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7)
07. 이적 사가(4)
“그럼 내일 단장실에서 나머지 얘기 마저 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강치우와의 통화를 마친 나는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스마트 폰을 내려놨다.
“강치우 선수가 뭐래요?”
“말하는 걸 보니 이미 중국 쪽이랑 개인 합의를 마친 것 같아요.”
“개인 합의요? 구단에 말도 없이 하면 템퍼링(사전접촉)이잖아요!”
“뭐, 우리가 송창섭 선수에게 한 행동도 템퍼링(사전접촉)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일단 강치우 선수와 향후 방향에 관해 얘기해보기로 했습니다.”
템퍼링(사전접촉).
간단히 얘기하면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의 소속 구단에 알리지 않고 선수에게 몰래 접근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스포츠에선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쉽게도 축구 쪽에선 템퍼링(사전접촉)의 기준이 애매모호했다.
요즘엔 선수 개인 합의보다 구단 간의 합의가 더 빡빡한 추세였으니까…
운영팀장은 내 얘기를 들어도 구단 주전 공격수가 이적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지 표정이 어두웠다.
그만큼 그는 구단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나는 구석에 있는 책상으로 걸어가 종이컵에 커피 믹스 한잔을 타와 운영팀장에게 내밀었다.
“일단 돌아가서 일 보세요. 아직 모르는 거잖아요.”
그러자 운영팀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종이컵을 받아들더니, 내 말처럼 여기 있어 봐야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판단했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단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나저나 뭐부터 처리해야 하나… 아직 모른다곤 했지만, 아무래도 이적을 감행할 생각인 거 같은데…’
그만큼 통화하는 와중 강치우가 표현했던 이적 의지는 꽤 완강했다.
본인도 새로운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의지, 그리고 현재 연봉에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나는 운영팀장에게 커피 믹스를 타 줄 때 겸사겸사 만들었던 커피 한 모금을 홀짝이며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2022-2023 서울 유나이티드 스쿼드]바탕화면 왼편에 있는 구단과 관련된 폴더에서 찾아낸 파일.
스크롤을 쭉 내린 나는 그곳에서 ‘강치우’의 파일을 찾아냈다.
서울 유나이티드 소속. 공격수(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좌측)
골 결정력: 14
주력: 13
가속도: 13
헤딩: 12
위치선정: 15
몸싸움: 13
중거리 슛: 13
특이 사항: 중국 리그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쌓고 싶음.
나쁘지 않은 깔끔한 능력치. 3년간 준수한 스탯을 쌓은 주전 공격수다웠다.
‘역시 이미 마음이 떠난 게 확실하군. 앞으로는 자주 선수들의 특이 사항을 파악해 놔야겠어.’
나는 생각난 김에 차분하게 구단 내 선수들의 특이 사항을 쭉 읽어보며 늦은 밤까지 단장실을 지켰다.
* * *
“좋은 아침입니다.”
“다, 단장님 어제 안 들어가셨어요?”
젖은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일찍 출근한 운영팀장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자, 운영팀장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말을 더듬었다.
“이것저것 처리하다 보니 너무 늦어서 그냥 여기서 잤습니다. 팀장님은 일찍 나오셨네요?”
“저도 어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이 있어서요… 어제 또 강치우 선수 일도 있었으니까요…”
그는 누군가 들을세라 마지막 강치우와 관련된 말은 아주 작게 속삭였다.
나는 어깨에 걸고 있던 수건으로 젖은 머리칼을 털며 말했다.
“강치우 선수는 10시쯤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그때 가서 얘기해보면 알겠죠. 일단 단장실로 가 있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
가뜩이나 일도 많은 운영팀장인데 더 이상 붙잡고 있기 뭐해서 빠르게 단장실로 돌아가려고 할 때, 등 뒤에서 운영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단장님. 가시기 전에 흡연하실래요…?”
그는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슬쩍 꺼내 가볍게 흔들었다.
나는 턱 밑을 긁적이며 고민하다가 수건을 빈 테이블 위에 올려둔 뒤 고개를 끄덕였다.
프런트 5층 테라스에 있는 작은 흡연실.
경기장 외부 풍경이 탁 트여 보이는 이곳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이었다.
가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때, 굳이 흡연하지 않더라도 찾곤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끊으셨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가져가는 나를 본 운영팀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나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칙-! 칙-!
“후… 뭐 흡연자들 새해 목표 같은 거죠.”
“가만 보면 자기 일은 제일 대충 처리하신다니까. 그런데 밤새 무슨 업무에 매달리신 거예요? 프리 시즌 투어 일정 같은 건 다음 주에 처리해도 충분했잖아요.”
운영팀장이 차분한 표정으로 어젯밤 이곳에서 밤을 새운 이유에 관해 물었다.
“그냥 보강해야 하는 포지션 선수들 찾아보고 있었어요.”
“보강이라… 강치우 선수 자리도 찾아보셨겠죠?”
운영팀장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이 바닥에서만 몇십 년을 근무하고 있는데, 돌아가는 상황만 봐도 대충 견적을 낼 수 있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미약하게 끄덕였다.
“뭐… 그렇죠…”
“아쉽네요… 이번 시즌은 진짜 기대 많이 하고 있었는데…”
운영팀장은 해탈한 표정으로 분주하게 출근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아쉬운 감정을 내비쳤다.
나는 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테라스 난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아직 이적 시장 기간 많이 남았잖아요. 좋은 자원들 구해올 수 있어요.”
“재정 상태도 빡빡해서 무리지 않을까요. 모기업에서 이번에 지원을 줄인다는 소리도 들리던데…”
직전 시즌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모기업의 지원이 적어지는 건 가슴 아프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모기업도 결국은 구단을 통해 이윤을 내야 했으니까…
운영팀장의 얘기만 들어도 벌써 어지러워질 정도로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나는 차분한 표정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구단 매각하지 않는 게 어디에요.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해요.”
“그래야겠죠… 아, 그러고 보니 강치우 선수의 대체자원으론 누구를 염두에 두신 거예요? 미리 알아두면 나중에 일 처리할 때 편할 거 같아서요.”
다 피운 담배를 재떨이에 던져넣은 운영팀장이 갑자기 떠올랐다는 듯 가볍게 손뼉을 치며 물었다.
운영팀 입장에선 이적 리스트에 있는 선수에 대해 알아두는 건 당연한 일.
그래야 이적에 가까워질 때 선수 이미지에 어울리는 홍보나 입단 영상 등을 기획하기 편했다.
나는 흡연실 문을 조용히 열면서 씩 웃어 보였다.
“아직 정해진 건 없습니다. ‘아직’은요…”
* * *
똑똑-!
“네. 들어오세요.”
오전 10시. 단장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어제 프런트를 뒤집어놓은 장본인인 강치우였다.
그는 단장실 앞에서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더니 자연스럽게 손님용 소파에 앉았다.
“에이전트랑 같이 안 오셨네요?”
컴퓨터로 이번 프리 시즌 투어 일정표를 만들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치우 앞에 있는 빈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그러자 강치우는 입맛을 다시며 굳은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래도 직접 말씀드리고 싶어서…”
피차 서로가 어떤 마음인지는 알고 있는 상황.
나는 3년 동안 전술에 녹아든 주전 공격수인 그를 보내고 싶지 않지만, 강치우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이적을 원하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던 나는 각오를 다지고 강치우 앞에 앉았다.
“이적… 하려고 하시는 거죠?”
그 말과 함께 고요한 적막에 휩싸이는 단장실 내부.
강치우는 말없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일 뿐이었다.
“혹시 구단과의 재계약 과정에서 서로 감정 상할 부분이라도 있었을까요?”
대략적인 이유는 알고 있지만, 혹시나 해서 그에게 이적을 원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강치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뇨. 3년 동안 서울에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애초에 실패한 선수였던 저를 이렇게 키워준 구단인걸요.”
“……”
말없이 그의 눈동자를 응시하자, 강치우는 천천히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이제 제 나이가 29입니다…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하긴 이번에 광저우에서 해외 슈퍼스타들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했으니까… 주전 자리가 보장된다면 가서 뛰어보는 것도 선수에게 있어선 도움이 되겠지. 거기다 연봉도 이쪽보다 더 받을 수 있을거고.’
강치우의 이런 결심은 꽤 흔했다. 어떻게 보면 프로 축구 선수라는 타이틀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돈보다 명예가 우선인 선수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돈을 원하지 않는 프로 축구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물질적인 조건이 충족되어야 안정을 찾을 수 있으니까.
“어제 속보로 나간 이적 소스는 혹시…”
사정이야 알겠고, 이제는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이렇게 차분한 태도로 원만하게 일을 풀려는 강치우 선수가 무턱대고 기자에게 이적 소스를 흘렸을 거라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
물론, 어제는 당황한 나머지 선수가 흘렸다고밖에 생각해 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내 말을 들은 강치우는 눈을 질끈 감더니 크게 숨을 내뱉었다.
“후… 어제 제가 그거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복잡했는지 모릅니다. 광저우 쪽에선 분명히 구단과 이적 합의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했거든요.”
광저우 쪽 얘기도 들어보는 게 맞지만, 보통 이런 경우엔 선수 쪽 말이 대부분 맞긴 했다.
그리고 일 처리가 원만하지 않은 유명한 광저우 구단이 엮여있으니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선수랑은 몰래 개인 합의까지 진행하고 언론에 이적 소스 뿌려서 이적료까지 낮추려는 짓은 여전하구나…’
다른 구단 선수들이 당할 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막상 당하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소식통 하나는 기가 막힌 놈들이라 오늘 강치우 선수랑 미팅하는 것도 알고 있을 테고 그런데도 아직 정식 오퍼가 안 왔다는 건…’
선수 커리어를 인질로 잡고 펼치는 갑질.
보통은 선수 구매를 원하는 구단 쪽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렇게 역전된 상황에선 이적을 원하는 선수가 잡음을 일으키지 않게, 상대 쪽에 역제시를 하게 되는 상황이 간혹가다 있었다.
그걸 내가 경험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
‘아마 강치우 선수의 몸값으론 어제 봤던 속보에 나왔던 금액 정도가 맞을 거야. 저쪽도 그 정도는 흔쾌히 낼 의도가 있다는 걸 보여준 거나 마찬가지니까.’
30억.
광저우가 강치우에게 책정한 가격.
솔직히 30억이면 지금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적 예정 선수들의 대금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모기업은 항상 이적료의 60% 정도를 이적 자금에 추가해줬으니까.
‘18억 정돈가…’
거절하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금액. 아쉽긴 하지만, 주전 공격수를 보내는 것에 상응하는 값이긴 했다.
나는 긴장한 태도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강치우를 향해 부드럽게 웃어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광저우랑 이적 관련해서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 * *
[단장님. 공격수 FA 리스트랑 대학 리그 선수까지 싹 다 긁어왔습니다]메시지의 발신인은 박진수. 요전에 강원에 선수를 뺏겼다며 오열하던 스카우트팀 직원이었다.
그가 보내준 자료는 강치우의 빈자리를 메울 공격수들 리스트.
개인적으로도 찾아보긴 했지만, 이런 쪽에선 스카우트 팀의 의견도 꽤 중요했다.
의견이 종합된 상태에서 내 능력으로 선수의 잠재력을 빠르게 파악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분명했다.
‘음… 역시 마음에 딱 드는 선수가 없네…’
오랫동안 모니터를 봐서 뻑뻑한 눈을 깜빡이면서도 리스트에 있는 선수들의 능력치를 세세하게 살펴봤지만, 마음에 드는 자원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푹 내쉬며 스크롤을 쭉 내릴 때였다.
‘어?’
무심코 내렸던 스크롤의 최하단에 있는 ‘대학 리그’ 카테고리에서 상당한 수준의 능력치가 눈에 들어왔다.
서한 대학교. 공격수(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좌측)
골 결정력: 13-15
주력: 14-16
가속도: 14-16
헤딩: 13-15
위치선정: 14
몸싸움: 16
특이 사항: 미래가 불투명해 불안해함. 하극상, 태업 논란 존재.
이 정도 능력치면 K리그 공격수 중에서도 꽤 상위권 수준의 능력이었다.
그러나 이런 수준급의 선수가 대학 리그에서 뛰고 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특이 사항에 적혀있는 것으로 그 이유에 대해서 쉽게 알 수 있었다.
‘하극상에 태업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