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96)
97. 베스트 일레븐(1)
[키커] 라이프치히 ‘루카스 클로스터만’ 2,100만 파운드로 블랙번 로버스 이적 ‘합의’ [커트오프사이드] 프리미어 리그로 돌아온 명가 블랙번 로버스 베스트 일레븐 완성···!샬럿의 ‘21,000,000£ + Sell on 25% + 이적료 분할지급(2년)’ 제안을 라이프치히가 받아들이고 나서부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팀과의 재계약 실패로 큰 회의를 느껴 새로운 둥지를 찾고 있던 클로스터만은 기존 9만 파운드(한화 약 1억 3,779만 원)가량 받던 주급을 7만 파운드(한화 약 1억 717만 원)까지 삭감하면서까지 이적을 감행했을 정도.
레알 마드리드에선 공격진 모든 포지션을 소화 가능한 ‘마르코 아센시오’를.
울버햄프턴에선 좌측 풀백 ‘후벵 비나그르’를.
비야레알에선 든든한 중앙 미드필더 ‘다니엘 파레호’를.
릴에선 신성이라 불리는 ‘에돈 제그로바’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측 풀백 ‘루카스 클로스터만’까지 합류시키면서 빠져나간 주축 선수들의 자리를 완벽하게 보강할 수 있었다.
나는 단장실 벽면에 붙어있는 화이트보드에 ‘클로스터만’의 이름이 적힌 빨간 자석 말판을 오른쪽 풀백 자리로 이동시켰다.
올해 1월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었던 선수단 보강.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막기보단 더 미래를 보는 영입을 하기로 마음먹었었고, 결과는 정말 만족스러울 정도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단장님.”
단장실에 ‘클로스터만’의 이적 승인 최종 결재 서류를 받으러 온 잭이 흐뭇한 표정으로 말하자, 나는 화이트보드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대답했다.
“프런트 팀도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6개월 동안 다들 정말 열심히 달려줬어요.”
새로운 단장이 와서 기존에 자리하고 있던 낡은 틀들을 모두 부수고 새롭게 기틀을 다지는 과정에서 로버스의 프런트 팀원들은 묵묵히 나를 따라와 줬다.
뭔가를 밀어붙일 때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니까······
“······ 그래도. 아직 긴장을 늦추면 안 됩니다. 시즌을 11명으로만 소화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자 잭은 옅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후······ 그렇긴 하지만······ 가끔은 좀 쉬세요. 오너가 거처도 마련해줬는데, 들어가 보긴 했어요?”
“물론이죠. 아주 훌륭한 외관의 빌라였는걸요.”
“······ 빌라가 아니라 주택이에요. 단장님······.”
그 순간 잭과 나 사이에 흐르는 짧은 정적.
사실 난 시훈이 마련해준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처음 경험해보는 단장 업무여서 더 신경 쓰기도 했지만, 그냥 일하는 스타일 자체가 쉬는 시간을 극도로 제한한 비효율의 끝인 스타일이기도 했으니까.
숙직실에는 샤워룸까지 마련돼있어서 굳이 퇴근의 필요성을 못 느꼈고, 늘 입고 다니는 정장은 똑같은 디자인으로 세 벌이나 있어서 이틀에 한 번꼴로 갈아입으면 끝이었다.
“제발 잠은 집에 가서 주무세요······”
“티······ 납니까······?”
그러자 잭이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요······”
* * *
오후 7시.
불 꺼진 프런트를 나서려고 할 때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번에 완전히 스카우트 팀에 합류하게 된 로만과 마주쳤다.
“단장님. 어디 가세요? 업무 보러 가시는 거면 제가 태워다······”
“아······ 저 퇴근입니다.”
“퇴근이요······?”
순간 손가락을 차 키 끝에 달린 동그란 고리에 넣고 돌리며 싱긋 웃던 로만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진짜······ 퇴근하세요······?”
“네.”
“그, 그러면 제가 태워다 드릴게요. 집 주소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나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시훈이 건네줬었던 주소가 적힌 종이를 꺼내 읽었다.
“11 Rewe Cl, Blackburn BB2 4PE 네요.”
“코앞이네요. 걸어서 15분 정도면 가는 거리예요. 그래도 태워 드릴까요? 아직 이곳 지리는 익숙하지 않으시잖아요.”
잭의 제안에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습니다. 지리도 익힐 겸 해서 혼자 가보려고요.”
띵-!
말이 끝나게 무섭게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로만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이우드 파크’를 걸어 나왔다.
‘자······ 그러면 이제 지도를 켜고······’
빵-!
핸드폰을 꺼내 시훈이 마련해준 거처 주소를 입력해 지도를 보고 찾아가려고 할 때 도로 갓길에 주차된 검은색 차량에서 경적이 들렸다.
“준석 씨!”
차량의 주인은 독일에서의 일을 마무리 짓고 오겠다고 했었던 전상빈.
그는 운전석 문 쪽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나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벌써 마무리하신 거예요?”
싱긋 웃으며 상빈 쪽으로 걸어가며 묻자, 그는 옅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도르트문트와는 계약 기간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태였거든요. 원만하게 해결하고 왔습니다. 아, 그런데 중간에 집 때문에 몇 번 다녀와야 한다는 것 빼곤 뭐······ 이제 완전히 블랙번 로버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됐죠.”
상빈의 합류는 스카우트 팀에 크나큰 호재다.
유망주 명가라는 소문이 자자한 도르트문트의 스카우팅 시스템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했던 사람이기도 하고, 전상빈 자체만으로도 선수를 보는 빼어난 안목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 시간에 여기는 어쩐 일로······”
내 물음에 상빈은 씩 웃으며 자신의 차량을 가볍게 두드렸다.
“어쩐 일이긴요. 우리 단장님 모셔다드리러 온 거지.”
“저를요?”
“네. 우리 서로 이웃 주민이거든요.”
* * *
4개월 동안 방문하지 않아서일까?
상빈의 도움으로 손쉽게 도착한 내 집 안쪽은 먼지가 쌓여있는 게 보일 정도였었다.
‘해외 기사들 보면 스포츠 스타들 집에 강도도 자주 드나들던데······ 하긴 뭐 내가 강도여도 이런 집을 털지는 않겠지.’
식탁에 뿌옇게 쌓인 먼지를 슥 닦아낸 나는 손가락을 후-! 하고 불곤 2층 침실로 가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한국에서 추가로 보내놨던 짐들이 캐리어 안에서 정갈하게 정리된 상태였지만, 수개월 동안 꺼내 보지 않아 꿉꿉한 냄새가 났긴 했다.
옷을 갈아입은 나는 맞은 편에 있는 서재에 들어가 오늘 처리하지 못했던 결재 서류들을 꺼내 놓으려 할 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
그래도 내 집에 왔다는 기분 때문인지 한층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1층으로 내려가 현관문을 열자, 그곳엔 언제 갈아입었는지 추리닝 차림의 상빈이 병맥주 두 개를 내 앞으로 내밀며 씩 웃어 보였다.
“한잔하실래요?”
* * *
“조용하네요. 여기······”
상빈이 가져온 병맥주를 든 채 선선한 밤공기를 느끼며 말하자, 상빈이 맥주를 내려놓고 다리를 꼬며 말했다.
“이시훈 구단주가 제일 조용한 동네로 거처를 마련해줬다고 했거든요. 준석 씨 옆집으로요.”
“이렇게 편한 곳인 줄 알았으면 진작 좀 와볼 걸 그랬어요.”
“하하, 역시 집에 처음 들어온 거죠? 그럴 줄 알았어요. 예전에 서울에 있을 때도 그러더니.”
상빈과는 서울 유나이티드 프런트에 처음 몸을 담았을 때 함께했던 6개월이 전부긴 했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서 더 끈끈한 사이긴 했다.
물론 6개월 이후 상빈이 다른 구단의 스카우트 팀으로 이직을 하긴 했지만······.
“대충 구단주한테 들었습니다. 이번 시즌 블랙번 로버스가 10위 이내 성적을 거둬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요.”
어차피 상빈을 비롯한 프런트 팀원들에게는 조만간 말할 예정이었었다.
적어도 프런트 직원들은 현재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는 알아 둬야 할 권리가 있으니까.
상빈의 말에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렇게 됐습니다.”
“······ 괜찮겠어요?”
“뭐가요?”
“이번 시즌에 10위 이내로 성적 무조건 거두는 거요.”
상빈은 평소와 대비되는 진중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며 말하고 있었다.
사실 괜찮지는 않다.
자신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아마 여태까지 내가 경험해본 것 중 가장 변수가 심한 시즌이 될 것은 분명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블랙번 로버스의 선수단과 모든 직원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이들이라면 충분히 프리미어 리그 10위 이내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는 신뢰가······.
“······ 해내야죠. 그리고 그런 걸 해내야 블랙번 로버스라는 명가를 더 빨리 재건할 수 있는 거니까요.”
“챔피언십이랑 다를 거예요······ 프리미어 리그는.”
‘분데스리가’라는 5대 리그 중 한 곳을 경험해봤던 상빈의 진심 어린 조언. 짧지만 그의 말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는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은퇴 이후에 더 이상 축구와 관련된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손 내밀어주신 분이 해주셨던 말이 있습니다.”
“······”
“‘궁상떨지 말고 뭐라도 해!’라고요.”
그러자 상빈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옅은 탄식을 내뱉으며 말했다.
“아······! 그거 혹시······”
“맞아요. 김종찬 단장님이 했던 말.”
“어쩐지······ 어디서 들어 본 거 같더라니······ 지금은 서울에서 이사직 맡고 계신 걸로 아는데.”
상빈 역시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김종찬 단장과 서울에서 같이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알고 있을 것 같았다.
“네. 유소년 쪽 발전을 위해 이곳저곳 바쁘게 움직이고 계세요. 아무튼······ 10위 안에 들 수 있을까? 라는 고민보단 직접 부딪히는 걸 선택한 거죠. 그리고 상빈 씨도 그게 걱정됐으니까 ‘그거’까지 들고 찾아온 거잖아요.”
피식 웃어 보이며 상빈의 옆에 놓여 있는 갈색 봉투를 가리키며 말하자, 상빈이 맥주병을 내려놓고 갈색 봉투를 집어 들며 혀를 내둘렀다.
“아니 뭐 봉투 안에 내용물이 보여요? 어떻게 아셨데······?”
“상빈 씨 성격에 그때 부탁했던 거 최대한 빨리 해결해주려고 할 거 같아서 대충 찍은 거죠. 뭐.”
“하여튼 처음 볼 때부터 느꼈던 건데 진짜 감이 상당히 좋으시다니까?”
그 말과 함께 상빈이 갈색 봉투를 내게 건네자, 나는 봉투 안의 내용물을 확인해봤다.
역시나 상빈과 블랙번에서 처음 만났을 때 부탁했었던 유망주 명단.
심지어 리스트엔 우리 스카우트 팀이 미처 알아내지 못한 유망주들까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블랙번 로버스가 이적 가능한 유망주를 데려와 키우는 방향을 택하겠다 했으니 18세 이상 선수들 명단으로 준비했어요.”
“······ 양이 꽤 되는데요?”
상빈의 말을 듣고 종이를 몇 번 더 넘겨봤지만, 손에 전해지는 두툼한 느낌은 줄지를 않았다.
“정말 특급 유망주들이야 준석 씨를 포함한 블랙번 스카우트 팀에서도 알고 있을 게 뻔해서 조금이라도 좋게 봤었던 유망주들 위주로 선별했어요.”
“그런데 이거······ 괜찮아요? 저한테 주셔도?”
“뭐 어때요. 이제 제 상사는 준석 씬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도르트문트에서 노리고 있는 선수들은 어지간하면 제외했어요. 그거 빼면 모두 제가 직접 경기 뛰는 걸 보고 온 선수들이니까 문제가 될 거 없어요.”
확실히 각 선수 리스트 밑에는 짧게 두세 줄 정도로 간단한 코멘트가 적혀 있었는데, 경기를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세밀한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블랙번 로버스에 즉전감으로 도움이 될만한 선수는 2페이지 중간 즈음에 따로 표시해 뒀어요.”
상빈의 말을 따라 2페이지로 넘어가 중간 부분을 확인하자 이름 옆에 유일하게 체크 표시된 선수가 있었고, 상빈은 덤덤하게 그 선수의 이름을 말했다.
“‘라자르 사마르지치’ 현재 우디네세에서 뛰고 있는 테크니션입니다.”
20세(2002.02.24)
주발: 왼발
우디네세 칼초 소속. 공격형 미드필더(중앙), 중앙 미드필더(어드밴스드 플레이메이커), 미드필더(오른쪽)
개인기: 15 드리블: 17
크로스: 9-12 패스: 15-17
퍼스트터치: 14-16 일대일 마크: 7-10
시야: 14-17 타고난 체력: 13-16
주력: 14-16 가속도: 14-16
팀워크: 13 민첩성: 14-16
중거리 슛: 13 천재성: 14
오프더볼: 14-16
특이 사항: 이적을 고민하는 단계.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싶음.
지금도 원래 보강하려고 했었던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주전으로 활약 가능한 준수한 능력치.
심지어 잠재력이 모두 개화한다면 리그 내에서 손에 꼽힐만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아주 컸다.
‘공격형 미드필더 쪽은 보강 우선순위에서 상당히 뒤로 미뤄놓아서 확인을 잘 안 했는데, 이만한 재능이 우디네세에 있었다니······’
흥미로운 선수의 등장에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상빈은 싱긋 웃으며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 * *
똑똑-!
“들어오세······”
“단장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잭.
헐떡대는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급한 일일 거라 판단한 나는 ‘사마르지치’ 영입 건으로 확인하고 있던 서류를 조용히 덮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렇게 급하게.”
그러자 잭은 검은색 파일철을 내게 건네며 말을 이어갔다.
“헉······ 헉······! U-23에서 뛰고 있는 파블로 선수에게 임대 제안이 왔는데······”
“······”
“제안들 수준이 조금······”
잭의 말을 듣고 파일철을 열어보자 그곳엔 총 다섯 곳의 구단에서 ‘파블로 에르난데스’에게 들어온 임대 제안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 새끼들이 지금 우리를 무슨 호구로 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