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68)
69. 블랙번 로버스의 단장 백준석(2)
“반갑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블랙번을 이끌게 된 단장 준석 백이라고 합니다. 좋은 인연이 됐으면 좋겠네요.”
여름 이적 시장 기간 때 영국에 왔을 때보다 더 많은 직원이 회의실에 모여있었다.
직원 수는 45명.
국내 리그의 평균 프런트 직원 수가 22명 정도인걸 가늠하면 상당히 많은 수였다.
‘다들 제대로 업무는 수행이 가능한 건가?’
직원이 많은 대신 업무가 원활하게 분배된다면 상관없겠지만, 조직이라는 게 필연적으로 일이 몰리는 부서와 아닌 부서가 있기 마련이었다.
회의실에 부서별로 앉아있는 직원들을 둘러보자, 가장 많은 인원이 배정돼있는 건 운영팀과 스카우트팀 그리고 홍보팀이었다.
‘홍보팀은 많은 인력이 있는데도 실적이 원하는 수치까지 올라오지를 않아. 문제가 있어.’
잭에게 받은 블랙번 로버스 프런트의 업무 분담도를 기준으로 부서별 할당 수치를 따로 만들어봤는데, 홍보팀은 팀원 수에 비해 실적이 상당히 저조했다.
‘헤드가 없으니까 제때 추진했어야 하는 일도 미뤄서 이렇게 된거 같은데······.’
결재 대기 서류 중 홍보팀에서 올린 것들은 죄다 리그 초반부에 했으면 시너지 효과를 냈을 만한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정말 간단하게 경기 홍보에 쓸 디자인 컨펌이라던가, 구단의 상징적인 인물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이벤트 등.
써먹었으면 재미 좀 봤을 만한 요소들이 먼지만 쌓인 채 방치되고 있었다.
‘이적 시장 행보로 팬들의 관심이 몰렸을 때, 공격적인 마케팅을 감행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너무 간과했어.’
임시 단장도 있겠다 기본적인 건 진행할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서로의 기준치가 너무 달랐던 모양이었다.
나는 구단의 승격 그 이상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고, 임시 단장은 현상 유지가 목표인 인물이었으니까.
‘상위권 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져야 해.’
나는 보고 있던 부서별 분석표를 책상에 내려놓곤 운영팀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 구단 운영 방식은 아시다시피 상호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입니다. 그리고 운영팀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도 제가 애용하는 방안이고요.”
“······”
“이른 시일 내로 부서별 운영 방식에 손을 댈 생각입니다. 다들 기존에 하던 업무랑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원활한 업무 효율을 위해서 바꿔보려는 것이니 협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바뀐다는 게 어느 정도로 바뀌는 거죠?”
기존에 하던 업무에서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은 직장인들에겐 상당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나 역시도 스카우트 생활을 할 때 역대 단장마다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원하는 부분이 달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으니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영팀 가장 뒤쪽에 앉아있던 검은 뿔테의 흑인 남성이 조용히 손을 들며 물었다.
“운영팀 칼 데이비스 씨죠?”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직원들의 이름을 외워보려 했던 게 도움이 됐다.
칼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흠칫하더니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 기존 업무랑 어떤 부분이 다를 건지 알고 싶습니다. 저희도 미리 아는 편이 적응하기 더 쉬울 테니까요.”
칼의 발언이 끝나자 회의실에 모인 팀원들도 그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일렁였다.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습니다. ‘이우드 파크’에 들어온 지 고작 3시간도 안 됐고 정확한 업무 분배를 위해선 여러분들의 업무를 며칠 동안 더 지켜볼 생각이었거든요.”
“······”
“그런데도 이 자리에서 업무 방식 변화를 말씀드린 이유는 당장 변화가 필요한 부서가 몇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걸 지금부터 말씀드릴 생각이구요.”
나는 칼에게 고정했던 시선을 운영팀 옆쪽에 자리 잡은 홍보팀 쪽으로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 블랙번에서 변화가 시급한 부서는 홍보팀입니다.”
“저희라구요······?”
그러자 홍보팀 가장 앞자리에 앉아있던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백인 여성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맞습니다. 소피 에반스? 맞죠?”
소피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제 팀원들은 매 시즌 구단의 수익 증진을 위해 항상 노력해 왔습니다. 실제로 저번 시즌 초창기보다 이번 시즌이 8.3% 인상된 수치를 기록하고 있구요.”
“그렇죠.”
“그런데 어째서 홍보팀이 가장 먼저 업무 개선을 해야 하는 부서라는 거죠?”
그녀의 다소 격앙된 듯한 말투와 살짝 찌푸려진 미간.
이해할 수 있다. 여름 이적 시장에 이적 업무만 보고 한국으로 돌아간 단장이 겨울에 나타나서 자기 팀이 개선 대상 1순위라 하면 누구라도 인정할 수 없을 거다.
그러나 그걸 설득하는 것이 내가 할 일.
그리고 블랙번 로버스의 더 높은 목표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책상에 내려놨던 분석표를 집어 뒷장으로 넘기며 홍보팀의 이번 시즌 실적표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네······. 확실히 8.3% 정도 인상됐네요.”
“그러니까 어째서······”
“그런데 감소하는 수치도 저번 시즌 초반보다 5% 더 늘었습니다.”
“······”
나는 들고 있던 자료를 내려놓고 뒤쪽에 있는 스크린에 내가 봤던 자료를 띄웠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매출 분석 도표입니다.”
나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레이저 포인터를 꺼내 가장 왼쪽 ‘21-22시즌’이라 적힌 그래프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지난 시즌 구단 순수익입니다. 그 중 홍보 마케팅 쪽을 가져왔구요. 오른쪽은 이번 시즌 홍보 마케팅 수익입니다.”
내가 보여준 자료는 시즌별 홍보 마케팅 수익의 감소 추세를 보여주는 그래프였다.
“소피. 구단 순수익에 적용되는 요소 중 가장 대표적인 건 어떤 게 있나요?”
“······ 시즌권 판매수익, 경기 입장 수익, 구단 상품 판매수익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아랫입술을 잘근 깨문 소피의 말이 끝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저 포인터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그래프를 가리켰다.
“그렇습니다. 구단 자체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 중 홍보 마케팅과 관련된 부분은 세 가지가 대표적이죠. 제가 개선하고자 하는 건 바로 그 부분에서의 급락 폭을 줄이자는 거였습니다.”
“······”“지난 시즌보다 초기 수익은 올랐지만, 그 후 수익 감소 폭이 저번 시즌보다 더 높아진 상태에요. 이건 다시 말해 새로운 팬들의 유입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죠.”
내가 블랙번의 단장을 맡으면서 가장 중요시 생각했던 건 새로운 팬들의 수혈이다.
블랙번 로버스는 유서 깊은 팀. 지금이야 2부리그, 더 심할 때는 3부리그까지 추락했었지만 그래도 전통과 역사가 있다는 건 변하지 않는 팀이었다.
연고지 팬들의 충성심도 높고,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까지 가진 팀.
그런 팀일수록 흔히 말해 ‘고이기’ 쉬웠다.
단순히 승격과 강등을 반복하면서 리그 하위권에서 맴돌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블랙번의 제안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꾸준한 성장. 승격 그 이후 프리미어 리그 잔류. 더 나아가선 중위권 도약과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진출 등.
노려야 하는 목표가 산더미처럼 있는데 구단의 상태를 현상 유지시키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었다.
아마 그건 구단주인 VH 그룹 이시훈도 똑같은 생각일 터.
‘처음부터 명문 구단의 ‘재건’을 목표로 했던 사람이니까 그런 목적으로 나를 데려왔을 거야.’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블랙번은 지역 연고지가 상당히 강합니다. 여기서 더 이상의 새로운 팬들을 유입시키는 방법은 없어요.”
“아닙니다. 소피. 충분히 가능하게 할 수 있어요.”
나는 리모컨을 눌러 다음 화면으로 넘어간 뒤 말을 이어갔다.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겁니다. 물론 여기엔 각 부서도 어느 정도 업무 분담이 필요해요. 그래서 업무 구조 자체를 변경시키겠다고 한거구요.”
“······”
“첫 번째로는 구단에 흥미를 잃은 팬들을 돌아오게 만들어야 합니다.”
“흥미를 잃은 팬들이요······?”
“네. 11-12 시즌 블랙번 로버스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됩니다. 그 이후 단 한 번도 승격한 적이 없죠. 그리고 그만큼······”
말을 흐리며 도표를 보여주자 11-12 시즌부터 쭉 하향곡선을 그리는 중인 입장 관중 그래프가 나타났다.
“······ 많은 팬이 ‘이우드 파크’를 떠났죠.”
“······”“그러나 떠난 관중은 돌아오게 하기 힘들다지만, 지역 연고지에 대한 애착이 강한 잉글랜드라면 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였던 소피도 어느새 그래프를 유심히 보며 집중하기 시작했고 회의에 참석한 팀원들도 옆에 앉은 사람과 작은 목소리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보였다.
나는 가볍게 손뼉을 치며 시선을 내 쪽으로 끌어모은 뒤 싱긋 웃어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구단이 성적을 내기 시작한다면 떠난 팬들도 기꺼이 경기장을 다시 찾을 겁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이 필요한거구요.”
“하지만 단장님. 성적이 나온다고 찾아올 팬이었다면 이미 찾아오지 않았을까요? 저희는 저번 시즌부터 쭉 성적이 상승 중이었는데요.”
내 말이 끝나자, 잠자코 듣고 있던 검은 머리의 흑인 남성이 이견을 제시했다.
그쪽을 바라보자 흑인 남성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스카우트 팀 소속. 로만 프레이저입니다.”
“좋아요 로만.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리모컨 버튼을 한 번 더 누르자, 방금 로만이 지적했던 부분에 대한 그래프가 스크린에 나타났다.
“로만이 생각하기에 성적 부진으로 경기장에 발을 끊은 팬이 돌아온다면 가장 먼저 어떤걸 할 것 같나요?”
로만은 자신의 이국적인 턱수염을 만지작대며 고민한 뒤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음······ 오랜만에 경기장에 왔으니 새로운 유니폼을 구매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자신이 응원할 때랑 다른 선수들이 뛰고 있으니······”
“맞습니다. 어느 리그에서나 통용된다고 할 순 없지만, 보통은 발길을 끊었던 팀을 다시 응원한다면 응원 물품 하나 정도는 구매하곤 하죠. 심지어 여긴 잉글랜드니까요.”
나는 화면에 나타난 둥근 그래프를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키며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이번 시즌 유니폼 판매 수치는 증가하긴 했지만, 아주 미미한 수치입니다. 유니폼 판매 수치가 급락했던 3부리그 강등 시즌이랑 비교했을 때 말이죠.”
“······”
“이때 떠난 팬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돌아올 만한 메리트가 아직까지 우리 블랙번에겐 없다고 보는 게 맞겠죠.”
레이저 포인터를 재킷 안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은 나는 스크린 앞으로 한 걸음 걸어 나가며 말을 이어갔다.
“그 메리트를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합니다. 승격 그리고 더 높은 목표를 위해서 말이죠. 그러기 위해선 홍보팀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업무의 체계화를 노려야 합니다.”
“······”
회의실에 들어선 팀원들은 신중한 표정으로 내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저는 오너에게 명가 재건을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블랙번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아시아인에 불과한 제가 잉글랜드 무대에서 제 능력을 펼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죠.”
“······”
“그러나 유능한 여러분들과 함께라면 그 목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승격할 수 있는 적기인 이번 시즌 그 목표를 향해 같이 달려 나갔으면 합니다.”
나는 그 말과 함께 팀원들을 쭉 둘러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 * *
“단장님. 늦긴 했지만, 구단 구조에 대해 설명해 드릴까 하는데 어떠신가요?”
2시간 남짓한 회의가 끝난 직후지만, 잭은 지치지도 않는지 활기찬 얼굴로 내게 물었다.
“잭은 안 지치나 봐요. 오늘 회의가 꽤 길었던 걸로 아는데.”
“에이, 저희가 뭐 했나요. 단장님만 거의 2시간 내내 말씀하셨는데. 그리고 경청은 제 특기입니다.”
나는 그런 잭을 보며 피식 웃어 보인 뒤 재킷을 벗으며 말했다.
“소개는 다음에 받겠습니다. 지금은 홍보 마케팅 쪽으로 틀을 빨리 잡아놔야 해서요.”
“아······ 혹시 그러면 홍보팀에서 몇 명은 해고 조치가 되나요?”
뜬금없는 잭의 질문에 그를 바라보자, 잭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업무 체계화를 하다 보면 분명 인원 감축도 있을 것 같아서요······.”
잭의 말처럼 지금 블랙번의 프런트 직원 수는 2부리그 팀 치곤 좀 많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내 단기적인 목표는 승격과 프리미어 리그 잔류다.
1부리그에 잔류하는 순간 늘어난 업무로 인해 팀원 확충은 필수적일 텐데, 그때 가서 신규 팀원을 확충한다 해도 그들이 업무에 숙달되는 과정은 반드시 소요될 것이 분명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지금 팀원들에게 효율적인 업무 분배를 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지금 구조는 너무 기형적이거든요.”
“기형적이요?”
“네. 홍보팀 업무의 80%는 소피가 처리합니다. 물론 팀장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소피 본인의 성격이 가장 큰 이유겠죠.”
“확실히 소피가 그렇긴 하죠······.”
잭은 나름 블랙번 로버스 프런트에서 6년 동안 근속한 베테랑이었다. 물론 소피도 마찬가지.
그는 내 말이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홍보팀에는 충분히 소피의 몫을 분담해서 처리해줄 유능한 인재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장 버나드가 있겠네요.”
그러자 잭이 놀랐는지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알고 계셨네요? 저도 장이 조금 아깝긴 했거든요. 그래도 나름 화려한 경력이 있는 사람인데······ 그런데 어떻게 아신 거예요? 아직 부서별 팀원 명단은 안 드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잭의 물음에 나는 단장실 의자에 앉으며 답했다.
“저와 함께할 팀원들을 미리 알아보는 건 필수니까요.”
직책: 블랙번 로버스 F.C. 홍보팀 팀원
스카우트 능력: 15
잠재능력 파악: 12
시설 관리: 13
재정 관리: 16
구단 운영: 17
구단 홍보: 19
특이사항: 새로운 단장의 홍보 마케팅이 어떨지 궁금함. 팀장인 소피가 자신을 믿어줬으면 좋겠음. 구단의 승격을 위해 노력하는 중.
그 말과 함께 회의 시작 전 봐뒀던 장의 능력치를 떠올린 나는 잭의 얼굴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스폰서십 관련 미팅이 잡혀있으니 준비해주세요.”
“스폰서십 미팅이요? 아 설마······.”
“네. 유니폼 네이밍 스폰서를 바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