 적응기가 필요 없는 공격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챔피언십에서의 경험도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더더욱 적응 기간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반면에 페레스 선수는 ‘셀타 비고’에서 4년째 뛰고 있지만 한 시즌 통산 10득점을 넘은 건 저번 시즌이 최초입니다. 만약에 데려온다고 하더라도 리그 적응기가 꼭 필요할 것이고, 운이 없으면 저번 시즌 폼의 반도 못 보여줄 확률이 높죠.”
“확실히 페레스 선수 쪽이 리스크가 더 크네요······.”
잭은 이해가 됐는지 자기 턱을 매만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보르도에서 이 정도 활약을 펼쳤으면 레스터에서 다음 시즌 구상에 케빈 호프만 선수를 넣지 않았을까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어째서요?”
“레스터엔 호프만 선수의 자리가 없거든요.”
프리미어 리그의 동화 같은 우승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레스터 시티. 그 우승 이후로 현재까지 리그 중상위권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클럽이었다.
“이번 시즌 레스터가 보강하려고 하는 포지션은 우측 윙포워드. 그리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입니다. 좌측 윙포워드야 뭐······ 레스터의 신성이라 불리는 ‘하비 반스’ 선수가 두 시즌 전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했으니 그쪽도 자리는 없구요.”
“······”
“백업 자원으로 쓰기에도 애매할 겁니다. 그곳엔 호프만보다 더 유망한 선수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거든요. 아마 레스터 쪽에선 제의만 온다면 호프만의 판매 대금으로 리옹 소속의 아우아르 선수 영입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할 겁니다.”
케빈 호프만은 내가 처음 이적 명단을 만들던 때부터 계속 고려했었던 선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레스터의 향후 이적 시장 방향성. 그리고 레스터에서 주전 자리를 두고 경쟁할 선수들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호프만이 레스터로 돌아가 주전 자리를 꿰찰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고 판단을 내렸다.
잭은 궁금증이 명쾌하게 해결됐는지 숱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말했다.
“그렇다면 페레스 선수는 호프만 선수 이적이 틀어졌을 경우를 대비한 보험이었던 거군요.”
“100% 이 선수가 이적 후 흥하고 망한다를 판단할 수는 없어서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하려 한 거긴 합니다. 어찌 보면 보험이 맞겠네요.”
“알겠습니다. 프랑스 쪽 스카우트팀한테 최대한 서둘러달라고 연락 넣어두겠습니다.”
“고마워요. 잭.”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감사 인사를 표하자, 잭은 자신만 믿으라는 것처럼 씩 웃으며 임시 단장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너만 오면 된다. 호프만······ 이적에 걸림돌이 될만한 요소만 없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태블릿 PC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케빈 호프만의 능력치를 마지막으로 확인해봤다.
26세(1995.04.25)
주발: 오른발
레스터 시티 FC 소속. FC 지롱댕 드 보르도 소속(임대 이적). 공격형 미드필더(왼쪽), 공격수(오른쪽)
판단력: 13 시야: 13 패스: 13
주력: 16 민첩성: 16 퍼스트 터치: 16
가속도: 16 천재성: 15 개인기: 16
중거리 슛: 14
특이 사항: 클럽에 정착하고 싶음. 원소속팀의 대우가 마음에 들지 않음.
* * *
[스카이스포츠] 명가 부활을 노리는 블랙번 로버스. 주앙 호르타 영입 근접···! [BBC] 레스터 소속 케빈 호프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게 이적 시장이다.” 블랙번 로버스로의 이적설. [포포투] 아직 공개되지 않은 블랙번의 단장. 효율적인 이적 시장으로 존재감 과시 [커트오프사이드] 이번 시즌 이적만 6명. 블랙번의 파격적인 행보엔 대체 누가 있는가?! [스포츠다이렉트] 단장 교체까지 감행한 블랙번 로버스. 프리미어 리그로의 화려한 복귀를 이끌 수 있을까? [인디카일라] 조던 화이트 블랙번 로버스로 이적 초근접. 구단 합의 완료. 이적료는 750만 파운드.‘이우드 파크’ 옆쪽에 자리하고 있는 VH 그룹의 사옥. 가장 높은 층에 있는 집무실에는 이시훈이 흡족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유력 언론사들의 기사들, VH 그룹의 실시간 주가와 블랙번 로버스의 승격 배당률 그리고 현지 팬들의 생생한 반응들이 빼곡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 팀들의 소식이 주를 이루는 공신력 있는 언론사들조차 주목할 정도로 백 단장이 밀어붙이는 이적 시장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좋아. 아주 좋아. 덤으로 VH 그룹 주가도 오르고 있고, 이번 시즌 승격 배당률도 상당히 많이 올랐어.’
심지어 공신력 있는 언론사들뿐만 아니라, 팬들의 반응 또한 지난 시즌에 비해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좋았다.
-신임 단장이 누군지 왜 말을 안해주는 거야?
↳우리 구단주는 숨기는걸 좋아하니까. 너가 참는 게 좋아.
↳누군지는 별로 안 궁금하니까 이대로만 해라. 영입하려는 선수들 다 좋은 선수들이잖아.
↳신임 단장 동양인이란 소리가 있던데…
↳인종차별은 좋지 않아. 신사답게 행동해.
↳블랙번을 다시 프리미어 리그에 올려만 준다면 신임 단장이 동양인이건 서양인이건 나에게 있어서 예수나 마찬가지다…
↳잠자코 기다려라. 성적 내시느라 바쁘시니까. 신임 단장님이 니 친구냐?
남들이 본다면 중요한 단장 자리에 동양인 단장을 그것도 잉글랜드 무대에 경험이 전무한 사람을? 이라며 질타했을 만한 상황.
그러나 이시훈의 안목은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컨설턴트 자격으로 온 지 이제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팬들의 신임을 두텁게 쌓는 게 보일 정도.
이시훈이 싱글벙글하며 모니터를 보며 현지 반응을 체크하고 있을 때, 집무실 소파에 앉아 통화를 끝마친 김종수 이사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상무님. 조던 화이트 선수. 주급 2만 5천 파운드로 개인 합의 완료했다고 합니다.”
이시훈은 그 얘기를 듣자마자 너무나 빠른 성과에 헛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허······! 아직 이적 시킬 수 있다고 장담한 지 일주일밖에 안 지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