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93)
94. 재정비(3)
“어······? 상빈 씨······!”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자 그곳에 있었던 건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
갑작스러운 그의 모습에 나는 싱긋 웃고 있는 상빈의 손을 덥석 잡아 흔들었다.
“하하······ 오랜만이죠? 잘 지냈어요?”
전상빈.
국내 최초로 독일 명문 구단 도르트문트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은 국내 탑 스카우터.
과거 서울에서 스카우트로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나에게 6개월 정도 스카우트로서의 기초적인 부분을 가르쳐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데 영국엔 어쩐 일이세요······? 독일에 계신 거 아니었어요?”
격렬한 악수를 마치며 묻자, 상빈은 내 앞자리에 앉으며 답했다.
“일 쉰 지 좀 됐어요. 건강도 조금 안 좋아지기도 했고······”
해외 팀의 스카우트는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있는 선수들을 보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상빈의 말처럼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컸다.
하물며 도르트문트라는 이름만 들어도 다들 아는 명문 클럽인데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 거다.
“아······ 미안해요. 그런 것도 모르고······”
“괜찮습니다. 어디에다 떠들고 다닐 그럴 일도 아니라서 대부분 몰라요. 하하!”
호탕하게 웃어 보이는 상빈.
“준석 씨 소식은 잘 듣고 있습니다. 한 시즌 만에 블랙번 로버스를 부활시켰다면서요?”
“부활이라뇨······. 그런 말을 하기엔 이제 첫발 내디딘 건데요 뭐······”
“그 첫발이 정말 어렵다는 거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요. 10년 넘게 챔피언십에서 승격 못 한 팀을 오자마자 올려놨는데 대단한 거죠.”
상빈의 말에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던 나는 더 이상 내 얘기를 하는 건 다소 쑥스러워서 다른 주제로 환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상빈 씨는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아······ 저 잉글랜드에서 누구랑 좀 만나야 해서요. 약속도 잡고 왔거든요.”
“여기 ‘블랙번’에서요?”
“네. 그 사람이 ‘블랙번’에서 일을 해서요.”
순간 단장실에서 시훈이 했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백 단장님. 그 사람 정도면 단장님한테 큰 힘이 되어줄 겁니다. 누군지는 그때 가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아주 유능한 스카우트입니다.’
“설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상빈을 바라보자, 그는 씩 웃으며 나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며 말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백 단장님. 스카우트 전상빈입니다.”
* * *
‘소개해준다는 유능한 스카우트가 상빈 씨였다니······’
스카우트 전상빈은 도르트문트에서도 탐낼 만큼 좋은 선수를 세밀하게 분석해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마 잠시 일을 쉬고 있었다곤 하지만, 수많은 빅클럽에서 제의가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곳은 블랙번 로버스였다.
어째서 블랙번을 선택했는지를 물었을 때,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 이유에 대해 말해줬다.
‘재밌잖아요. 단순히 승격만을 노리는 게 아니라 정말로 부임 2년 안에 프리미어 리그 10위 이내의 성적을 노린다는 게. 그리고 구단주, 단장 모두가 진심으로 블랙번 로버스가 리그 우승을 따내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게 말이죠.’
그 이후 향후 블랙번 로버스가 취하려고 하는 방향성.
유스 시스템 개편을 위해 양질의 유망주를 영입해 키워내려는 장기 플랜 등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눴고, 상빈은 웃는 얼굴로 독일 쪽에서 마무리만 하고 이른 시일 안에 영국으로 들어오겠다는 확답을 내놓았다.
‘상빈 씨 정도 되는 스카우트가 합류한다면······ 앞으로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에 큰 도움이 되겠지······’
그만큼 빅클럽에서 수많은 선수를 보고 머릿속에 담은 그의 선수 데이터는 돈 주고도 못 사는 아주 귀중한 거였다.
물론 내가 선수들의 능력치를 보고 정말 괜찮은 선수들을 일차적으로 쉽게 찾아낼 수는 있지만, 결국 최종 영입을 위해선 선수의 실제 플레이를 분석해 내야 했다.
단순 능력치만 좋고, 그 능력치만큼의 실력을 못 끌어내는 선수도 부지기수니까.
여태까지 그런 선수들은 그 선수의 경기 영상을 직접 보면서 가려내기도 했고, 스카우트를 파견해 스카우팅 리포트를 받아보면서 걸러왔었다.
그러나 이제 막 챔피언십에서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한 팀이다 보니 구단 프런트의 규모가 다소 작아 스카우트들의 수가 턱없이 부족했었다.
그런 점을 보완하고 더 나아가선 유스 시스템 개선까지 노린 스카우트 인력 충원이었는데, 시훈은 정말 예상치 못한 거물을 내 앞으로 데려다 놔 버렸다.
나는 모니터에 화면에 떠 있는 향후 이적 명단과 잠재력이 뛰어나 보이는 유망주들 위주로 정리한 파일을 응시했다.
‘남은 건 어느 리그에 누구를 배치해야 스카우팅 효율을 최고로 끌어내냐인데······’
현재 블랙번 로버스 소속의 스카우트 팀원은 상빈을 제외하고 6명.
그리고 상빈이 잉글랜드로 넘어올 때 자신의 휘하 스카우트 사단 3명을 데려온다 했으니, 그들까지 포함한다면 10명이 된다.
어차피 팀 단위로 움직였을 거니까 상빈이 데려온다는 팀원들의 퀄리티는 이미 보장되어있는 상황.
‘윌리엄스, 니콜라스는 잉글랜드, 프랑스 쪽으로 돌려야겠어. 독일 쪽은 상빈 씨한테 맡기는 게 더 효과적일테니까.’
분데스리가의 명문 클럽 도르트문트에서 6년 가까이 활약했던 상빈을 그쪽으로 보내는 게 현지에서 선수를 분석하는 데 더 용이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분데스리가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상빈일 것이고, 분데스리가에서 통하는 이 선수가 다른 곳에선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줄지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게 그였기 때문.
‘그럼 남은 곳이 스페인, 이탈리아인데······’
라리가와 세리에는 매 시즌마다 꽤 쓸만한 자원들이 좋은 성적을 내긴 하지만, 반드시 검증이 필요한 곳이었다.
모든 리그가 다 그렇겠지만, 라리가와 세리에만큼 색깔이 짙은 리그는 또 없으니까.
누구를 보낼지 고민하고 있을 때 일전에 ‘다니엘 파레호’와 ‘카를로스 토레스’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담당했었던 ‘로만’이 떠올랐다.
‘그래 로만······ 그때 꽤 괜찮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책상 서랍을 열어 스카우팅 리포트들 사이를 뒤적이자 중간 즈음에 로만이 분석했던 ‘다니엘 파레호’의 리포트가 보였다.
【다니엘 파레호 스카우팅 리포트】
-온더볼 스킬이 상당히 준수한 편
-패스와 후방 빌드업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특화됨
-세트피스에 강점이 있는 좋은 킥력
-좋은 테크닉으로 중원에서 상대 압박을 벗어나는 플레이가 가능함
-리그 전 경기를 충분히 풀타임으로 소화할 수 있는 체력
-반박자 빠른 패스가 강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음. 거칠게 압박하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좋은 장점
-현재 전성기에 있는 선수
-나이가 있는 편이라 폼이 언제 꺾일지 모름
-발이 느려 수비 전환 속도가 눈에 띠게 느림, 뒷공간을 내어줄 가능성이 높음
-거친 압박에도 이겨내는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압박을 빠져나왔을 때 성급하게 패스하는 경향이 있음
‘장단점도 확실히 볼 줄 알고 무엇보다 짧은 기간인데도 요점만 잘 뽑아온 것 같은데······’
로만은 스카우트 팀과 운영팀 일 두 가지를 모두 소화하는 프런트 계의 멀티 자원이었다.
그가 처음 블랙번에 들어왔을 때는 운영팀원으로 입사했지만, 구단의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이것저것 손대나 결국 스카우트 팀 업무까지 겸하게 된 것.
그러나 예상외로 선수 분석에 재능이 있었는지 내가 블랙번 로버스에 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꾸준하게 스카우트 팀의 일을 돕고 있었다.
그 외에도 로만이 분석했던 스카우팅 리포트들을 살펴보자, 8할 이상이 라리가 쪽에 관련된 리포트였다.
‘운영팀은 잭이 중심이 돼서 충분히 돌아가고 있으니까. 이참에 로만을 완전히 스카우트 팀으로 분류시켜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나는 로만의 거취에 대해 고민하다가 내선 전화로 스카우트 팀 자리에 전화를 걸었다.
-네. 단장님.
전화를 받은 사람은 스카우트 팀의 니콜라스.
“아, 니콜라스. 혹시 로만 자리에 있나요?”
-잠시만요.
수 초가량 기다리자, 수화기를 다시 집어 드는 소리와 함께 니콜라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자리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피셔 팀장님이랑 같이 팀 훈련장으로 향한 것 같은데요?
‘구단 훈련장으로 갔다고? 흠······’
-들어오라고 연락 넣을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훈련장으로 갈게요.”
-단장님이 직접요?
“네. 가서 할 일도 있고, 간 김에 겸사겸사 로만과 만나면 되니까요.”
* * *
블랙번 로버스의 훈련장인 ‘Brockhall Training Ground’.
1군 팀들의 훈련장과 트레이닝 룸. 그리고 그 주변에는 연령별 유스팀이 쓰는 연습장까지 붙어있는 로버스의 전통 있는 훈련장이었다.
훈련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블랙번 로버스 U-23 감독을 맡고 있는 빌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오셨군요. 백!”
“오랜만이네요. 빌.”
씩 웃으며 그와 뜨거운 악수를 한 나는 훈련장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U-23 팀 소속도 꾸준히 듣고 있습니다. 괜찮은 선수들이 많이 올라왔다면서요?”
구단의 근간이 되는 유스 시스템이다 보니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보고를 듣고 있었고, 최근에 꽤 괜찮은 선수 2명이 콜업됐다는 소식까지 들은 찰나였다.
그러자 빌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하하···! U-18때부터 키워오던 선수들인데 이번에 기량이 상당히 올라왔습니다. 최정상급 유망주들처럼 어린 나이부터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은 아니지만, 조만간 1군 훈련에도 참여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떤 선수들인지는 제대로 파악을 못 했네.’
바쁜 이적 시장을 치르고 있다 보니, 내부 유스 자원들에 대한 능력치 파악이 최신화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어느 정도 성장이 끝난 선수라면 모르겠지만, 유망주들은 능력치의 변화 추이가 상당히 가파르므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최신 데이터로 갱신해둬야만 했다.
“궁금하네요. 어떤 선수들인지.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어차피 지금은 U-23의 훈련 시간. 1군 팀의 훈련은 이 이후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래서 비는 시간에 루이 감독과 로만을 만나러 온 거긴 했지만, 이왕 훈련장에 온 거 그동안 못했던 데이터 갱신도 겸사겸사 해치울 생각이었다.
“물론입니다. 지금 마침 U-23 팀 훈련이 진행 중이거든요.”
빌의 안내를 받아 간 곳에선 이미 체계적인 훈련이 이어지고 있었다.
“Pass the ball fast!”
“Hey!!”
빌은 선수들의 훈련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에서 차분하게 미니 게임을 소화하고 있는 금발 머리의 소년을 가리켰다.
“이번에 U-23으로 콜업된 선수입니다. 그리고 아마 루이 감독님이 조만간 1군 훈련으로도 콜업될 예정이구요.”
18세(2004.04.25)
주발: 오른발
블랙번 로버스 F.C U-23 소속. 수비형 미드필더(딥라잉 플레잉 메이커), 중앙 미드필더(어드밴스드 플레이메이커)
타고난 체력: 11-16 주력: 10-14
수비 위치: 11-14 가속도: 10-14
몸싸움: 10-13 헤딩: 11-13
태클: 10-16 일대일 마크:12-15
패스: 12-15 중거리 슛: 11-16
시야: 10-15 개인기: 9-13
특이 사항: 기량 발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 U-23으로 콜업 돼서 행복함.
‘상당히 좋은데? 특히 잠재력 부분이 상당히 많이 열려있어.’
유망주 선수들의 능력치는 변동 폭이 큰 만큼, 세부 능력치 옆에 이 선수의 전반적인 잠재력이 적용된 최고 능력치까지 종종 나타나곤 했다.
‘심지어 3선 자원. 그 귀하디 귀하다던······’
전 세계적으로 3선 미드필더.
즉 수비형 미드필더는 너무나도 귀한 자원이기 때문에, 이런 국밥 같은 유망주가 유스 시스템에서 크고 있다는 건 큰 축복이나 마찬가지였다.
“또 한 명은 훈련 중 부상 의심 상황 때문에 메디컬 센터에서 검진받고 있습니다. 아마 조금만 기다리시면 돌아올 거예요.”
“아쉽긴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요. 그래도······ 더 발전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 존을 봤으니까 만족합니다.”
느긋하게 나머지 선수들도 확인해보고는 싶었지만, 일단 루이 감독과 로만을 만나는 게 우선이었던 내가 발길을 돌리려고 할때였다.
“브라이슨 감독님!”
훈련장 입구 쪽에서 허벅지 부근에 테이핑한 정말 앳돼 보이는 검은색 머리칼의 소년이 씩 웃으며 빌의 이름을 불렀다.
“파블로······! 저 녀석입니다. 이번에 U-23으로 콜업된 선수. 그리고 제가 봤던 유소년 중에서 가장 탁월한 선수예요.”
빌의 소개에 맞춰 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는 ‘파블로’의 능력치.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파블로’의 능력치를 봤던 나는 순식간에 웃음기가 싹 가셔버렸다.
18세(2004.01.13)
주발: 양발
블랙번 로버스 F.C U-23 소속. 공격형 미드필더(왼쪽), 공격형 미드필더(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중앙)
주력: 9-16 가속도: 10-18
중거리 슛: 10-17 개인기: 10-16
천재성: 19 퍼스트 터치: 9-17
타고난 체력: 9-13 민첩성: 12-16
시야: 10-18 패스: 11-16
판단력: 12-15 팀워크: 10-13
크로스: 9-16 드리블: 12-18
특이 사항: U-23 훈련에 참여하게 돼서 행복함. 블랙번 로버스에서 리그 우승을 해내고 싶음.
‘뭐야 이 말도 안 되는 잠재력은······ 천재성이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