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64)
65. 유종의 미(2)
21세(2000.10.09)
주발: 오른발
서울 유나이티드 소속. 공격수(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좌측)
골 결정력: 14▼ 중거리 슛: 13▼
주력: 14▼ 패스: 13▼
가속도: 14▼ 타고난 체력: 13▼
헤딩: 15▼ 시야: 11
위치선정: 16 팀워크: 14
몸싸움: 14▼
특이사항: 떨어진 폼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 서울이 우승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음. 구단의 트레이닝 세션에 만족스러움.
‘부상 복귀는 빨리했지만, 세부 능력치들은 조금씩 감소했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려면 당장 출전은 무리겠네.’
민찬영의 복귀가 한 달이나 빨라진 건 희소식이지만, 해외 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정도였던 능력치의 하락 폭은 조금 뼈아팠다.
탄탄한 피지컬로 중앙에서 버텨주며 머리, 발을 가리지 않는 슈팅으로 리그 초반 어마어마한 득점 페이스를 가져갔던 민찬영이었기 때문에 느껴지는 아쉬움.
‘그래도 송이진을 본세비치 감독이 기가 막히게 썼으니 뭐······.’
영국에서 돌아온 직후 진행된 리그.
서울은 송이진, 박명원, 이신우의 추가 영입을 통해 스쿼드를 한층 더 탄탄하게 보강했고, 심지어 다소 애매했던 오른쪽 풀백 자리에 박명원이 들어감으로써 전술적 다양함을 가져갈 수 있었다.
세 명의 이적생 중 단연 돋보인 건 송이진.
어제 있었던 포항과의 FA 컵 준결승전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서울로 이적한 뒤 10경기 6골 3도움이라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송이진 폼도 괜찮은데 괜히 무리해서 민찬영을 내보낼 필요는 없지. 천천히 몸 만들면서 파이널 라운드 때 한방만 해줘도 충분해.’
팀의 성적이 파이널 라운드도 겨우 들어갈 정도라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현재 순위는 2위. 1위 전북과의 승점 차는 2점 차.
심지어 파이널 라운드 37R 경기가 전북의 홈에서 열리는 단두대 매치였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모니터에 한가득 떠 있는 선수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대답하자, 유달리 기분이 좋아 보이는 운영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탁하셨던, 파이널 라운드 홍보 계획이랑, 시축 섭외 명단입니다.”
“고마워요.”
“네~”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에 고정한 채 운영팀장이 건넨 서류 파일철을 받아들다가 문득 묘한 기분이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뭐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생글생글 웃고 있는 운영팀장의 얼굴을 본 나는 다시 서류들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러자 운영팀장은 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뒤쪽에 있는 의자 여유분을 끌고 왔다.
“그럼요~ 좋을 수밖에 없죠! 우리가 FA 결승전 진출까지 해냈는걸요!”
“그렇게 좋아요?”
“아니 좋죠. 단장님은 안 기쁘세요? 우리 이대로만 가면 자력으로 더블 달성 가능하다니까요?”
리그 우승, FA 컵 우승을 한다면 운영팀장의 말대로 ‘더블’을 달성할 수 있었고, 포항전 3대1 승리가 기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예전부터 말했지만, 전 괜한 설레발은 치지 않습니다. 징크스가 있어서.”
그 말과 함께 단장 서명란에 내 사인을 한 나는 파일철을 덮어 운영팀장에 건네며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시축 섭외 명단 중에, 영화 촬영도 겸하는 게 있네요?”
“아, 영화 장면 중에 정치인이 시축하는 장면이 껴있었나 봐요. 혹시 가능하냐고 연락이 와서 일단 넣어놨는데 어떤 거 같으세요?”
“그냥 시축 과정을 카메라로 담기만 하는 건가요?”
“네. 저희 쪽에서 따로 준비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 장 현 씨 정도 되는 배우를 시축에 초대할 수 있으면 확실히 좋긴 하겠네요. 우리 쪽에서 굳이 신경 써서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요.”
구단 프런트 업무를 보면서 시축 과정을 영화에 내보낸다는 건 몇 번 들어보긴 했어도,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요즘엔 시축 섭외도 스토리가 있는 편이 팬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데, ‘장 현’ 정도 되는 배우를 접점 없이 데려올 수 있다는 건 상당한 메리트가 있었다.
“아, 그런데 상암 경기장에서 영화 촬영을 길게 가져가고 싶다고는 했습니다.”
“경기 전? 아니면 경기 후에요?”
“아뇨 그 시축이 끝난 뒤 상황을 길게 찍을 예정이라 하던데요?”
“그러면 혹시 인파가 촬영 현장에 몰릴지도 모르니까 경비팀에게 그쪽으로 인력 더 투입해달라고 해주세요. 그 정도만 하면 상관없을 겁니다.”
장 현은 국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자랑하는 배우다. 필시 촬영 현장에 사람이 몰리는 건 피할 수 없을 터.
그렇다면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인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했다.
운영팀장은 받아든 파일철을 펼쳐 슥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경비팀에는 제가 미리 전달해두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가볍게 고개를 숙인 운영팀장은 단장실을 나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가 이내 뭐가 떠오른 듯 내 쪽을 돌아봤다.
“아, 오늘 점심은 직원들 모두 나가서 먹을 거 같은데 단장님도 가실 거죠?”
“아뇨. 먼저 가서 식사하세요. 저는 나중에 따로 간단한 거 먹죠. 뭐.”
“에이, 오랜만에 팀원들이랑 같이 식사하러 가시죠. 네? 같이 가시죠~”
운영팀장이 내 거절 의사에도 포기하지 않고 졸라왔지만, 나는 그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일이 있어서요. 어느 정도는 마무리 해야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요? 오늘 단장님이 처리하셔야 할 일이 있었나요······? 오전중에 다 끝냈던 거 같은데······.”
“있어요. 할 일. 아주 중요한······.”
그 말과 함께 내 눈에는 모니터 구석에 있는 ‘서울 유나이티드 2022년 운영 계획’ 파일로 향해 있었다.
* * *
[스포츠데이] 초신성의 복귀···! 민찬영 45분. 후반전 송이진과의 공존으로 엄청난 시너지···! 서울 기세 타나···?↳그래 투톱 세워놓으면 재미 볼 줄 알았다니까 ㅋㅋㅋㅋㅋㅋ
↳송이진이 부족한 거 민찬영이 다 메꿔주더라 전방 경합, 내려와서 연계, 마무리 슈팅까지 ㅋㅋㅋ 믿고 있었습니다. 민라탄…
↳오늘 후반전 포지션으로 가면 강현석이랑 루카가 체력 안배를 할 수 있어서 개좋은 듯. 솔직히 조만간 퍼질거 같아서 불안했는데
↳근데 내가 감독이어도 루카랑 강현석 쓸 수만 있으면 계속 씀 ㅋㅋㅋㅋ 둘이 합쳐서 공격 포인트만 30개 가까이 쌓았는데 ㅋㅋㅋㅋ
↳여름 이적 시장에 영입한 애들이 개 야무짐 ㅋㅋㅋ 겨울 이적 시장에 영입한 애들로 초반 상승세 이끌고 여름 이적 시장에 영입한 애들로 하반기에도 흐름 유지해버리네
[골닷컴코리아] 후반전 색다른 전술로 김천 상무 완파···! 서울 5대1 승리···!↳근데 3-5-2 자체를 바로 들고 올 줄은 몰랐네…
↳ㄴㄴ 첫 시즌 부임했을 때 컵대회에서 몇 번 시도하긴 했었음. 그런데 지금 스쿼드 그림이 3-5-2가 이쁠 그림이라 들고와본 듯
↳원래 플랜 B가 4-2-3-1 이었는데, 차라리 3-5-2가 훨씬 나은 듯. 애초에 포백이랑 본세비치랑 안 맞음
↳이신우 영입으로 중원 싸움 숫자 늘렸는데 그게 먹혀서 다행인 거지, 이거 강팀이랑 경기해서 검증은 해봐야 함
↳이번 경기 이신우 스탯은 봄? 아무리 상무가 전력이 좀 떨어져 있다 해도 엄연히 동 리그 경쟁팀인데 키패스 수치만 봐도 중원에서 혼자 축구 했는데?
↳나도 보는데 중원은 이신우만 보이더라 물론 뒤에서 수비적인 롤을 장현진이랑 박중서가 해줬으니까 그런 거긴 한데, 그거까지 감독이 개인 전술로 짜준 거겠지.
30R 김천 상무와의 경기에 민찬영은 예정대로 복귀했다. 그것도 아주 성공적으로.
민찬영의 성공적인 복귀와 본세비치 감독의 새로운 전술 덕분에 팬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다만 민찬영의 능력치 하락 폭은 유지 중이었지만, 그나마 서울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던 경기 감각은 여전했다는 게 다행이었다.
‘이 기세라면 리그 득점왕도 꿈은 아닌데.’
부상의 여파로 다소 벌어지긴 했지만, 민찬영의 현재 리그 득점은 13골.
상무와의 경기에서 2골을 몰아쳐서 리그 득점 순위는 3위까지 올라선 상황.
1위는 15골을 득점한 전북의 조민규.
아직 파이널 라운드까지 포함한다면 8경기나 남은 상황이니, 충분히 자력으로도 득점왕을 따낼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온갖 논란이 가득한 대학 리그 소속 선수가 리그 데뷔하자마자 득점왕 경쟁이라······ 유니폼이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가 있다니까.’
촉망받는 유망주에서 날개 꺾인 유망주로 그리고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고 리그 데뷔까지.
동화 같은 스토리와 걸출한 실력 덕분인지, 민찬영의 유니폼 판매량은 임민우도 넘어설 정도였다.
팬데믹 때는 굿즈 판매 수익이고 뭐고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암흑기였었다면, 이번 시즌은 규제도 풀렸고 운영팀과 홍보팀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평균 입장 관중 수를 11,572명까지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물론 서울이라는 지리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항상 평균 관중 수 면에선 1위를 기록 중이었지만, 팬데믹이 터지기 전 평균 관중이 9,422명이었던 걸 생각하면 2천 명가량 늘어난 건 정말 굉장한 기록이었다.
‘열성 팬들이 많은 전북이나 울산을 평균 관중 면에서 완전히 따돌렸어. 이대로만 쭉 유지할 수 있게 하자.’
월드컵도 1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어찌 보면 지금이 K리그에 있어선 중요한 대목이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리그에 관심이 쏠리는 건 자연스러운 낙수 효과.
물론 해외파들에게 가장 먼저 그 효과가 돌아가겠지만, 작은 관심이라도 하나하나 모아가는 게 중요했다.
‘다음 시즌엔 홍보 마케팅에 좀 더 힘써볼까? 월드컵과 연계된 행사도 준비하고 뭐 경기장에서 월드컵 조별 예선 경기를 본다든지, 국가대표 평가전 때 경기장 대여 같은 사업도······ 아······.’
머릿속에 차기 시즌 서울 유나이티드의 운영 계획이 마구 떠오르던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 생각을 멈추었다.
‘다음 시즌엔 내가 없지······.’
3년간 항상 머릿속에 서울에 관한 생각만 담고 있다 보니 무의식중에 다음 시즌에도 서울의 단장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줄 착각해버렸다.
‘그래도 자료는 정리해두자. 차기 단장이 어떻게 쓸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은 똑같을 거니 뭐······.’
생각난 김에 머릿속에 구상해둔 다음 시즌 운영 계획들을 착실하게 정리하고 있자, 책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에서 진동이 한차례 울렸다.
[단장님. 전북 전 표랑, FA 결승전 표도 구해놨습니다. 어차피 보실 거였죠?] – 운영팀장운영팀장의 문자를 보고 피식 웃은 나는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팀장님.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지금요? 아······.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몇 차례 나더니 운영팀장이 말을 이어갔다.
-······ 가능합니다. 뭐 때문에 그러세요?
“팀장님이랑 할 얘기가 좀 있어서요. 아무튼 1층 카페에서 뵙겠습니다.”
-단장······!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은 나는 ‘서울 유나이티드 2022년 운영 계획’ 파일이 든 USB를 꺼낸 뒤 단장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