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94)
95. 재정비(4)
‘우리 U-23에 저런 괴물들이 상주한다라······’
3선을 보는 ‘존 코디’도 제대로 성장해준다면 아마 리그 내에서 꽤나 이름을 날릴 만한 잠재력이었지만, ‘파블로 에르난데스’ 쪽은 격이 다른 잠재력 수치였다.
정말 월드클래스 급 선수들한테서나 찾아볼 수 있는 ‘천재성 19’라는 어마어마한 수치.
심지어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필요한 모든 능력치의 잠재력이 최소 16부터 열려있는 건, 여태까지 수많은 선수의 능력치를 봐왔지만 파블로가 처음이었다.
‘이건 루이 감독과 상의를 해봐야겠어.’
파블로와 존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을 때, 뒤쪽에서 루이 감독의 친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단장님 일찍 오셨네요?”
“오랜만입니다. 감독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루이 감독과 짧고 굵은 악수를 나눈 뒤, 그의 옆에 있던 로만과도 악수를 나눴다.
악수를 마친 나는 테라스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피셔 팀장님은 곧바로 이동하신 건가요?”
크리스티안 피셔.
블랙번 로버스의 스카우트 팀장 직책을 맡은 덴마크 출신의 스카우트.
그러자 로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런던으로 바로 출발하셨습니다.”
피셔에게는 프리미어 리그의 빅클럽 선수들 위주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부탁해둔 상태였다.
언젠가 블랙번 로버스도 세계적으로 검증이 끝난 최고의 선수들의 영입전에 뛰어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길 테니까.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네요.”
“하하, 괜찮을 겁니다. 팀장님 요새 구단 성적도 잘 나오고 사람들 관심도 늘어서 행복하다고 입에 달고 사시거든요.”
볼 때마다 항상 자리에 없는 피셔를 걱정하자, 로만이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면 다행이긴 하지만, 나중에 식사라도 같이하면서 업무 시간을 좀 조율해 줘야겠어요. 이제 스카우트 팀 활동도 더 바빠질 텐데 대비해야죠.”
스카우트 팀 활동은 비수기가 없다.
구단 프런트 업무가 비시즌 기간이 가장 바쁘고 시즌 중에는 조금 덜하다곤 하나, 스카우트 팀은 비시즌과 관계없이 1년 내내 선수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고된 부서였다.
그렇기 때문에 피로감에 지치지 않게 체력 안배를 해주는 것도 필수.
나는 그걸 일정 기간마다 구단 프런트로 돌아와 내근하는 것으로 조절해주고 있는 편이었다.
“아마 이번 아스날 분석만 끝나시면 내근 일정으로 돌아오실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로만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이곳에 루이 감독과 로만을 만나러 온 안건을 꺼냈다.
“두 분을 뵙자고 한 건 앞으로 구단이 취할 유스 시스템 개편 때문입니다. 소식은 이미 들으셨죠?”
그러자 루이 감독과 로만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전에 여러분들과 한가지 상의해야 할 것이 방금 또 생겼습니다.”
“······”
“바로 이번에 U-23에 콜업된 존과 파블로에 관련된 안건입니다.”
“존과 파블로요?”
루이 감독이 되묻자 나는 훈련장 한편에서 빌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 파블로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감독님이 저 두 명을 어떻게 성장시키실 생각인지가 궁금합니다.”
그러자 루이 감독은 자신의 턱수염 쪽을 매만지면서 신중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흠······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U-23에서 몇 달동안 지켜본 뒤 1군 훈련으로 콜업시킬 생각이었습니다.”
“······”
“그러면서 리그 경기 후반 막판 교체로 투입시키며 경기 감각을 심어주거나, 컵대회 같은 경우는 선발도 고려해볼 생각이었어요.”
전형적인 유망주의 프리미어 리그 데뷔 경로.
그러나 나는 존과 파블로가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는 걸 원하고 있었다.
“단장님은 두 명이 좀 더 빠른 성장을 하기를 바라고 계시군요.”
귀신같이 내 속내를 읽은 루이 감독.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 둘 다 추후 팀을 책임질 든든한 기둥이 될 선수들이다 보니 성장세가 꺾이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아무래도 1군 스쿼드에 드는 순간 경기 출전 빈도수가 줄긴 하니까요.”
“그렇긴 합니다. 그러면 임대 쪽을 생각하고 계신 건가요?”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다만······”
“······”
“하부리그는 플레이 스타일이 상상 이상으로 거칠어서 어린 선수들이 자칫하단 큰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어서 상당히 고민 중이에요.”
선수들의 적응을 위해 잉글랜드 하부리그로의 임대를 고려하고는 있지만, 하부리그로 갈수록 경기는 상상 이상으로 거칠다.
거친 경기 때문에 십자인대 파열 같은 치명적인 부상을 당해 재활에 한 시즌을 통으로 날리는 선수도 몇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도 부족할 거야······’
“저도 그 부분은 동감합니다. 성장을 위해 임대를 택해야 한다면 저는 자국 리그가 아닌 해외 리그로 보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루이 감독은 신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두 명 모두 18세가 넘었기 때문에 유소년 선수의 임대 이적 금지 조항에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요. 둘에게 어울릴만한 리그를 정해서 보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둘을 임대 보내기 위해선 적당한 오퍼가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둘을 임대시킬 수 있는 건 대략 4~5개월 뒤.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 오퍼가 들어오면 그때 마저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둘의 기량 발전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정도로 만족해야겠어요.”
“······”
“그러면 유소년 시스템 개편 방향성에 대해 얘기를 좀 나눠보려 하는데 그전에 로만.”
“네.”
“로만을 스카우트 팀에 완전히 편성시키려고 하는 데 괜찮을까요?”
“저를요?”
“네. 저는 로만에게 스페인 라리가의 스카우팅을 담당시키고 싶거든요.”
“······”
“물론 강제는 아닙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답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로만은 뭔가를 골똘히 고민하면서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기자회견 준비는 다 끝났어요?”
“아직입니다!”
“서둘러 주세요!”
‘이우드 파크’ 안에 마련된 기자회견 장소.
그 장소를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다급하게 소리치는 잭과 운영팀 팀원들.
시즌이 완전히 마무리되고,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린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미 수많은 선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거 이적을 감행했고, 게 중에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이적료를 기록하는 이적들도 상당수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에 최고의 신성 공격수라 평가받는 ‘엘링 홀란드’가.
첼시에는 뤼디거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칼리두 쿨리발리’가.
리버풀은 지난 시즌 벤피카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다르윈 누녜스’를 손에 넣으며 부실했던 공격진을 보강해냈다.
그러나 위의 세 명의 이적도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의외로 메인이 된 건 다른 선수였다.
그 선수는 바로 블랙번 로버스로 임대 이적하는 ‘마르코 아센시오’.
‘아무래도 아센시오가 정말로 블랙번을 택할 거라곤 생각을 못 했나 보군······’
얼추 준비가 끝나가는 기자회견장 구석진 곳에 앉아 핸드폰을 켜자 블랙번 로버스의 이적 관련으로 엄청난 수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BBC] 오피셜··· ‘마르코 아센시오’ 블랙번 로버스로 임대 이적. 임대 후 완전이적 조항 포함.↳올해 들어 제일 놀랍다. 그 블랙번 로버스가 아센시오를 데려올 정도라고?
↳벌써 놀라지 마라. 아센시오 딜이 성공했다면 아마 링크나는 다른 선수들도 조만간 오피셜 계속 뜰 테니까.
↳비야레알의 파레호도 오피셜급 아닌가? 이미 윙포워드랑 중원 보강은 끝났는데?
↳보강이 뭘 끝나. 호프만이랑 페드로 이적 확정인데. 11명으로 시즌 풀로 치를 거냐?
↳이미 다른 백업 자원들이랑도 링크 진하게 나고 있음. 단장 바뀌니까 시원시원해서 좋다.
[스카이스포츠] 오피셜··· ‘다니엘 파레호’ 블랙번 로버스로 이적. 계약 기간은 3년.↳이제 조던 화이트 부담 좀 덜 수 있을 듯.
↳오피셜 뜰 때까지 믿을 생각 없었는데, 진짜 데려오네.
↳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뭘 보고 오는거냐? 주급도 맞춰주기 힘들었을 텐데.
↳나도 잘 모르겠는데, 단장 바뀌고 나서부터 왜 오는지 모르겠는 선수들도 꽤 많음. 뭔가 비전을 되게 크게 잡고 있나 본데?
↳단순 셀링 클럽에서 몇 년 태울 생각도 없어보임. 선수 내보내면 그만큼 재투자해서 스쿼드 탄탄하게 계속 보강하려는 거 보면······
[커트오프사이드] 이번 시즌 블랙번 로버스에 쏠리는 관심. 끝나지 않은 블랙번 로버스의 돌풍···! [인디카일라] 아센시오, 파레호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블랙번 로버스의 질주는 끝나지 않았다.긍정적인 방향의 기사가 쏟아질수록 구단의 위상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로버스의 행보에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선수들이 블랙번 로버스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지니까.
만년 챔피언십에 상주하는 몰락한 명가에서 명가 재건을 위해 돌풍을 일으키는 화제의 팀으로 말이다.
“단장님. 기자회견 준비 끝났는데, 기자들 들어오라 할까요?”
기사들에 달리는 반응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을 때, 기자회견 준비를 마친 잭이 목을 타고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내게 물었다.
“아센시오 선수는 도착했나요?”
“아마······ 20분 내로 도착할 것 같습니다.”
잭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대답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된 기자회견장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면 기자들 입장하라고 하죠.”
* * *
‘꽤 많이 왔네······ 하긴······ 아무도 예상 못 했겠지. 아니. 안 했겠지.’
뺨까지 터프하게 기른 멋들어진 수염. 곱슬기 있는 짧은 머리에 다부진 체격.
하늘색 계열의 셔츠를 입고 짝다리를 짚은 채 서 있는 남성은 ‘커트오프사이드’에서 축구 기자로 소속돼 있는 ‘파브리지오 로마노’였다.
선수 이적 적중률이 기가 막힐 정도로 높아 ‘로마노피셜’이라는 말이 따로 붙을 정도로 공신력이 상당한 기자였지만, 그조차도 아센시오가 블랙번 로버스로 갈 거라곤 생각도 못 했었다.
보도하면서도 ‘진짜 가? 블랙번에? 왜?’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메울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그는 원래라면 선수 오피셜 기자회견에는 잘 참석하지 않는 편이지만, 큰맘 먹고 참석했다.
그래야 이런 이적을 성사시키는 백 단장과의 인터뷰를 따낼 수 있었으니까.
“진짜 끝까지 보고 갈 거야?”
심드렁한 표정으로 북적거리는 기자회견장 뒤편에 서 있는 로마노의 곁에 후줄근한 차림의 남성이 다가오며 물었다.
그의 이름은 ‘세바스티안 마르티니’.
로마노와 함께 커트오프사이드에서 좋은 기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기자였다.
“어. 뭐 하는 사람인지 좀 보게.”
“그······ 블랙번의 백 단장?”
마르티니의 물음에 로마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도 궁금하긴 해. 뭐 하는 사람인데 이적 시장에서 성공적인 행보만 달리는 건지.”
“따로 인터뷰하거나 그런 건 없었지?”
“그렇지 뭐······ 나도 몇 번 취재 요청했다가 단칼에 거절당했어. 지금은 시즌에 집중해야 할 때라나 뭐라나······”
흔한 인터뷰 거절 멘트긴 했지만, 로마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정말로 백 단장이 시즌에 집중하기 위해 인터뷰 같은 불필요한 요소들을 걸러낸 거라 생각했다.
“아무튼 나도 이번에······ 엇! 왔다!”
뭔가를 추가로 말하려던 마르티니는 기자회견장 입구에서 ‘마르코 아센시오’가 모습을 드러내자 부리나케 자신의 자리로 가 카메라로 그를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센시오의 뒤를 이어 들어오는 검은 정장 차림의 동양인 남성.
블랙번 로버스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초록색이 조화된 넥타이를 한 채, 너무나 차분한 표정으로 기자들을 응시하고 있는 백 단장을 본 로마노는 팔짱을 낀 채 생각했다.
‘드디어 첫 공식 석상에 나오는구나. 블랙번 로버스의 준석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