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cer team leader shows his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98)
99. 뼈도 취하고 살도 취한다(1)
클로스터만 과 개인 협상에 들어가기 2주 전.
나는 라이프치히 측과 화상 회의를 통해 마지막으로 이적 관련 협상을 나눴었다.
다만 그때는 라이프치히 단장이 아직 공석인 상태였기 때문에 테크니컬 디렉터인 ‘마리오 고메스’가 대신 회의에 참석했었다.
클로제의 뒤를 이은 레전드 공격수 출신인 ‘마리오 고메스’.
세월이 지나도 뚜렷한 이목구비에서 나오는 강인한 인상은 속으로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단장 선출은 거의 확정된 상태긴 하지만, 공식적인 발표가 없어서 이번 회의는 제가 대신 참석하는 걸 양해 부탁드립니다.”
고메스가 싱긋 웃으며 정중하게 부탁하자, 나 역시 웃음으로 화답했다.
“괜찮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클로스터만의 이적료 부분을 최종 점검하려고 하는 데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블랙번 로버스에서 클로스터만 선수에게 책정한 이적료는 2,100만 파운드입니다. 거기에 셀온 조항 25%와 이적료 분할 지급 2년. 혹여 라이프치히 측에서 변경을 원하는 조건이 있다면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내 말에 곰곰이 고민하던 고메스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이적료 분할 지급 쪽 수정은 불가하신 부분인가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을 바라고 계신 건가요?”
“일시금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18개월로의 수정을 원합니다.”
‘1년 반이라······’
그러나 나는 18개월 분할 지급을 받아들여 버리면 기존에 짜뒀던 예산안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했기에 다소 무리한 조건이라 판단했다.
“아쉽게도 힘들 것 같습니다. 분할 지급은 2년으로 고수할 생각입니다.”
협상이 미진해지면 추후 이적 시장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에 나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잠깐 고민하던 고메스는 이내 고개를 짧게 끄덕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아쉽지만 뭐······ 그러면 이적 조건은 그대로 진행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로버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저희한텐 나름 중요하니까요.”
그 말과 함께 고메스가 씩 웃어 보였다.
* * *
영국 런던에 있는 한 브런치 카페.
오늘은 라이프치히 측에서 영국으로 오겠다고 한 날이었다.
도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테라스 쪽에 자리를 잡은 내 눈에 우람한 풍채를 자랑하는 짧은 머리의 남성이 보였다.
와이셔츠의 목 부분 단추는 자유롭게 풀어 헤치고 성큼성큼 이쪽으로 걸어오는 남성.
바로 라이프치히의 단장 ‘막스 에벨’이었다.
에벨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게로 들어와 샌드위치 반쪽을 먹고 있는 내게 다가왔고, 곧 큼직한 손을 내밀며 말했다.
“로버스의 Mr. Baek 단장님이시죠?”
나는 손을 냅킨으로 툭툭 털어낸 뒤 내 손의 1.5배는 족히 넘어 보이는 그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반갑습니다. 블랙번 로버스의 단장 준석 백입니다. ‘막스 에벨’ 단장님이시죠?”
“하하하! 꼭 한 번 직접 보고 싶긴 했었는데, 이렇게 소원을 성취하네요.”
바이킹 전사들처럼 호탕하게 웃어 보인 에벨은 악수를 마친 뒤 그의 몸에 비해 한참은 작아 보이는 의자에 앉으며 말을 이어갔다.
“‘클로스터만’과는 개인 협상이 잘 끝나셨습니까?”
“네. 2주일 이내로 공식적으로 영입 확정 기사도 낼 생각입니다.”
“좋은 선수입니다. 아마 지금 돌풍의 팀인 블랙번 로버스에 충분히 보탬이 될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에벨이 아련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나는 조심스럽게 샌드위치 그릇을 옆쪽으로 치워두며 물었다.
“실례가 될 수 있는 질문이지만, 어째서 클로스터만 선수를 놔주신 건가요? 직전 시즌에는 지금보다 상향된 오퍼도 거절하셨잖아요.”
형식상으론 재계약 불발로 인한 선수의 이적 요청을 수리한 것이긴 했지만, 그건 대외적인 이유다.
아마 그 외에도 얽혀 있는 게 분명히 있을 터. 그리고 이런 사례들을 들어두는 것이 후에 구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중요한 포인트 들이었다.
“대외적인 이유야 백 단장님도 알고 계실 테고······ 사실은 기존부터 본인의 포지션 출장 빈도에 관해서 계속해서 마찰이 있었어요. 클로스터만은 좀 더 공격적인 풀백 롤을 소화하기를 원했거든요.”
“그러기엔 저번 시즌 라이프치히는······”
“네. 부상자가 조금 많아서 클로스터만이 센터백 포지션에서 뛰며 한 시즌을 통째로 소화했죠. 거기까지는 괜찮았던 모양이지만, 로제 감독이 클로스터만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센터백으로 정착시킬 생각이었나 봅니다.”
그 말과 함께 에벨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다 결국 곪았던 게 터져버린 거죠.”
‘하긴······ 저번 시즌 클로스터만이 센터백에서 보여준 걸 생각하면 어떤 감독이라도 풀백보단 센터백이 더 나을 거 같다고 생각하겠지······’
이제야 라이프치히와 클로스터만 사이에서 돌아갔던 속사정을 파악한 나는 이제야 어째서 그가 공격적인 부분을 개선을 위해 훈련에 매진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면 훈련에서 클로스터만이 공격적인 부분을 개선하려 했던 것도······”
“맞아요. 본인이 다음 시즌은 측면에서 플레이하고 싶다는 걸 증명하려 했던 거겠죠. 원체 승부욕이 있는 선수인지라······”
나는 에벨의 그 말을 듣자마자 옅은 미소를 띠었다.
지금 루이 감독이 추구하는 ‘플랫 4-3-3’ 전술에서 오른쪽 풀백은 오른쪽 미드필더가 박스 안으로 공격 가담에 들어갈 시 그 공백까지 메꿔야 하는 상당히 중요한 포지션이다.
아마 클로스터만은 블랙번에서 그렇게 원하던 측면에서의 플레이를 질리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아 물론······ 선수에게 딱히 감정은 없습니다. 선수라면 당연히 자신이 뛰고 싶은 포지션을 요구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저 블랙번 로버스에서 좋은 폼을 꾸준히 유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일 뿐입니다.”
에벨은 흔히 말하는 뒤끝이 없는 스타일이었다.
가식 없는 그의 호쾌한 미소를 본 나는 그가 정말로 클로스터만의 앞길을 응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유리컵에 담긴 물 한잔을 단숨에 비워버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이제 본제로 넘어가야겠죠? 백 단장님?”
본제.
독일에서 영국까지 그가 직접 움직인 이유 중 하나.
그는 단순히 이미 이적이 확정된 클로스터만과 관련된 얘기나 하려고 온 것이 아닌 진짜 비즈니스를 위해 온 것이었다.
나는 깍지 낀 양손을 테이블 위로 올리며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렸다.
“얼마든지요.”
“일단 문의하셨던 ‘모하메드 시마칸’ 선수의 이적은 그때 말씀하셨던 ‘조건’에는 불가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초장부터 못을 박아버리는 에벨.
그러나 그의 말에는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그때 말했던 ‘조건’에는 불가능하시단 말씀이시죠? 그러면 다른 조건으로 제안하면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는 걸로 들리는데요.”
라이프치히는 표면상으론 분데스리가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긴 하지만, 좋은 조건이 오면 선수를 판매하는 셀링 클럽의 이면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제가 이곳 런던까지 온 이유는 알고 계시죠?”
“모른다고 해봐야 믿지는 않으실 거 같고······”
슬쩍 떠봤지만 역시나 에벨은 자신이 런던에 온 이유를 내가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듯했다.
맞다.
나는 그가 런던에 왜 왔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우리 쪽엔 분데스리가 탑티어 클럽인 도르트문트에서 스카우트로 활동했던 상빈이 있으니까.
독일 쪽 소식은 그를 통해 가장 최신 정보까지 받아 볼 수 있었다.
“‘은쿤쿠’선수의 대체 자원들을 찾으러 오신 거죠?”
크리스토퍼 은쿤쿠.
라이프치히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는 프랑스 최고의 신성 중 한 명.
아직 공식적인 언론사의 보도가 있지는 않았지만, 상빈은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 라이프치히의 은쿤쿠가 깜짝 이적을 발표할 것이라 했다.
그러자 에벨이 가게가 떠나갈 듯 폭소를 터트리더니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였다.
“도르트문트의 유능한 스카우터 하나가 블랙번으로 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생각 이상이네요. 그렇게 구체적으로 알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
“맞아요. 이미 알고 계시니까 그냥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팀의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이나 키울만한 가치가 있는 유망주 자원을 찾고 있습니다.”
굳이 런던 연고지 팀을 뒤지고 다닌다는 건 후보군은 아스날, 첼시, 토트넘 정도로 좁혀볼 수 있었다.
‘그런데 토트넘은 공격형 미드필더와는 거리가 먼 팀이니까 뺀다 쳐도······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건 아스날 정도?’
아스날엔 ‘마르틴 외데고르’, ‘에밀 스미스 로우’ 같은 창창한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이 있다.
심지어 저번 시즌 아스날은 토트넘에 밀려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지 못해 이번 이적 시장에서 주축 선수들 몇은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위해 이적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나는 뭔가 현재 아스날 스쿼드 자원들이 챔피언스 리그를 위해 이탈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저번에 스쿼드 전체를 훑어봤을 때, 챔스 진출 실패로 팀을 떠나고 싶어 하는 특이 사항을 가진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어.’
지금도 꾸준히 프리미어 리그 팀들의 전력 분석을 위해 선수 데이터를 찬찬히 살펴보곤 있었지만, 아스날만큼 내부 응집이 잘 된 팀이 또 없었다.
그리고 에벨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 역시도 그런 느낌을 얼추 받는 듯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선수는 찾으셨나요?”
내 물음에 에벨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음에 드는 선수는 있지만 구단, 선수 모두 움직일 마음이 없어 보여요. 그래서 노선을 조금 틀었습니다.”
“노선을요?”
“네. 지금 라이프치히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나 세컨드 스트라이커를 소화할 수 있는 즉전감 멀티 자원이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유망주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겠죠.”
라이프치히에는 ‘에밀 포르스베리’와 ‘다니 올모’라는 좋은 자원들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
이 둘이라면 충분히 은쿤쿠의 공백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근접하게는 틀어막을 수 있을 것이었다.
에벨이 차분히 말을 이어가려 할 때, 그의 재킷 안쪽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하더니 싱긋 웃으며 내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그의 양해에 눈썹을 까딱이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자, 그는 무선 이어폰을 귀에 끼며 말했다.
“그래. 확인은 해봤어? 아······ 과거에 부상을 당하거나 그런 쪽은 없는 거지? 오케이 알겠어. 그건 걱정하지 마. 지금 제안해봐야지. 그래. 숙소에서 보자구.”
통화를 마친 에벨이 무선 이어폰을 빼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더니 자신의 짧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스카우트 팀원인데, 보고받을 게 있어서요.”
“괜찮습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잘 해결되신 모양이네요.”
“하하! 그건 이제부터 백 단장님과 대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려서요.”
“저랑요?”
그러자 에벨은 씩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무튼. 아까 하던 얘기를 이어서 하자면. 라이프치히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 가능한 유망한 자원을 찾고 있고, 블랙번 로버스는 시마칸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순간 그가 말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설마······ 그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게······’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 하나의 이름.
‘파블로 에르난데스······?’
뼈도 취하고 살도 취한다(2)
“저희는 블랙번 U-23에서 뛰고 있는 ‘파블로 에르난데스’ 선수를 원합니다.”
불안함은 늘 적중한다.
그것도 아주 최악의 형태로.
꼭꼭 숨겨둘 생각은 아니었지만, 지금 단계에서 블랙번 로버스보다 구단 위상이 높고, 챔피언스리그 진출팀이 점찍어 버린다면 말이 다르다.
‘그런데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에르난데스의 임대를 위해 해외 구단에 역 오퍼를 넣은 적은 없었는데······’
괜찮은 선수가 있고, 임대 가능 자원이라고 소개했던 역 오퍼는 주로 챔피언십 하위권 팀 위주로 보냈었다.
그러는 와중 문득 스쳐 지나간 한 경기.
바로 2주 전에 첼시 U-23과 진행했었던 유스 경기.
아마 런던 쪽에 스카우트를 파견해놨던 라이프치히의 레이더망엔 그때 걸렸을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그 경기는 ‘파블로 에르난데스’가 2골 2도움이라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기록했던 경기니까.
속으로 운이 없었다고 아쉬움의 한숨을 미약하게 내쉰 나는 에벨을 바라보며 일단 라이프치히 측에서 시마칸에게 책정해둔 금액을 한 번 떠보기 위해 물었다.