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97)
98. 베스트 일레븐(2)
프레스턴, MK돈스, 블랙풀, 코번트리, 허더스필드.
파블로 에르난데스에게 임대를 제안한 다섯 개의 구단.
모두 챔피언십 하위권에 머무는 구단들이었다.
‘하이에나 같은 새끼들 주급 보조 100%?’
흔히 있는 일이긴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 하다고 ‘들었던’ 것뿐이었다.
재정적인 여유가 없으니 이런 식으로 유망주 자원들을 데려와 단기간에 성적을 내려고 하는 그런 케이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다섯 개의 구단에서 제시한 ‘파블로 에르난데스’의 출전 시간 보장 문제였다.
‘단 한 곳도 핵심 1군 멤버로 쓰겠다고 약속하는 곳이 없어. 이건 사실상······’
사실상 조금 써보고 맞지 않으면 내치겠다는 고약한 심보. 선수의 기량 발전을 위해 임대를 보내는 걸 퇴색시켜버리는 상당히 같잖은 행위였다.
나는 인상을 찡그린 채 책상 위에 있는 탁상 달력을 바라봤다,
22-23시즌 개막까지 앞으로 남은 기간은 고작 두 달 남짓.
“······ 전부 거절 통보 보내둘까요?”
잭이 조심스럽게 내 의사를 묻자, 나는 파일철을 조용히 덮곤 겉면을 톡톡 두드렸다.
“MK돈스, 블랙풀 두 곳은 거절 통보 보내주세요.”
“나머지 세 곳은요?”
“하······ 어지간하면 자국 리그에서 경험을 쌓게 하고 싶긴 한데······ 시간이 부족해서요. 출전 시간 보장 조항이라도 넣어서 나머지 세 곳과 재협상이라도 해볼 생각입니다.”
파블로 에르난데스에게 필요한 건 체계적인 트레이닝 세션도 세션이지만, 프로 무대 경험이었다.
그러나 MK돈스, 블랙풀 두 곳은 트레이닝 시설도 낙후된 편이고 저번 챔피언십에서의 성적도 하위권에서 한 번도 빠져나온 적이 없었다.
팀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아 있는 팀일수록 선발 라인업에 보수적인 시선으로 변하기 마련이고, 선수들을 다각도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현저히 적어서 임대를 보낼 메리트가 없었다.
“단장님 그러면 코번트리도 제외하시는 건 어떨까요?”
“코번트리를요? 이번에 트레이닝 센터도 개선했고, 저번 시즌 챔피언십 13위로 마무리했던 팀이라 괜찮을 것 같았는데요.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코번트리 조만간 스폰서가 대거 빠질 예정이거든요. 아마 주축 선수들도 대부분 판매하고 그나마 든든하게 버텨주던 감독도 경질될 가능성이 커요······”
코번트리 쪽에 측근이라도 있는 게 아니면 알 수 없는 고급 정보.
잭의 정보력에 다소 놀란 표정을 짓자, 그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건 코번트리 시티 프런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제 친구가 해준 말이에요······ 아마 코번트리는 이번 이적 시장에서 임대 선수들을 대거 끌어모아서 시즌을 치를 생각일 거예요.”
코번트리 시티의 내부 사정에 관련된 소식은 쉽게 접하기가 힘들어서 하마터면 우리의 대형 유망주를 혼돈의 팀에 보낼 뻔했다.
‘구단 자체가 어수선한 상황인데 성적이 나올 리도 없고, 출전 계약 조건을 지킬 리도 없지······ 코번트리도 제외다.’
시간을 좀 더 두고 기다리면 좋은 시설과 조건을 내미는 구단에서 임대 제의가 들어올 수도 있지만, 나는 가급적이면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파블로를 임대 보내고 싶었다.
겨울 이적 시장에 임대를 떠나는 건 주전 경쟁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게 분명했고, 1군 멤버 보장 같은 조항을 건다고 해도 그저 교체 로테이션으로 내보내는 걸로 끝날 가능성도 컸다.
선수 선발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권한이니까.
‘어지간하면 임대 조기 복귀 조항도 걸어놔야겠어. 출전 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임대 보낼 이유가 없지. 차라리 U-23에서 꾸준하게 출전하는 게 더 이득이니까.’
생각을 마친 나는 볼펜을 딸깍여서 아까 덮어뒀던 파일철을 열어 ‘프레스턴’과 ‘허더스필드’ 두 곳에 체크 표시를 했다.
“잭. 이 두 구단의 내부 사정에 대해 조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알아볼게요.”
파블로 임대에 서두르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잭이 빠른 걸음으로 파일철을 들고 단장실을 빠져나가자 나는 유력 언론사들 사이트에 들어가 하부리그 소속 구단들의 소식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유망주 영입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거니까, 하부리그 소속 팀들의 소식도 꾸준하게 팔로잉해야겠어······’
* * *
‘사마르지치가 오면 전방 공격진 보강은 끝이야. 이제 남은 건 중앙 센터백 백업 자원 정도겠네······’
단장실 벽면 화이트보드 앞에서 팔짱을 낀 채 깊은 고민에 빠져 있던 나는 한쪽 구석에 빽빽하게 적혀있는 U-23에서 1군 트레이닝 세션으로 콜업 예정인 유스 선수들 명단을 쭉 살펴봤다.
‘그나마 1군 주전까지 노려볼만한 자원은 ‘찰리 맥닐’과 ‘존 코디’ 정도인가······’
찰리 맥닐은 지난 시즌 1위 자리 확정이 난 뒤부터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보장받았던 유망주.
중앙 미드필더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고, 현재는 수비형 미드필더 쪽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괜찮은 선수였다.
존 코디 역시 현대 축구에서 상당히 귀한 자원으로 분류되는 3선 미드필더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주포지션인 상당한 잠재력의 유망주.
다만, 루이 감독이 ‘존’ 같은 경우는 1군 무대에서 꾸준히 기회를 주고 싶다고 어필해서 임대 결정은 내리지 않았었다.
‘센터백 자원이 없다······’
더블 스쿼드를 노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전 선수가 부상 당했을 때 그 공백을 적절히 메워줄 만한 선수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선 꼭 필요했다.
‘그렇다고 또 선수를 사오기에는 이적료 지출이 부담인데······’
당장 다음 시즌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이적료 분할 지급 건도 있었고, 아센시오가 좋은 폼을 보여주면 완전 이적을 시킬 생각이었기 때문에 섣부른 지출은 무리였다.
그렇다면 남은 건······
‘임대지.’
백업 자원은 임대 쪽으로 가닥을 잡기로 결심을 굳힐 때, 단장실 문 쪽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똑똑-!
“단장님. 스카우트 팀 전상빈입니다.”
“네.”
단장실 문이 열리자 그곳엔 싱긋 웃은 채 파일철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상빈이 있었고, 그의 뒤에는 검은색 재킷을 걸친 루이 감독도 서 있었다.
“감독님도 오셨군요. 이쪽으로 앉으시죠.”
상빈과 루이 감독을 단장실 가운데에 놓인 소파 쪽으로 안내하자, 상빈은 들고 왔던 파일철을 소파 앞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어갔다.
“오자마자 일 얘기라 조금 퍽퍽할 수도 있긴 한데, 우디네세에서 ‘사마르지치’ 이적료로 원하는 건 아마 2,800만 파운드(한화 약 427억 원)일 겁니다.”
상빈은 공과 사가 확실한 사람이라 업무 중에는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 편이었다.
나는 종이컵에 탄 커피 믹스 두 잔을 루이 감독과 상빈 앞에 내려놓은 뒤 그들의 앞쪽 자리에 앉으며 상빈이 했던 말을 곱씹었다.
“우디네세에서 사마르지치를 영입할 때 들어간 금액이 300만 파운드(한화 약 45억 원)였죠?”
“네. 사마르지치도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잡기 위해 이적하려던 거라서 상당히 저렴한 금액에 우디네세에서 데려갔어요.”
물론 유망주 영입은 상당한 리스크를 진다.
리그 적응, 언어, 그리고 여전히 성장하는 신체, 시시각각 바뀌는 스타일.
검토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고 뭐 하나라도 어긋나면 성장이 멈춰버리는 비극적인 사태까지 일어날 정도니까.
그래서 몇몇 유망주들은 ‘이 선수가 이 가격에?’라는 수준의 금액으로 이적이 성사되는 편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나는 선수의 잠재력 수치가 보이는 기묘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사마르지치는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하며 이적하는 유망주들에 범접하는 상당한 잠재력 수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감독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사마르지치 선수 영입에 대해서요.”
그러자 상빈의 옆자리에서 묵묵히 얘기를 경청하고 있던 루이 감독이 들고 있던 종이컵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 사실 쓰기 조금 까다로운 테크니션 자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
“전방에 왼발 자원이 너무 많아요. 그나마 오른발을 아예 못 쓰는 선수들은 아니라지만, 아무래도 결정적인 순간엔 자신 있는 발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짙을 거 같거든요.”
마르코 아센시오, 라자르 사마르지치, 에돈 제그로바.
모두 날카로운 왼발 킥력을 자랑하는 공격 자원들.
좋은 킥력으로 팀의 공격력을 책임지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상대 팀 입장에서 블랙번은 왼발만 막으면 된다는 파훼법으로 자리 잡아 버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기존에 쓰던 플랜 A를 조금 수정할 생각입니다.”
“플랜 A 수정이요?”
팀의 첫 번째 전술이라 불리는 플랜 A.
상대에 따라 일부 전술의 세밀한 수정은 있겠지만, 그것도 확고한 전술이 자리 잡은 뒤에나 가능한 일.
루이 감독은 테이블 옆쪽에 놓여 있는 A4 용지에 네모난 축구 경기장을 슥 그리더니 그곳에 동그라미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이번에 프리시즌 투어를 통해서 실험해 볼 전술입니다.”
루이 감독이 제시한 전술은 4-3-3.
그것도 중원을 수비형 미드필더와 두 명의 미드필더로 구성하는 역삼각형 형태의 플랫 4-3-3 이었다.
“단장님이 좋은 선수들을 데려와 주신 덕분에 계속 고민하고 있던 빌드업 전술을 새롭게 구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가급적이면 이 스타일을 선수들에게 입혀보고 싶어요.”
“플랫 433이라······ 저야. 전적으로 감독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지만, 전 시즌 전술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내셨는데 굳이······? 라는 생각은 드네요.”
수많은 축구 팬들에게 익숙하고, 그리고 수많은 감독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전술 포메이션인 4-2-3-1.
두 명의 미드필더를 공수의 연결고리로 사용하는 밸런스가 좋은 포메이션이었다.
그러자 루이 감독은 씩 웃으며 수비형 미드필더 부분을 볼펜으로 톡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현재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이적을 감행하기도 했고, FA 컵에서 프리미어 리그 상위권 팀에겐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승점을 따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
“그 핵심으로 저는 전방 압박과 선수 간격 조정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루이 감독은 그 이후에도 사마르지치가 온다면 전방에 몰려있는 왼발 자원들을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리는 걸로 넓게 분산시켜 그들의 강점인 킥력으로 경기를 풀어볼 생각이라 했다.
장장 20분에 걸친 전술 브리핑과 영입 선수들에 대한 루이 감독의 개인적인 평가.
그러나 듣고 나니 어째서 새로운 전술을 테스트하려는 지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루이 감독도 더 뒤의 미래를 보는군······ 그러면 거기에 걸맞은 자원의 센터백 백업 자원을 임대로라도 데려와야 하는데······’
그러던 중 문득 떠오르는 한 선수.
루이 감독이 원하는 발밑이 좋고, 공간 커버 능력이 괜찮은 선수.
클로스터만의 이전 소속팀인 ‘라이프치히’에서 뛰고 있는 ‘모하메드 시마칸’.
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상빈에게 물었다.
“상빈 씨. 지금 라이프치히 센터백 자원들 포화 상태 아닌가요?”
상빈은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쉬기는 했지만,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명문 도르트문트에서 분데스리가의 전반적인 이적 시장을 지켜보던 인물이다.
아니다 다를까 상빈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아마 이번 이적 시장에 추가 센터백 자원까지 영입할 거예요. 라이프치히 자체가 단일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선수보단 멀티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선수를 선호하는 편이라 이적 시장을 준비하는 기간이 꽤 길거든요. 그런데 그건 왜 여쭤보시는······ 아······! 설마······?”
상빈은 루이 감독이 강조하던 발밑이 괜찮은 센터백이라는 단어에서 이미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선수는 임대로 데려오기 상당히 힘들 텐데요. 아무리 주전 자리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해도 어지간하면 라이프치히에서도 거절할 겁니다.”
“단순 임대가 아니에요.”
“단순 임대가 아니면······”
상빈의 말에 나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임대 후 이적까지 노려볼 생각입니다.”
나는 그 말과 함께 클로스터만 영입 과정에서 라이프치히 측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